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분양사기·재산도피 의혹 허재호 고소장 공개

"서민에게 떼먹은 400억 뱉어라"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일당 5억원의 사나이. 이른바 '황제 노역'으로 전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졌다. 허 전 회장은 지난 9월 노역으로 탕감 받은 30억원을 제외하고 남은 224억여원의 벌금을 완납했다. 그러나 아직 떼먹힌 돈을 받지 못한 분양 피해자들은 억울함에 속 끓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참다못한 이들은 지난 10월30일 허 전 회장을 사기와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황제 노역'으로 몇 달 전까지 전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고소 사실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경기 용인공세지구 피오레 아파트 분양 피해자 47명(대표 황미영)은 '허 전 회장으로부터 단 1원도 돌려받지 못한 억울한 처지'를 읍소하며 관심을 호소했다.

횡령·배임 혐의

본지가 입수한 고소장을 보면 피고소인 명단에는 허 전 회장을 비롯해 그의 처남인 황모씨, 사위인 이모씨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고소인들은 "허 전 회장이 국내로 재산을 은닉하는 한편 뉴질랜드로는 자신의 그룹을 이전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허 전 회장의 황제 노역 논란이 지펴졌을 당시 본지를 비롯한 다수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일요시사>는 지난 2007년 대주그룹의 기형적인 성장사와 족벌경영 폐해, 허 전 회장이 쥐락펴락한 법조계 인맥, 풀리지 않는 뉴질랜드 미스터리 등을 연속 시리즈로 고발한 바 있다.

고소인들은 허 전 회장을 지난 4월4일 광주지방검찰청에서 볼 수 있었다. 이날은 허 전 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 있던 날이었다. 고소인들은 허 전 회장을 막고 "수백억원의 분양대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허 전 회장은 차에 올라타며 "나는 모르는 일이다. 저 사람들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해야 한다. 내가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외면했다.


앞서 피해자 대표 황미영씨 등 280여명은 지에스건설(주)이 시행하고, 대주건설(주)이 시공한 용인공세지구 피오레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했다. 지에스건설과 대주건설 모두 대주그룹의 관계사로 확인된다.

지에스건설의 지분 구성은 허 전 회장이 50%, 처남 황씨가 30%, 그의 지인 오모씨가 20%로 사실상 허 전 회장의 1인 지배기업이다. 허 전 회장은 용인공세지구 시행사업을 위해 지에스건설이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사위 이씨는 허씨로부터 대표이사를 넘겨받아 2009년부터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오레 분양 피해자 47명 고소
"수백억 공사대금 빼돌려" 주장

지에스건설은 2008년 12월 입주예정이었던 피오레 아파트를 공사지연으로 2009년 5월께야 완공했다. 황씨 등은 회사의 책임을 물어 분양계약을 해제했고, 2010년 분양대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회사가 판결 직전 자신들의 자산을 신탁회사에 위임하면서 피해자가 변제받을 길은 봉쇄됐다. 고소인들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430억원 규모, 그 사이 빈 아파트들은 대부분 제3자에게 재분양됐다.

고소인들은 공사대금으로 사용했어야 할 자신들의 계약금(혹은 중도금 등)을 허재호 일가가 사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대주그룹 대부분의 계열사는 동시다발적인 매각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때 허재호 일가는 계열사 간 불법 자금거래로 재산 은닉 및 해외 이전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소인들은 대표적인 예로 자본금 3억원인 지에스건설이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조선(주)에 2007년 200억원, 2008년 124억원 등 모두 324억원을 투자하고 손실 처리함으로써 '투자를 위장한 자금제공 사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또 공사에 사용됐어야 할 대금이 투자금 외 대여금 명목으로 2006년 282억원, 2007년 919원이나 계열사에 제공된 것으로 감사보고서에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고소인들은 대주그룹 41개 계열사 가운데 상당 회사가 이 같은 수법으로 대주건설에 자금을 몰아줬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허 전 회장은 이렇게 만들어진 자금을 차명으로 숨겨 해외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대주건설은 2010년 10월 한국에서 부도를 맞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KNC Construction & Engineering Co. Ltd'(이하 KNC)란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부동산 투자를 감행했다. 올 3월 검찰이 은닉재산 환수에 들어가자 허 전 회장은 KNC 지분을 타인에게 양도했고, 친인척 임원진도 모두 사퇴했다.

고소인들은 대주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닥쳤을 무렵 지에스건설이 파산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지에스건설은 허 전 회장의 아들로 알려진 스캇허씨가 대주주(85%)로 있는 'KNC Grobal Management'에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에스건설이 피오레 아파트 신탁자산 처분 및 정산에 관여한 정황에 비춰 허재호 일가의 비자금이 조성되지 않았겠냐고 의심했다. KNC는 이후 뉴질랜드에서 피오레라는 브랜드를 이용해 아파트 분양사업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인들의 주장은 "지에스건설이 분양 피해자들로부터 계약해지를 요구받았을 당시 분양대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보유자산과 잠재수익이 모두 대주건설로 넘어간 상황에서 발생한 2649억원의 순부채는 서민들로부터 투자받은 공사대금을 오너를 위해 불법으로 빼돌린 결과"란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돈이 없어 못 준 게 아니라 진즉부터 빼돌릴 마음을 먹고 수분양자를 기망했다는 결론이다.

고소인 황씨 등은 12종류의 증거문서를 첨부해 검찰에 제출했다. 허 전 회장 등에 대해서는 업무상 횡령·배임 및 사기 혐의를 적시했다. 고소장을 보면 모두 8가지의 요구를 검찰에 한 것으로 확인된다.

첫째, 허 전 회장의 국내 차명자산 및 해외 탈세자산을 수사해달라. 둘째, 대주건설과 지에스건설의 자금흐름을 수사해달라. 셋째, 지에스건설의 분양 사기행위를 수사해달라. 넷째, 지에스건설의 대여금 및 투자금 흐름을 수사해달라. 다섯째, 지에스건설의 사업소득을 수사해달라. 여섯째, 신탁자산 처분대금 용처를 수사해달라 등이다.

차명자산 쉬쉬

이 밖에도 고소인들은 대한주택보증의 아파트 공정율 조작 의혹, 한국산업은행의 연대보증 누락 의혹 규명을 추가로 요구했다. 그러나 광주지검에서 수사에 착수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지난 9월 허 전 회장은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6억원대 탈세 혐의 등으로 고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본 고발사건을 6억원대 탈세 사건과 병합해서 처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허재호는 어디에?

황제 노역의 주인공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14일 <한겨레>는 허 전 회장의 탈세 수사가 미진하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그의 근황을 전했다.

허 전 회장은 당뇨병 후유증으로 다리가 부어 목발을 짚고 광주시 금남로에 있는 모 개발 사무실로 나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 전 회장의 새 거처는 광주시 동구 옛 도심에 있는 한옥이다. 체납문제 때문에 공매에 들어가 내년 2월말까지는 비워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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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