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고 터질' 5대 대형사건 관전포인트

4·29 보선 앞두고… 국면전환용 특단의 대책 나온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 50대 이상, 새누리당 지지층을 비롯한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뚜렷하다. 부동산 경기부양, 청와대 인사개편 등 쓸 만한 카드는 다 써봤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청와대 안팎에선 국정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상반기 정국에 영향을 미칠 다섯 가지 사건을 꼽아봤다. 두 가지는 현 정권에 유리하고, 나머지 세 가지는 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는 많은 국민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겼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두 달도 못가 열린 6·4 지방선거에서 50%가 넘는 국민들은 사실상 현 정권에 힘을 실었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섞인 기자회견 직후 동정론으로 바뀌었다. "박근혜를 지켜달라”" 여당의 선거구호에 지지율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로부터 반년여가 흐른 지난 1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주저앉았다. 곧 30% 초반의 지지율을 회복했으나 핵심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뚜렷했다. 지난 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2월 1주차(2∼6일) 정례 여론조사(RDD,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0%P)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31.8%로 직전 조사대비 0.4%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건1]
방산비리 수사

특히 대구·경북(TK), 50대 이상, 새누리당 지지층의 하락세가 뼈아팠다. 지역별로 대구·경북(48.9%→42.3%), 연령별로 50대(43.2%→39.5%)에서 과반수 지지가 붕괴됐고, 60대 이상(56.6%→51.7%)에서도 '턱걸이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새누리당 지지층(71.6%→69.5%)에서도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전체 부정평가는 62.3%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강한 부정평가가 41.1%에 달했다.

취임 3년 차에 돌입한 청와대는 위기 상황에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당·청 관계는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곧이어 있을 4·29 보궐선거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과로 파생된 선거라 결과에 따라 정권심판론이 대두될 수 있다. 야성이 강한 지역이라 여당에게 유리한 선거흐름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뒤집기에 성공했던 것처럼 뒷짐 지고 있을 정부·여당이 아니다. 국정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포석은 이곳저곳에 깔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방산비리 수사다.

방산비리 수사는 생각보다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최근 잇따라 제기된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집행 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과 경찰, 국방부 등 7개 기관 100여명의 인력으로 꾸려진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은 대대적인 내사에 착수해 군 고위급 장성을 겨냥한 첩보 수집을 벌였다.

지난 1일 합수단은 STX그룹으로부터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 등)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을 구속했다. 합수단은 전직 해군 소장 출신인 함모씨(사망) 등 모두 5명의 장성을 수사 대상에 올려 최고위급 인사인 정 전 총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합수단 안팎에서 들린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방산비리 수사가 어떤 이유로 시작됐는지 알면 놀랄 것"이라며 "아직 꺼내지 않은 것들이 많다. 지난 정권도 안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B정권 실세로 알려진 인사들이 특정 무기를 구입하게 하는 등 방위사업에 개입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수사의 방향도 그쪽(MB정권)으로 가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감사원은 외곽지원에 나섰다. 지난 4일 황찬현 감사원장은 "무기체계 전반에 대한 감사를 병행해 고질적인 방산비리에 대해선 발본색원한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감사원은 방산비리특감단을 운영 중이다.

[대형사건2]
자원외교 국정조사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수사 대상에 일부 대기업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대기업과 군 관계자, 정권 실세로 이어지는 상납구조가 수사의 핵심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권력형게이트에 가까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방산업 및 기술 분야 세계 7대 수출국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 가운데 8조원가량이 투입된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 등 정권 말기 추진된 14조원 규모의 해외무기도입 추진과정은 복마전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방산비리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을 엮을 수 있다면 그 공은 현 정권에게 넘어온다. 반대로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이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청와대 입장에선 득 될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벼르고 있는 쪽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다. 국정조사 대상에는 야권이 이른바 '5적'으로 명명한 이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현 정부 각료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포함돼 있다.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이하 국조특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국정조사의 '목표'를 묻자 "결국은 청문회장에 MB가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형님'인 이 전 의원은 현지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는 등 출석을 예고한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전 의원과 자원개발에 참여한 몇몇 민간기업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가 안팎에선 A그룹의 이름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A그룹은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등과 함께 이 전 의원의 남미 순방을 수차례 수행했다. 페루·콜롬비아·에콰도르 등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한 것으로도 확인된다.

민간기업 가운데는 의도치 않게 자원개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입은 곳도 적지 않다. 국조특위 관계자는 "정부 등살에 못 이겨 예정에 없던 자원개발에 참여했던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 부총리는 모두 21개 사업(투자액 약 14조원)을 명목상 총괄했다. 누적 당기순손실은 2조원을 넘는다. 이때 입은 손실은 공기업의 부채로 남았다. 특히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공장(NARL)에 모두 2조원을 투자했다가 지난해 8월 미국 상업은행인 실버레인지에 약 200억원을 주고 사업권을 매각했다. 원금의 99%를 날린 셈이다.

박근혜 지지율 하락 뚜렷
TK·50대·새누리당 이탈
'적신호' 반등카드에 주목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해외순방을 하거나 특사를 파견해 체결한 MOU 이른바 'VIP 자원외교'가 45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수익성이 불투명한) 탐사개발은 35건이었다"고 지난해 11월 밝혔다. 국내로 들어온 수익은 0원이었다. VIP자원외교를 포함한 해외자원개발에는 모두 40조원의 세금이 쓰였다.

[대형사건3]
민주노총 총파업

방산비리 수사와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각각 지난 정권에 대한 청산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현 정부에 대항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은 올 4월 전후로 본격화될 조짐이다. 공무원 연금제도 개편, 비정규직 확대 등 박근혜정부가 풀지 못한 사회적 갈등과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으로 빚어진 정통성 문제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4월에 이르러 대규모 시위 양상을 띨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4월 총파업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분쇄 ▲공적연금 강화와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목표로 설정하고 동력 모으기에 나섰다.


앞서 정부는 기간제·파견근로 사용기간 2년 연장과 파견 허용업무 확대를 골자로 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장그래법'이란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사실상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될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이 총파업에 대한 내부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노 측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가시화되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정부 입장에서 공무원 집단의 이탈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불어 야권을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과 정부 증세정책에 등 돌린 시민들이 시위에 가세할 경우 그 파급력은 이명박정부 당시 있었던 '광우병 촛불정국'에 맞먹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정부와의 전면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대형사건4]
북한인권소 설치

박근혜정부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을 내정하면서 악수를 뒀다.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탈세 등의 의혹은 인적쇄신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지지율 회복의 동인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때문에 정부가 외부 동인을 빌려 지지율 반등을 꾀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집권당의 단골 레퍼토리인 '대북 카드'가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의제 설정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심의가 재개됐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에 북한인권재단 설립 등을 명시해 새정치민주연합과 이견을 드러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올 3월이 호재다.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는 일종의 꽃놀이패로 해석된다. 흥분한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면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른 조치로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3월의 하이라이트는 유엔(UN)의 서울 북한인권현장사무소(이하 북한인권소) 설치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해 '북한인권조사위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여론을 환기했다. 북한인권소는 그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 들어설 북한인권소는 동북아 국가들의 복잡한 외교문제와 맞물려 이목을 끌고 있다. 국제적인 여론이 호의적일 경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덩달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형사건5]
정윤회문건 후폭풍

청와대가 규정한 '문건 유출' 수사는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었던 '십상시'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으면서 박근혜정부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에 대한 의심은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에게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이들 3인방을 지키면서 '불통' 논란을 자초했다.

'정윤회 문건' 파문은 결과적으로 당·청 관계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무성 수첩' 파문은 당·청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무엇보다 "문건이 허위로 작성됐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달리 일부 내용은 사실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문건에 등장한 기업 B사는 사정기관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사는 현 정권 실세와의 유착설이 돌았던 곳이다. 향후 B사와 관련한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윤회 문건' 파문은 재점화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일각에선 사정기관을 장악한 박근혜정부가 이를 놔둘 리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쪽과 가리려는 쪽의 기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