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의 얼굴에게선 ‘신사의 품격’이 느껴졌다. 이용호 국회 홍보기획관을 처음 봤을 때 느낀 점이다. 그는 항상 옅은 미소를 머금고 따뜻하게 방문 인사들을 맞이했다. 바쁜 일정에 힘들 법도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부드러운 아우라를 지닌 그는 인터뷰에 들어가자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전달하기 시작했다.
‘외유내강’이란 사자성어가 가장 적합한 인물 이용호 국회 홍보기획관. 부드럽지만 강한 그의 말 속에는 그간 쉽지 않았을 정치여정이 담겨 있었다. 2004년 정치에 처음 입문할 당시 예기치 않게 찾아온 탄핵바람과 그로 인한 시련, 그리고 19대 총선에서 맞이한 제도의 불합리성 등. 그러나 그는 결코 인터뷰 과정에서 얼굴을 찌푸리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단지 소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 생각하고 어서 그날이 오길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 임기가 곧 종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 2년 1개월간 근무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국회 역할이나 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언론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생각한다.
- 근무하면서 하신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 국회 진기록관을 개관한 일이다. 국회 헌정사를 기록을 통해 보는 관인데 기네스관이라 보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 중에서 가장 짧게 직을 수행했던 사람이나 최연소 의원 등을 전부 기록으로 모아놓은 곳이다.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 중 국민이 잘 모를 수 있는 일을 담고자 노력했다. 견학을 온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에 국회사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자부한다.
- 다년간의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국회가 바뀌어야 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 압축성장을 하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다. 현재 국회의원이 300명이나 되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언행을 하거나 뇌물을 받는 등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일부 의원들의 나쁜 행위에 마치 국회 전체가 그런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또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좀 더 기울여야 된다 생각한다. 독일의 경우 의회가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대형버스를 구매해 전시관으로 개조한 후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가서 홍보한다. 우리도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지난 대선 때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 당시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국민소통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하신 이력이 있으신데, 그때 문재인 후보 캠프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상황을 얘기해 달라.
▲ 나는 그 당시 민주통합당에 몸을 담고 있었음에도 안철수 캠프 쪽으로 갔다. 당시에는 안 후보자가 국민의 여론이고 여망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과정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후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불참의사를 밝혔다.
친노의 패거리문화, 정치 품격 추락시켜
헌정사 바꾼 DJ, 가장 존경해 닮고 싶다
- 당시 결정에 친노세력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했나?
▲ 문재인 캠프에 안 간 것은 그 이유도 컸다. 나는 소위 친노세력이라 불리는 집단이 옳지 못하다 생각한다. 그 이유는 친노의 상징성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첫 번째, 진영논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안을 볼 때 옳고 그름이 아닌 자기 편이냐 아니냐는 진영논리로 판단을 한다. 두 번째, 친노들은 패거리를 짓는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다.
과거 여야에는 협상의 문화가 있었는데 패거리 문화가 생기면서 정치문화가 대결의 문화로 바뀌었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진 않지만 친노의 상당수가 언어적인 품격이 떨어진다 생각한다. 박정희 묘소에 간 문재인 당대표를 두고 히틀러에 비유한 정청래 의원도 같은 맥락이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정치 품격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그런 논리에는 찬성할 수 없다.
- 2004년 정치에 입문한 후 많은 우여곡절이 겪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
▲ 개인적으로 트라우마가 있다. 2004년에 민주당으로 출마를 했었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공천을 받았다. 그런데 마침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바람이 불면서 그 후폭풍으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압도적으로 여론에서 앞서가던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 지난 19대 총선에선 안타깝게 경선에서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억울한 심정이지 않았나? 그래도 다시 정계 진출 의사가 있는지?
▲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 그 동안에 저를 좋아하는 분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기 때문에 제가 가진 철학이나 소신을 펼 기회를 가지고자 준비 중에 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남원·순창 지역에 출마한 나는 전북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은 이강래 의원보다 여론에서 두배 정도 앞섬에도 불구하고 모바일투표 같은 제도의 왜곡으로 인해 경선에서 졌다.
이후 공천제도가 투명하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역풍이 불었고 결과적으로 이강래 의원은 민주통합당에서 공천받고 전북에서 떨어진 유일한 후보가 됐다.
- 좋아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 개인적으로 DJ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 분은 수많은 탄압과 외압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한 길을 걸었던 분이시다. 그분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기여한 점,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대통령까지 간 인간적인 면 등 그런 의미에서 존경한다.
최근 정치인 중에는 조순형 전 의원과 조경태 의원을 좋아한다. 두 분 모두 국민의 마음에 와 닿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본다. 정치인은 국민들의 심중에 있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두 분은 소신 있는 얘기를 가감 없이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정치적 소신은 무엇인지?
▲ 정치는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의정치가 기본이다. 뽑아줄 때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직무유기라고 본다.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살피고 국민들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지령 1000호를 맞이한 <일요시사>와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일요시사>가 참 많이 성장했다. <일요시사>만의 독특한 영역인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독자들은 다른 매체에서 다루지 못한 정보나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독자들이 <일요시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변화를 많이 읽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일요시사>의 지령1000호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chm@ilyosisa.co.kr>
<이용호 국회홍보기획관 프로필>
▲ 전주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학사
▲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 국무총리실 공보정책비서관
▲ YM종합건설 대표이사
▲ 민주당 전라북도당 남원·순창 운영위원장
▲ 국회 홍보기획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