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검찰 첫 타깃' 홍준표 수사 관전포인트 넷

벼르는 검찰 VS 비웃는 준표 "너를 잡아야 내가 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게이트'의 파장이 4·29재보선을 기점으로 사그라지고 있다. 메모에 적힌 8인 가운데 2명으로 수사의 궤적이 좁혀진 모양이다. 검찰의 첫 타깃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홍 지사를 제물삼아 '성완종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러나 홍 사시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유죄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뇌물사건은 물증이 없는 경우가 한 80%는 됩니다. 물증 없이 유죄가 확정된 경우가 어디 한둘입니까."

1993년 '6공 황태자' 박철언 의원은 검찰이 쳐놓은 수사망에 걸렸다. 슬롯머신의 대부 정덕진·정덕일 형제는 "세무조사 무마 목적으로 홍성애씨를 통해 박 의원에게 5억원을 건넸다"라고 폭로했다. 당시 박 의원은 "홍씨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챘을지 모른다"라며 뇌물수수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이 터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꼬장꼬장한 한 검사에 쏠렸다. 그는 "뇌물 사건에 물증이 어디 있느냐"라며 집요하게 홍씨를 추궁했다. 마침내 홍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박 의원은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지만 검사는 "뇌물 사건의 80%는 물증이 없다. 현금으로 주기 때문"이라며 맞받았다.

검사는 박 의원을 구속하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누렸다. 국회의원도 되고, 여당의 대표도 됐다. 지난해에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뽑혔다. 무상급식 중단 선언으로 일약 대권후보로 부상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늘 '쫓는' 쪽이었다. 그러나 미래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고 했듯 이젠 '쫓기는' 입장에서 수사를 방어해야 하는 홍 지사다. 홍 지사도 '성완종 게이트'에 본인이 엮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홍 지사는 자신이 공들여 수사했던 박 의원과 같은 처지가 됐다. 어떤 면에선 더 불리하다. '성완종 메모'에 포함된 8인 가운데 검찰이 첫 타깃으로 홍 지사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비박'인 홍 지사를 제물삼아 '성완종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권 차원의 엄호 없이 홀로 수사를 받게 된 홍 지사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향후 수사과정에서 쟁점이 될 네 가지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일요시사>가 주목한 관전포인트는 순서대로 ▲윤승모의 진술 여부 ▲홍준표의 회유 여부 ▲검찰의 별건 수사 ▲홍준표에 대한 기소 여부다.

[관전포인트 1]
윤승모의 진술

최근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사실상 검찰의 공식 입장을 전해온 <연합뉴스>는 지난달 28일 '성완종 리스트 첫 수사 타깃에 이완구·홍준표'라는 기사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찰의 첫 수사 타깃으로 지목됐다"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성완종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달 29일 홍 지사 측 일정 담당비서를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홍 지사에 대한 소환시기를 저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에 대한 조사는 늦어도 이달 중순께는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음을 알렸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당시 경남기업 회장은 부하직원인 박준호 상무와 이용기 비서실장을 대동하고 윤 전 부사장을 만나 1억원을 전달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7일 관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 회장의 금고 관리인으로 지목된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1억원의 행방을 검찰 쪽에 밝혔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성 회장이)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줬다"라고 진술했다.

아울러 검찰은 병원에 입원 중인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가 의미 있는 진술을 추가로 받아냈다. 수사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 전 부사장은 지난 2011년 성 회장의 지시로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출마한 홍 지사를 찾아가 현금 1억원을 직접 건넸다. 윤 전 부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전 부사장으로부터 쇼핑백에 담긴 돈을 넘겨받았다"라는 등의 구체적인 묘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부사장은 지난 3일과 4일 검찰에 소환돼 관련 정황을 추가로 진술했다.


게이트 연루 홍준표 검찰 수사 초읽기
2011년 6월 당 전대서 1억 수수 의혹

이미 검찰은 홍 지사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에서 윤 전 부사장을 만난 것으로 보고 홍 지사의 과거 행적을 쫓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시점의 정확한 동선 파악을 위해 성 회장 등 사건 관련자의 사소한 기록도 대부분 수거했다. 하이패스 단말기 통행기록, 휴대전화 통화기록, 송수신 기지국 위치 정보 등을 확보한 검찰은 지금껏 나온 진술과 분석한 자료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홍 지사는 연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사건 초기와 비교하면 훨씬 여유로운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홍 지사는 "망자의 일방적인 메모는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며 "고인이 쓴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재판에 가더라도 성 회장이 남긴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홍 지사는 다음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수사는 일방적으로 성 회장 쪽 사람들의 진술에 불과하다"라며 "앙심을 품고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 하나가 올무가 되어 나를 옥죄고 있지만, 올무는 곧 풀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성 회장이 사망한 까닭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핵심 증거는 '윤승모의 입'이란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윤 전 부사장이 성 회장과 홍 지사의 가교 역할을 했던 만큼 그의 진술이 흔들린다면 홍 지사에 대한 혐의 입증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앞서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에서도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번복되자 원고 패소한 바 있다.

[관전포인트 2]
홍준표의 회유

현재로써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 모두 1억원의 존재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배달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홍 지사 주장의 요지는 성 회장이 돈을 전달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홍 지사는 "정치판에 앉아 있으면 (정치인과) 교제하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사례가 많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 지사는 "(나를 이용한 누군가가) 홍준표의 이름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전 부사장은 자신이 1억원을 받아 홍 지사에게 전달했음을 시인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성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냐"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무슨 배달사고냐. 웃기지도 않는다"라는 입장을 지인에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에는 홍 지사의 측근 2~3명을 출국금지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출국금지될 인물은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선 경상남도 서울본부에서 근무 중인 A씨의 소환 및 체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3월19일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 서울본부 운영 실태 공개'라는 기사에서 서울본부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서울본부는 홍 지사의 대권을 겨냥한 전진기지로 의심됐다. 서울본부 직원들은 최근까지 국회·언론 등 여러 기관을 상대로 홍 지사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본부에는 홍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계약직 공무원 다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A씨는 2001년 10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홍 지사의 보좌관을 지냈다. 검찰은 금명간 A씨를 조사해 윤 전 부사장이 당시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는지, 이 과정에서 돈이 직접 전달됐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A씨가 홍 지사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 '대표님'(홍 지사를 지칭하는 말)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과 증거 인멸을 계획할 수 있다. 이때 검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측근이 구속된다면 홍 지사가 받는 압박은 몇 배로 커질 수밖에 없다.


홍준표 '1억 줬다' 윤승모 진실 공방
가족·측근 겨냥 별건으로 수사 가능성

실제 홍 지사 쪽은 수사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증거인 '윤승모의 입'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복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홍 지사의 측근인 B씨는 지난 12일 저녁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윤 전 부사장과 통화에서 "(성완종한테서) 돈 온 것 자체를 부인하기는 힘들었던 모양이지"라고 말했으며, 윤 전 부사장은 "그거는 안 되죠"라고 답했다. 또 "너한테 (돈이) 온 게 문제네. 그냥 경선 살림에 보탰다고 하면 안 되나"라고 하자 윤씨는 "그게 말이 돼요"라고 반발했다. 정리하자면 '홍 지사에게 돈을 줬다'라고 증언하지 말라는 압박인 셈이다.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자 B씨는 "알고 지낸 사이여서 전화한 것이지 회유는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B씨는 윤 전 부사장과 한때 국회에서 일했으며, 지난 2006~2007년 홍 지사(당시 의원) 의원실의 보좌관을 지냈다.

홍 지사 역시 "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진상을 알아보려 한 것을 회유라고 함은 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홍 지사는 B씨에게 '쓸데없는 통화는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과정에서 의심스런 통화기록은 증거인멸로 간주한다는 검찰의 속성을 홍 지사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관전포인트 3]
검찰의 별건 수사


홍 지사는 지난달 30일 검찰 수사를 대비한 작정 발언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성 회장과 만난 시기를 바로 잡으며 "성 회장을 처음 본 것은 2010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모 의원님 지역구 당원대의원대회에 초청받아 선거운동을 하러 간 천안의 한 곰탕집 인근에서였다"라고 정정했다. 앞서 홍 지사는 "성 회장을 2011년 당대표가 되고 나서 처음 만났다"라고 말했다. 수사 착수 며칠 만에 말을 바꾼 셈이다.

나아가 홍 지사는 "처음 <경향신문> 인터뷰를 보고 (메모 내용이) 양심이라고 판단했었다"라며 "그런데 진경스님 인터뷰나 금고지기(한 전 부사장)의 인터뷰를 보면 (이전과 달리) 메모의 진실성에 의구심이 든다. 성완종 측근 쪽에서도…"라고 검찰 브리핑을 반박하는 뉘앙스를 흘렸다.

홍 지사는 현재 고대 법대 및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모 변호사, 한 로펌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수사 경험과 법조계 인맥을 총동원해 방어전선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홍 지사에 대한 별건 수사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홍 지사가 쉽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피의자의 약한 고리를 건들겠다는 계산이다. 당장 검찰은 홍 지사 주변에 대한 탐문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수사' 때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별건 첩보가 활용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홍 지사의 처남 이모씨는 1억원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건설업체 대표 김모씨는 지난 3월 "이씨가 매형(홍 지사)의 힘으로 '서울 영등포교도소 부지 철거 사업권을 따주겠다'라며 1억1000만원을 뺏어갔다"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실은 베일에 가려 있다가 '성완종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야 기사화됐다. 경찰이 언론에 흘린 것이다. 또 보도되지 않은 내용 가운데는 홍 지사의 친족을 엮은 인사 의혹이 지펴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관전포인트 4]
구속? 불구속?

법조계 안팎에선 홍 지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면 홍 지사의 소명과 상관없이 기소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돈의 출처가 확실하고 ▲전달자가 있으며 ▲시점과 장소가 구체적으로 특정됐기 때문이다

공소시효에서도 자유롭다. 대가성이 있는 뇌물죄를 적용하면 홍 지사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받은 금품액수가 1억원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 위반에 포함된다.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정치자금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1인당 기부 한도(500만원)를 초과한 돈을 받은 까닭에 사법처벌이 유력하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아울러 홍 지사가 당시 여당의 당대표로 '위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

문제는 구속수사 여부다. 현직 자치단체장이 당선 전 저지른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될 확률은 매우 낮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라는 신분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든든한 '방패막이'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힘들여 홍 지사의 혐의를 밝혀내더라도 최종 유죄 확정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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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