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검찰 대기업 수사 다음 타깃

"재벌비리 이슈 갈 데까지 끌고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대기업 사정 정국이 올 4월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각 수사의 핵심 인물들이 속속 검찰에 소환되면서 '부패와의 전면전'이 성과를 낸 것으로 홍보될 전망이다. 재계의 반발 속에 정부는 또 다른 대기업 수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부만 도려내겠다"던 검찰의 공언은 지켜질 수 있을까.

재계가 아우성이다. 대기업 사정 정국에 온갖 경로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검찰 수사로 정상적인 기업들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라며 재계 입장을 대변했다. 언론은 앞 다퉈 김 회장의 말을 받아썼다. 검찰 수사가 대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란 논지였다.

재계 아우성
검찰 의지는?

그러나 대기업 수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 실질적인 기소까지는 여러 과정이 남아 있다. 포스코와 경남기업, 동국제강에 대한 수사는 혐의 입증을 위해 퍼즐을 맞추는 단계다. 핵심 피의자는 손도 대지 못했다. 현 시점에서 수사가 어디까지 진전될지는 알 수 없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결국 의지에 달린 문제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30일 '표적수사설 포스코 사정 난항 막전막후'란 기사에서 검찰의 포스코 수사와 관련한 여러 쟁점을 전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도 잡지 못하는 ‘용두사미’ 수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포스코 수사는 김진태 검찰총장이 부임한 후 기획된 첫 특수 수사다. 사정기관의 중추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그간 기업이 아닌 인물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여 왔다. 대표적인 수사가 바로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 등 박근혜정부의 굵직한 대기업 수사는 대부분 전임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 시절 이뤄졌다.


현재까지 나온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대기업 수사를 불필요하게 확대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검찰 출입기자들은 신세계, 동부그룹 등이 연루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더는 기사화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달 17일 작심한 듯 발언했다. 대검찰청 간부회의 자리에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고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함으로써 수사 대상자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길 바란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날 김 총장의 발언은 일부 재계의 '민원'을 의식한 제스처로 풀이됐다.

재계 길들이기
정계 길들이기

한 대기업 관계자는 "퇴사자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검찰이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어 억울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 역시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포스코 수사를 수습하지 못하면 다음 수사는 검찰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며칠 발품 뛰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아이템이 몇 개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아이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대기업 사정 정국의 서막을 알린 포스코 수사는 경남기업, SK건설 등 건설업계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포스코(포스코건설)와 경남기업 수사는 출구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 두 수사 모두 사실상 BH(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셈이라 '적당한 선에서 끝낼 수 없다'라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 SK건설 건은 다르다. 새만금방수제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SK건설은 김 총장이 직접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수사를 앞두고 있다. 위에서 내린 수사가 아닌 '아래'에서 올린 수사다.


포스코·경남·동국…잇단 수사
'김진태식' 특수수사 시험대

김 총장의 조직 장악력을 시험할 수 있는 수사지만 검찰 안팎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담합에서 더 나올 부분(비자금)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미 SK건설을 비롯한 관련 기업의 조사가 끝나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중행보로 재계의 애를 태우고 있다. 대기업 사정 태풍이 '기업 길들이기'는 아니라면서도 은근히 별건 수사를 통해 묵은 비리를 들추는 형국이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교육부를 통해 중앙대에 특혜를 주는 대신 두산그룹으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알렸다. 불과 며칠 전까지 확대해석을 경계했던 검찰은 이날 대기업을 겨냥한 전면적인 수사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당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박 회장은 중앙대 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박 전 수석에게 특혜를 준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퇴임한 지 1년만인 2013년 3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엔진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대가가 있는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관련 정황도 대부분 파악했다. 박 전 수석이 두산엔진으로부터 사외이사 급여로 5800만원을 지급받았고, 이사회에 8번 밖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흘러나왔다. 또 중앙대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의 통합, 적십자간호대학 인수 과정에서 박 전 수석이 교육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도 공개됐다.

이밖에도 박 전 수석은 동대문 두산타워 상가 두 곳의 임차권(전세권)을 두산그룹의 특혜를 받아 배우자 명의로 취득했다는 의혹, 자신의 장녀 박모씨를 중앙대 예술대 교수로 채용시키는 과정에서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모든 고리는 두산그룹과 연결돼 있으며, 박 회장에 대한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의 방향이 이명박정부에서 두산그룹으로 옮겨진 모습이다.

재보선 앞두고
박 지지율 상승

사석에서 만난 한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다 털면 우리도 힘들고 기업도 힘들다"라면서 "서로 물고 뜯으면 이득 보는 사람이 있겠지"라고 말했다. 검찰 공식적으로는 '기획수사'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검찰 직원을 뺀 나머지 시민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박근혜정부가 정권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부패와의 전면전'을 꺼냈다는 분석에 수긍하고 있다. 또 4·29재보선이 끝날 때까지 지금의 사정 드라이브는 계속될 것이란 게 주된 예측이다. 바꿔 말하면 검찰의 타깃이 된 기업 입장에선 29일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압수수색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딜레마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사의 시작은 압수수색이다. 압수수색은 수사 대상자에 대한 혐의를 찾기 위한 것도 있지만 상대를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다. 기업이 압수수색을 당하면 우리가 장부나 자료를 몽땅 가져가기 때문에 업무가 마비된다. 수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은 손해를 본다. 때문에 대기업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호한다. 뺏긴 자료를 일찍 찾으려면 어느 정도 우리와 협상해야 한다. 검사는 그 협상 지점을 잘 안다. 처음부터 죄가 없다고 버티다가는 곤란해지는 것이다."

관련 설명을 적용하면 현재 검찰 수사의 두 축인 포스코와 경남기업은 서로 다른 수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최근 경남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했고, 이미 회사는 경영악화가 진행돼 법정관리·상장폐지까지 내몰린 상태다. 성 회장은 금전적으로 잃을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수사의 강도도 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해외자원개발 비리에 연루된 성 회장을 지난 3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압수수색으로부터 18일 만에 수사의 정점에 이른 것이다.

검찰은 이주 내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성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성 회장이 지난 정권과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수사가 의외의 곳으로 전개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반대로 포스코 수사의 핵심 인물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미뤄지고 있다. 경남기업보다 수사 착수가 빨랐음에도 '윗선'에 이르지 못한 검찰이다. 수사의 분수령은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의혹을 정리해가는 중인데 그 시점은 4월 중순 정도가 아니겠느냐"라고 예측했다.

'부패와의 전면전' 올인
업군별 수사확대 가능성

변수는 포스코 현 경영진의 개입이다. 법조계에서는 포스코가 받고 있는 피해가 큰 만큼 회사 차원에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적당한 선에서 '제물'을 찾아 올릴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비자금이 워낙 복잡한 경로로 상납됐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는 전언이다.

각각 철을 다루는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까닭에 향후 수사가 제철업계로 번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빅3' 가운데 하나인 현대제철은 제철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도 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


오히려 롯데쇼핑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파생된 유통업계로의 수사 가능성이 더 그럴 듯 하게 회자된다. 그럼에도 롯데그룹 혹은 신세계그룹 전체를 향한 수사는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사정 설설설
진짜 수사는?

현 권력지형상 주목되는 기업은 A사다. 언론에 오르내리진 않았지만 지난 정권과 관계가 있어 잠재적인 사정 대상으로 지목된다. 대기업 B사는 몇몇 하청업체가 임금 명목으로 돈을 만들어줬는데 관련 비자금을 수합하는 과정에서 명망가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있다. 특수부 가운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서가 관련 사건을 맡을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첨단범죄수사부의 칼끝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최근까지 주로 다른 수사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지만 상반기 내에 독자적인 사건을 터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신들을 둘러싼 여러 소문에 검찰은 불편해하고 있지만 정작 불편해하는 쪽은 부정한 돈을 만든 기업 쪽이 아닌가 싶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출신 모시기 경쟁

대기업들이 법조계 고위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공직자 부정부패 근절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대신경제연구소가 주요 상장사 400개 정기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한 결과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법조인 출신은 15.5%에 달했다. 법원·검찰 출신은 5.8%, 법무법인 출신은 9.7%를 기록했다.

검찰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CJ오쇼핑은 검찰총장을 지낸 김종빈 화우 고문변호사를, CJ대한통운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최찬묵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각각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효성은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4연임시켰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동국제강은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을 지낸 정진영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포스코는 서울동부지검장 출신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를 선임했다. 대한항공은 지주사 한진그룹이 한강현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LG전자는 홍만표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2013년 GS에서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데 이어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자신이 수사를 지휘했던 오리온그룹에 고문으로 영입되며 논란을 빚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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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