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검찰 첫 타깃' 홍준표 수사 관전포인트 넷

벼르는 검찰 VS 비웃는 준표 "너를 잡아야 내가 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완종 게이트'의 파장이 4·29재보선을 기점으로 사그라지고 있다. 메모에 적힌 8인 가운데 2명으로 수사의 궤적이 좁혀진 모양이다. 검찰의 첫 타깃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홍 지사를 제물삼아 '성완종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러나 홍 사시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유죄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뇌물사건은 물증이 없는 경우가 한 80%는 됩니다. 물증 없이 유죄가 확정된 경우가 어디 한둘입니까."

1993년 '6공 황태자' 박철언 의원은 검찰이 쳐놓은 수사망에 걸렸다. 슬롯머신의 대부 정덕진·정덕일 형제는 "세무조사 무마 목적으로 홍성애씨를 통해 박 의원에게 5억원을 건넸다"라고 폭로했다. 당시 박 의원은 "홍씨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챘을지 모른다"라며 뇌물수수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이 터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꼬장꼬장한 한 검사에 쏠렸다. 그는 "뇌물 사건에 물증이 어디 있느냐"라며 집요하게 홍씨를 추궁했다. 마침내 홍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박 의원은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지만 검사는 "뇌물 사건의 80%는 물증이 없다. 현금으로 주기 때문"이라며 맞받았다.

검사는 박 의원을 구속하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누렸다. 국회의원도 되고, 여당의 대표도 됐다. 지난해에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뽑혔다. 무상급식 중단 선언으로 일약 대권후보로 부상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늘 '쫓는' 쪽이었다. 그러나 미래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고 했듯 이젠 '쫓기는' 입장에서 수사를 방어해야 하는 홍 지사다. 홍 지사도 '성완종 게이트'에 본인이 엮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홍 지사는 자신이 공들여 수사했던 박 의원과 같은 처지가 됐다. 어떤 면에선 더 불리하다. '성완종 메모'에 포함된 8인 가운데 검찰이 첫 타깃으로 홍 지사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비박'인 홍 지사를 제물삼아 '성완종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권 차원의 엄호 없이 홀로 수사를 받게 된 홍 지사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향후 수사과정에서 쟁점이 될 네 가지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일요시사>가 주목한 관전포인트는 순서대로 ▲윤승모의 진술 여부 ▲홍준표의 회유 여부 ▲검찰의 별건 수사 ▲홍준표에 대한 기소 여부다.

[관전포인트 1]
윤승모의 진술

최근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사실상 검찰의 공식 입장을 전해온 <연합뉴스>는 지난달 28일 '성완종 리스트 첫 수사 타깃에 이완구·홍준표'라는 기사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찰의 첫 수사 타깃으로 지목됐다"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성완종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달 29일 홍 지사 측 일정 담당비서를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홍 지사에 대한 소환시기를 저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에 대한 조사는 늦어도 이달 중순께는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음을 알렸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당시 경남기업 회장은 부하직원인 박준호 상무와 이용기 비서실장을 대동하고 윤 전 부사장을 만나 1억원을 전달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7일 관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 회장의 금고 관리인으로 지목된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1억원의 행방을 검찰 쪽에 밝혔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성 회장이)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줬다"라고 진술했다.

아울러 검찰은 병원에 입원 중인 윤 전 부사장을 찾아가 의미 있는 진술을 추가로 받아냈다. 수사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윤 전 부사장은 지난 2011년 성 회장의 지시로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출마한 홍 지사를 찾아가 현금 1억원을 직접 건넸다. 윤 전 부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전 부사장으로부터 쇼핑백에 담긴 돈을 넘겨받았다"라는 등의 구체적인 묘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부사장은 지난 3일과 4일 검찰에 소환돼 관련 정황을 추가로 진술했다.


게이트 연루 홍준표 검찰 수사 초읽기
2011년 6월 당 전대서 1억 수수 의혹

이미 검찰은 홍 지사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에서 윤 전 부사장을 만난 것으로 보고 홍 지사의 과거 행적을 쫓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시점의 정확한 동선 파악을 위해 성 회장 등 사건 관련자의 사소한 기록도 대부분 수거했다. 하이패스 단말기 통행기록, 휴대전화 통화기록, 송수신 기지국 위치 정보 등을 확보한 검찰은 지금껏 나온 진술과 분석한 자료의 일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홍 지사는 연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사건 초기와 비교하면 훨씬 여유로운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홍 지사는 "망자의 일방적인 메모는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며 "고인이 쓴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재판에 가더라도 성 회장이 남긴 메모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홍 지사는 다음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수사는 일방적으로 성 회장 쪽 사람들의 진술에 불과하다"라며 "앙심을 품고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 하나가 올무가 되어 나를 옥죄고 있지만, 올무는 곧 풀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성 회장이 사망한 까닭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핵심 증거는 '윤승모의 입'이란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윤 전 부사장이 성 회장과 홍 지사의 가교 역할을 했던 만큼 그의 진술이 흔들린다면 홍 지사에 대한 혐의 입증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앞서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에서도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번복되자 원고 패소한 바 있다.

[관전포인트 2]
홍준표의 회유

현재로써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 모두 1억원의 존재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배달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홍 지사 주장의 요지는 성 회장이 돈을 전달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홍 지사는 "정치판에 앉아 있으면 (정치인과) 교제하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사례가 많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 지사는 "(나를 이용한 누군가가) 홍준표의 이름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전 부사장은 자신이 1억원을 받아 홍 지사에게 전달했음을 시인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성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냐"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무슨 배달사고냐. 웃기지도 않는다"라는 입장을 지인에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에는 홍 지사의 측근 2~3명을 출국금지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출국금지될 인물은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선 경상남도 서울본부에서 근무 중인 A씨의 소환 및 체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3월19일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 서울본부 운영 실태 공개'라는 기사에서 서울본부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서울본부는 홍 지사의 대권을 겨냥한 전진기지로 의심됐다. 서울본부 직원들은 최근까지 국회·언론 등 여러 기관을 상대로 홍 지사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본부에는 홍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계약직 공무원 다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A씨는 2001년 10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홍 지사의 보좌관을 지냈다. 검찰은 금명간 A씨를 조사해 윤 전 부사장이 당시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는지, 이 과정에서 돈이 직접 전달됐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A씨가 홍 지사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 '대표님'(홍 지사를 지칭하는 말)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과 증거 인멸을 계획할 수 있다. 이때 검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측근이 구속된다면 홍 지사가 받는 압박은 몇 배로 커질 수밖에 없다.


홍준표 '1억 줬다' 윤승모 진실 공방
가족·측근 겨냥 별건으로 수사 가능성

실제 홍 지사 쪽은 수사과정에서 가장 유력한 증거인 '윤승모의 입'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복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홍 지사의 측근인 B씨는 지난 12일 저녁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윤 전 부사장과 통화에서 "(성완종한테서) 돈 온 것 자체를 부인하기는 힘들었던 모양이지"라고 말했으며, 윤 전 부사장은 "그거는 안 되죠"라고 답했다. 또 "너한테 (돈이) 온 게 문제네. 그냥 경선 살림에 보탰다고 하면 안 되나"라고 하자 윤씨는 "그게 말이 돼요"라고 반발했다. 정리하자면 '홍 지사에게 돈을 줬다'라고 증언하지 말라는 압박인 셈이다.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자 B씨는 "알고 지낸 사이여서 전화한 것이지 회유는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B씨는 윤 전 부사장과 한때 국회에서 일했으며, 지난 2006~2007년 홍 지사(당시 의원) 의원실의 보좌관을 지냈다.

홍 지사 역시 "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진상을 알아보려 한 것을 회유라고 함은 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홍 지사는 B씨에게 '쓸데없는 통화는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과정에서 의심스런 통화기록은 증거인멸로 간주한다는 검찰의 속성을 홍 지사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관전포인트 3]
검찰의 별건 수사


홍 지사는 지난달 30일 검찰 수사를 대비한 작정 발언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성 회장과 만난 시기를 바로 잡으며 "성 회장을 처음 본 것은 2010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모 의원님 지역구 당원대의원대회에 초청받아 선거운동을 하러 간 천안의 한 곰탕집 인근에서였다"라고 정정했다. 앞서 홍 지사는 "성 회장을 2011년 당대표가 되고 나서 처음 만났다"라고 말했다. 수사 착수 며칠 만에 말을 바꾼 셈이다.

나아가 홍 지사는 "처음 <경향신문> 인터뷰를 보고 (메모 내용이) 양심이라고 판단했었다"라며 "그런데 진경스님 인터뷰나 금고지기(한 전 부사장)의 인터뷰를 보면 (이전과 달리) 메모의 진실성에 의구심이 든다. 성완종 측근 쪽에서도…"라고 검찰 브리핑을 반박하는 뉘앙스를 흘렸다.

홍 지사는 현재 고대 법대 및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모 변호사, 한 로펌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수사 경험과 법조계 인맥을 총동원해 방어전선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홍 지사에 대한 별건 수사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홍 지사가 쉽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피의자의 약한 고리를 건들겠다는 계산이다. 당장 검찰은 홍 지사 주변에 대한 탐문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수사' 때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별건 첩보가 활용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홍 지사의 처남 이모씨는 1억원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건설업체 대표 김모씨는 지난 3월 "이씨가 매형(홍 지사)의 힘으로 '서울 영등포교도소 부지 철거 사업권을 따주겠다'라며 1억1000만원을 뺏어갔다"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실은 베일에 가려 있다가 '성완종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야 기사화됐다. 경찰이 언론에 흘린 것이다. 또 보도되지 않은 내용 가운데는 홍 지사의 친족을 엮은 인사 의혹이 지펴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관전포인트 4]
구속? 불구속?

법조계 안팎에선 홍 지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면 홍 지사의 소명과 상관없이 기소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돈의 출처가 확실하고 ▲전달자가 있으며 ▲시점과 장소가 구체적으로 특정됐기 때문이다

공소시효에서도 자유롭다. 대가성이 있는 뇌물죄를 적용하면 홍 지사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받은 금품액수가 1억원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 위반에 포함된다.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정치자금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1인당 기부 한도(500만원)를 초과한 돈을 받은 까닭에 사법처벌이 유력하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아울러 홍 지사가 당시 여당의 당대표로 '위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

문제는 구속수사 여부다. 현직 자치단체장이 당선 전 저지른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될 확률은 매우 낮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라는 신분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든든한 '방패막이'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힘들여 홍 지사의 혐의를 밝혀내더라도 최종 유죄 확정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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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