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후폭풍' 풀리지 않는 의혹 4

'게이트 키' 박지만이 쥐고 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윤회 문건파동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일 개시한 검찰 수사는 불과 2주 만에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경정 쪽으로 칼끝이 모이고 있다. '십상시 회동'과 '박지만 미행설'은 모두 신빙성 없는 허위사실로 매듭지은 모양이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찌라시'로 치부하기에는 께름칙한 '거짓말'이 너무 많아서다.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이번 파문의 쟁점 4가지를 차례로 짚어봤다.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와 관련한 의혹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세계일보>가 보도한 '동향보고서'의 내용대로 정씨가 '십상시'의 좌장으로 정부 인사 등 국정에 개입했는지 여부. 둘째,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을 실제로 미행했는지 여부. 셋째, 부인이었던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 그리고 정씨와의 인연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지 여부다.

검찰 수사 경과를 지켜보면 이 가운데 국정개입 의혹과 미행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입장이 정리되고 있다. '십상시 회동'과 '박지만 미행설'은 모두 문건의 출처가 박관천 경정(전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베테랑 수사관'이었던 박 경정은 왜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내 박 회장에게 흘린 것일까.

①박관천은 왜
문건 만들었나

상대적으로 실체가 불분명한 '박지만 동향문건'부터 살펴보자. 검찰은 박 경정이 '박지만 미행설'과 관련한 별도의 문건을 작성한 뒤 박 회장의 측근인 전모씨를 거쳐 박 회장에게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시사저널>에 보도된 "미행 당사자로부터 자필진술서를 받아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로부터 미행당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미행을 의심하게 된 근거로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을 꼽았다.

박 경정은 청와대 행정관 재직 당시 고위공무원에 대한 암행 감찰이나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에 대한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박 회장의 비서 역할을 했던 전씨와도 종종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경정이 박 회장 주변 동향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미행설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해 이를 전씨를 통해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십상시 회동·박지만미행설 작성 의도는?
김기춘 보고 받고 입장 돌변…누구 입김?

그러나 검찰은 "문건의 신빙성에 의문이 든다"며 "박 경정이 의도적으로 박 회장에게 미행설을 흘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의 판단대로 박 경정이 미확인된 미행설을 유포했다면 이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을 확률이 높다.

전씨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관비서관의 추천으로 청와대 행정관에 발탁될 뻔 했다. 그러나 안 비서관의 반대에 막혀 '특채'가 좌절된 경험이 있다. 전씨가 3인방에 대해 '유감'을 갖고 있는 것을 염두에 뒀다면 정보가 흘러나가는 '게이트'로 전씨가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이 정윤회 동향문건의 제보자로 특정한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도 문고리 권력의 인사 개입을 암시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 경정에 대해 "안 비서관이 (올 2월) 자기를 청와대에서 쫓아냈다고 생각해 앙금이 깊더라"고 말했다.

박 경정은 지난 1월 정윤회 동향문건을 작성해 조 비서관에게 보고한 뒤 불과 1달 만에 일선경찰서 정보과장으로 좌천됐다. 관련 배경을 놓고 정씨에 대한 뒷조사를 벌이다 문고리 권력에 찍혔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진다.


문건 내용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보한 조 비서관도 지난 4월 경질됐다. 보고서 제목은 '靑(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었다. 제목의 앞마디가 의미심장했다.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이라는 도입은 김 실장을 겨냥한 문구로 풀이됐다. 거칠게 정리하면 김 실장에게 "문고리 권력을 걸러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②김기춘은 왜
사태 방관했나

지난 18일 박 경정은 체포 직전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일지 모르겠지만, 충성은 하는 사람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알아야 하거든. 그렇기 때문에 회의감이 들고…"라며 "(문건이) 어떤 경위로 작성됐고 뭐가 문제인지. 언젠가는 내가 말할 날이 있을 거다. 그런 거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얘기하면 국민들이 놀랄 거야"라고 폭로전을 예고했다.

또 박 경정은 "조 비서관이 민감한 일들을 다 시켰다"는 말로 상부의 지시가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럼에도 박 경정의 행위 동기는 의문투성이다. 반출된 문건을 복사한 한모 경위와 언론에 유포한 최모 경위(사망) 모두 경찰 내 손꼽히는 엘리트다. 이들이 위법 소지가 있는 문건 유출을 감행한 이유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타공인 현 정부의 실력자는 김 실장이다. 그러나 김 실장은 정윤회·박지만 동향문건 사태 전후로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존재감도 미미하다. 김 실장의 당시 행적을 되짚어보자.

지난 8일 <동아일보>는 정윤회 동향문건 작성을 김 실장이 조 비서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보도했다. 김 실장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기사를 쓴 <동아일보>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김 실장으로부터) 누구에게도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브리핑했다.

그렇지만 조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김 실장 혹은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 중 누군가가 내게 업무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대변인은 "김 실장이 (조 비서관으로부터) 구두보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는 전언도 있어 양측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김 실장은 조 비서관의 보고가 '찌라시' 수준이어서 묵살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 실장의 표현대로 찌라시를 작성한 박 경정은 청와대에서 밀려났다. 문건이 유출되자 조 비서관은 물론 홍 수석까지 교체됐다. 말단 행정관도 여럿 바뀌었다. 그럼에도 최종 보고라인인 김 실장은 건재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김 실장이 자신의 교체설과 관련한 첩보 수집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문고리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공작'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김 실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어떤 이유인지 문건을 작성한 세력을 잘라냈다.

③세계일보는 왜
박지만 찾아갔나

이와 관련해 두 가지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첫째, 보고 내용이 충분치 못해 VIP(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 둘째, '특정한 의도'를 갖고 조 비서관 등을 '고의'로 내보냈을 가능성이다.

<세계일보>는 지난 4월초 전직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위사실을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즘 민정수석실의 감찰보고서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세계일보>가 정윤회·박지만 동향문건을 입수한 시기도 4월 전후로 알려졌다. 그런데 얼마 후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세계일보>는 후속보도를 유예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세계일보>는 보고서에 등장하는 박 회장을 직접 대면했다. 지난 17일 <세계일보>는 "5월12일 박 회장을 만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 등과 관련한 청와대 문건을 전달했고, 약 1주일 뒤 문건 처리 경위를 문의하자 '문건은 정호성 비서관에게 줬고, 이는 김기춘 실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세계일보>가 왜 정씨는 놔두고 박 회장에게만 문건을 공개했느냐다. 정씨와 달리 박 회장과 관련한 내용은 기사화하지 않은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문고리 권력을 쳐내기 위해 '누군가'가 박 회장을 음지밖으로 끌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이 '누군가'는 숨진 최 경위가 아니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경찰 생활을 하며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세계일보> 문건 입수 경위 미궁
청와대 노골적인 '정윤회 감싸기'

박 회장은 최근 검찰조사에서 "정씨와의 권력암투설은 사실이 아니며, 문건을 직접 청와대나 국정원에 전달한 바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조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 나온 후) 문건 유출 사실을 접했고 이를 고민 끝에 박 회장에게 알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비서관은 "김 실장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박 회장에게 문건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때가 5월 중순~말이다.

아무 조치가 없자 조 비서관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오모 행정관에게 사진으로 찍은 문건 100여장을 건넸다. 6월 초 오 행정관은 정 비서관에게 달려가 유출된 문건 사진을 제보했다. 이는 청와대도 직접 시인한 부분이다.

다른 사실은 제쳐두고 정 비서관이 상당한 '실세'라는 것에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의 친족과 관련한 민감한 비위 내용을 정 비서관에게 먼저 알린 것이다. 조 비서관은 얼마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문건을 보낸) 의도가 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관련 사실을 제보한 오 행정관은 대기발령 조치됐다. 나아가 청와대는 조 비서관을 주축으로 한 '7인 모임'의 일원으로 오 행정관을 특정했다.


④청와대는 왜
정윤회 지켰나

청와대는 이번 문건파동이 불거진 후 민간인인 정씨의 '주장'을 인용해 힘을 보탰다.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검찰에 제시하며 사건을 '마사지'했다. 검찰에 출두한 정씨는 모든 국민이 보는 앞에서 "이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다 밝혀질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검찰은 정씨의 국정개입이 사실이 아니라고 대변했다.

그러나 정씨가 청와대와 특수한 관계에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선인 RO조직의 실체를 부인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십상시 회동의 실체를 부인한 정씨의 모습은 묘한 지점에서 오버랩된다.

정씨는 최초 언론 인터뷰에서 "3인방과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미행설이 불거진 후 이 비서관을 통해 '사실 확인'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 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급 인사에까지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나란히 검찰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정씨와 관련한 핵심 의혹 가운데 하나는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지 여부다. 반드시 십상시 회동이 아니어도 전화 한 통이면 국정에 개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정씨 입장에선 청와대 내부의 권력다툼이 자신에게까지 번진 것에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불장난'을 시작했는지 청와대는 알릴 필요가 있다. 경찰관 3명이 꾸민 자작극이라고 하기엔 변명이 너무 궁색하다.

지난 18일 <채널A>는 "박 경정이 지난 6월 정씨와 만나 당시 혼인관계에 있던 아내 최씨의 사생활 정보를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자리에서 박 경정은 십상시 회동의 제보자인 박 전 청장을 거론하며 "당신의 부인과 가깝게 지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정씨를 떠본 것으로 추측된다.

미심쩍은 것은 그 다음이다. 최씨와 박 전 청장의 사생활 관련 의혹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 결과 '사실 무근'으로 판명됐다"는 것이 후속 보도다. 민간인인 최씨의 사생활을 왜 청와대가 들여다봤던 것일까. 수수께끼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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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