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세계적 반열 오른 설치미술가 양혜규

백남준·김수자 이을 아티스트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삼성미술관 리움이 지난 12일부터 양혜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양 작가를 제외하고 국내 생존 작가 가운데 리움에서 개인전을 연 미술인은 서도호(설치미술가)가 유일하다. 양 작가는 세계적인 명망과 발전 가능성을 갖춘 설치미술가로 평가 받는다. 이번 개인전 '코끼리를 쏘다 상(象) 코끼리를 생각하다'에서도 양 작가의 탁월한 예술 감각이 발휘됐다는 후문이다.

설치미술가 양혜규 작가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오는 5월10일까지 전시를 갖는다. 전시 제목은 '코끼리를 쏘다 상 코끼리를 생각하다'(Shooting the Elephant 象 Thinking the Elephant)이다. 리움 측은 "양 작가가 한국 작가로는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알렸다.

탁월한 예술 감각

양 작가의 마지막 국내 개인전은 5년 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다. 지난 200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및 본 전시에 참여했던 그는 주로 해외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유럽 미술전문지 <아트팩트넷>(ArtFact.net)은 '세계 300인의 작가' 목록에 양 작가를 선정했다. 그와 함께 이름을 올린 한국인은 고 백남준 작가와 '보따리' 작업으로 유명한 김수자 작가였다.

이번 전시에는 2001년부터 발표한 대작을 포함해 새로운 작업 방향을 드러낸 신작 등 35점이 공개됐다. 머리끈과 밧줄, 휴대폰 고리, 조롱박, 방울 등 다채로운 재료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전시의 주된 모티브는 '코끼리'다. 코끼리는 자연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함을 역설하고 있다. 영국의 문인 조지 오웰의 수필 <코끼리를 쏘다>와 프랑스의 문인 로맹 가리의 소설 <하늘의 뿌리>에서 주제를 차용했다. 태현선 리움 수석큐레이터는 "두 작품에서 코끼리는 자연 생태계를 의미하고, 자연으로부터 괴리된 인간 윤리를 호소하는 매개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공중에 매달린 '솔 르윗 뒤집기-23배로 확장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이란 설치작업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조각가 솔 르윗의 작품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1986)'을 23배로 확대한 것이다. 태 수석은 "양혜규가 해왔던 블라인드 작업의 전환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계열의 블라인드 작업을 예고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삼성 리움서 '코끼리를 쏘다…' 전시회
용기 있는 작품…세계 300인 작가 선정

지하 1층 전시장은 그의 위대한 첫 개인전인 '사동 30번지'를 연상시키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민속촌에서나 볼 법한 짚으로 만든 작품이 곳곳에 들어찼다. 고대 마야의 피라미드, 인도네시아의 불교 유적 보로부두르, 시아의 이슬람 사원 라라 툴판을 참조한 건축물 3점이 인상 깊다. 인체를 상징하는 조각 6점도 옆에 놓였다. '중간 유형'으로 명명된 작품들은 양 작가가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신작이다.

태 수석은 "토속적이며 오랜 기간 전래돼 온 '짚'이 지니고 있는 인류학적 보편성과 민족적 개별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담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짚 작품 한쪽에는 의자와 탁자를 깔아놓고 'VIP 학생회'란 제목을 달았다. 실제 각 의자는 서울에서 활동 중인 각 분야 유명 인사들이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자는 작품인 동시에 관람객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쉼터로 자리했다.

네 개의 나무팔레트 위에 미술품을 쌓아놓은 '창고 피스'란 작품도 눈에 띈다. 작가의 창조적 재구성, 미술전시 관행, 작품의 보관 및 판매 등 예술작품이 겪는 다층적 현실을 함축한 작품이란 평가다. 2007년 독일의 한 컬렉터에게 팔렸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공개됐다고 한다.

이밖에도 보안 무늬가 인쇄된 편지봉투를 재료로 한 콜라주 연작 '신용양호자들', 108개의 블라인드로 이뤄진 '성채', 방울을 사용해 표면을 덮어버린 인물조각 '소리 나는 인물', 8대의 선풍기를 3단으로 이어붙인 '바람이 도는 궤도' 등이 관객의 오감을 자극할 예정이다.

오감을 자극


양 작가는 "내가 하는 일은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두 번째 전시인데 이런 이야기를 풀어놔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매우 큰 이야기로 만용일수도 용기일수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추적해보고 싶은 주제였다"고 덧붙였다.


<angeli@ilyosisa.co.kr>

 

[양혜규 작가는?]

▲1994년 서울대학교 조소과 학사
▲200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조형예술아카데미 졸업
▲2002년 광주비엔날레 '살아있는 문헌보관소'
▲2005년 독일 칼스루에 ZKM 그룹전 '인공광원과 라이트 아트'
▲2006년 한국 개인전 '사동 30번지'
▲2008년 미국 LA 레드캣아트센터 개인전 '비대칭적 평등'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및 본전시 참가
▲2010년 제21회 김세중 청년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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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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