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추적> 신현돈 추태 권력다툼 비화 전말

'군대 못간' 대통령 눈 흐리고 김관진·한민구·이재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신현돈 전 1군사령관(육군 대장)의 '경질' 과정과 관련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신 전 사령관은 '음주추태'로 해임됐다는 게 정설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권력다툼이 있었다는 분석이 최근 나오고 있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청와대와 국방부, 육군이 수차례 '엇박자'를 냈던 것을 알 수 있다. 의혹의 중심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있다. 나아가 김 실장을 비호하는 비선라인의 존재도 눈에 띈다. '신현돈 추태사건'의 전말을 <일요시사>가 파헤쳐봤다.

'신현돈 추태사건'은 올 6월19일 발생했다. 이로부터 약 3개월 뒤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은 추태의 책임을 지고 전역 조치됐다.

이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0월말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추태는 없었다'는 보도에 여론은 술렁였고, 지난 3일 국방부는 하루사이 결정적인 브리핑을 2차례나 뒤집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다음날 신 전 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정정보도 요구를 철회하는 메일을 보냈다. 현재 신 전 사령관은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침묵
신현돈 잠적

신 전 사령관을 경질시킨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지난 4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신 전 사령관이) 전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사건 발생 두 달 후인 9월초 (추태사건을) 보고받은 대통령이 '전역시키세요' 이렇게 말했다"며 "격노한 대통령이 '기강을 잡는 차원에서 최고 수준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전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박 의원의 발언은 공식적인 창구(청와대 대변인실)로 반박된 바 없다. 사실상 청와대가 사태의 책임을 어느 정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왜 이런 '인사 참사'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침묵 속에 감춰진 전모는 무엇일까. 사건이 발생한 지난 6월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6월1일 청와대는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김 실장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부터 국방부장관직을 수행하며 보수정권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런데 김 실장의 영전은 예정에 없던 인사였다. 김 실장은 전임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세월호 정국으로 낙마하면서 뜻밖의 기회를 얻게 된 케이스다.

김 실장이 청와대로 적을 옮기면서 박근혜정부는 신임 국방부장관으로 한민구 전 합참의장(현 국방부장관)을 선택했다. 한 장관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캠프의 국방·안보분야 정책을 조언한 공신으로 꼽혔다.

이 무렵 군 안팎에서는 신임 국방부장관의 '지휘봉'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모였다. '인사가 곧 만사'라는 말처럼 군 내부의 인사개편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직급상 수평인 김 실장과의 관계 설정도 이목을 끌었다. 표면상 육사 기수는 김 실장(28기)이 한 장관(31기)보다 3기수 더 위였지만 김 실장은 'MB정부의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있었다. 더구나 일부 보수언론은 김 실장의 출신지(전북)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전임 김관진
후임 한민구

신 전 사령관의 음주 소동은 6월19일 발생했다. 한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신 전 사령관은 같은 날 모교(청주고)에서 안보강연 일정을 소화했다. 육군본부에 한 달 전 보고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이날 지방대학 강사로 알려진 오모씨는 충북 오창휴게소에서 신 전 사령관이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음주 소동의 전모는 이렇다. 신 전 사령관은 오후 일정을 마치고, 모교 인근에서 고향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소주는 2병 정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만취상태는 아니었다. 신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공관으로 복귀하던 중 용변을 보기 위해 오창휴게소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했다. 때마침 휴게소에 도착한 오씨도 화장실에 들렀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의 부관은 길을 막았다. "다른 쪽을 이용하라"고 했다. 이때 오씨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술에 취한 '4성장군'이었다.

신현돈 '음주추태'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박근혜 대통령 한 마디에 국방부 칼춤


오씨는 곧장 수도방위사령부 당직실에 전화했다. "고위 장성이 술에 취한 것 같다"며 소속과 이름을 물었다. 다음날 신 전 사령관은 오씨에게 전화해 사과했다. 오씨도 사과를 받았다. 지난 몇 달간 음주 추태로 알려진 사건의 전부다.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육군 대장이 옷을 벗게 된 경위치고는 근거가 옹색했다. 근신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은 음주 추태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전역'했다. 그는 왜 있지도 않은 추태를 수긍하며 군을 떠났던 것일까.

사건 당일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현재 전역)은 신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즉각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음날 권 총장은 신 전 사령관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최근 국방부 감사관실은 "당시 권 총장이 구두로 경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경고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권 총장은 사건으로부터 9일이 지난 6월28일에야 상관인 김 실장과 한 장관에게 각각 보고했다.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황상 권 총장은 두 상관의 인사가 정리되면 어느 한쪽에 사건을 보고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내정자 신분이었던 이들은 6월29일 임명이 확정됐다. 김 실장은 청와대로 떠나면서 구두경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 역시 7월 중순 신 전 사령관에게 주의를 내리는 데 그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 장관과 신 전 사령관의 특별한 인연이다. 이들은 청주고 출신으로 한 장관이 신 전 사령관의 5년 선배다. 일찍부터 신 전 사령관은 '한민구 라인'으로 분류됐다. 다가올 정기 인사에서 신 전 사령관이 이득을 볼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군이 쉬쉬했던 '윤 일병 고문·사망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한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벌어진 메가톤급 사건에 군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여론은 분노했다. 그러나 육군 최고지휘관인 권 총장은 8월4일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권 총장 못지않게 경질론이 불거진 김 실장도 몸을 사렸다.

누가 청와대에
추태 보고했나

다음날 권 총장은 옷을 벗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군의 적폐를 일벌백계 하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반면 김 실장은 건재했다. 김 실장이 권 총장을 방패막이로 썼다는 얘기가 일부 언론에서 나왔다. 청와대가 김 실장을 비호하고 있다는 정치권의 분석도 잇따랐다. 이때부터 김 실장과 한 장관의 명암은 엇갈렸다.

한 장관은 8월10일 "김 실장이 윤 일병 사망 소식을 몰랐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앞서 <세계일보>는 8월8일 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박대섭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예비역 소장·육사 35기)과 류성식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육사 39기)이 윤 일병 사망 사건의 보고를 누락·은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류성식 인사참모부장(현 육군 부사관학교장)은 김 실장의 측근으로 군 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로 불렸다. 이는 사실상 육군이 김 실장 영향력 아래 놓여 있음을 의미했다.


그래서인지 권 총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김요환 육군 참모총장(육사 34기)은 취임 첫 인사로 류 부장을 건드렸다. 류 부장을 한직인 논산훈련소장으로 발령 낸 것이다. 한 장관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이 8월16일이다.

하지만 한 장관은 이틀 뒤 김 총장의 인사를 돌연 제지했다. 류 부장은 자리를 지켰다. 이를 두고 김 실장이 막후에서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신 전 사령관의 음주 추태 루머가 재점화된 시기가 이즈음이다.

국방부, 청와대 부속실에 보고 '왜?'
'왕실장'과 청와대 '문고리권력' 3인방

8월27일 한 국회의원실에 제보가 접수됐다. "신 전 사령관이 헌병에게 업혀 화장실에 갔으며, 시민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사건의 실체보다 훨씬 과장된 이 제보는 국방부 인사복지실에 확인 요청이 들어갔다. 한 장관은 즉각 조사본부에 사실 확인을 지시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8월 중순까지도 신 전 사령관을 직접 경고했다던 한 장관이 과장된 보고를 받고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고, 9월2일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청와대 부속실에 사건을 보고했다.

여기서 두 번째 의문은 청와대 비서실도 아닌 부속실에 관련한 내용을 직보한 이유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부속실은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재만·정호성·안봉근)'으로 불리며, 권력을 전횡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9일2일이라는 시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군 일각에선 청와대가 8월말에 제보를 파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청와대 비선이 미리 신 전 사령관을 쳐내기로 협의했다는 주장인데 이 경우 박 대통령은 9월2일에야 뒤늦게 보고를 받은 셈이라 청와대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과 연결된다.

같은 날 신 전 사령관은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고향선배인 한 장관에게 감사를 요청하면서 '뒷일'을 부탁했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을 전역 조치한 뒤 "만취 추태가 있었고, 위수지역을 이탈했다"고 이유를 댔다. 이는 둘 다 사실이 아니었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이 물러난 9일 뒤에야 정식 감사에 착수했다. <조선일보>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장성급 정기인사를 한다"고 보도한 16일을 전후로 국방부 감사관실은 "만취 추태가 없었다"는 감사결과를 내린다. 때문에 의원실로 들어간 제보는 사실상 한 장관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청와대가 군 인사를 앞두고 한 장관의 측근을 쳐내 인사권을 견제했다는 것이다.

10월7일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현돈 추태사건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한 장관에게 질의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만취나 인사불성은 아니었다"고 시인했다. 이후 류 부장은 요직인 인사참모부장에서 물러났다. 대신 김 총장을 모셨던 김해석 당시 50사단장이 인사참모부장을 꿰찼다.

군 인사가 마무리될 때쯤 신 전 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메일을 보냈다. "알려진 것과 다르니 정정보도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날이 10월30일이다. 뒤늦게 감사결과가 공개됐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1월3일 "추태와 실랑이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이는 곧 국방부가 대통령 눈치 보느라 과잉징계를 내렸다는 논란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국방부는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이번에도 한 장관이 나섰다. "결론적으로 추태는 있었다"고 못박은 것이다. 한 장관은 "2병 이상 소주를 먹었다고 했으니 과도한 음주행위가 있었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증언도 뒤집은 셈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던 신 전 사령관도 "논란을 끝내겠다"며 잠적했다. 그는 "국방부 조치에 불만이나 섭섭함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아마도 신 전 사령관이 한 장관에게 전화를 받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정이지만 서로가 '고생 많았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을지도 모를 일이다.

군내 알력다툼
멀어진 박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신현돈 음주소동은 특정한 정보를 놓고 '김관진(청와대) 대 한민구(국방부)'의 구도로 사건이 전개됐다. 여기서 드는 강한 의문은 4성장군의 동정을 챙겨 보고했어야 할 기무사령관의 존재감이 희미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의 친구로 승승장구했던 이재수 당시 기무사령관(육사 37기)은 '적절한 지휘조언을 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야전으로 보직을 옮겼다.

그의 전임인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육사 36기·전역)도 가혹한 운명을 맞았다. 장 전 사령관은 이른바 "5개의 머리가 있다"는 군 인사비리 보고서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은 역풍을 맞고 전역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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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