<성완종 게이트> '검찰 첫 타깃' 홍준표 수사 관전포인트 넷

벼르는 검찰 VS 비웃는 준표 "너를 잡아야 내가 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게이트'의 파장이 4·29재보선을 기점으로 사그라지고 있다. 메모에 적힌 8인 가운데 2명으로 수사의 궤적이 좁혀진 모양이다. 검찰의 첫 타깃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홍 지사를 제물삼아 '성완종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러나 홍 사시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유죄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뇌물사건은 물증이 없는 경우가 한 80%는 됩니다. 물증 없이 유죄가 확정된 경우가 어디 한둘입니까."

1993년 '6공 황태자' 박철언 의원은 검찰이 쳐놓은 수사망에 걸렸다. 슬롯머신의 대부 정덕진·정덕일 형제는 "세무조사 무마 목적으로 홍성애씨를 통해 박 의원에게 5억원을 건넸다"라고 폭로했다. 당시 박 의원은 "홍씨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챘을지 모른다"라며 뇌물수수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이 터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꼬장꼬장한 한 검사에 쏠렸다. 그는 "뇌물 사건에 물증이 어디 있느냐"라며 집요하게 홍씨를 추궁했다. 마침내 홍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박 의원은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지만 검사는 "뇌물 사건의 80%는 물증이 없다. 현금으로 주기 때문"이라며 맞받았다.

검사는 박 의원을 구속하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누렸다. 국회의원도 되고, 여당의 대표도 됐다. 지난해에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뽑혔다. 무상급식 중단 선언으로 일약 대권후보로 부상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늘 '쫓는' 쪽이었다. 그러나 미래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고 했듯 이젠 '쫓기는' 입장에서 수사를 방어해야 하는 홍 지사다. 홍 지사도 '성완종 게이트'에 본인이 엮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홍 지사는 자신이 공들여 수사했던 박 의원과 같은 처지가 됐다. 어떤 면에선 더 불리하다. '성완종 메모'에 포함된 8인 가운데 검찰이 첫 타깃으로 홍 지사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비박'인 홍 지사를 제물삼아 '성완종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권 차원의 엄호 없이 홀로 수사를 받게 된 홍 지사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향후 수사과정에서 쟁점이 될 네 가지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일요시사>가 주목한 관전포인트는 순서대로 ▲윤승모의 진술 여부 ▲홍준표의 회유 여부 ▲검찰의 별건 수사 ▲홍준표에 대한 기소 여부다.

[관전포인트 1]
윤승모의 진술

최근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사실상 검찰의 공식 입장을 전해온 <연합뉴스>는 지난달 28일 '성완종 리스트 첫 수사 타깃에 이완구·홍준표'라는 기사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찰의 첫 수사 타깃으로 지목됐다"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성완종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달 29일 홍 지사 측 일정 담당비서를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홍 지사에 대한 소환시기를 저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에 대한 조사는 늦어도 이달 중순께는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음을 알렸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당시 경남기업 회장은 부하직원인 박준호 상무와 이용기 비서실장을 대동하고 윤 전 부사장을 만나 1억원을 전달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7일 관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 회장의 금고 관리인으로 지목된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1억원의 행방을 검찰 쪽에 밝혔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성 회장이)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줬다"라고 진술했다.

아울러 검찰은 병원에 입원 중인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가 의미 있는 진술을 추가로 받아냈다. 수사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 전 부사장은 지난 2011년 성 회장의 지시로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출마한 홍 지사를 찾아가 현금 1억원을 직접 건넸다. 윤 전 부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전 부사장으로부터 쇼핑백에 담긴 돈을 넘겨받았다"라는 등의 구체적인 묘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부사장은 지난 3일과 4일 검찰에 소환돼 관련 정황을 추가로 진술했다.


게이트 연루 홍준표 검찰 수사 초읽기
2011년 6월 당 전대서 1억 수수 의혹

이미 검찰은 홍 지사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에서 윤 전 부사장을 만난 것으로 보고 홍 지사의 과거 행적을 쫓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시점의 정확한 동선 파악을 위해 성 회장 등 사건 관련자의 사소한 기록도 대부분 수거했다. 하이패스 단말기 통행기록, 휴대전화 통화기록, 송수신 기지국 위치 정보 등을 확보한 검찰은 지금껏 나온 진술과 분석한 자료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홍 지사는 연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사건 초기와 비교하면 훨씬 여유로운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홍 지사는 "망자의 일방적인 메모는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며 "고인이 쓴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재판에 가더라도 성 회장이 남긴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홍 지사는 다음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수사는 일방적으로 성 회장 쪽 사람들의 진술에 불과하다"라며 "앙심을 품고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 하나가 올무가 되어 나를 옥죄고 있지만, 올무는 곧 풀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성 회장이 사망한 까닭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핵심 증거는 '윤승모의 입'이란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윤 전 부사장이 성 회장과 홍 지사의 가교 역할을 했던 만큼 그의 진술이 흔들린다면 홍 지사에 대한 혐의 입증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앞서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에서도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번복되자 원고 패소한 바 있다.

[관전포인트 2]
홍준표의 회유

현재로써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 모두 1억원의 존재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배달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홍 지사 주장의 요지는 성 회장이 돈을 전달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홍 지사는 "정치판에 앉아 있으면 (정치인과) 교제하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사례가 많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 지사는 "(나를 이용한 누군가가) 홍준표의 이름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전 부사장은 자신이 1억원을 받아 홍 지사에게 전달했음을 시인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성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냐"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무슨 배달사고냐. 웃기지도 않는다"라는 입장을 지인에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에는 홍 지사의 측근 2~3명을 출국금지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출국금지될 인물은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선 경상남도 서울본부에서 근무 중인 A씨의 소환 및 체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3월19일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 서울본부 운영 실태 공개'라는 기사에서 서울본부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서울본부는 홍 지사의 대권을 겨냥한 전진기지로 의심됐다. 서울본부 직원들은 최근까지 국회·언론 등 여러 기관을 상대로 홍 지사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본부에는 홍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계약직 공무원 다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A씨는 2001년 10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홍 지사의 보좌관을 지냈다. 검찰은 금명간 A씨를 조사해 윤 전 부사장이 당시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는지, 이 과정에서 돈이 직접 전달됐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A씨가 홍 지사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 '대표님'(홍 지사를 지칭하는 말)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과 증거 인멸을 계획할 수 있다. 이때 검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측근이 구속된다면 홍 지사가 받는 압박은 몇 배로 커질 수밖에 없다.


홍준표 '1억 줬다' 윤승모 진실 공방
가족·측근 겨냥 별건으로 수사 가능성

실제 홍 지사 쪽은 수사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증거인 '윤승모의 입'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복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홍 지사의 측근인 B씨는 지난 12일 저녁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윤 전 부사장과 통화에서 "(성완종한테서) 돈 온 것 자체를 부인하기는 힘들었던 모양이지"라고 말했으며, 윤 전 부사장은 "그거는 안 되죠"라고 답했다. 또 "너한테 (돈이) 온 게 문제네. 그냥 경선 살림에 보탰다고 하면 안 되나"라고 하자 윤씨는 "그게 말이 돼요"라고 반발했다. 정리하자면 '홍 지사에게 돈을 줬다'라고 증언하지 말라는 압박인 셈이다.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자 B씨는 "알고 지낸 사이여서 전화한 것이지 회유는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B씨는 윤 전 부사장과 한때 국회에서 일했으며, 지난 2006~2007년 홍 지사(당시 의원) 의원실의 보좌관을 지냈다.

홍 지사 역시 "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진상을 알아보려 한 것을 회유라고 함은 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홍 지사는 B씨에게 '쓸데없는 통화는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과정에서 의심스런 통화기록은 증거인멸로 간주한다는 검찰의 속성을 홍 지사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관전포인트 3]
검찰의 별건 수사


홍 지사는 지난달 30일 검찰 수사를 대비한 작정 발언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성 회장과 만난 시기를 바로 잡으며 "성 회장을 처음 본 것은 2010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모 의원님 지역구 당원대의원대회에 초청받아 선거운동을 하러 간 천안의 한 곰탕집 인근에서였다"라고 정정했다. 앞서 홍 지사는 "성 회장을 2011년 당대표가 되고 나서 처음 만났다"라고 말했다. 수사 착수 며칠 만에 말을 바꾼 셈이다.

나아가 홍 지사는 "처음 <경향신문> 인터뷰를 보고 (메모 내용이) 양심이라고 판단했었다"라며 "그런데 진경스님 인터뷰나 금고지기(한 전 부사장)의 인터뷰를 보면 (이전과 달리) 메모의 진실성에 의구심이 든다. 성완종 측근 쪽에서도…"라고 검찰 브리핑을 반박하는 뉘앙스를 흘렸다.

홍 지사는 현재 고대 법대 및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모 변호사, 한 로펌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수사 경험과 법조계 인맥을 총동원해 방어전선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홍 지사에 대한 별건 수사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홍 지사가 쉽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피의자의 약한 고리를 건들겠다는 계산이다. 당장 검찰은 홍 지사 주변에 대한 탐문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수사' 때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별건 첩보가 활용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홍 지사의 처남 이모씨는 1억원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건설업체 대표 김모씨는 지난 3월 "이씨가 매형(홍 지사)의 힘으로 '서울 영등포교도소 부지 철거 사업권을 따주겠다'라며 1억1000만원을 뺏어갔다"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실은 베일에 가려 있다가 '성완종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야 기사화됐다. 경찰이 언론에 흘린 것이다. 또 보도되지 않은 내용 가운데는 홍 지사의 친족을 엮은 인사 의혹이 지펴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관전포인트 4]
구속? 불구속?

법조계 안팎에선 홍 지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면 홍 지사의 소명과 상관없이 기소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돈의 출처가 확실하고 ▲전달자가 있으며 ▲시점과 장소가 구체적으로 특정됐기 때문이다

공소시효에서도 자유롭다. 대가성이 있는 뇌물죄를 적용하면 홍 지사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받은 금품액수가 1억원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 위반에 포함된다.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정치자금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1인당 기부 한도(500만원)를 초과한 돈을 받은 까닭에 사법처벌이 유력하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아울러 홍 지사가 당시 여당의 당대표로 '위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

문제는 구속수사 여부다. 현직 자치단체장이 당선 전 저지른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될 확률은 매우 낮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라는 신분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든든한 '방패막이'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힘들여 홍 지사의 혐의를 밝혀내더라도 최종 유죄 확정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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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