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후폭풍' 풀리지 않는 의혹 4

'게이트 키' 박지만이 쥐고 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윤회 문건파동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일 개시한 검찰 수사는 불과 2주 만에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경정 쪽으로 칼끝이 모이고 있다. '십상시 회동'과 '박지만 미행설'은 모두 신빙성 없는 허위사실로 매듭지은 모양이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찌라시'로 치부하기에는 께름칙한 '거짓말'이 너무 많아서다.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이번 파문의 쟁점 4가지를 차례로 짚어봤다.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와 관련한 의혹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세계일보>가 보도한 '동향보고서'의 내용대로 정씨가 '십상시'의 좌장으로 정부 인사 등 국정에 개입했는지 여부. 둘째,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을 실제로 미행했는지 여부. 셋째, 부인이었던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 그리고 정씨와의 인연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지 여부다.

검찰 수사 경과를 지켜보면 이 가운데 국정개입 의혹과 미행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입장이 정리되고 있다. '십상시 회동'과 '박지만 미행설'은 모두 문건의 출처가 박관천 경정(전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베테랑 수사관'이었던 박 경정은 왜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내 박 회장에게 흘린 것일까.

①박관천은 왜
문건 만들었나

상대적으로 실체가 불분명한 '박지만 동향문건'부터 살펴보자. 검찰은 박 경정이 '박지만 미행설'과 관련한 별도의 문건을 작성한 뒤 박 회장의 측근인 전모씨를 거쳐 박 회장에게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시사저널>에 보도된 "미행 당사자로부터 자필진술서를 받아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로부터 미행당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미행을 의심하게 된 근거로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을 꼽았다.

박 경정은 청와대 행정관 재직 당시 고위공무원에 대한 암행 감찰이나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에 대한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박 회장의 비서 역할을 했던 전씨와도 종종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경정이 박 회장 주변 동향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미행설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해 이를 전씨를 통해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십상시 회동·박지만미행설 작성 의도는?
김기춘 보고 받고 입장 돌변…누구 입김?

그러나 검찰은 "문건의 신빙성에 의문이 든다"며 "박 경정이 의도적으로 박 회장에게 미행설을 흘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의 판단대로 박 경정이 미확인된 미행설을 유포했다면 이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을 확률이 높다.

전씨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관비서관의 추천으로 청와대 행정관에 발탁될 뻔 했다. 그러나 안 비서관의 반대에 막혀 '특채'가 좌절된 경험이 있다. 전씨가 3인방에 대해 '유감'을 갖고 있는 것을 염두에 뒀다면 정보가 흘러나가는 '게이트'로 전씨가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이 정윤회 동향문건의 제보자로 특정한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도 문고리 권력의 인사 개입을 암시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 경정에 대해 "안 비서관이 (올 2월) 자기를 청와대에서 쫓아냈다고 생각해 앙금이 깊더라"고 말했다.

박 경정은 지난 1월 정윤회 동향문건을 작성해 조 비서관에게 보고한 뒤 불과 1달 만에 일선경찰서 정보과장으로 좌천됐다. 관련 배경을 놓고 정씨에 대한 뒷조사를 벌이다 문고리 권력에 찍혔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진다.


문건 내용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보한 조 비서관도 지난 4월 경질됐다. 보고서 제목은 '靑(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었다. 제목의 앞마디가 의미심장했다.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이라는 도입은 김 실장을 겨냥한 문구로 풀이됐다. 거칠게 정리하면 김 실장에게 "문고리 권력을 걸러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②김기춘은 왜
사태 방관했나

지난 18일 박 경정은 체포 직전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일지 모르겠지만, 충성은 하는 사람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알아야 하거든. 그렇기 때문에 회의감이 들고…"라며 "(문건이) 어떤 경위로 작성됐고 뭐가 문제인지. 언젠가는 내가 말할 날이 있을 거다. 그런 거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얘기하면 국민들이 놀랄 거야"라고 폭로전을 예고했다.

또 박 경정은 "조 비서관이 민감한 일들을 다 시켰다"는 말로 상부의 지시가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럼에도 박 경정의 행위 동기는 의문투성이다. 반출된 문건을 복사한 한모 경위와 언론에 유포한 최모 경위(사망) 모두 경찰 내 손꼽히는 엘리트다. 이들이 위법 소지가 있는 문건 유출을 감행한 이유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타공인 현 정부의 실력자는 김 실장이다. 그러나 김 실장은 정윤회·박지만 동향문건 사태 전후로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존재감도 미미하다. 김 실장의 당시 행적을 되짚어보자.

지난 8일 <동아일보>는 정윤회 동향문건 작성을 김 실장이 조 비서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보도했다. 김 실장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기사를 쓴 <동아일보>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김 실장으로부터) 누구에게도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브리핑했다.

그렇지만 조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김 실장 혹은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 중 누군가가 내게 업무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대변인은 "김 실장이 (조 비서관으로부터) 구두보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는 전언도 있어 양측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김 실장은 조 비서관의 보고가 '찌라시' 수준이어서 묵살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 실장의 표현대로 찌라시를 작성한 박 경정은 청와대에서 밀려났다. 문건이 유출되자 조 비서관은 물론 홍 수석까지 교체됐다. 말단 행정관도 여럿 바뀌었다. 그럼에도 최종 보고라인인 김 실장은 건재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김 실장이 자신의 교체설과 관련한 첩보 수집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문고리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공작'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김 실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어떤 이유인지 문건을 작성한 세력을 잘라냈다.

③세계일보는 왜
박지만 찾아갔나

이와 관련해 두 가지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첫째, 보고 내용이 충분치 못해 VIP(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 둘째, '특정한 의도'를 갖고 조 비서관 등을 '고의'로 내보냈을 가능성이다.

<세계일보>는 지난 4월초 전직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위사실을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즘 민정수석실의 감찰보고서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세계일보>가 정윤회·박지만 동향문건을 입수한 시기도 4월 전후로 알려졌다. 그런데 얼마 후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세계일보>는 후속보도를 유예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세계일보>는 보고서에 등장하는 박 회장을 직접 대면했다. 지난 17일 <세계일보>는 "5월12일 박 회장을 만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 등과 관련한 청와대 문건을 전달했고, 약 1주일 뒤 문건 처리 경위를 문의하자 '문건은 정호성 비서관에게 줬고, 이는 김기춘 실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세계일보>가 왜 정씨는 놔두고 박 회장에게만 문건을 공개했느냐다. 정씨와 달리 박 회장과 관련한 내용은 기사화하지 않은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문고리 권력을 쳐내기 위해 '누군가'가 박 회장을 음지밖으로 끌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이 '누군가'는 숨진 최 경위가 아니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경찰 생활을 하며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세계일보> 문건 입수 경위 미궁
청와대 노골적인 '정윤회 감싸기'

박 회장은 최근 검찰조사에서 "정씨와의 권력암투설은 사실이 아니며, 문건을 직접 청와대나 국정원에 전달한 바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조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 나온 후) 문건 유출 사실을 접했고 이를 고민 끝에 박 회장에게 알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비서관은 "김 실장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박 회장에게 문건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때가 5월 중순~말이다.

아무 조치가 없자 조 비서관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오모 행정관에게 사진으로 찍은 문건 100여장을 건넸다. 6월 초 오 행정관은 정 비서관에게 달려가 유출된 문건 사진을 제보했다. 이는 청와대도 직접 시인한 부분이다.

다른 사실은 제쳐두고 정 비서관이 상당한 '실세'라는 것에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의 친족과 관련한 민감한 비위 내용을 정 비서관에게 먼저 알린 것이다. 조 비서관은 얼마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문건을 보낸) 의도가 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관련 사실을 제보한 오 행정관은 대기발령 조치됐다. 나아가 청와대는 조 비서관을 주축으로 한 '7인 모임'의 일원으로 오 행정관을 특정했다.


④청와대는 왜
정윤회 지켰나

청와대는 이번 문건파동이 불거진 후 민간인인 정씨의 '주장'을 인용해 힘을 보탰다.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검찰에 제시하며 사건을 '마사지'했다. 검찰에 출두한 정씨는 모든 국민이 보는 앞에서 "이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다 밝혀질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검찰은 정씨의 국정개입이 사실이 아니라고 대변했다.

그러나 정씨가 청와대와 특수한 관계에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선인 RO조직의 실체를 부인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십상시 회동의 실체를 부인한 정씨의 모습은 묘한 지점에서 오버랩된다.

정씨는 최초 언론 인터뷰에서 "3인방과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미행설이 불거진 후 이 비서관을 통해 '사실 확인'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 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급 인사에까지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나란히 검찰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정씨와 관련한 핵심 의혹 가운데 하나는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지 여부다. 반드시 십상시 회동이 아니어도 전화 한 통이면 국정에 개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정씨 입장에선 청와대 내부의 권력다툼이 자신에게까지 번진 것에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불장난'을 시작했는지 청와대는 알릴 필요가 있다. 경찰관 3명이 꾸민 자작극이라고 하기엔 변명이 너무 궁색하다.

지난 18일 <채널A>는 "박 경정이 지난 6월 정씨와 만나 당시 혼인관계에 있던 아내 최씨의 사생활 정보를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자리에서 박 경정은 십상시 회동의 제보자인 박 전 청장을 거론하며 "당신의 부인과 가깝게 지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정씨를 떠본 것으로 추측된다.

미심쩍은 것은 그 다음이다. 최씨와 박 전 청장의 사생활 관련 의혹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 결과 '사실 무근'으로 판명됐다"는 것이 후속 보도다. 민간인인 최씨의 사생활을 왜 청와대가 들여다봤던 것일까. 수수께끼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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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