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후폭풍' 각계 손익계산서

잡도리 시작?…결국 검찰만 웃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법안 조정을 거치면서 적용범위가 확대됐다. 김영란법의 공포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접대·로비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공짜 술'과 '낯 뜨거운 청탁'에 길들여진 일부 공직자, 언론 종사자는 김영란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를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때문에 검찰 권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입법에 성공했다. 지난 3일 국회는 김영란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표를 얻어 법안을 처리했다고 알렸다. 반대는 4표, 기권은 17표에 불과했다. 반대표는 새누리당 홍준·권성동·김종훈·김용남 의원이 던졌다.

압도적으로 가결
졸속 처리 지적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2012년 8월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법안을 준비했다. 김 전 위원장이 입법을 예고한 초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2년 8개월을 계류했다. 같은 기간 김영란법은 의회 차원에서 수많은 조정을 거쳤다. 공직사회는 물론 언론계, 학계까지 파장이 미칠 법안이라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뒤따랐다.

우물쭈물했던 김영란법은 여야가 약속한 올 3월을 넘기지 않고 통과했다. 논란이 됐던 적용 대상에는 언론 종사자와 사립학교재단 이사장 및 임직원이 추가됐다. 다만 법조계를 중심으로 과잉·이중처벌 등의 위헌 논란이 있는 만큼 일부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영란법은 공포된 날 기준으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 사이 다른 법과 충돌된 조항이 고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거나 이득을 보게 될 이해기관으로는 청와대와 각 정부부처, 국회, 검찰, 언론, 사학재단, 정부출자 공공기관 등이 꼽힌다. 법률은 하나지만 김영란법을 바라보는 각계의 시선은 다르다. 이들의 손익계산과 김영란법의 주요 쟁점을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계없이 1회 100만원(연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엔 직무 연관성이 입증돼야만 금품가액 기준 2∼5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다른 법안의 핵심은 당사자 간 금품이 오가지 않아도 부정청탁을 받았다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법은 부정청탁의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때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는 수뢰죄, 비공무원은 배임수재죄의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금품 전달이 없어도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사인인 정윤회씨가 개인적인 이유로 '문고리 권력(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통해 청와대 인사에 개입했다면 청탁 받은 당사자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비선 인사개입
부정청탁 포함

김영란법은 이 같은 '부정청탁'의 유형을 15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인가·허가·면허·승인 등 법령에서 일정 요건을 정해놓고, 직무 관련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업무에 대해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 해당했다. 인·허가 취소에 관한 청탁 역시 금지됐다.

조세·부담금·과태료·과징금을 비롯한 각종 행정처분 또는 형벌에 관해 청탁받고 감경·면제하도록 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채용·승진·전보 등 공직기관 인사에 위법하게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 또한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직위에 선정되거나 탈락하도록 하는 행위,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각종 수상이나 포상에 특정 단체 등을 선정하거나 탈락시키는 행위도 안 된다. 공직자를 상대로 입찰·경매·개발·시험·군사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도록 하는 행위도 막았다. 계약 관련 법령을 위반해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계약 당사자로 선정되거나 탈락시키도록 하는 행위까지 부정청탁에 포함했다.

나머지 조항을 보면 각종 보조금 관련 법령 등을 위반해 특정 개인이나 법인에 지원하는 행위, 개인 또는 법인에 투자하도록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 모두 처벌 대상이다.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용역을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특정인에게 매각하도록 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교원의 경우는 청탁을 받고 성적을 조작하도록 하는 행위가 일체 금지됐다. 학생의 입학·성적·수행평가에 관한 업무를 위법하게 처리·조작하도록 하는 행위도 부정청탁으로 못박았다. 군공무원은 징병검사·부대배속·보직부여 등을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청탁해선 안 되고, 사법부에서는 수사·재판·심판 등을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부탁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 통과
공안 정관언 타깃 기획수사 수월

그러나 김영란법은 상기한 부정청탁 사례 외에 예외 규정을 별도로 뒀다. 절차와 법에 따라 공직자에게 특정 행위를 요구하거나 공개적으로 공직자에게 특정 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청탁으로 인정했다.

또 선출직 공직자나 정당 등이 공익을 목적으로 민원을 전달함은 예외 사유로 보호했다. 법정기한 내에 관련 직무를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그 밖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여기서 '사회상규'란 단어는 그 의미가 포괄적이라 법률 집행 과정에서 논란의 가능성이 있다.

김영란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집단은 역시 언론이다. 방송과 신문, 잡지, 뉴스통신, 인터넷신문 등 모든 언론 종사자가 김영란법의 영향 아래 놓였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언론 종사자는 특정인에게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또는 향응)을 제공받을 수 없다.

김영란법은 처벌 대상이 되는 금품의 종류로 현금과 부동산, 증권과 물품을 비롯해 회원권과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사용권 등을 적시했다. 또 음식물·주류·골프 접대, 교통·숙박 등 편의 제공, 빚 면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와 기타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모두 금품에 포함시켰다.

법령을 현실에 대입하면 언론 종사자는 룸살롱 접대는 물론 골프장 회원권 대여, 해외 취재를 빙자한 비행기티켓 수령, 주택·외제차·가전·명품잡화 등 고가의 상품에 대한 할인 혜택이 차단된다.

언론·학계 타격
고위공직자 느긋

구성원 대다수가 '공직자'인 학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영란법이 규정한 공직자에는 공립학교 교원과 사립학교 임직원이 두루 포함돼 있다. 특히 다른 교원에 비해 강의·강연·기고가 많은 대학교수가 김영란법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과된 법률은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연관되거나 지위·직책에 따라 요청받은 외부 토론회·세미나·공청회 등에 나갔을 때 강의·강연 등의 대가로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 이상의 사례금을 받게 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명시했다.


마찬가지로 교수가 외부에 글을 기고했을 때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고료를 받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단 대통령령이 정한 기준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를 배분 받았던 정부출연 공공기관도 자유롭지 않다. 김영란법은 정부 지원액이 총수입액의 절반 이상인 기관과 정부의 지분이 50% 이상인 기관, 정부가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임원을 임명하는 등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모든 기관을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공공기관은 업무 특성상 정부기관과 협조할 일이 많은 편이고, 관행에 따라 공무원을 '대접'하는 일도 빈번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른바 '제3자'를 위해 부탁하는 행위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제3자가 관여한 청탁은 모두 위법이다.

100만원 초과 돈 받으면…
공직자 부정청탁 받아도…

김영란법은 제3자를 위해 다른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한 공직자의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한 사람(비공직자)의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 아울러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한 사람(당사자)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벌 기준으로 적었다.

이번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은 '민원 처리'라는 예외조항을 만들어 살 길을 찾았다. 그러나 이들도 막지 못한 조항이 있었다. 배우자로서의 신고 의무였다. 김영란법은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공직자 본인이 처벌 받도록 규정했다. 원안에서는 배우자가 아닌 직계가족을 명시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가족 해체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고 의무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 그렇지만 여야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하는 대신 신고 의무는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공직자는 법령을 위반한 금품 수수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제공자에게 반환하거나 소속기관장에게 인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업무를 관장하는 청와대는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청탁'할 일이 많다. 하지만 청와대가 김영란법의 실질적인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검찰을 동원한 표적수사의 우려가 커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손해 없어
적용대상 300만명

실제로 김영란법 적용대상은 300만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1회 100만원이라는 액수는 고위공직자나 일부 힘 있는 정치인을 겨냥한 조항은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오히려 정권 입장에선 각 부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기회로 여길 수 있다. 검찰권이 정·관계는 물론 언론·학계까지 위협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끝으로 눈여겨 볼 부분은 공직자의 금품 수수 금지 목록에 예외가 있다는 점이다.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이나 부조 목적의 경조사비 등은 금품으로 보지 않는다. 또 공직자와 장기적·지속적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 금품을 제공할 수 있다.

사적거래(증여 제외)로 생긴 채무 이행은 당연히 제외된다. 사회상규에 따라 동호인회·동창회·향우회 등에서 구성원에게 제공되는 금품도 허용됐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향우회'의 활약이 주목되는 이유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영란법' 손댄다면?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유예기간 동안 사후 발생 문제와 미비점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 및 대책 강구로 김영란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김영란법이 명확성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과 관련해 위헌소지를 가지고 있다"며 시행령으로는 이런 위헌소지를 없애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예기간 동안 모호한 예외 조항을 구체화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할 부정청탁의 예외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영란법의 원안에는 법 적용 대상으로 민법상 가족(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으나 이번 제정된 김영란법에는 배우자로 그 범위를 한정해 우회적 금품 로비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사가 포함됐고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공공성이 야기되는 의사와 변호사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검찰의 권한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보다 세부적인 시행령이 필요하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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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