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특위 신축 사무실 가보니…

'문건 유출' 해양정책실 이상한 행보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금 도둑'으로 매도된 세월호특위 사무실은 기획재정부가 소유한 나라키움 저동빌딩에 마련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이 빌딩의 임대료를 정확히 '예언'했다. 입주를 주관한 해양수산부 정모 사무관은 특위 내부 문건을 정부·여당과 공유한 바 있다. 거듭된 문건 유출 배후로 해양정책실이 지목된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특위) 임시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본관. 지난 2일 세월호특위는 표결을 거쳐 정부가 입법예고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이하 시행령)'을 철회시키기로 의결했다. 앞서 이석태 세월호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행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위 파행 불가피

시행령에 따르면 세월호특위는 조직 규모가 대폭 축소(120명→90명)되고 진상규명을 비롯한 업무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영향(기획조정실장 파견) 아래 놓이게 된다. 또 상임위원(5명)을 제외한 파견 공무원의 숫자(42명)가 민간 조사·실무진(39명)보다 많아 독립성이 저해될 우려를 안고 있다. 시행령을 작성한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 김모 주무관은 이날 통화에서 "아직 시행령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의견을 반영하고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시행령 입법예고 기한은 오는 6일이다. 기한 종료 후 시행령이 확정되면 세월호특위는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이 위원장을 비롯한 다수 위원들은 시행령에 대한 위법·무효 확인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당 추천 위원들은 '시행령 철회 요구' 표결에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던지는 등 사실상 정부 안에 동조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추천한 조대환 세월호특위 부위원장은 지난 2월14일 4명의 여당 추천 위원과 함께 따로 해양수산부에 의견서를 보냈다. 정식 논의나 회의 없이 독자행동을 한 것이다. 김 주무관은 "(그들에게) 의견을 전달받은 것은 맞지만 별도의 법안(시행령)은 받은 적이 없다"라며 세간에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권영빈 세월호특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정부의 시행령 작성에 여당 측 위원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시행령에 적힌 문장 가운데 일부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여당 쪽 안에서 봤다"라며 "정부가 그 안을 그대로 짜깁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 위원장은 세월호특위 실무진에게 특위 활동 중단 지시를 내렸다. 임시 사무실을 비우고 새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하려던 이들은 단원고 유가족과 함께 거리로 내몰렸다.

지난 1일과 2일 기자는 서울 중구 나라키움 저동빌딩을 찾았다. 이곳 7층과 9층에선 세월호특위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는 4일까지 사무용품을 들여놓겠다는 공고도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9일이 입주 예정이라 그 전에 공사와 집기 배치를 끝낼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무실 내부는 회의 공간이 많았다. 일부 칸막이는 투명 유리를 사용해 로비에서 방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진상조사와 관련한 공간(조사실·녹취실·진상조사국 등)은 주로 7층에 있었다. 밀폐된 사무실 모퉁이 안쪽은 녹화와 녹음이 용이한 공간으로 전해진다.

사무실 예산만 삭감 없이 유지 왜?
새누리 문건 유출 정황 속속 드러나

위원장실과 부위원장실은 9층 양 모서리 끝과 끝에 있었다. 부원장실이 출구 쪽과 더 가까웠다. 부위원장실 옆에는 정책보좌관실이, 그 반대편에는 소위원장실과 비상임위원실이 있었다. 시행령이 강행 처리되면 진상규명위원장은 7층이 아닌 9층 사무실을 쓰게 된다. 특위 업무 정점에 있는 기획조정실은 설계 도면에 표시되지 않았다. 기획조정실장은 위원장이 아닌 부위원장(사무처장)의 지휘를 받게 된다.

인테리어 용역은 경쟁입찰이 아닌 '사후원가검토조건부 계약'에 따라 Y디자인과 D건축에 발주됐다. 관련 실무는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 쪽에서 세월호특위로 파견된 정모 사무관이 담당하고 있었다. 정 사무관은 "긴급한 사유가 있었고, 단가 등을 고려해 적합한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특위가 짠 최초 예산(240억원)에서 '사무실 임차보증금 등 청사 신설 및 확보비용'(이하 사무실 비용)은 65억8900만원이었다. 이후 특위는 내부 회의를 거쳐 예산 규모를 192억원으로 줄였다. 그런데 정부는 62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삭감해 130억원의 예산안을 통보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무실 비용만 예외로 뒀다는 것이다. 정 사무관은 "(예산안에서) 공사비가 아닌 (일반) 사업비를 삭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 규명' 및 '안전한 사회 건설'이 목적이지만 사무실 마련과 유지에 더 많은 돈을 쏟는 역설이 발생한 셈이다.

앞서 정 사무관은 지난달 20일 '주간업무보고' 형태로 세월호특위 내부 문건을 청와대·새누리당·정부·경찰에 전달해 물의를 빚었다. 정 사무관은 "그 일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지난 1월16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세월호특위를 겨냥해 "이런 세금도둑적 작태는 용서치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 의원은 세월호특위에 파견돼 있던 해양수산부 소속 김남규 서기관을 통해 내부 문건(최초 예산안 등)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서기관은 지난 2일 통화에서 '김 의원 측과 연락을 주고받았냐'는 물음에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부인했다. 현재 김 서기관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로 복귀했다.

놀랍게도 새누리당은 저동빌딩의 사무실 임대료를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새누리당 김현숙 대변인은 "중구 청사 월 임대료가 1억2700만원"이라며 "진짜 조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실무자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브리핑했다. 확인 결과 세월호특위가 사용할 저동빌딩 사무실 임대료는 1억2730만원이었다. 유출된 자료가 없었다면 확언하기 힘든 내용이다.
 

시행령을 작성한 김 주무관, 문건을 유출한 정 사무관, 김 의원 측과 연락한 김 서기관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혹은 해양정책실 산하 기관) 소속이다. 정 사무관에게서 문건을 전송받은 강용석 대통령비서실 부이사관의 직전 근무지도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국제협력총괄과)로 확인된다. 현재 해양정책실은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농림수산식품위원회)을 지낸 연영진씨가 실장(1급)을 맡고 있다.

연 실장은 세월호참사 당시 새누리당 '세월호사고 대책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앞서 김 의원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간사와 위원을 지냈다. 한 국회 출입기자는 "상임위 간사와 전문위원이면 서로 모를 리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기자는 '연 실장이 올 1월 정부로 복귀하면서 세월호특위와 관련해 김 의원으로부터 지침을 받은 것이 있는지' 물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 서기관은 "연 실장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 내가 판단해서 일했다"라고 주장했다.

거미줄 커넥션

연 실장이 정부로 돌아오자 그가 있던 국회는 대학 동문이 자리를 채웠다. 세월호사고 범정부대책본부 대변인을 지낸 박승기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은 연 실장과 한양대 토목공학과 동문이다. 박 전문위원은 지난달 20일 정 사무관으로부터 문건을 받아본 정부 측 인사다. 지난해 11월 청와대에 파견돼 있다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로 복귀한 송상근 해양환경정책관 역시 정 사무관에게서 메일을 받았다. 해양정책실로 얽힌 수상한 커넥션이 세월호특위의 독립성을 흔드는 모습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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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