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⑫능인선원 지광스님

바지사장 내세우고 부동산 소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범을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2화는 49억8900만원을 체납한 (주)케이디프레야피에프브이의 실소유주 지광스님이다.

지난해 6월 지광스님(속명 이정섭)은 기자들을 만났다. 서울대 학력위조 파문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던 그는 7년여 만에 언론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지광스님은 문어발 인맥을 과시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자신을 찾아와 "국무총리감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며 친분을 드러냈다. 김희옥 동국대학교 총장, 중앙일간지 간부, 기업 경영인들이 차례로 언급됐다.

사실상 실소유주

신도 수 4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능인선원은 지광스님의 소유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서 시작한 능인선원은 서울 관악구, 경기 고양시, 수원 팔달구 등에 사찰을 갖고 있고, 캐나다 토론토, 중국 톈진, 태국 등에도 분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에는 미국에 있는 부동산을 매입해 건물을 올렸다. 뉴욕 인터내셔널 유니버시티 센터(NYIUC)로 알려진 이 3층짜리 건물은 11만5700여㎡(3만5000평) 부지 위에 세워졌다. 한국에는 더 큰 대학이 들어섰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능인불교대학원대학은 56만1983㎡(17만평) 부지에 연면적 9917㎡(3000평)에 이르는 건물(지하 1층·지상 4층)로 탈바꿈했다. 능인선원은 이 대학 건립에 120억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광스님은 사실상 고액체납자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공개한 2014년 신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는 ㈜케이디프레야피에프브이(이하 프레야PFV)란 회사가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야PFV의 등기상 대표는 백모씨다. 백씨는 2011년 8월30일 취임해 같은 해 9월7일 등기됐다.


백씨는 현재 능인불교대학원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백씨는 지난 11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프레야PFV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법인대표가 됐느냐'는 질문에 백씨는 "대답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과거 프레야PFV와 '비밀계약'을 맺었던 복수 관계자는 "프레야PFV의 실소유주가 백씨가 아닌 지광스님"이라고 지목했다.

I회계법인이 2009년 3월20일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프레야PFV는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17-2번지 소재 케레스타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산 매입, 취득, 관리, 일시적 운용 및 처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자본금은 50억원으로 주주 구성상 지광스님이 실소유주임에 틀림없었다.

지분 39%(39만주)를 갖고 있는 이정섭은 지광스님의 속명이다. 지광스님이 소유한 능인선원은 25%(25만주)의 지분을 가졌다. 능인불교대학원대학을 소유한 학교법인 한국불교학원은 5%(5만주)의 지분을 가졌고, 사회복지법인 능인선원(비법인사단과 구분)이 5%의 지분을 보유했다. 또 국내외 포교를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능인불교선양원이 지분 20%(20만주)를 소유해 지광스님과 관련된 지분은 94%(94만주)에 이르렀다.

백씨는 프레야PFV의 회계업무를 담당했다는 진모씨를 소개했다. 진씨는 '프레야PFV의 실소유주가 지광스님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지광스님은 이사가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백씨를 바지사장으로 앉힌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경영상의 필요로 한 것이고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고 뭉뚱그렸다.

서울시 25억여원 국세청 24억여원 체납
동대문 케레스타 리모델링 과정서 세금 발생

케레스타(구 거평프레야)는 1998년 소유주인 거평건설이 부도를 내면서 소유권 분쟁에 휘말렸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인들은 임차인연합위원회(이하 임연위)를 구성해 소송에 돌입했다. 법원은 2006년 임연위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그런데 당시 임연위 대표이자 능인선원 사무장으로 알려진 배모씨는 "신규 법인으로 소유권을 넘겨 상가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등장한 신규 법인이 바로 프레야PFV다. 임차인들은 '프레야PFV로 소유권을 넘기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도장을 찍었다. 소유권을 위임받은 배씨는 은행권으로부터 3200억원을 대출(PF)받아 건물 리모델링 등에 사용했다.


문제는 10년 사이 동대문 상권이 변했다는 것이다. 케레스타는 인근 대형 쇼핑센터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다. 수익성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주채권자인 경남은행은 2010년 6월 케레스타에 대한 공매 절차를 진행했다. 임차인들은 또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이 과정에서 배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지광스님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진씨는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지광스님이 실소유주였다면 조사를 받고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씨의 말과 달리 법원은 지광스님이 프레야PFV의 실소유주임을 긍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보증금을 떼인 임차인들은 2011년부터 지광스님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임차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지광스님은 자신의 재산을 신도 명의로 세탁하는 등 사해 행위를 저질렀다.

2012년 6월 기준 지광스님은 경기 화성시 팔탄면,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경기 광주시 실촌면 건업리 등에 땅과 주택을 갖고 있었다. 법원 판결 직전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소재 땅과 주택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지광스님이 법인 명의로 갖고 있는 재산까지 더하면 보증금이나 세금을 못 낼 형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프레야PFV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프레야PFV는 2011년 3월부터 취득세 등 10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세금은 25억3400만원이다. 프레야PFV는 종합부동산세 등 10건의 국세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공개한 체납액은 24억5500만원이다.

문어발 인맥 자랑

지광스님은 부산 시내에서 발행하는 모 신문사를 갖고 있다. 회사 자본금은 2007년께 100억원을 넘은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지광스님이 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재산 대부분은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묶여 있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법인 체납자에 대한 2차 납세의무를 지울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지광스님은 케레스타가 공매에 넘어가자 일부 임차인을 포섭해 '비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남은 임차인들의 건물점거와 집회를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보증금 반환을 약속한 것이다. PFV는 해당 계약서를 썼고, 지광스님은 확인서에 날인했다. 그러나 케레스타가 파인트리로 인수되면서 계약은 유야무야됐다. 일부 임차인들은 아직까지 지광스님에게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