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추적

청와대는 '무관심' 새누리는 '흔들기'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던 사람들이 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세월호특별법으로 진상규명의 희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망은 암담하다. 대통령은 무관심, 새누리당은 흔들기로 일관하고 있다.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던 국민들의 열망은 '세금도둑적 작태'로 매도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일까.

올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대회.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이 골프대회의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과 환담했다. 그리고 뜬금없이 '골프' 얘기를 꺼냈다.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권위 있는 골프대회고 내가 명예회장으로 있다"며 "우리나라 골프가 침체돼 있으니 활성화에 힘써 달라는 건의를 여러번 받았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 무관심
유족들 거리로

이 틈을 타 최 부총리는 맞장구를 쳤다. "국내에선 골프 관련 특별소비세·개별소비세가 붙어 침체돼 있고 사실은 외국에 가서 많이 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은 즉각 "방안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정 총리는 "(그렇다면) 문체부 장관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하시죠"라고 농담을 던졌다. 가뜩이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으로 뒤숭숭한 정국에서 박 대통령의 골프 발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지상파 언론에선 이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새해 국정기조로 언급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직접 약속한 내용이다. 같은 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을 촉구하며 경기 안산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19박20일간의 도보 행진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이날 극우 인터넷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한 회원은 '친구 먹었다'라는 제목으로 충격적인 게시물을 올렸다. 김모(20)씨와 조력자 조모(30)씨로 알려진 이들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오뎅)을 든 채 한 손으로는 일베를 상징하는 손모양을 하고 이른바 '인증샷'을 찍어 올렸다. 어묵은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6일 모욕 혐의로 김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조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 등은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단원고 교복을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이드라인 제시
특위 무력화 시켜

국민의 상식선에서 일베는 비정상에 가깝다. 그러나 이를 정상화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을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서 세월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발언 내용은 ▲"세월호 사고의 문제점이 대부분 드러났고 관계자들도 문책을 당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이 할 수 없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로 요약된다.

정부 여당과 검찰은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이행했다. 여야가 합의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특위)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검찰은 대통령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기소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이틀 전부터 노숙하던 50여명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대통령님 살려주세요!"라고 애걸했지만 유가족 수보다 경호원 수가 더 많았다. 박 대통령은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보고는 그대로 차에 올랐다.

대통령 세월호참사 침묵…암묵적 가이드라인
친박계 김재원 세월호특위 내부문건 빼돌려

세월호의 '세'자도 꺼내지 않던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소위 종북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며 종북 논란을 지폈다. 황선·신은미씨가 연 통일콘서트 현장에 폭발물이 투척된 것에는 침묵했다. 2명에게 화상을 입히고 집기를 부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등학생 오모(19)군은 최근 출소해 일베에 '인증글'을 남겼다. 반면 신씨 등은 국내에서 추방되거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정부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은 예외 없이 관철됐다. 만약 박 대통령이 세월호특위에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주문했더라면 어땠을까. 유가족이 또다시 400km가 넘는 고난의 행진을 했을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골프대회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세월호특위다. 대통령의 무관심은 다수 친박계 의원들이 세월호에서 등을 돌린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친박의 대표격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당시 원내수석부대표)은 세월호특위를 겨냥한 거친 표현과 내부문서 빼돌리기로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세월호특위 설립준비단'(이하 설립준비단) 명의의 내부문건을 빼내 지난달 16일 "(세월호특위의) 세금도둑적 작태를 절대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세월호특위 여당 추천위원인 조대환 부위원장(상임직 사무처장)과 세월호특위 실무협상 주체인 해양수산부를 통해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에는 세월호특위가 125명의 인력과 241억원의 예산을 쓸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 중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절차상 확정된 기안은 아니지만 김 의원은 언론을 통해 세월호특위를 '세금도둑'으로 낙인찍어버렸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김 의원에게 독대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 조 부위원장의 '친박' 이력이다. 조 부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에는 초대 민정수석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조 부위원장과 김 의원은 나란히 검사 출신으로 확인된다.

김 의원의 발언을 시작으로 조 부위원장은 설립준비단 해체를 발의했다. 세월호특위와 달리 설립준비단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설립준비단이 해체될 경우 세월호특위의 실무 진행은 마비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특위는 다수의 의견으로 해체안을 부결시켰다.

그러자 조 부위원장은 설립준비단에 파견돼 있던 담당공무원(해양수산부 소속 3명, 행정자치부 소속 1명)을 지난달 23일 원대로 복귀시켰다. 이들은 설립준비단과 정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세월호특위는 출범도 하기 전 이렇게 한 달을 삐거덕댔다. 두 '친박'의 노골적인 흔들기가 표면화된 결과였다.

갈수록 첩첩산중
사무실도 뺏길 판

기자는 지난 2일 설립준비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지방조달청 청사를 찾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상임위원인 박종운 설립준비단 대변인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단 대화로 잘 풀어가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이날 박 대변인은 "이석태 세월호특위 위원장(유가족 추천)과 조 부위원장이 공무원 재파견에 합의했다"며 "공문을 보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일 공문에 응답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3명은 설립준비단에 합류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공무원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상대적으로 세월호특위 운영에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조 부위원장 등 여당 추천위원과 반대 성향의 다수 위원들이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일부 위원들이 세월호특위의 출범을 가로막는다면 위원장이 다수 의견을 받아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당면한 논의가 합의점을 찾기는커녕 여권의 '힘빼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세월호특위의 핵심으로 '독립성'을 꼽으면서 조 부위원장이 가져간 문건은 당초 같은 달 19일에 반대의견을 듣기로 돼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하면 세월호특위가 내부 협의를 목적으로 초안을 만들자 조 부위원장이 이를 빼돌려 엉뚱하게도 김 의원과 논의를 한 것이다.

조 부위원장은 지난 4일 열린 전체간담회에서 이 같은 우려를 현실화했다. 초안 기준으로 240억원이었던 예산을 130억원으로 깎은 것이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158억원,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120억원의 예산보다 실질적으로 낮은 금액이다. 각 부처가 내놓은 예산안에는 직원 인건비와 조사 활동비, 건물 임대료 등이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설립준비단이 임시로 쓰고 있는 사무실 임대계약은 이달 중순 종료된다. 박 대변인은 "공공기관 소유의 사무실 대관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앙부처(기획재정부 포함)들이 '안 된다'고 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현재 점유자도 없고 예약마저 없는 빈 공간이지만 정부는 무슨 이유인지 대관 얘기에 손사레를 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빌딩에 입주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이 경우 비싼 임대료가 장기적으로 부담이다.

조대환, 새누리당에 수시로 정보 보고
'세월호 인양' 예산낭비 공세로 좌절?

새누리당이 추천한 황전원 세월호특위 위원(비상임)은 지난 5일 또다시 설립준비단을 흔들었다. 황 위원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공보특보를 지낸 '친박'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설립준비단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위원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의 주장대로라면 설립준비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협의는 무효화될 수 있다. 현재 설립준비단은 세월호특위의 예산과 직제, 시행령 등을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다.

또 다른 문제는 여당의 협조가 없는 한 세부안이 협의되기도 힘들뿐더러 작성된 안을 정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까지 받아야 된다는 점이다. 안건 제출 후 중간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통과를 지연시키면 세월호특위는 정상적인 조사활동에 돌입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각 위원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데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났을 경우 또다시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

세월호 인양
비용이 관건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에서 2학년4반 박수현 학생의 아버지인 박종대씨는 세월호특위의 '중요한 부분'을 이렇게 짚었다. 임의로 요약하면 첫째 세월호특위의 인적구성, 둘째 빠른 시일 내에 발족이 가능하도록 할 것, 마지막으로 세월호특위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할 것이다.

현재 세월호특위에는 세월호 참사 직후 일베 게시글을 퍼날랐던 차기환 위원(새누리당 추천·비상임)이 있다. 차 위원이 속해 있는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행변)은 국정원의 변호를 전담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 한 공무원은 대통령 임명을 위한 세월호특위 위원들의 인사자료를 고의로 누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립준비단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들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부 여당의 노골적인 방해 속에 세월호 선체인양 문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특위에는 법률상 인양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다만 박 대변인은 사견임을 전제로 "전체 인양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체인양은 실종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진상규명과 사회적 갈등해소에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혹시 인양비용이 부풀려져 언론에 알려지면 정치 쟁점화 될까 두렵다"면서 "국민적인 관심과 합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