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19)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돈도 사랑도 건강도 잃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20화를 앞두고 서울시 밖의 체납자를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19화는 '황제노역'의 주인공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다.

2013년 말 광주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 맨 꼭대기에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있었다. 그는 2009년 9월부터 주민세 등 모두 20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체납한 지방세는 13억2000만원이었다.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도 '허재호'의 이름이 있었다. 그는 2008년부터 양도소득세 등 2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밀린 국세는 119억3700만원이었다.

광주시 체납왕

허 전 회장은 이때만 해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뉴질랜드로 피신해 사업을 확장해도 별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문제가 없던 인물은 아니었다. 허 전 회장이 남긴 여러 형태의 채무가 대한민국 곳곳에 남아 있었다.

허 전 회장의 회사로 알려진 지에스건설㈜은 광주에서 고액체납법인 1위를 차지했다. 체납액은 14억5200만원으로 2009년부터 주민세 등 9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지에스건설㈜은 같은 해부터 종합부동산세도 체납했다.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은 30억7800만원이었다.

아파트 분양 사업을 벌였던 경기도에서는 지방세 수백억원을 체납했다. 경기도 용인시는 지에스건설㈜에 205억원을 과세했다. 앞서 허 전 회장은 지방세의 2배가 넘는 배상금을 분양 피해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최근 이들은 허 전 회장을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시간이 흘러 검찰의 수사 의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뿐만 아니라 허 전 회장은 전남 목포와 순천, 경북 구미, 충북 청주 등에 세금을 체납했다. 주력회사인 대주건설의 체납 세금은 2000만∼5300만원씩이었다. 또 그는 부산에도 부동산을 매입한 뒤 6억원의 토지세를 내지 않아 고액체납자로 등재돼 있었다.

지난해 허 전 회장은 이른바 '황제 노역'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과세당국은 허 전 회장을 겨냥한 추징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서 벌금과 세금은 다르다. 당시 검찰이 환수한 돈은 벌금일 뿐 세금은 아니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허 전 회장은 노역으로 탕감 받은 벌금 30억원을 제외하고 남은 224억원을 분할 상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체납 세금은 환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2014년 기준 136억원의 세금을 받기 위해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양벌리 땅(7만562㎡)을 공매에 넘겼다. 이 땅은 원래 보산물산이 갖고 있던 땅으로 허 전 회장은 과거 해당 부동산에 70여억원을 투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상 관련 투자금은 채무로 잡혀 있었다. 이를 확인한 국세청은 소송 끝에 토지의 실소유주가 허 전 회장임을 밝혀냈다.

지에스·대주건설·보산물산 수백억 체납
땅·건물·미술품·주식 등 숨겨둔 재산 다양

경매에 넘어간 '오포 땅'은 2014년 5월 한 건설업자가 181억원에 낙찰 받았다. 그러나 낙찰권자가 입찰보증금의 10%를 납부한 뒤 잔금을 내지 않아 지난 1월 재경매에 들어갔다. 오포 땅의 1순위 채권자는 제1금융권인데 이미 4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놓아 국세청이 기대할 수 있는 세입은 181억원보다 낮은 상황이다.

국세청은 모자란 세입을 충당하기 위해 가족들로부터 압류한 미술품에 대한 공매 절차를 밟았다. 허재호 일가가 소유한 서양화 54점과 동양화 53점 등 모두 107점의 미술품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됐다.

하지만 압류 미술품 전체 감정가는 1억8000여만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온전히 팔리지 않아 기대했던 세입을 거둘 수 없었다. 국세청은 허 전 회장 소유로 전해진 광주의 한 빌딩과 관련해 우선순위 채권을 놓고 제1금융권과 소송을 벌이는 등 채권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체납 세금 확보에 성공한 모습이다. 허 전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황모씨와 공동으로 소유한 ㅇ사 주식에 일찌감치 가압류를 걸었고, 전남 일대의 땅과 광주 소재 일부 상가 등에 대해서도 공매를 진행해 세입을 늘렸다는 평가다.

광주시 체납팀 관계자는 "허 전 회장 소유 ㅇ사 주식 20%(평가액 25억원 추정)에 대해 압류조처를 했고, 그 밖의 재산에 대해서도 파악해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안에 체납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뒤따라 ㅇ사의 '주임종 단기차입금' 채권 100억여원에 대한 압류를 시도했다.

광주시가 알린 허 전 회장의 미납 지방세는 14억원 규모다. 지난해 4월 국세청은 허 전 회장이 보유한 78억원상당의 주식에 대해 양도세와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 바람에 광주시는 따로 받을 세금이 3억원 더 늘었다. 지난해 말 허 전 회장은 "시가 7억∼8억원을 받을 수 있는 상가가 있다"라며 "세금 징수를 늦춰 달라"라고 광주시 쪽에 요구했다.

허 전 회장의 자택은 공매에 나온 지 오래다. 현재 그는 친인척 집에 얹혀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와는 사이가 나빠져 금전적인 도움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엔 지병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을 만큼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전 회장의 나이는 일흔셋으로 상당한 고령이다. 그렇지만 본인이 연루된 송사가 많아 몇 차례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허 전 회장의 한 지인은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경영을 잘못해 채무가 거의 1조원에 이른다. 차명 재산이 있어도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허 전 회장 쪽의 말만 믿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장 2014년 광주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보면 맨 꼭대기에 남재희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씨는 지방세 3억4100만원을 체납했고, 허 전 회장의 명의 신탁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 조사가 아니었다면 허 전 회장의 양도세 포탈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무당국 한 관계자는 "남씨가 옛날 대한화재해상보험 경영권 인수 과정에 이름을 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남씨가 대표로 있는 ㅅ사의 주식을 국가가 일부 확보하고 있고, 주당 가치가 100만원이 넘어 환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닉재산 있나

검찰은 지난해 9월 국세청으로부터 허 전 회장의 양도세 포탈 사건을 넘겨받았다. 지난 2002년 남씨를 포함한 지인 5명의 명의를 빌려 신탁해둔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을 2008∼2010년 매각하면서 양도소득세 6억4000만원을 내지 않았다는 혐의다.

이에 허 전 회장은 국세청의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차명 주식의 일부를 팔지 않고 증여했기 때문에 양도세가 5억원 이하라는 주장이다. 탈세한 양도세 금액이 5억원 이하면 공소시효가 5년으로 줄어든다. 조세심판원이 허 전 회장의 손을 들면 자연스레 2008년 있었던 사건은 사법 처벌을 할 수 없게 된다. 조세심판원의 판정은 올 상반기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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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