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추적

청와대는 '무관심' 새누리는 '흔들기'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던 사람들이 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세월호특별법으로 진상규명의 희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망은 암담하다. 대통령은 무관심, 새누리당은 흔들기로 일관하고 있다.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던 국민들의 열망은 '세금도둑적 작태'로 매도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일까.

올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대회.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이 골프대회의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과 환담했다. 그리고 뜬금없이 '골프' 얘기를 꺼냈다.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권위 있는 골프대회고 내가 명예회장으로 있다"며 "우리나라 골프가 침체돼 있으니 활성화에 힘써 달라는 건의를 여러번 받았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 무관심
유족들 거리로

이 틈을 타 최 부총리는 맞장구를 쳤다. "국내에선 골프 관련 특별소비세·개별소비세가 붙어 침체돼 있고 사실은 외국에 가서 많이 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은 즉각 "방안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정 총리는 "(그렇다면) 문체부 장관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하시죠"라고 농담을 던졌다. 가뜩이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으로 뒤숭숭한 정국에서 박 대통령의 골프 발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지상파 언론에선 이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새해 국정기조로 언급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직접 약속한 내용이다. 같은 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을 촉구하며 경기 안산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19박20일간의 도보 행진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이날 극우 인터넷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한 회원은 '친구 먹었다'라는 제목으로 충격적인 게시물을 올렸다. 김모(20)씨와 조력자 조모(30)씨로 알려진 이들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오뎅)을 든 채 한 손으로는 일베를 상징하는 손모양을 하고 이른바 '인증샷'을 찍어 올렸다. 어묵은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6일 모욕 혐의로 김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조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 등은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단원고 교복을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이드라인 제시
특위 무력화 시켜

국민의 상식선에서 일베는 비정상에 가깝다. 그러나 이를 정상화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을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서 세월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발언 내용은 ▲"세월호 사고의 문제점이 대부분 드러났고 관계자들도 문책을 당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이 할 수 없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로 요약된다.

정부 여당과 검찰은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이행했다. 여야가 합의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특위)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검찰은 대통령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기소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이틀 전부터 노숙하던 50여명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대통령님 살려주세요!"라고 애걸했지만 유가족 수보다 경호원 수가 더 많았다. 박 대통령은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보고는 그대로 차에 올랐다.

대통령 세월호참사 침묵…암묵적 가이드라인
친박계 김재원 세월호특위 내부문건 빼돌려

세월호의 '세'자도 꺼내지 않던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소위 종북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며 종북 논란을 지폈다. 황선·신은미씨가 연 통일콘서트 현장에 폭발물이 투척된 것에는 침묵했다. 2명에게 화상을 입히고 집기를 부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등학생 오모(19)군은 최근 출소해 일베에 '인증글'을 남겼다. 반면 신씨 등은 국내에서 추방되거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정부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은 예외 없이 관철됐다. 만약 박 대통령이 세월호특위에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주문했더라면 어땠을까. 유가족이 또다시 400km가 넘는 고난의 행진을 했을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골프대회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세월호특위다. 대통령의 무관심은 다수 친박계 의원들이 세월호에서 등을 돌린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친박의 대표격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당시 원내수석부대표)은 세월호특위를 겨냥한 거친 표현과 내부문서 빼돌리기로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세월호특위 설립준비단'(이하 설립준비단) 명의의 내부문건을 빼내 지난달 16일 "(세월호특위의) 세금도둑적 작태를 절대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세월호특위 여당 추천위원인 조대환 부위원장(상임직 사무처장)과 세월호특위 실무협상 주체인 해양수산부를 통해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에는 세월호특위가 125명의 인력과 241억원의 예산을 쓸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 중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절차상 확정된 기안은 아니지만 김 의원은 언론을 통해 세월호특위를 '세금도둑'으로 낙인찍어버렸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김 의원에게 독대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 조 부위원장의 '친박' 이력이다. 조 부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에는 초대 민정수석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조 부위원장과 김 의원은 나란히 검사 출신으로 확인된다.

김 의원의 발언을 시작으로 조 부위원장은 설립준비단 해체를 발의했다. 세월호특위와 달리 설립준비단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설립준비단이 해체될 경우 세월호특위의 실무 진행은 마비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특위는 다수의 의견으로 해체안을 부결시켰다.

그러자 조 부위원장은 설립준비단에 파견돼 있던 담당공무원(해양수산부 소속 3명, 행정자치부 소속 1명)을 지난달 23일 원대로 복귀시켰다. 이들은 설립준비단과 정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세월호특위는 출범도 하기 전 이렇게 한 달을 삐거덕댔다. 두 '친박'의 노골적인 흔들기가 표면화된 결과였다.

갈수록 첩첩산중
사무실도 뺏길 판

기자는 지난 2일 설립준비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지방조달청 청사를 찾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상임위원인 박종운 설립준비단 대변인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단 대화로 잘 풀어가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이날 박 대변인은 "이석태 세월호특위 위원장(유가족 추천)과 조 부위원장이 공무원 재파견에 합의했다"며 "공문을 보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일 공문에 응답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3명은 설립준비단에 합류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공무원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상대적으로 세월호특위 운영에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조 부위원장 등 여당 추천위원과 반대 성향의 다수 위원들이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일부 위원들이 세월호특위의 출범을 가로막는다면 위원장이 다수 의견을 받아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당면한 논의가 합의점을 찾기는커녕 여권의 '힘빼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세월호특위의 핵심으로 '독립성'을 꼽으면서 조 부위원장이 가져간 문건은 당초 같은 달 19일에 반대의견을 듣기로 돼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하면 세월호특위가 내부 협의를 목적으로 초안을 만들자 조 부위원장이 이를 빼돌려 엉뚱하게도 김 의원과 논의를 한 것이다.

조 부위원장은 지난 4일 열린 전체간담회에서 이 같은 우려를 현실화했다. 초안 기준으로 240억원이었던 예산을 130억원으로 깎은 것이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158억원,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120억원의 예산보다 실질적으로 낮은 금액이다. 각 부처가 내놓은 예산안에는 직원 인건비와 조사 활동비, 건물 임대료 등이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설립준비단이 임시로 쓰고 있는 사무실 임대계약은 이달 중순 종료된다. 박 대변인은 "공공기관 소유의 사무실 대관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앙부처(기획재정부 포함)들이 '안 된다'고 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현재 점유자도 없고 예약마저 없는 빈 공간이지만 정부는 무슨 이유인지 대관 얘기에 손사레를 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빌딩에 입주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이 경우 비싼 임대료가 장기적으로 부담이다.

조대환, 새누리당에 수시로 정보 보고
'세월호 인양' 예산낭비 공세로 좌절?

새누리당이 추천한 황전원 세월호특위 위원(비상임)은 지난 5일 또다시 설립준비단을 흔들었다. 황 위원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공보특보를 지낸 '친박'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설립준비단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위원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의 주장대로라면 설립준비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협의는 무효화될 수 있다. 현재 설립준비단은 세월호특위의 예산과 직제, 시행령 등을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다.

또 다른 문제는 여당의 협조가 없는 한 세부안이 협의되기도 힘들뿐더러 작성된 안을 정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까지 받아야 된다는 점이다. 안건 제출 후 중간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통과를 지연시키면 세월호특위는 정상적인 조사활동에 돌입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각 위원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데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났을 경우 또다시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

세월호 인양
비용이 관건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에서 2학년4반 박수현 학생의 아버지인 박종대씨는 세월호특위의 '중요한 부분'을 이렇게 짚었다. 임의로 요약하면 첫째 세월호특위의 인적구성, 둘째 빠른 시일 내에 발족이 가능하도록 할 것, 마지막으로 세월호특위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할 것이다.

현재 세월호특위에는 세월호 참사 직후 일베 게시글을 퍼날랐던 차기환 위원(새누리당 추천·비상임)이 있다. 차 위원이 속해 있는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행변)은 국정원의 변호를 전담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 한 공무원은 대통령 임명을 위한 세월호특위 위원들의 인사자료를 고의로 누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립준비단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들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부 여당의 노골적인 방해 속에 세월호 선체인양 문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특위에는 법률상 인양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다만 박 대변인은 사견임을 전제로 "전체 인양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체인양은 실종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진상규명과 사회적 갈등해소에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혹시 인양비용이 부풀려져 언론에 알려지면 정치 쟁점화 될까 두렵다"면서 "국민적인 관심과 합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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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