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검찰 대기업 수사 다음 타깃

"재벌비리 이슈 갈 데까지 끌고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대기업 사정 정국이 올 4월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각 수사의 핵심 인물들이 속속 검찰에 소환되면서 '부패와의 전면전'이 성과를 낸 것으로 홍보될 전망이다. 재계의 반발 속에 정부는 또 다른 대기업 수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부만 도려내겠다"던 검찰의 공언은 지켜질 수 있을까.

재계가 아우성이다. 대기업 사정 정국에 온갖 경로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검찰 수사로 정상적인 기업들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라며 재계 입장을 대변했다. 언론은 앞 다퉈 김 회장의 말을 받아썼다. 검찰 수사가 대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란 논지였다.

재계 아우성
검찰 의지는?

그러나 대기업 수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 실질적인 기소까지는 여러 과정이 남아 있다. 포스코와 경남기업, 동국제강에 대한 수사는 혐의 입증을 위해 퍼즐을 맞추는 단계다. 핵심 피의자는 손도 대지 못했다. 현 시점에서 수사가 어디까지 진전될지는 알 수 없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결국 의지에 달린 문제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30일 '표적수사설 포스코 사정 난항 막전막후'란 기사에서 검찰의 포스코 수사와 관련한 여러 쟁점을 전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도 잡지 못하는 ‘용두사미’ 수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포스코 수사는 김진태 검찰총장이 부임한 후 기획된 첫 특수 수사다. 사정기관의 중추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그간 기업이 아닌 인물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여 왔다. 대표적인 수사가 바로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 등 박근혜정부의 굵직한 대기업 수사는 대부분 전임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 시절 이뤄졌다.


현재까지 나온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대기업 수사를 불필요하게 확대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검찰 출입기자들은 신세계, 동부그룹 등이 연루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더는 기사화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달 17일 작심한 듯 발언했다. 대검찰청 간부회의 자리에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고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함으로써 수사 대상자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길 바란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날 김 총장의 발언은 일부 재계의 '민원'을 의식한 제스처로 풀이됐다.

재계 길들이기
정계 길들이기

한 대기업 관계자는 "퇴사자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검찰이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어 억울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 역시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포스코 수사를 수습하지 못하면 다음 수사는 검찰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며칠 발품 뛰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아이템이 몇 개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아이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대기업 사정 정국의 서막을 알린 포스코 수사는 경남기업, SK건설 등 건설업계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포스코(포스코건설)와 경남기업 수사는 출구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 두 수사 모두 사실상 BH(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셈이라 '적당한 선에서 끝낼 수 없다'라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 SK건설 건은 다르다. 새만금방수제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SK건설은 김 총장이 직접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수사를 앞두고 있다. 위에서 내린 수사가 아닌 '아래'에서 올린 수사다.


포스코·경남·동국…잇단 수사
'김진태식' 특수수사 시험대

김 총장의 조직 장악력을 시험할 수 있는 수사지만 검찰 안팎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담합에서 더 나올 부분(비자금)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미 SK건설을 비롯한 관련 기업의 조사가 끝나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중행보로 재계의 애를 태우고 있다. 대기업 사정 태풍이 '기업 길들이기'는 아니라면서도 은근히 별건 수사를 통해 묵은 비리를 들추는 형국이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교육부를 통해 중앙대에 특혜를 주는 대신 두산그룹으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알렸다. 불과 며칠 전까지 확대해석을 경계했던 검찰은 이날 대기업을 겨냥한 전면적인 수사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당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박 회장은 중앙대 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박 전 수석에게 특혜를 준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퇴임한 지 1년만인 2013년 3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엔진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대가가 있는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관련 정황도 대부분 파악했다. 박 전 수석이 두산엔진으로부터 사외이사 급여로 5800만원을 지급받았고, 이사회에 8번 밖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흘러나왔다. 또 중앙대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의 통합, 적십자간호대학 인수 과정에서 박 전 수석이 교육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도 공개됐다.

이밖에도 박 전 수석은 동대문 두산타워 상가 두 곳의 임차권(전세권)을 두산그룹의 특혜를 받아 배우자 명의로 취득했다는 의혹, 자신의 장녀 박모씨를 중앙대 예술대 교수로 채용시키는 과정에서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모든 고리는 두산그룹과 연결돼 있으며, 박 회장에 대한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의 방향이 이명박정부에서 두산그룹으로 옮겨진 모습이다.

재보선 앞두고
박 지지율 상승

사석에서 만난 한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다 털면 우리도 힘들고 기업도 힘들다"라면서 "서로 물고 뜯으면 이득 보는 사람이 있겠지"라고 말했다. 검찰 공식적으로는 '기획수사'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검찰 직원을 뺀 나머지 시민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박근혜정부가 정권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부패와의 전면전'을 꺼냈다는 분석에 수긍하고 있다. 또 4·29재보선이 끝날 때까지 지금의 사정 드라이브는 계속될 것이란 게 주된 예측이다. 바꿔 말하면 검찰의 타깃이 된 기업 입장에선 29일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압수수색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딜레마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사의 시작은 압수수색이다. 압수수색은 수사 대상자에 대한 혐의를 찾기 위한 것도 있지만 상대를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다. 기업이 압수수색을 당하면 우리가 장부나 자료를 몽땅 가져가기 때문에 업무가 마비된다. 수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은 손해를 본다. 때문에 대기업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호한다. 뺏긴 자료를 일찍 찾으려면 어느 정도 우리와 협상해야 한다. 검사는 그 협상 지점을 잘 안다. 처음부터 죄가 없다고 버티다가는 곤란해지는 것이다."

관련 설명을 적용하면 현재 검찰 수사의 두 축인 포스코와 경남기업은 서로 다른 수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최근 경남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했고, 이미 회사는 경영악화가 진행돼 법정관리·상장폐지까지 내몰린 상태다. 성 회장은 금전적으로 잃을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수사의 강도도 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해외자원개발 비리에 연루된 성 회장을 지난 3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압수수색으로부터 18일 만에 수사의 정점에 이른 것이다.

검찰은 이주 내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성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성 회장이 지난 정권과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수사가 의외의 곳으로 전개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반대로 포스코 수사의 핵심 인물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미뤄지고 있다. 경남기업보다 수사 착수가 빨랐음에도 '윗선'에 이르지 못한 검찰이다. 수사의 분수령은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의혹을 정리해가는 중인데 그 시점은 4월 중순 정도가 아니겠느냐"라고 예측했다.

'부패와의 전면전' 올인
업군별 수사확대 가능성

변수는 포스코 현 경영진의 개입이다. 법조계에서는 포스코가 받고 있는 피해가 큰 만큼 회사 차원에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적당한 선에서 '제물'을 찾아 올릴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비자금이 워낙 복잡한 경로로 상납됐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는 전언이다.

각각 철을 다루는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까닭에 향후 수사가 제철업계로 번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빅3' 가운데 하나인 현대제철은 제철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도 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


오히려 롯데쇼핑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파생된 유통업계로의 수사 가능성이 더 그럴 듯 하게 회자된다. 그럼에도 롯데그룹 혹은 신세계그룹 전체를 향한 수사는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사정 설설설
진짜 수사는?

현 권력지형상 주목되는 기업은 A사다. 언론에 오르내리진 않았지만 지난 정권과 관계가 있어 잠재적인 사정 대상으로 지목된다. 대기업 B사는 몇몇 하청업체가 임금 명목으로 돈을 만들어줬는데 관련 비자금을 수합하는 과정에서 명망가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있다. 특수부 가운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서가 관련 사건을 맡을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첨단범죄수사부의 칼끝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최근까지 주로 다른 수사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지만 상반기 내에 독자적인 사건을 터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신들을 둘러싼 여러 소문에 검찰은 불편해하고 있지만 정작 불편해하는 쪽은 부정한 돈을 만든 기업 쪽이 아닌가 싶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출신 모시기 경쟁

대기업들이 법조계 고위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공직자 부정부패 근절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대신경제연구소가 주요 상장사 400개 정기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한 결과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법조인 출신은 15.5%에 달했다. 법원·검찰 출신은 5.8%, 법무법인 출신은 9.7%를 기록했다.

검찰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CJ오쇼핑은 검찰총장을 지낸 김종빈 화우 고문변호사를, CJ대한통운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최찬묵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각각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효성은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4연임시켰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동국제강은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을 지낸 정진영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포스코는 서울동부지검장 출신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를 선임했다. 대한항공은 지주사 한진그룹이 한강현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LG전자는 홍만표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2013년 GS에서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선임된데 이어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자신이 수사를 지휘했던 오리온그룹에 고문으로 영입되며 논란을 빚었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