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측근 잡을' 특별감찰관 타깃 막전막후

대통령 드디어 '워치독' 풀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윤회 비선실세' 파문이 여전하다. 아직 다수 국민은 대통령을 둘러싼 '측근 전횡'이 있다고 믿고 있다. 지난 3일 국회는 2년을 미뤄온 특별감찰관 최종 후보군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박근혜정부의 대선 공약인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측근 비리 감시가 주된 목적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특별감찰관. 과연 그는 국민을 위한 '워치독(감시견)'이 될 수 있을까.

'현대판 암행어사'로 불리는 특별감찰관이 베일을 벗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국회가 추천한 후보자들 가운데 이석수 변호사(52·사법연수원 18기)를 특별감찰관으로 지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 같은 뜻을 밝혔다.

후보자 3인 중
여당 추천 낙점

앞서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고 이석수·이광수·임수빈 변호사를 초대 특별감찰관 후보자로 추천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 후보자는 검사 출신으로 대검찰청 감찰1·2과장과 춘천·전주지검 차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한 그는 여당 추천으로 박 대통령의 선택을 받았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을 받은 이광수 변호사(54·사법연수원 17기)와 야당이 추천한 임수빈 변호사(54·사법연수원 19기)는 외면당했다. 이 가운데 임 변호사는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검사일 당시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눈 밖에 났다. 현 정권이 임 변호사에게 '칼자루'를 내주는 광경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특별감찰관은 지난 대선의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정치권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권력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대선 공약으로 내놨고, 새누리당은 특별감찰관 및 상설특검 제도를 약속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곳은 새누리당이었다.


특별감찰관과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견제라는 측면으로 봤을 때 맥을 같이한다. 다만 예상되는 입법 효과는 다르다. 공수처가 도입되면 검찰권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 사법개혁이 이뤄진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함께 주어지기 때문에 정치적인 위상에서 검찰과 대등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공수처와 달리 특별감찰관 제도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다. 대신 원안은 수사권에 준하는 조사권과 고발권을 주기로 설계됐다. 원안을 작성한 인물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안 전 대법관은 지난 2012년 9월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자격으로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제안했다.

알짜 권한
줄줄이 뺏어

안 전 대법관이 구상한 바에 따르면 원안에는 계좌추적권이 들어 있다. 그는 대검 중수부장 시절 굵직한 비자금 수사를 여럿 지휘해 계좌추적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특별감찰관에게 계좌추적권을 부여해 독립적인 내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국가정보원 존안자료 열람권을 비롯한 각종 보안자료 접근권도 제공했다. 압수수색권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처였다. 특정인에 대한 강제 동행은 제한했지만 통신거래내역 조회와 같은 조사권은 발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초안만 놓고 보면 나름 강력한 권한이 주어졌던 셈이다.

뿐만 아니라 안 전 대법관은 특별감찰관이 감찰 대상을 임의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대통령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친인척, 장관급 이상 공무원, 감사원장 등 권력기관장은 물론 특별감찰관이 지정한 사람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예를 들어 민간인인 정윤회씨는 공직자가 아니지만 특별감찰관이 '특수관계인'으로 지목하면 감찰이 가능했다.

여당 추천 이석수 특별감찰관 지명
대선 전 원안보다 권한·범위 축소


그런데 이게 바뀌었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특별감찰관제에 따르면 민간인인 정씨는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없었다. 관련법이 감찰의 범위를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원안에 있던 장관급 이상 공무원, 각 권력기관장은 감찰대상에서 빠졌다. 청와대 밖에 있는 '십상시'는 자연스레 배제됐다. 논란이 된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역시 '비서관급'이란 이유로 감찰을 피해갔다.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더구나 법안에는 계좌추적, 통신거래내역 조회 등에 관한 강제권이 명시되지 않았다. 특별감찰관과 짝을 이뤘던 상설특검제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고강도 감찰이 이뤄져도 기소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준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앞서 밝혔듯 여야는 모두 3명의 후보를 추천하는데 이 가운데 1명만이 온전한 야당의 몫이다. 추천을 해도 대통령이 신임할 확률은 희박하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3명의 후보 가운데 여당 추천 인사를 골랐다. 누가 됐든 임명권을 쥔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무엇보다 특별감찰관은 감찰 개시와 종료를 대통령에게 그 즉시 보고해야 한다. 감찰 기간 연장이 필요한 경우에도 대통령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대통령 입장에서 특별감찰관이 누구를 감찰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위험이 높다. 이렇듯 특별감찰관은 기대와 달리 '앙꼬 없는 찐빵' 신세로 전락한 모습이다.

임기는 3년
목표는 3인방

특별감찰관의 이 같은 운명은 예견돼 있었다. 박 대통령은 공약 이행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여당도 뜨뜻미지근했다. 대통령 취임 1년이 다 돼서야 특별감찰관의 존립 근거가 담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마저도 당초 약속한 권한을 상당 부분 축소시켰다. 특별감찰관의 의미는 퇴색됐다.

지난해 6월 법안이 발효됐지만 국회 차원의 후보자 인선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물색한 여러 후보는 인사청문회 등을 이유로 관직을 고사했다. 우물쭈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마침내 '정윤회 문건 파문'이 터졌다. 그제야 여당 일각에서는 특별감찰관의 '숨겨진 역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청 관계가 소원해진 이유는 인사 때문인데 지도부는 청와대 깊숙한 곳에 직통 채널이 없다"며 "'정윤회 사건' 같은 게 터지면 준비할 시간 없이 당해야 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박지만 (EG) 회장이 조응천(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통해 별도의 채널을 유지했듯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자신들이 추천한 특별감찰관을 통해 청와대 내부 동향을 파악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물론 여당 일부가 의도한 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당사자인 이 후보자가 거래를 거부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만약 양쪽이 한배를 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래권력 싸움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서다.

가령 특별감찰관이 모은 대통령 측근 비위 사실은 당 지도부로 배달돼 당·청 협상카드로 쓰일 수 있다. 현 정부처럼 폐쇄적인 청와대 운영을 고집할 경우 정보가 가진 파괴력은 배가 된다. 모두가 지켜봤듯 '찌라시'에 불과한 십상시 문건에 휘청댔던 박근혜정부다.

역대 정부는 거의 예외 없이 임기 3∼4년차에 권력형 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당 지지도가 대통령 지지도를 앞지르는 레임덕이 왔을 때 권력기관들이 반응한 것이다. 레임덕 국면에서 특별감찰관의 역할이 따로 주목되는 이유다. 특별감찰관의 선택에 따라 권력의 추가 급격히 기울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특별감찰관이 대통령에 의해 '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별감찰관은 국회의 탄핵이나 해임요구,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지 않으면 면직이 불가능하다. 정해진 임기는 3년인데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같다.

제2의 조응천? 문고리 3인과 충돌?
김무성-이병기-박지만 가교 가능성

인사권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문고리 권력이 가진 힘의 근원은 대통령 지근거리라는 점도 있지만 신원 보장에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춘대원군'으로 불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짐을 쌌지만 3인방은 온갖 지탄에도 살아남았다.

행정부 안에서 3인방 정도로 신분이 안정된 공무원은 특별감찰관이 유일하다. 마음만 먹으면 '양천'(박관천·조응천)처럼 '전면전'도 가능하다. 나아가 그들과 달리 쫓겨나지도 않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 국무총리인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월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개정된 안에는 안 전 대법관의 초안대로 장관급 공무원, 각 권력기관장을 감찰 대상에 포함할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여당의 속내는 따로 읽혔다. '비선 실세'를 잡겠다는 것이다. 여권 복수 관계자는 "감찰 대상을 청와대 일반 비서관이나 행정관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3인방을 감찰 대상에 집어넣겠다는 의지와 다름없다.


우병우 수석
또 다른 변수

특별감찰관의 가장 큰 라이벌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수사권이 빠진 특별감찰관은 민정수석과 역할 및 권한이 비슷하다. 당장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관리를 어느 쪽이 해야 하는가가 첨예한 논쟁거리다.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권력암투설'이 불거질 수 있다.

대통령은 대면보고를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관은 업무 특성상 대통령과의 '독대'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대면보고를 단언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병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앞서 김기춘호와 김무성호는 소위 말하는 '케미'가 맞지 않았다. 이를 교훈삼아 새롭게 출발한 이병기호가 특별감찰관을 가교 역할로 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실 특별감찰관은 근본부터 정치적인 자리다. 살아 있는 권력과 미래 권력 중 어느 곳에 줄을 설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국민만 바라보는 '워치독'이 될 수 있을까. 판단은 그의 몫이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청와대로부터 특별감찰관으로 지명된 이석수(52·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공안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98년 일명 '북풍 수사'에 참여해 활약하는 등 검사 시절에는 공안통으로 분류됐으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파견 경력도 있다.

2010년 변호사로 개업했고 이후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 당시 특검보를 지내기도 했다. 이하 약력.

▲서울 ▲상문고·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석사 ▲사시 28회(사법연수원 18기) ▲대구지검 경주지청·인천지검·대구지검·서울지검 검사 ▲서울지검 검사 ▲국방대학원 수료 ▲인천지검 부부장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부산지검 부장검사 ▲중앙지검 부부장검사(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파견) ▲대검찰청 감찰 2·1과장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춘천지검·전주지검 차장검사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팀 특검보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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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