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20)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회장

'대통령 동생의 친구' 법망 요리조리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연속기획' 20화를 맞아 서울시 밖의 체납자를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이번 화의 주인공은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회장이다.

고향, 출신 학교, 성장과정, 과거 직업. 그 무엇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회장(이하 신삼길)은 베일 속에 가려 있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신삼길은 현재 감옥에 있다.

베일 속 인물

신삼길 정도의 유명 인사라면 그를 아는 사람이 나올 법한데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학교를 같이 다녔다거나 회사를 같이 다녔다는 사람도 없다. 선원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친구라고는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이 전부인 듯 보인다.

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은 신삼길과 막역한 친구로 전해진다. 박 회장은 2013년 말 수감 중이던 신삼길을 찾아가 일반면회를 신청했다. 당시 박 회장은 언론보도가 나오자 측근을 통해 "친구 사이여서 위로 차원으로 찾아간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박 회장과 신삼길은 이른바 '58년 개띠 모임'으로 2004년 무렵부터 자주 어울렸다. 박 회장의 누나가 당시 유력 정치인이었던 까닭에 주변에선 신삼길을 의뭉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관련한 의심은 신삼길이 삼화저축은행 사태로 구속기소되자 들불처럼 번졌다. 그러나 박 회장은 "순수한 친구 사이"라며 제기된 의혹을 일축했다.


신삼길은 올 상반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잔여 형기는 2개월 남짓 남은 상황이다. 3년 이상의 장기수라 교정본부 차원의 감형도 가능한데 실제 출소일은 알려지지 않았다. 감옥에서 나올 신삼길에게는 거액의 체납세금이 기다리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신삼길은 2002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29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체납한 국세는 350억9700만원이다. 신삼길이 탈루한 세금의 대부분은 삼화저축은행이 아닌 그가 설립한 ㈜모나코에서 파생됐다. ㈜모나코는 귀금속 제조·수출업을 하는 회사로 1999년 7월 설립됐다.

㈜모나코는 소위 금지금(순도 99.5% 이상의 금괴) 무역으로 돈을 벌었다. 말이 무역이지 사실상 국가를 상대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아 부당수익을 챙겼다. 당시 정부는 수출을 위해 수입한 금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는 '영세율 제도'를 운용했다. 이를 악용한 신삼길은 1999~2004년 '폭탄업체(세금을 내지 않고 폐업하는 업체)'를 동원해 수백억원의 부가가치세를 포탈했다.

신삼길은 2000년 7월 시계 및 귀금속제품 도매를 업종으로 등록한 ㈜골든힐21을 추가로 세웠다. ㈜모나코와 다른 회사지만 실제 수익구조는 금지금 무역으로 비슷했다. 이 회사는 2004년 정부로부터 2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신삼길은 불과 4년 만에 ㈜골든힐21을 누적매출 1조2000억원대의 회사로 일궜다.

국세청 350억9700만원 체납 
세금 벌금 징역 모조리 감면
하루 3000만원 황제노역까지

그러나 신삼길의 성공가도는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8월 첫 번째 시련을 맞았다. 당시 검찰은 전체 금 매입가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254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신삼길을 구속했다. 2008년 6월 벌어진 1심에서 재판부는 징역 9년에 벌금 800억원의 중형을 신삼길에게 선고했다.

그런데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신삼길의 '금지금 변칙거래' 상당수를 법원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2009년 2월 서울고등법원(이하 서울고법)은 신삼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50억원을 선고했다. 신삼길은 선고 직후 사복으로 갈아입고 감옥을 빠져 나왔다. 대법원은 2010년 원심을 확정했다.


논란의 2심 판결로 신삼길은 거액의 벌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노역 일당은 3000만원으로 책정돼 구속기간만큼 벌금이 탕감됐다. 이렇게 깎아준 벌금은 130억원에 달했다. 남은 20억원은 내지 않고 있다가 2011년 3월 다시 구속되면서 노역으로 면피했다.

신삼길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5∼2007년 종로세무서는 ㈜모나코가 탈루한 325억289만원에 대해 세금을 부과했으나 ㈜모나코의 수입이 없자 신삼길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했다. 그러자 신삼길은 "자신이 과점주주가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신삼길의 내연녀 등 서류상 주주들이 이 사실을 몰랐다는 데 있었다. 이들은 ㈜모나코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참석한 적 없는 '유령주주'였다. 법원은 "사실상 신삼길이 회사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었다"라며 종로세무소의 손을 들어줬다. 단 시효를 넘긴 세금 59억여원에 대해서는 부과를 취소하면서 "제척기간을 지키지 않았다"라고 판시했다.

신삼길은 ㈜모나코, ㈜골든힐21로 번 돈을 저축은행 인수에 쏟아 부었다. 삼화저축은행은 2004년 인수 후 2010년 총 자산규모가 1조3000억원을 넘었다. 이처럼 회사가 급성장한 배경에 정·관계 인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신삼길은 이 무렵 박 회장 외에도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친교를 맺었다.

당시 신삼길은 골프를 사교 통로로 활용했다. 골프장에선 '세미프로'로 통했다. 40여일 사이 홀인원을 두 번이나 기록했다. 유명 방송사 골프대회의 메인 스폰서였으며,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프로골퍼에게 선물을 제공했다. 이를 위해 '스포츠 주얼리'란 장신구도 특수 제작했다.

이처럼 신삼길은 출신이 불분명한 자신의 '핸디캡'을 '씀씀이'로 메웠다. 저축은행 수사 당시 정관계 향응 접대 의혹이 나온 건 이 때문이다. 신삼길의 회장 행세는 이명박정부 중반을 넘기지 못했다. 검찰은 560억원대 불법·부실대출 등 혐의로 신삼길을 구속했다. 1심에서 법원은 신삼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2심은 신삼길에게 우호적이었다. 2013년 6월 서울고법은 특가법상 횡령·배임·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신삼길에게 원심을 깨고,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벌금은 1000만원을 판결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다른 저축은행 사건에 비해 피해액이 크지 않고 피고인의 건강이 나쁜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해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정관계 친교

신삼길은 감옥에 있으면서도 고혈압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법원은 신삼길의 금지금 변칙 유통을 추가로 확인해 형을 더했다. 신삼길은 지난 2009년 박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를 회사 고문으로 영입하며 주가를 높였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 '대통령 동생의 친구'는 높아진 혈압으로 격세지감을 체감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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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