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대표적 부실인사 7인 공개

'여왕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한 집단의 품격을 보려면 어떤 사람을 쓰는지 관찰하라는 말도 있다. 박근혜정부의 인사 참사는 그 집단의 품격을 오롯이 드러냈다. 뽑는 이마다 족족 논란이 뒤따랐다. <일요시사>는 최근 임명됐거나 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고위공직자 7인을 선정해 그들의 면면을 되짚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비뚤어진 언론관과 부동산 투기, 병역 문제 등이 불거지며 망신당했다. '실세 총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그의 전임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대독 총리' '의전 총리'라는 말을 들었다.

[부실인사 1]
거짓 해명 이완구

이 총리는 대통령과의 친밀도를 고려할 때 책임 총리의 위상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점쳐졌다. 3선 국회의원, 여당 원내대표, 충남도지사 등을 지낸 경력과 '충청권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성이 가볍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으로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당초 기대보다는 정치적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달 전만 해도 무난한 인사청문회가 예상됐지만 병역기피·부동산 투기·황제 특강 의혹에 이어 '언론 외압'  의혹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총리를 인준하기 위한 표결이 강행되면서 여러 의혹이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췄다. 대표적으로 그의 타워팰리스 구입 자금과 관련한 거짓 해명은 아직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이 총리가 타워팰리스 구입에 사용했다고 밝힌 현대아파트 전세보증금 5억원이 재산신고에 누락돼 있어 자금 출처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총리는 "나중에 (재산신고를) 정정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신고서에는 '재산변동 내역이 없음'이라고 돼 있었다. 또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역시 '정정신고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총리의 해명이 거짓이었던 셈이다.

이 총리가 약속한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는 말도 거짓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은 이 총리가 친박인사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실인사 2]
초고속 승진 홍용표

홍용표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24일 논문 중복게재 의혹을 인정하면서 사과했다. 홍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201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실무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대통령 직속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통일비서관을 맡고 있다.

홍 후보자는 2010년 5월 연세대 북한연구원이 발행한 전문학술지에 '이승만의 반공정책과 한반도 냉전의 진화'라는 제목의 영문 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논문은 홍 후보자가 2000년 영국에서 출판한 영문 논문 '국가안보와 정권안보: 1953년에서 60년 사이 이승만 대통령과 남한의 불안정 딜레마'를 '자기 표절'한 것이었다.

국내 학계는 인용 없는 논문 중복 게재를 연구 윤리 위반행위로 보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홍 후보자가 한양대 교수 시절, 10년 전 자신의 논문을 인용이나 출처 표기 없이 다른 학술지에 중복 게재한 사실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홍 후보자는 "일부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며 "통일부장관 후보자로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홍 후보자와 관련한 가장 큰 논란은 그가 직급이 낮은 비서관 신분으로 차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장관 후보자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통일부 안팎에선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책임부처가 아닌 청와대에서 '오더'를 받아 실무만 하는 '통일준비위원회'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부실인사 3]
시국사건 은폐 박상옥

같은 날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열 수 없다고 당론을 정리했다. 야당은 박 후보자가 검사 시절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경력을 문제 삼아 청문회를 보이콧해왔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후보자에 대해선 사안의 경중을 떠나 은폐의 책임이 있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인사청문회특위 위원장)도 "다수 의견대로 승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청문회를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미 끝났다"며 "자진사퇴만이 정답"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당 쪽에선 박 후보자를 향해 당시 초임 말단검사로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옹호론을 펴고 있다. 특히 박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며 "지켜봐 달라"고 별렀다. 자진사퇴 압박에도 물러날 의사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같은 법조인들의 생각은 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박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실인사 4]
'리틀 김기춘' 우병우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검찰의 언론플레이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국가정보원으로 책임을 넘겼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전 부장의 발언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우 수석은 수사를 책임진 주임검사였다. 시간이 지나 이 전 부장 본인은 불명예 사퇴한 데 반해 '후배'(당시 중수1과장)였던 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영전했다. 이를 아니꼽게 본 이 전 부장이 일종의 '견제구'를 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시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돼 한모 경위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우 수석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항명하고 사퇴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직속상관인 김 전 수석을 거치지 않고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에게 직보하며, 김 전 수석의 입지를 축소시켰다는 주장이다.

우 수석은 '사심이 없는 원칙주의자'로 불리며 청와대의 강한 신임을 받고 있다. '꼼꼼한 일처리'가 김 실장을 닮았다는 평가다. 업무 스타일이 비슷해 '리틀 김기춘'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우 수석을 민정수석으로 승진시키는 과정에서 후폭풍은 엉뚱하게도 검찰을 덮쳤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우 수석보다 기수가 낮은 검찰 현직간부에게 전화해 "용퇴하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부실인사 5]
섬투기 의혹 이명재


박 대통령이 특보단을 꾸리면서 가장 공을 들인 인사는 이명재 민정특보다. 특보직을 제안할 때도 이 특보에게는 박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특보에게는 김 실장이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이후 자신의 후임으로 이 특보를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특보가 이를 고사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권 일각에선 '이명재-우병우' 체제만이 김 실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특보 역시 검증절차가 진행되면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지난 17일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가 대검 중수부 2과장으로 재임하던 80년대 말, 전남 신안군 압해도 일대 임야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섬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북 영주가 고향인 이 특보는 연고도 없는 신안군 땅을 확인도 없이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신안군 일대에는 외지인들의 묻지마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고 한다. 이 특보가 사들인 임야는 1만7000여㎡ 규모로 알려졌다. 1993년 국회의원들의 재산 공개 때 이순재 민자당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들은 신안군 부동산 투기에 가담해 질타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 이 특보는 땅을 사들였다. 땅값은 한평(3.3㎡)당 10만원대까지 치솟았다고 전해진다. 관련 인터뷰에서 이 특보는 "투기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개발 호재 같은 건 전혀 알지 못했다. 바다가 보인다고 해 조그만 절 집이나 지으려고 샀다"고 해명했다.

[부실인사 6]
만만회 뒷말 현명관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은 27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물망에 올랐다. 현 회장이 언론에 등장하자 '찌라시'가 돌았다. 개인사가 섞인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글이었다. 그러나 현 회장과 관련한 주된 의혹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만만회' 연루설이다.


지난해 7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만만회'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이 용산 경마장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현 회장과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른바 '공주 승마' 의혹을 일으킨 정윤회씨의 딸이 '7인회' 멤버인 현 회장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지난 4월에도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정모씨(정윤회)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돼 특혜를 누린다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현 회장 부임 이후 정씨의 딸이 마사회 소속만 쓸 수 있는 '마방'에 말 3마리를 입소시켰다"고 지적하면서 "월 150만원의 관리비도 면제 받고 별도의 훈련을 한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사회 측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 회장 역시 "분명히 말하겠다. 그런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앞서 기자와 만난 현 회장의 한 측근은 관련한 물음에 대해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이 있기 전부터 고위공직자 후보로 수차례 거론됐다.

[부실인사 7]
회전문 인사 임종용

임종용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 관행을 답습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이며, 2013년 6월부터 NH금융지주 회장으로 20개월 정도 일했다. 관료로 시작해 기업 경영자로 갔다가 다시 관가로 돌아온 셈이다.

임 후보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한 최근 2년 동안 연평균 2억원씩 저축했다. 박근혜정부 국무조정실장 시절인 2013년 3월 공직자재산신고 기준으로 본인과 배우자 소유의 아파트 2채와 예금 5억원 등 모두 16억6000만원을 신고했다.

지난 25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임 후보자의 재산은 18억6251만원이었다. 2년 사이 2억여원 정도가 늘었다. 예금은 2013년 3월보다 4억2061만원이 늘었다.

임 후보자는 시력이 좋지 않아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으며 방위로 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6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복무한 뒤 육군 일병으로 소집해제됐다.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았다는 점이 청문회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임 후보자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이명박정부의 대표 '브레인'이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권출범 후 이명박정부 색채가 강한 인사는 되도록 기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그는 현재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는 자원외교 컨트롤타워인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협의회'를 주재했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