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계적인 텍스타일 디자이너인 도나 윌슨이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갤러리에 작품을 설치했다. 전시 제목은 '러블리 홀리데이 with 도나 윌슨'. 도나 윌슨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귀여운 수제 동물인형과 세라믹 작품 등 100여점을 한국 관객에게 선보였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텍스타일 디자이너인 도나 윌슨은 영국 현대공예가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스코틀랜드 북동부 농장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야생여우와 늑대, 너구리 등과 어울리며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자연에서 영감
도나 윌슨의 작품에는 따뜻한 감성과 유쾌한 상상력이 넘친다. 장난기도 가득하다. '어린 시절' '추억' '가족'이라는 평범한 주제에 재치 있는 표현력이 곁들여져 맛을 더했다. 다양한 인종, 세대, 성을 막론하고 '도나 윌슨표 핸드메이드'는 노스탤지어를 이끌어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도나 윌슨은 모직과 면직 등 섬유 소재에 아기자기한 색감을 불어넣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니트가 주는 물성과 재질, 편안한 색 구성, 형태적인 자유로움은 '시골'이나 '가정의 따뜻함'을 연상케했다.
도나 윌슨은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태어났다. 농부의 딸이었던 그는 영국왕립미술학교에 진학해 텍스타일을 전공했다. 직물을 가공하는 작업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할머니에게서 일찍부터 편물을 배운 덕에 바느질 솜씨가 상당했다고 전해진다. 도나 윌슨은 "무언가를 프린팅하고 만들어내는 공정이 무척 좋았다"며 "지금도 그렇지만 편직 또한 놀라움으로 가득 찬 세계였다"고 말했다.
한 가닥의 실에서 천이 만들어지면 도나 윌슨은 패턴과 컬러, 질감을 편직술로 완벽하게 조정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디자인과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던 도나 윌슨은 대학을 다니면서 니트로 된 특이한 크리처(creatures)를 여럿 만들었다. 졸업과 동시에 회사를 설립한 그는 크리처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2003년부터 모든 제품은 영국산 편물기로 주조됐다. 도나 윌슨은 지금도 이 편물기를 사용하고 있다. 당시 도나 윌슨은 편물기 모터를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었다고 한다. 한 런던 편집숍에 내놓은 상품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유명세를 치른 것이다.
수제 동물인형·세라믹 작품 선보여
따뜻한 감성과 유쾌한 상상력 넘쳐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더 많은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도나 윌슨은 "이런저런 전시회에 참가하게 됐고 (전시를 계기로) 내 작품이 전 세계에 소개되기 시작했다"며 "모두 손수 처리하기엔 버거울 정도로 회사가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나 윌슨은 쏟아지는 주문량에도 헨드메이드로 상품을 제작해온 자신의 철학을 버리지 않았다. 스코틀랜드산 울(100%)을 사용해 품질을 유지했다. 그는 여전히 제품생산라인을 스코틀랜드에 두고 있다. 부부가 팀을 이뤄 열심히 일하는 작은 공방에서 모든 편직물이 완성·공급된다. 단 세라믹 작품은 영국의 도자기 제조 중심지인 스토크온트렌트에서 제작되고 있다.
도나 윌슨의 제품 가운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바로 캐릭터 인형이다. 다람쥐와 고양이, 곰 등을 닮은 각각의 캐릭터는 고유한 성장 배경과 이야기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다람쥐여우 키릴은 장난꾸러기이며 치즈를 싫어한다. 빅테드와 같은 식성 좋은 동물도 있다. 하지만 빅테드는 쇼핑을 싫어한다.
도나 윌슨은 이처럼 수백개의 인형마다 이름을 지어주고 생명을 불어넣었다.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들은 서로 어울리며 '도나윌슨랜드'를 지키고 있다.
생명을 불어넣은 인형
도나 윌슨은 이번 전시에서 "크리처와 일러스트레이션, 다양한 문양과 컬러의 텍스타일, 예술적 영감과 스케치 등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공언했다.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과 사랑을 담았고, 어떻게 만드는지 엿봐 달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도나 윌슨의 '러블리 홀리데이'는 내년 1월6일까지 진행된다.
[도나 윌슨은?]
도나 윌슨은 2003년 영국 런던에 있는 Royal College of Art를 졸업했다. 졸업 전시에 나왔던 크리처는 모두 완판됐다. 같은 해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설립했고, 매력적인 편직물을 선보였다. 부드러운 담요나 푹신한 쿠션 등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0년까지 무수히 많은 전시가 유럽 전역에서 있었고, 화려한 색감의 니트 제품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인형과 카펫, 모자, 스웨터까지 직물로 짤 수 있는 대부분의 상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엘르데코>가 선정한 올해의 디자이너상(2010)을 받기도 했다.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