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고 터질' 5대 대형사건 관전포인트

4·29 보선 앞두고… 국면전환용 특단의 대책 나온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 50대 이상, 새누리당 지지층을 비롯한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뚜렷하다. 부동산 경기부양, 청와대 인사개편 등 쓸 만한 카드는 다 써봤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청와대 안팎에선 국정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상반기 정국에 영향을 미칠 다섯 가지 사건을 꼽아봤다. 두 가지는 현 정권에 유리하고, 나머지 세 가지는 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는 많은 국민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겼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두 달도 못가 열린 6·4 지방선거에서 50%가 넘는 국민들은 사실상 현 정권에 힘을 실었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섞인 기자회견 직후 동정론으로 바뀌었다. "박근혜를 지켜달라”" 여당의 선거구호에 지지율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로부터 반년여가 흐른 지난 1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주저앉았다. 곧 30% 초반의 지지율을 회복했으나 핵심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뚜렷했다. 지난 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2월 1주차(2∼6일) 정례 여론조사(RDD,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0%P)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31.8%로 직전 조사대비 0.4%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건1]
방산비리 수사

특히 대구·경북(TK), 50대 이상, 새누리당 지지층의 하락세가 뼈아팠다. 지역별로 대구·경북(48.9%→42.3%), 연령별로 50대(43.2%→39.5%)에서 과반수 지지가 붕괴됐고, 60대 이상(56.6%→51.7%)에서도 '턱걸이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새누리당 지지층(71.6%→69.5%)에서도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전체 부정평가는 62.3%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강한 부정평가가 41.1%에 달했다.

취임 3년 차에 돌입한 청와대는 위기 상황에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당·청 관계는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곧이어 있을 4·29 보궐선거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과로 파생된 선거라 결과에 따라 정권심판론이 대두될 수 있다. 야성이 강한 지역이라 여당에게 유리한 선거흐름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뒤집기에 성공했던 것처럼 뒷짐 지고 있을 정부·여당이 아니다. 국정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포석은 이곳저곳에 깔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방산비리 수사다.

방산비리 수사는 생각보다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최근 잇따라 제기된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집행 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과 경찰, 국방부 등 7개 기관 100여명의 인력으로 꾸려진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은 대대적인 내사에 착수해 군 고위급 장성을 겨냥한 첩보 수집을 벌였다.

지난 1일 합수단은 STX그룹으로부터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 등)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을 구속했다. 합수단은 전직 해군 소장 출신인 함모씨(사망) 등 모두 5명의 장성을 수사 대상에 올려 최고위급 인사인 정 전 총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합수단 안팎에서 들린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방산비리 수사가 어떤 이유로 시작됐는지 알면 놀랄 것"이라며 "아직 꺼내지 않은 것들이 많다. 지난 정권도 안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B정권 실세로 알려진 인사들이 특정 무기를 구입하게 하는 등 방위사업에 개입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수사의 방향도 그쪽(MB정권)으로 가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감사원은 외곽지원에 나섰다. 지난 4일 황찬현 감사원장은 "무기체계 전반에 대한 감사를 병행해 고질적인 방산비리에 대해선 발본색원한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감사원은 방산비리특감단을 운영 중이다.

[대형사건2]
자원외교 국정조사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수사 대상에 일부 대기업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대기업과 군 관계자, 정권 실세로 이어지는 상납구조가 수사의 핵심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권력형게이트에 가까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방산업 및 기술 분야 세계 7대 수출국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 가운데 8조원가량이 투입된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 등 정권 말기 추진된 14조원 규모의 해외무기도입 추진과정은 복마전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방산비리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을 엮을 수 있다면 그 공은 현 정권에게 넘어온다. 반대로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이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청와대 입장에선 득 될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벼르고 있는 쪽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다. 국정조사 대상에는 야권이 이른바 '5적'으로 명명한 이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현 정부 각료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포함돼 있다.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이하 국조특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국정조사의 '목표'를 묻자 "결국은 청문회장에 MB가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형님'인 이 전 의원은 현지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는 등 출석을 예고한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전 의원과 자원개발에 참여한 몇몇 민간기업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가 안팎에선 A그룹의 이름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A그룹은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등과 함께 이 전 의원의 남미 순방을 수차례 수행했다. 페루·콜롬비아·에콰도르 등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한 것으로도 확인된다.

민간기업 가운데는 의도치 않게 자원개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입은 곳도 적지 않다. 국조특위 관계자는 "정부 등살에 못 이겨 예정에 없던 자원개발에 참여했던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 부총리는 모두 21개 사업(투자액 약 14조원)을 명목상 총괄했다. 누적 당기순손실은 2조원을 넘는다. 이때 입은 손실은 공기업의 부채로 남았다. 특히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공장(NARL)에 모두 2조원을 투자했다가 지난해 8월 미국 상업은행인 실버레인지에 약 200억원을 주고 사업권을 매각했다. 원금의 99%를 날린 셈이다.

박근혜 지지율 하락 뚜렷
TK·50대·새누리당 이탈
'적신호' 반등카드에 주목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해외순방을 하거나 특사를 파견해 체결한 MOU 이른바 'VIP 자원외교'가 45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수익성이 불투명한) 탐사개발은 35건이었다"고 지난해 11월 밝혔다. 국내로 들어온 수익은 0원이었다. VIP자원외교를 포함한 해외자원개발에는 모두 40조원의 세금이 쓰였다.

[대형사건3]
민주노총 총파업

방산비리 수사와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각각 지난 정권에 대한 청산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현 정부에 대항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은 올 4월 전후로 본격화될 조짐이다. 공무원 연금제도 개편, 비정규직 확대 등 박근혜정부가 풀지 못한 사회적 갈등과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으로 빚어진 정통성 문제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4월에 이르러 대규모 시위 양상을 띨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4월 총파업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분쇄 ▲공적연금 강화와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목표로 설정하고 동력 모으기에 나섰다.


앞서 정부는 기간제·파견근로 사용기간 2년 연장과 파견 허용업무 확대를 골자로 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장그래법'이란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사실상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될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이 총파업에 대한 내부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노 측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가시화되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정부 입장에서 공무원 집단의 이탈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불어 야권을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과 정부 증세정책에 등 돌린 시민들이 시위에 가세할 경우 그 파급력은 이명박정부 당시 있었던 '광우병 촛불정국'에 맞먹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정부와의 전면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대형사건4]
북한인권소 설치

박근혜정부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을 내정하면서 악수를 뒀다.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탈세 등의 의혹은 인적쇄신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지지율 회복의 동인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때문에 정부가 외부 동인을 빌려 지지율 반등을 꾀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집권당의 단골 레퍼토리인 '대북 카드'가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의제 설정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심의가 재개됐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에 북한인권재단 설립 등을 명시해 새정치민주연합과 이견을 드러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올 3월이 호재다.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는 일종의 꽃놀이패로 해석된다. 흥분한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면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른 조치로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3월의 하이라이트는 유엔(UN)의 서울 북한인권현장사무소(이하 북한인권소) 설치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해 '북한인권조사위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여론을 환기했다. 북한인권소는 그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 들어설 북한인권소는 동북아 국가들의 복잡한 외교문제와 맞물려 이목을 끌고 있다. 국제적인 여론이 호의적일 경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덩달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형사건5]
정윤회문건 후폭풍

청와대가 규정한 '문건 유출' 수사는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었던 '십상시'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으면서 박근혜정부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에 대한 의심은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에게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이들 3인방을 지키면서 '불통' 논란을 자초했다.

'정윤회 문건' 파문은 결과적으로 당·청 관계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무성 수첩' 파문은 당·청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무엇보다 "문건이 허위로 작성됐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달리 일부 내용은 사실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문건에 등장한 기업 B사는 사정기관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사는 현 정권 실세와의 유착설이 돌았던 곳이다. 향후 B사와 관련한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윤회 문건' 파문은 재점화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일각에선 사정기관을 장악한 박근혜정부가 이를 놔둘 리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쪽과 가리려는 쪽의 기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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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