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왕 이승엽’ 요코하마에서 포효하다!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세계 제일의 4번 타자의 칭호’를 얻은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일본 진출 후 첫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 16일 요코하마의 밤하늘에 기적을 부르는 3연발 불꽃이 수놓았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전에서 3회 스리런포와 4회 투런 아치에 이어 6회 네 번째 타석에서도 중월 투런 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발휘, 이날 5타수 3안타 7타점을 올렸다.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이승엽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과연 이승엽이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던 비결이 무엇인지 그 배경을 따라가 봤다.

“이것이 바로 폭발이다”

“타석에서 이승엽은 백수의 왕 사자 같았다. 만만한 공을 확실히 포착하고 탁구공 치듯 스탠드까지 날렸다. 세계 제일의 4번 타자의 칭호를 얻은 베이징올림픽 같이 무서웠다.”
일본 산케이스포츠의 17일자 보도 내용이다. 일본 스포츠지들은 이승엽의 3연타석 홈런에 일본이 감탄, 또 감탄하면서 찬사와 기대의 평가를 내리며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 경기에 3연타석 홈런을 때린 것은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경력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기 전까지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한 때 ‘아시아 최고 거포’로 통했지만 침체기가 지속되면서 불신감이 팽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왼손 엄지 인대 수술을 받은 뒤 타격 부진에 빠진 후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물론 최악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동안 시즌 초반 최악의 타격감에서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동안 손가락 부상 후유증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 이후 그는 달라졌다.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자신 있는 스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팀의 시즌 1위 탈환을 이끌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의 부활에 일본열도에선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특히 이승엽의 부활은 요미우리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알렉스 라미레스의 중심타선에다가 부활한 이승엽이 가세하면 파괴력은 배가 되고, 역전 우승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
요미우리 하라 다쓰노리(50) 감독은 “”이승엽이 1경기 3홈런으로 ‘진짜’ 거포가 되어 돌아왔다. 3발의 홈런, 모두가 값진 것이었다”면서 이승엽에 대해 오래간만에 두터운 신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 일본 야구계는 이승엽의 부활에 바짝 긴장한 눈치다. 베이징 올림픽은 물론 국제 대회에서 한국의 대표 타자 이승엽에게 호되게 당한 일본 야구계이기에 그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승엽의 부활포는 투수와 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역전을 꿈꾸고 있는 요미우리 입장에선 이승엽으로 인해 대호재를 맞이한 셈이다.
우선 투수력이 안정되고 있다. 강력한 타선과 함께 올 들어 가장 안정되고 힘좋은 요미우리의 전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일고 있다. 뜨거운 타격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승엽 효과로 3번 오가사와라와 4번 라미레스는 연일 타격을 뜨겁게 달구면서 요미우리 타선이 공포의 타선으로 돌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승엽의 부활 비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케이스포츠는 이에 대해 이승엽이 올림픽 이후 2군에서 각고의 다이어트를 통해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증가한 것이 홈런포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산케이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하라 감독의 ‘전략적인 조치’로 2군에 내려갔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뒤 1군에 복귀했다가 컨디션 회복 차원에서 좌완 애드리언 번사이드와 교체돼 다시 2군으로 내려간 것이다.
2군으로 간 이승엽은 평소 좋아하던 불고기와 탄수화물(쌀밥) 대신 계란 흰자와 닭가슴살 등의 음식으로 단백질을 보충하며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렸다.

요코하마의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소리 꽝! 꽝! 꽝!
홈런 3연발에 일본 열도 일제히 ‘승짱’ 합창 중  

물론 이는 매년 겨울 귀국 후 대구 세진헬스에서 개인훈련을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평소 94kg에 이르던 체중이 약 3kg 정도 줄었다. 체지방이 줄었지만 근육이 증가해 스윙의 날카로움을 되찾았다. 이 같은 노력이 복귀 이후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데 도움이 된 셈이다.
산케이스포츠는 팀 동료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도 한 몫 했다고 지적했다. 이승엽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아베 신노스케, 알렉스 라미레스 등을 한국음식점으로 초대했는데 당시 두 선수가 1군에서 애드리안 번사이드와 경쟁 중이던 이승엽을 배려해 팀 관련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승엽은 “한국 무대서 1경기 3홈런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3연타석 아치는 처음인 것 같다”라면서 “세 번째 홈런을 때려낼 때도 별 감흥은 없었다. 그저 타석마다 힘껏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분은 좋다. 요즘은 자신감 있게 타석에 설 수 있다. 어제까지 한 것만큼을 다 한 것 같은데 더 열심히 해서 팀이 선두로 나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현재 이승엽은 시즌 막판을 맞이하고 있다. 그는 이미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남은 경기에서도 전력을 다하겠다”며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꼭 필요할 때 터트리는’ 이승엽의 잔여 시즌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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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