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수사설' 포스코 사정 난항 막전막후

검찰 무리수?…벌써 출구전략 찾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포스코 수사가 암초에 부딪혔다. 수사의 중심이 비자금 용처에 맞춰지면서 혐의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란했던 시작과 달리 벌써부터 '배임죄' 얘기가 나오는 등 사실상 출구전략을 찾는 모양이다. 첫 관문인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자신만만한 분위기다. 그 '윗선'인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는 갈 길이 멀다.

"언론이 대단한 것처럼 얘기 하는데 성진지오텍 건은 별 의미가 없다. 이미 과거에 한두 차례씩 의혹이 제기됐던 것들이다. 지금과 같은 '먼지털이'로는 안 된다. 수사가 잘되고 있는지는 '그곳'을 들추는가 보면 알 수 있다."

박근혜정부
레임덕 기로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 25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진행 중인 포스코 수사와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를 전하며 언론에 친숙한 몇몇 이름을 꺼냈다. '영포회' '정준양' '박영준' '이상득' '이명박' 등등.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그 핵심에 이를 수 없을 것"이라며 수사 과정에 의문을 표했다. "다른 대기업 수사와 비교해 속도가 너무 더디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관계자가 지칭한 '그곳'은 동양종합건설이다. 최근 사정당국은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회장을 출국금지했다"라고 발표했다. 동양종합건설은 인도 제철소 건설공사를 포함해 2009년부터 4년간 포스코에서 해외공사 7건을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수주된 공사 규모는 2400억원에 달했다.

동양종합건설이 포스코가 발주한 공사에 참여한 시기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재임 기간과 대부분 일치한다. 포스코 안팎에선 '정준양이 배성로와 사적인 친분 때문에 해외공사 수주를 밀어줬다'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두 회장님'은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번 포스코 수사에 착수하면서 동양종합건설과 관련한 폭넓은 계좌추적에 들어갔다. 동양종합건설의 법인계좌와 배성로 회장의 개인계좌를 동시에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정 전 회장보다 그의 측근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의 금전 거래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비자금을 조성했더라도 정준양 측에게 직접 전달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관련 부분까지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 언론사 사주를 겸직한 배 회장은 대구·경북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정·관계에도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이명박정부 시절 '배 회장의 인맥'으로 불렸다. 포스코 내부에선 '올 것이 왔다'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포스코 잡도리
동양종건 관건

사정권에 들어온 동양종합건설은 펄쩍 뛴다. 해외공사 수주 특혜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배 회장 측은 "(포스코를 믿고) 해외공사에 참여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봤다"라며 "포스코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배 회장과 이른바 영포회 간의 커넥션 의혹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외사업 기준 2010년 20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동양종합건설은 이명박 대통령 퇴임 무렵, 무려 6배 이상이 증가한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특히 동양종합건설은 국가가 발주한 관급공사에서도 막대한 이득을 올렸다. 4대강 공사 당시 낙동강 5개 공구 가운데 3곳에 입찰했고, 3곳 모두 계약을 따냈다. 30공구에서는 공사를 책임진 포스코건설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 정권에서 동양종합건설은 일종의 '금기어'였다고 한다. 'S라인'(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힘의 결이 다른 원세훈 전 국정원장 쪽이 황보건설과 가깝게 지냈다면 영포회 쪽은 동양종합건설을 비호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로써는 검찰 수사의 방점이 정·관계로 흘러간 비자금 확인에 있는 만큼 관련 주장의 진위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동양종합건설을 온전히 수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영포회 내부 결속이 강해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역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영포회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한 포스코 출입기자는 흥미로운 지적을 했다. 취재원들이 배 회장을 '대구의 박연차'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 입장에서 동양종합건설은 드러나선 안 되는 '저수지'다. 여기서 말하는 저수지는 돈이 고여 있는 곳이다.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인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보다 배 회장에 대한 수사가 훨씬 민감하다고 전해진다. 이는 수사 첫 개시를 동양종합건설이 아닌 성진지오텍으로 했던 이유로 추정된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면서 성진지오텍조차 바로 겨누지 못하고 포스코 동남아사업단을 우회했다. 지난 2월 포스코 수사를 앞두고 만난 사정기관 관계자는 "명분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묵은 비리를 들춰내겠다는 것인데 '의도'는 있지만 '계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검찰의 고민은 압수수색을 위한 구실 찾기에 있었다.

동남아 비자금 규명 암초 "속도 더뎌" 
동양종건 배성로 회장 출금 '승부수'
기획은 청와대가 수습은 검찰이?

포스코에 대한 사정작업은 올 1월 초 시작됐다. 앞서 검찰은 포스코 내부 관계자를 통해 포스코 안에서 일어난 동남아사업단 감사 결과를 접했다. 이를 '크로스체킹'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정보가 샜다. '정준양 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던 일부 인사들은 신문기자와 접촉했다. 유명 언론매체가 취재에 들어가자 포스코로부터 '억대 인사'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 과정에서 기자도 은폐된 감사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지난해 8월 포스코건설 상무급 간부 2명이 베트남 파견업무(고속도로 공사) 중 보직해임 돼 한국으로 돌아왔다'라는 내용이다.

당시 복수 경로로 전해진 비위 사실과 사건 개요는 이랬다. 두 박모씨(모두 구속)는 2010∼2012년 포스코건설이 운영 중인 동남아사업단에서 1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 직원 10여명과 공모해 하도급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을 이용했다. 1인당 20억원씩 백머니(뒷돈)를 챙겼고, 남은 돈은 어디론가 상납했다. 두 박씨는 즉시 귀국했다.

이제부터 본 게임
정동화 구속 고비

그러나 포스코는 별도 조치 없이 이들을 대기발령 상태로 놔뒀다. 올 초 정기인사에서도 비상근 임원직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측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또 다른 상무인 권모씨를 동남아사업단으로 급파했다. 한 가지 수상한 점은 전임자인 두 박씨와 후임자인 권씨 모두 '정동화의 측근'으로 통했다는 것이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이번 수사에서 정 전 회장만큼이나 비중 높은 인사로 거론된다. 검찰은 '양정(정준양·정동화)'의 구속을 통해 '대기업 사정'을 '영포회 게이트'로 확대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장인 최모 전무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알려졌다. 최 전무는 두 박씨가 베트남법인장(동남아사업단)으로 일할 당시 한국 본사의 담담 상무였다. 두 박씨가 만든 돈이 최 전무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정 전 부회장에게 갔다는 주장인데 이와 관련 검찰은 "우리도 밝히고 싶은 부분이다"라며 "최 전무의 비자급 상납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선 검찰은 비자금으로 확인된 107억원 중 47억원가량이 하도급업체를 거쳐 국내로 반입됐고, 이 과정에서 최 전무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된 두 박씨는 비자금 조성 및 전달 혐의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최 전무는 '꼬리'일 뿐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주된 시각이다. 비자금 상납에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 김모 전 부사장 등 연결고리는 최소 대여섯명에 이른다는 것이 검찰의 조심스런 설명이다. 때문에 정 전 부회장까지 복잡하게 얽힌 자금흐름은 단박에 규명될 가능성이 낮다.

그 윗선인 정 전 회장과 더 윗선인 친이계 인사까지 가려면 못해도 한 달은 넘게 수사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그야말로 '구름 같은 이야기'다. 차라리 자원외교나 방위사업 비리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책임론이 대두될 확률이 높다. 포스코 수사가 처음 의도했던 바가 무엇이든 일부 언론이 추측하는 것처럼 MB를 직접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2월26일 <세계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박근혜정부는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 사정이 핵심 과제였다. 이 총리는 지난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리가 판을 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화상 국무회의에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 뿌리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벌려 놓은 기획은 검찰이 실행하고 있다. '기획수사'인 탓에 여론전은 하지만 수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내부 고발자'를 찾아왔다. 수사 과정은 물론이고 재판 과정까지 '양정'의 비리를 일관되게 진술해 줄 핵심 증인을 구했다.

증거는 있나
선심성 봐주기?


그러나 포스코 안팎의 상황을 지켜보면 그 같은 조력자가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당장 언론은 포스코가 쏟아내는 홍보기사에 잠식됐고, 일부 검찰 관계는 수사 정보를 포스코 쪽에 넘기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두 박씨를 포함한 사건 관련자들에게 '플리바게닝'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그들의 '입'을 열지 않고는 더 이상 수사를 위로 뻗어나갈 수 없어서다. 현재 수사팀 밖에서는 비자금 용처 규명에 실패할 것을 대비해 정준양 개인에 대한 배임죄 적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준양체제 당시 포스코가 인수한 부실기업 쪽으로 언론의 초점을 바꾸려는 시도다.

지난 정권 당시 검찰은 배임건과 관련한 의혹을 모두 묵살했다. 이제 와서 묵은 비리를 재수사하면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자인하는 꼴이다. 지난 27일 오후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다급한 검찰의 승부수가 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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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