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 게이트> ⑤미공개 문건 내용은?

정씨는 'VIP의 남자'로 통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청와대가 작성한 '정윤회 문건'이 유출되면서 박근혜정부는 풍전등화에 놓였다. 권부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욱 허둥대는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문건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비공개된 문건에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사생활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어느 '정치인'보다 미스터리한 '민간인' 정윤회. 미증유의 비선 스캔들이 박근혜정부를 강타하고 있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이하 정윤회)의 국정개입과 관련한 의혹이 연일 증폭되고 있다. 한쪽에선 이른바 '십상시'를 지칭하며 민간인의 국정농단을 문제 삼고 있다. 또 한쪽에선 "사실무근"이라며 정윤회를 감싸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청와대와 정윤회의 입장이 같다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례적으로 '민간인'의 언론 인터뷰를 인용해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겨냥한 의혹 제기를 반박하고 있다. 정윤회는 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정권 차원의 '엄호'를 받고 있는 것일까.

인사청탁 인지?

지난 3월 <일요시사>는 '박의 남자들 사활 건 권력암투 막후'란 기사에서 정윤회와 관계된 의미 있는 일화를 전한 바 있다. 당시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윤회가 지난해 사석에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한껏 호기가 오르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정부의 서열을 말해줄까? 1위는 대통령(박근혜), 2위는 최순실(정윤회의 아내), 3위는 바로 나(정윤회)." 발언의 배경을 놓고 정윤회가 농담을 한 것인지 아니면 속내를 드러낸 것인지 관계자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고급 요정에서 나온 비화"라고 설명을 갈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윤회가 정국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조짐이 드러난 건 지난 4월이다. 정윤회와 관련한 감찰에 착수했던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돌연 옷을 벗고 '궁정동'을 빠져나왔다.

갑작스런 사임에 여러 추측이 나돌았지만 당사자인 조 비서관은 입을 닫았다. 이 무렵 청와대 지근에선 "'밤의 비서실장'인 정윤회와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서로 권력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8개월이 흘러 '정윤회 문건' 일부가 세상에 공개됐다. <세계일보>의 특종 보도가 나온 직후 관계자와 통화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문건이 유출된 시점을 지난 4월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 "문건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건을 본 사람에 따르면 (내용에) 사생활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1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틀 뒤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도 '문건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고위 책임자'를 인용해 "(언론에는) 10분의 1도 밝히지 않았다. 사생활 등 많은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또 다른 분은 '세월호 (참사) 전인 (지난) 3∼4월께 (정윤회) 문건이 박스채로 유출됐다'고 했다"며 "상당한 종류의 동향 보고서가 조 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상부에 보고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건에는 공개될 수 없는 성질의 감찰 결과가 적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청와대에서 동향 보고서를 만들었던 A씨는 "모든 보고서의 기본은 VIP(대통령)의 눈에 들게끔 작성하는 것"이라며 "VIP의 아침 일과가 보고서를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시간제약상 모든 보고서를 읽어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VIP의 관심사에 맞춰 내용을 채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극히 일부만 공개 "10분의 1만 노출"
베일 가려진 '정윤회 사생활' 담겼나
삼성동팀 실체·재산축적 비밀도 언급?

언론에 노출된 정윤회 문건의 제목은 '靑(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다. 작성 주체는 공직기관비서관실, 날짜는 2014년 1월6이다. 여기서 제목의 앞마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이라는 도입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얼마 전 사정기관 관계자는 "추측컨대 김 실장이 문건을 보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실장에 대해 "일종의 엘리트의식, 나쁘게 말하면 '선민의식' 같은 게 있다"며 "자신보다 학벌이나 경력이 떨어지는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문건에는 학력도 불확실하고 '스펙'도 일천한 정윤회와 그 동조세력이 일국의 비서실장을 흔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존심 강한 김 실장이 이를 놔두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이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윤회 문건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정윤회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정확한 출생연도부터 출신지, 학력, 직업까지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정윤회의 정확한 신상정보부터 파악했을 확률이 높다. 나아가 조 비서관 등은 정윤회 주변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매일경제>는 지난 3일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정윤회와 십상시가 회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회합에 참석한 누군가가 박 경정에게 내부 자료를 건넸다는 증거와 다름없다.

앞서 박 경정은 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실제 모임에 참석해서 그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제보가) 자세한 것이었다"고 밝혀 '내부 고발자'의 존재를 암시했다.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문건의 정확성이 높다고 보고, 보고서에 적시된 정윤회의 인사청탁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문건에는 정윤회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정윤회를 만나려면 7억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소위 '정보라인'들은 타깃(정윤회)이 어디를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감시했을 것이며 따라서 정윤회가 드나들었다던 요정에 대해서도 파악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의 사생활과 관련한 의혹은 더 있다. 무속인 이모씨와의 석연찮은 관계다. 두 사람이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은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윤회가 역술인이 아니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씨가 평소 정윤회와의 친분을 말하고 다닌 점을 고려하면 불거진 인사 청탁의 진위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권 차원의 엄호

정윤회의 막대한 재산과 관련한 감찰 결과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재산 형성 과정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이들이 'VIP'를 등에 업고 재산을 불렸다면 관련한 첩보가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 승마선수로 활동 중인 딸과 관계된 여러 의혹도 조사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벗'으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언급된 내용도 관심의 대상이다. 일각에선 딸과 관련한 일은 최씨가 주도했다는 설이 들린다. 정치권에선 최씨의 영향력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있다. 시점상 이들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뒷조사' 직후 이혼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풍문으로만 떠돌았던 '삼성동팀'의 실체, 박 회장과의 관계가 적혀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단 박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는 조직 습성상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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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