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소문과 진실

손녀뻘 여직원에 흑심 품었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전직 검찰총장 S씨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졌다. 전 골프장 여직원 ㄱ씨는 지난 11일 "S씨가 자신을 강제로 껴안고 뽀뽀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당사자인 S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사건의 핵심 증인들은 해외에 체류 중이거나 연락이 없는 상태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사건이 장기화될 조짐도 있다. <일요시사>는 일부 공개된 ㄱ씨의 고소장을 토대로 '그날'을 재구성했다. 사건 당일 S씨가 ㄱ씨를 만난 것만은 틀림없었다.

전직 검찰총장이자 경기도 한 골프장 회장인 S씨가 회사 여직원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성폭력수사대는 지난 12일 포천의 한 골프장 여직원이었던 ㄱ씨가 전 검찰총장인 S씨에게 성추행당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계속 치근덕"

경찰에 따르면 ㄱ씨는 지난 11일 제출한 고소장에서'‘지난해 6월 늦은 밤 S씨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여직원 기숙사에 찾아와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맞춤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현재 골프장을 그만 둔 상태며, S씨는 해당 골프장 명예회장으로 있으면서 ㄱ씨와 알고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S씨는 "ㄱ씨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찾아갔을 뿐 신체 접촉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ㄱ씨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마쳤고, 조만간 S씨를 불러 성추행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ㄱ씨가 일했던 골프장은 경기도 포천에 있는 유명 CC로 정관계 인사들이 자주 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해당 골프장에서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일했다. ㄱ씨의 나이는 20대로 피고소인 S씨와는 40살 넘게 차이난다. 사건 당일 S씨는 밤 10시께 ㄱ씨를 찾아가 "넌 내 와이프보다 100배는 예쁘다"며 치근덕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외부로 공개된 고소장 일부 내용을 보면 ㄱ씨의 주장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ㄱ씨는 밤 10시께 기숙사 안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S씨는 예고도 없이 불쑥 기숙사로 찾아왔다. S씨는 ㄱ씨를 만나고 가겠다며 버텼다. 하지만 ㄱ씨는 S씨와 마주치기 싫어 샤워실에 있었다.

그러자 S씨는 현장에 있던 다른 여직원을 시켜 "빨리 나오라"고 재촉했다. ㄱ씨는 30분쯤 버티다 샤워실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ㄱ씨는 급한 대로 물기를 말린 뒤 반소매 여름옷을 입고 S씨와 마주했다. ㄱ씨는 S씨에게 기숙사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S씨는 ㄱ씨를 보자 대뜸 옆으로 와서 앉으라고 강요했다. ㄱ씨는 불쾌한 마음에 싫다고 했지만 빨리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 S씨 옆에 앉았다. 그러자 S씨는 "이제부터 넌 내 애인이다"라며 ㄱ씨의 젖어있는 머리를 만졌다. 또 ㄱ씨의 팔을 잡아 당겼다.

S씨는 ㄱ씨의 상체와 어깨를 계속 만지고 강제로 껴안았다. 빠져 나가려고 하면 다시 잡아당기면서 자신을 안아달라고 했다. 뽀뽀까지 해달라고 했다. ㄱ씨는 "저는 아빠한테만 뽀뽀해요"라며 S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강제로 껴안고 입맞춤" 경찰에 고소장
샤워하고 있는데…진술 상당히 구체적

갑자기 S씨의 태도가 바뀌었다. S씨는 “너희 아빠가 나보다 대단하냐”며 무서운 얼굴로 협박하기 시작했다. ㄱ씨의 아버지는 골프장과 관련한 일을 하는 기술자로 알려졌다. ㄱ씨는 자신의 아버지를 무시하는 발언에 화가 났다. 수치스러움과 모욕감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S씨는 "자신이 왔는데 먹을 것도 안 준다"며 ㄱ씨의 룸메이트를 타박했다. 사건 현장에는 안내데스크 동료이자 룸메이트인 ㄴ씨와 S씨를 수행한 골프장 과장 ㄷ씨가 있었다. S씨는 "커피도 없냐"며 "아무거나 내오라"고 했다. 눈치를 보고 있던 ㄴ씨가 냉장고로 향했다. 그렇게 화제의 중심이 바뀌던 찰나 S씨는 ㄱ씨를 강제로 껴안았다.


S씨는 ㄱ씨가 주방에 주의를 뺏긴 틈을 타 기습 뽀뽀를 시도했다. 그런데 함께 있던 여직원 ㄷ씨는 ㄱ씨가 이 같은 모욕을 받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에서 웃기만 했다. ㄱ씨는 이 같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같은 여자로서 웃고만 있는 ㄷ씨에게 모욕적인 마음이 들었다. ㄱ씨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안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ㄱ씨는 "왜 오신 거냐. 진짜 너무 화가 난다. 당장 나가시라"고 소리쳤다. 그제야 ㄷ씨는 "시간이 너무 늦었고, 애들(ㄱ씨와 ㄴ씨)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까 나가시죠"라고 권했다. 하지만 S씨는 "너나 가라"면서 "난 얘네랑 자고 갈란다"라고 몽니를 부렸다.

난감한 분위기에서 ㄱ씨는 계속 화를 냈다. 시간은 어느덧 자정에 가까워졌다. S씨는 무슨 이유인지 5만원권을 꺼내 ㄱ씨의 손에 쥐어줬다. 샤워실 소동으로부터 약 2시간이 지나서야 S씨는 기숙사를 떠났다.

위에 서술한 내용은 ㄱ씨가 주장하고 있는 사건 개요다. ㄱ씨는 사건 직후 회사를 그만뒀다. 아버지에게 피해가 갈까봐 성추행 사실은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개인적인 부끄러움도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ㄱ씨는 자신의 옛 동료들이 똑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하소연을 듣게 됐다. 이는 ㄱ씨가 뒤늦게 고소를 결심한 배경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당시 옆에 있었던 동료 ㄴ씨의 증언을 경찰에 제출했다.

S씨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ㄱ씨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S씨는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 직원이 자주 바뀌니까 좀 더 근무해달라고 설득한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직원 2명이 동석해 20분가량 얘기하고 헤어진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문제가 된 5만원에 대해선 "격려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ㄱ씨는 5만원권을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다.

사건 현장인 기숙사 안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을 녹음하거나 촬영한 기록 또한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고소·피고소인이 내놓는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현장에 있던 두 여직원의 증언은 이번 사건의 거의 유일한 증거다.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따라 어느 한쪽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사건이 언론에 나온 직후 동료 ㄴ씨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다행히 지난 주말 ㄴ씨는 경찰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ㄷ씨는 현재 라오스에 체류 중이다. 경찰 측은 "연락은 하고 있지만 수사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사건 피의자가 검찰총장 출신이다 보니 참고인들이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ㄱ씨 측은 경찰 조사에서 "S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했고, ㄱ씨가 우울증을 앓았으며 아버지는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만약 S씨에 대한 혐의가 입증된다면 강제추행죄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강제추행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고 있다. 단 법조계 관계자는 "비슷한 범죄정도(강제로 껴안고 입맞춤 등)의 추행에서 피의자에게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대다수 언론들은 S씨의 실명을 함구하고 있다. 검찰 측은 지난 '김수창 사건' 때처럼 "개인의 일탈"이라며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전직 검찰총수가 성추문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씨는 과거 부도난 골프장을 회원들이 인수했을 때 그 대표격으로 회장에 올랐다. 전직 검찰총장이라는 간판이 영향을 미쳤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당시 S씨는 모 법인이 계획한 중국 내 골프장 투자 사업에 법률컨설팅을 맡았다. S씨의 각별한 골프사랑은 현직일 때부터 유명했다. 골프실력은 '싱글'이며, 유명 프로골퍼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제2의 박희태


S씨는 바로 '골프' 때문에 현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지금 다시 골프장과 관련한 성추문에 휘말렸다. S씨는 그간 골프장을 찾은 지인들에게 회사 여직원을 "애인"이라고 소개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골프장을 찾은 또 다른 사회 고위층은 캐디의 몸을 강제로 더듬으며 "애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앞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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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