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소문과 진실

손녀뻘 여직원에 흑심 품었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전직 검찰총장 S씨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졌다. 전 골프장 여직원 ㄱ씨는 지난 11일 "S씨가 자신을 강제로 껴안고 뽀뽀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당사자인 S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사건의 핵심 증인들은 해외에 체류 중이거나 연락이 없는 상태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사건이 장기화될 조짐도 있다. <일요시사>는 일부 공개된 ㄱ씨의 고소장을 토대로 '그날'을 재구성했다. 사건 당일 S씨가 ㄱ씨를 만난 것만은 틀림없었다.

전직 검찰총장이자 경기도 한 골프장 회장인 S씨가 회사 여직원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성폭력수사대는 지난 12일 포천의 한 골프장 여직원이었던 ㄱ씨가 전 검찰총장인 S씨에게 성추행당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계속 치근덕"

경찰에 따르면 ㄱ씨는 지난 11일 제출한 고소장에서'‘지난해 6월 늦은 밤 S씨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여직원 기숙사에 찾아와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맞춤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현재 골프장을 그만 둔 상태며, S씨는 해당 골프장 명예회장으로 있으면서 ㄱ씨와 알고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S씨는 "ㄱ씨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찾아갔을 뿐 신체 접촉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ㄱ씨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마쳤고, 조만간 S씨를 불러 성추행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ㄱ씨가 일했던 골프장은 경기도 포천에 있는 유명 CC로 정관계 인사들이 자주 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해당 골프장에서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일했다. ㄱ씨의 나이는 20대로 피고소인 S씨와는 40살 넘게 차이난다. 사건 당일 S씨는 밤 10시께 ㄱ씨를 찾아가 "넌 내 와이프보다 100배는 예쁘다"며 치근덕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외부로 공개된 고소장 일부 내용을 보면 ㄱ씨의 주장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ㄱ씨는 밤 10시께 기숙사 안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S씨는 예고도 없이 불쑥 기숙사로 찾아왔다. S씨는 ㄱ씨를 만나고 가겠다며 버텼다. 하지만 ㄱ씨는 S씨와 마주치기 싫어 샤워실에 있었다.

그러자 S씨는 현장에 있던 다른 여직원을 시켜 "빨리 나오라"고 재촉했다. ㄱ씨는 30분쯤 버티다 샤워실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ㄱ씨는 급한 대로 물기를 말린 뒤 반소매 여름옷을 입고 S씨와 마주했다. ㄱ씨는 S씨에게 기숙사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S씨는 ㄱ씨를 보자 대뜸 옆으로 와서 앉으라고 강요했다. ㄱ씨는 불쾌한 마음에 싫다고 했지만 빨리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 S씨 옆에 앉았다. 그러자 S씨는 "이제부터 넌 내 애인이다"라며 ㄱ씨의 젖어있는 머리를 만졌다. 또 ㄱ씨의 팔을 잡아 당겼다.

S씨는 ㄱ씨의 상체와 어깨를 계속 만지고 강제로 껴안았다. 빠져 나가려고 하면 다시 잡아당기면서 자신을 안아달라고 했다. 뽀뽀까지 해달라고 했다. ㄱ씨는 "저는 아빠한테만 뽀뽀해요"라며 S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강제로 껴안고 입맞춤" 경찰에 고소장
샤워하고 있는데…진술 상당히 구체적

갑자기 S씨의 태도가 바뀌었다. S씨는 “너희 아빠가 나보다 대단하냐”며 무서운 얼굴로 협박하기 시작했다. ㄱ씨의 아버지는 골프장과 관련한 일을 하는 기술자로 알려졌다. ㄱ씨는 자신의 아버지를 무시하는 발언에 화가 났다. 수치스러움과 모욕감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S씨는 "자신이 왔는데 먹을 것도 안 준다"며 ㄱ씨의 룸메이트를 타박했다. 사건 현장에는 안내데스크 동료이자 룸메이트인 ㄴ씨와 S씨를 수행한 골프장 과장 ㄷ씨가 있었다. S씨는 "커피도 없냐"며 "아무거나 내오라"고 했다. 눈치를 보고 있던 ㄴ씨가 냉장고로 향했다. 그렇게 화제의 중심이 바뀌던 찰나 S씨는 ㄱ씨를 강제로 껴안았다.


S씨는 ㄱ씨가 주방에 주의를 뺏긴 틈을 타 기습 뽀뽀를 시도했다. 그런데 함께 있던 여직원 ㄷ씨는 ㄱ씨가 이 같은 모욕을 받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에서 웃기만 했다. ㄱ씨는 이 같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같은 여자로서 웃고만 있는 ㄷ씨에게 모욕적인 마음이 들었다. ㄱ씨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안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ㄱ씨는 "왜 오신 거냐. 진짜 너무 화가 난다. 당장 나가시라"고 소리쳤다. 그제야 ㄷ씨는 "시간이 너무 늦었고, 애들(ㄱ씨와 ㄴ씨)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까 나가시죠"라고 권했다. 하지만 S씨는 "너나 가라"면서 "난 얘네랑 자고 갈란다"라고 몽니를 부렸다.

난감한 분위기에서 ㄱ씨는 계속 화를 냈다. 시간은 어느덧 자정에 가까워졌다. S씨는 무슨 이유인지 5만원권을 꺼내 ㄱ씨의 손에 쥐어줬다. 샤워실 소동으로부터 약 2시간이 지나서야 S씨는 기숙사를 떠났다.

위에 서술한 내용은 ㄱ씨가 주장하고 있는 사건 개요다. ㄱ씨는 사건 직후 회사를 그만뒀다. 아버지에게 피해가 갈까봐 성추행 사실은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개인적인 부끄러움도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ㄱ씨는 자신의 옛 동료들이 똑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하소연을 듣게 됐다. 이는 ㄱ씨가 뒤늦게 고소를 결심한 배경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당시 옆에 있었던 동료 ㄴ씨의 증언을 경찰에 제출했다.

S씨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ㄱ씨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S씨는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 직원이 자주 바뀌니까 좀 더 근무해달라고 설득한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직원 2명이 동석해 20분가량 얘기하고 헤어진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문제가 된 5만원에 대해선 "격려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ㄱ씨는 5만원권을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다.

사건 현장인 기숙사 안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을 녹음하거나 촬영한 기록 또한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고소·피고소인이 내놓는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현장에 있던 두 여직원의 증언은 이번 사건의 거의 유일한 증거다.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따라 어느 한쪽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사건이 언론에 나온 직후 동료 ㄴ씨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다행히 지난 주말 ㄴ씨는 경찰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ㄷ씨는 현재 라오스에 체류 중이다. 경찰 측은 "연락은 하고 있지만 수사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사건 피의자가 검찰총장 출신이다 보니 참고인들이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ㄱ씨 측은 경찰 조사에서 "S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했고, ㄱ씨가 우울증을 앓았으며 아버지는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만약 S씨에 대한 혐의가 입증된다면 강제추행죄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강제추행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고 있다. 단 법조계 관계자는 "비슷한 범죄정도(강제로 껴안고 입맞춤 등)의 추행에서 피의자에게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대다수 언론들은 S씨의 실명을 함구하고 있다. 검찰 측은 지난 '김수창 사건' 때처럼 "개인의 일탈"이라며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전직 검찰총수가 성추문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씨는 과거 부도난 골프장을 회원들이 인수했을 때 그 대표격으로 회장에 올랐다. 전직 검찰총장이라는 간판이 영향을 미쳤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당시 S씨는 모 법인이 계획한 중국 내 골프장 투자 사업에 법률컨설팅을 맡았다. S씨의 각별한 골프사랑은 현직일 때부터 유명했다. 골프실력은 '싱글'이며, 유명 프로골퍼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제2의 박희태


S씨는 바로 '골프' 때문에 현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지금 다시 골프장과 관련한 성추문에 휘말렸다. S씨는 그간 골프장을 찾은 지인들에게 회사 여직원을 "애인"이라고 소개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골프장을 찾은 또 다른 사회 고위층은 캐디의 몸을 강제로 더듬으며 "애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앞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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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