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측근 잡을' 특별감찰관 타깃 막전막후

대통령 드디어 '워치독' 풀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윤회 비선실세' 파문이 여전하다. 아직 다수 국민은 대통령을 둘러싼 '측근 전횡'이 있다고 믿고 있다. 지난 3일 국회는 2년을 미뤄온 특별감찰관 최종 후보군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박근혜정부의 대선 공약인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측근 비리 감시가 주된 목적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특별감찰관. 과연 그는 국민을 위한 '워치독(감시견)'이 될 수 있을까.

'현대판 암행어사'로 불리는 특별감찰관이 베일을 벗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국회가 추천한 후보자들 가운데 이석수 변호사(52·사법연수원 18기)를 특별감찰관으로 지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 같은 뜻을 밝혔다.

후보자 3인 중
여당 추천 낙점

앞서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고 이석수·이광수·임수빈 변호사를 초대 특별감찰관 후보자로 추천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 후보자는 검사 출신으로 대검찰청 감찰1·2과장과 춘천·전주지검 차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한 그는 여당 추천으로 박 대통령의 선택을 받았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을 받은 이광수 변호사(54·사법연수원 17기)와 야당이 추천한 임수빈 변호사(54·사법연수원 19기)는 외면당했다. 이 가운데 임 변호사는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검사일 당시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눈 밖에 났다. 현 정권이 임 변호사에게 '칼자루'를 내주는 광경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특별감찰관은 지난 대선의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정치권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권력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대선 공약으로 내놨고, 새누리당은 특별감찰관 및 상설특검 제도를 약속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곳은 새누리당이었다.


특별감찰관과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견제라는 측면으로 봤을 때 맥을 같이한다. 다만 예상되는 입법 효과는 다르다. 공수처가 도입되면 검찰권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 사법개혁이 이뤄진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함께 주어지기 때문에 정치적인 위상에서 검찰과 대등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공수처와 달리 특별감찰관 제도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다. 대신 원안은 수사권에 준하는 조사권과 고발권을 주기로 설계됐다. 원안을 작성한 인물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안 전 대법관은 지난 2012년 9월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자격으로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제안했다.

알짜 권한
줄줄이 뺏어

안 전 대법관이 구상한 바에 따르면 원안에는 계좌추적권이 들어 있다. 그는 대검 중수부장 시절 굵직한 비자금 수사를 여럿 지휘해 계좌추적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특별감찰관에게 계좌추적권을 부여해 독립적인 내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국가정보원 존안자료 열람권을 비롯한 각종 보안자료 접근권도 제공했다. 압수수색권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처였다. 특정인에 대한 강제 동행은 제한했지만 통신거래내역 조회와 같은 조사권은 발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초안만 놓고 보면 나름 강력한 권한이 주어졌던 셈이다.

뿐만 아니라 안 전 대법관은 특별감찰관이 감찰 대상을 임의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대통령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친인척, 장관급 이상 공무원, 감사원장 등 권력기관장은 물론 특별감찰관이 지정한 사람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예를 들어 민간인인 정윤회씨는 공직자가 아니지만 특별감찰관이 '특수관계인'으로 지목하면 감찰이 가능했다.

여당 추천 이석수 특별감찰관 지명
대선 전 원안보다 권한·범위 축소


그런데 이게 바뀌었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특별감찰관제에 따르면 민간인인 정씨는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없었다. 관련법이 감찰의 범위를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원안에 있던 장관급 이상 공무원, 각 권력기관장은 감찰대상에서 빠졌다. 청와대 밖에 있는 '십상시'는 자연스레 배제됐다. 논란이 된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역시 '비서관급'이란 이유로 감찰을 피해갔다.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더구나 법안에는 계좌추적, 통신거래내역 조회 등에 관한 강제권이 명시되지 않았다. 특별감찰관과 짝을 이뤘던 상설특검제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고강도 감찰이 이뤄져도 기소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준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앞서 밝혔듯 여야는 모두 3명의 후보를 추천하는데 이 가운데 1명만이 온전한 야당의 몫이다. 추천을 해도 대통령이 신임할 확률은 희박하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3명의 후보 가운데 여당 추천 인사를 골랐다. 누가 됐든 임명권을 쥔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무엇보다 특별감찰관은 감찰 개시와 종료를 대통령에게 그 즉시 보고해야 한다. 감찰 기간 연장이 필요한 경우에도 대통령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대통령 입장에서 특별감찰관이 누구를 감찰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위험이 높다. 이렇듯 특별감찰관은 기대와 달리 '앙꼬 없는 찐빵' 신세로 전락한 모습이다.

임기는 3년
목표는 3인방

특별감찰관의 이 같은 운명은 예견돼 있었다. 박 대통령은 공약 이행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여당도 뜨뜻미지근했다. 대통령 취임 1년이 다 돼서야 특별감찰관의 존립 근거가 담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마저도 당초 약속한 권한을 상당 부분 축소시켰다. 특별감찰관의 의미는 퇴색됐다.

지난해 6월 법안이 발효됐지만 국회 차원의 후보자 인선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물색한 여러 후보는 인사청문회 등을 이유로 관직을 고사했다. 우물쭈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마침내 '정윤회 문건 파문'이 터졌다. 그제야 여당 일각에서는 특별감찰관의 '숨겨진 역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청 관계가 소원해진 이유는 인사 때문인데 지도부는 청와대 깊숙한 곳에 직통 채널이 없다"며 "'정윤회 사건' 같은 게 터지면 준비할 시간 없이 당해야 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박지만 (EG) 회장이 조응천(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통해 별도의 채널을 유지했듯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자신들이 추천한 특별감찰관을 통해 청와대 내부 동향을 파악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물론 여당 일부가 의도한 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당사자인 이 후보자가 거래를 거부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만약 양쪽이 한배를 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래권력 싸움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서다.

가령 특별감찰관이 모은 대통령 측근 비위 사실은 당 지도부로 배달돼 당·청 협상카드로 쓰일 수 있다. 현 정부처럼 폐쇄적인 청와대 운영을 고집할 경우 정보가 가진 파괴력은 배가 된다. 모두가 지켜봤듯 '찌라시'에 불과한 십상시 문건에 휘청댔던 박근혜정부다.

역대 정부는 거의 예외 없이 임기 3∼4년차에 권력형 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당 지지도가 대통령 지지도를 앞지르는 레임덕이 왔을 때 권력기관들이 반응한 것이다. 레임덕 국면에서 특별감찰관의 역할이 따로 주목되는 이유다. 특별감찰관의 선택에 따라 권력의 추가 급격히 기울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특별감찰관이 대통령에 의해 '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별감찰관은 국회의 탄핵이나 해임요구,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지 않으면 면직이 불가능하다. 정해진 임기는 3년인데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같다.

제2의 조응천? 문고리 3인과 충돌?
김무성-이병기-박지만 가교 가능성

인사권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문고리 권력이 가진 힘의 근원은 대통령 지근거리라는 점도 있지만 신원 보장에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춘대원군'으로 불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짐을 쌌지만 3인방은 온갖 지탄에도 살아남았다.

행정부 안에서 3인방 정도로 신분이 안정된 공무원은 특별감찰관이 유일하다. 마음만 먹으면 '양천'(박관천·조응천)처럼 '전면전'도 가능하다. 나아가 그들과 달리 쫓겨나지도 않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 국무총리인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월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개정된 안에는 안 전 대법관의 초안대로 장관급 공무원, 각 권력기관장을 감찰 대상에 포함할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여당의 속내는 따로 읽혔다. '비선 실세'를 잡겠다는 것이다. 여권 복수 관계자는 "감찰 대상을 청와대 일반 비서관이나 행정관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3인방을 감찰 대상에 집어넣겠다는 의지와 다름없다.


우병우 수석
또 다른 변수

특별감찰관의 가장 큰 라이벌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수사권이 빠진 특별감찰관은 민정수석과 역할 및 권한이 비슷하다. 당장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관리를 어느 쪽이 해야 하는가가 첨예한 논쟁거리다.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권력암투설'이 불거질 수 있다.

대통령은 대면보고를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관은 업무 특성상 대통령과의 '독대'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대면보고를 단언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병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앞서 김기춘호와 김무성호는 소위 말하는 '케미'가 맞지 않았다. 이를 교훈삼아 새롭게 출발한 이병기호가 특별감찰관을 가교 역할로 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실 특별감찰관은 근본부터 정치적인 자리다. 살아 있는 권력과 미래 권력 중 어느 곳에 줄을 설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국민만 바라보는 '워치독'이 될 수 있을까. 판단은 그의 몫이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청와대로부터 특별감찰관으로 지명된 이석수(52·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공안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98년 일명 '북풍 수사'에 참여해 활약하는 등 검사 시절에는 공안통으로 분류됐으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파견 경력도 있다.

2010년 변호사로 개업했고 이후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 당시 특검보를 지내기도 했다. 이하 약력.

▲서울 ▲상문고·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석사 ▲사시 28회(사법연수원 18기) ▲대구지검 경주지청·인천지검·대구지검·서울지검 검사 ▲서울지검 검사 ▲국방대학원 수료 ▲인천지검 부부장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부산지검 부장검사 ▲중앙지검 부부장검사(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파견) ▲대검찰청 감찰 2·1과장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춘천지검·전주지검 차장검사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팀 특검보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