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추적> 신현돈 추태 권력다툼 비화 전말

'군대 못간' 대통령 눈 흐리고 김관진·한민구·이재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신현돈 전 1군사령관(육군 대장)의 '경질' 과정과 관련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신 전 사령관은 '음주추태'로 해임됐다는 게 정설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권력다툼이 있었다는 분석이 최근 나오고 있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청와대와 국방부, 육군이 수차례 '엇박자'를 냈던 것을 알 수 있다. 의혹의 중심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있다. 나아가 김 실장을 비호하는 비선라인의 존재도 눈에 띈다. '신현돈 추태사건'의 전말을 <일요시사>가 파헤쳐봤다.

'신현돈 추태사건'은 올 6월19일 발생했다. 이로부터 약 3개월 뒤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은 추태의 책임을 지고 전역 조치됐다.

이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0월말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추태는 없었다'는 보도에 여론은 술렁였고, 지난 3일 국방부는 하루사이 결정적인 브리핑을 2차례나 뒤집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다음날 신 전 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정정보도 요구를 철회하는 메일을 보냈다. 현재 신 전 사령관은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침묵
신현돈 잠적

신 전 사령관을 경질시킨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지난 4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신 전 사령관이) 전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사건 발생 두 달 후인 9월초 (추태사건을) 보고받은 대통령이 '전역시키세요' 이렇게 말했다"며 "격노한 대통령이 '기강을 잡는 차원에서 최고 수준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전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박 의원의 발언은 공식적인 창구(청와대 대변인실)로 반박된 바 없다. 사실상 청와대가 사태의 책임을 어느 정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왜 이런 '인사 참사'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침묵 속에 감춰진 전모는 무엇일까. 사건이 발생한 지난 6월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6월1일 청와대는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김 실장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부터 국방부장관직을 수행하며 보수정권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런데 김 실장의 영전은 예정에 없던 인사였다. 김 실장은 전임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세월호 정국으로 낙마하면서 뜻밖의 기회를 얻게 된 케이스다.

김 실장이 청와대로 적을 옮기면서 박근혜정부는 신임 국방부장관으로 한민구 전 합참의장(현 국방부장관)을 선택했다. 한 장관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캠프의 국방·안보분야 정책을 조언한 공신으로 꼽혔다.

이 무렵 군 안팎에서는 신임 국방부장관의 '지휘봉'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모였다. '인사가 곧 만사'라는 말처럼 군 내부의 인사개편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직급상 수평인 김 실장과의 관계 설정도 이목을 끌었다. 표면상 육사 기수는 김 실장(28기)이 한 장관(31기)보다 3기수 더 위였지만 김 실장은 'MB정부의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있었다. 더구나 일부 보수언론은 김 실장의 출신지(전북)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전임 김관진
후임 한민구

신 전 사령관의 음주 소동은 6월19일 발생했다. 한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신 전 사령관은 같은 날 모교(청주고)에서 안보강연 일정을 소화했다. 육군본부에 한 달 전 보고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이날 지방대학 강사로 알려진 오모씨는 충북 오창휴게소에서 신 전 사령관이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음주 소동의 전모는 이렇다. 신 전 사령관은 오후 일정을 마치고, 모교 인근에서 고향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소주는 2병 정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만취상태는 아니었다. 신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공관으로 복귀하던 중 용변을 보기 위해 오창휴게소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했다. 때마침 휴게소에 도착한 오씨도 화장실에 들렀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의 부관은 길을 막았다. "다른 쪽을 이용하라"고 했다. 이때 오씨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술에 취한 '4성장군'이었다.

신현돈 '음주추태'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박근혜 대통령 한 마디에 국방부 칼춤


오씨는 곧장 수도방위사령부 당직실에 전화했다. "고위 장성이 술에 취한 것 같다"며 소속과 이름을 물었다. 다음날 신 전 사령관은 오씨에게 전화해 사과했다. 오씨도 사과를 받았다. 지난 몇 달간 음주 추태로 알려진 사건의 전부다.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육군 대장이 옷을 벗게 된 경위치고는 근거가 옹색했다. 근신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은 음주 추태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전역'했다. 그는 왜 있지도 않은 추태를 수긍하며 군을 떠났던 것일까.

사건 당일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현재 전역)은 신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즉각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음날 권 총장은 신 전 사령관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최근 국방부 감사관실은 "당시 권 총장이 구두로 경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경고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권 총장은 사건으로부터 9일이 지난 6월28일에야 상관인 김 실장과 한 장관에게 각각 보고했다.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황상 권 총장은 두 상관의 인사가 정리되면 어느 한쪽에 사건을 보고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내정자 신분이었던 이들은 6월29일 임명이 확정됐다. 김 실장은 청와대로 떠나면서 구두경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 역시 7월 중순 신 전 사령관에게 주의를 내리는 데 그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 장관과 신 전 사령관의 특별한 인연이다. 이들은 청주고 출신으로 한 장관이 신 전 사령관의 5년 선배다. 일찍부터 신 전 사령관은 '한민구 라인'으로 분류됐다. 다가올 정기 인사에서 신 전 사령관이 이득을 볼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군이 쉬쉬했던 '윤 일병 고문·사망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한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벌어진 메가톤급 사건에 군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여론은 분노했다. 그러나 육군 최고지휘관인 권 총장은 8월4일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권 총장 못지않게 경질론이 불거진 김 실장도 몸을 사렸다.

누가 청와대에
추태 보고했나

다음날 권 총장은 옷을 벗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군의 적폐를 일벌백계 하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반면 김 실장은 건재했다. 김 실장이 권 총장을 방패막이로 썼다는 얘기가 일부 언론에서 나왔다. 청와대가 김 실장을 비호하고 있다는 정치권의 분석도 잇따랐다. 이때부터 김 실장과 한 장관의 명암은 엇갈렸다.

한 장관은 8월10일 "김 실장이 윤 일병 사망 소식을 몰랐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앞서 <세계일보>는 8월8일 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박대섭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예비역 소장·육사 35기)과 류성식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육사 39기)이 윤 일병 사망 사건의 보고를 누락·은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류성식 인사참모부장(현 육군 부사관학교장)은 김 실장의 측근으로 군 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로 불렸다. 이는 사실상 육군이 김 실장 영향력 아래 놓여 있음을 의미했다.


그래서인지 권 총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김요환 육군 참모총장(육사 34기)은 취임 첫 인사로 류 부장을 건드렸다. 류 부장을 한직인 논산훈련소장으로 발령 낸 것이다. 한 장관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이 8월16일이다.

하지만 한 장관은 이틀 뒤 김 총장의 인사를 돌연 제지했다. 류 부장은 자리를 지켰다. 이를 두고 김 실장이 막후에서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신 전 사령관의 음주 추태 루머가 재점화된 시기가 이즈음이다.

국방부, 청와대 부속실에 보고 '왜?'
'왕실장'과 청와대 '문고리권력' 3인방

8월27일 한 국회의원실에 제보가 접수됐다. "신 전 사령관이 헌병에게 업혀 화장실에 갔으며, 시민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사건의 실체보다 훨씬 과장된 이 제보는 국방부 인사복지실에 확인 요청이 들어갔다. 한 장관은 즉각 조사본부에 사실 확인을 지시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8월 중순까지도 신 전 사령관을 직접 경고했다던 한 장관이 과장된 보고를 받고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고, 9월2일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청와대 부속실에 사건을 보고했다.

여기서 두 번째 의문은 청와대 비서실도 아닌 부속실에 관련한 내용을 직보한 이유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부속실은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재만·정호성·안봉근)'으로 불리며, 권력을 전횡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9일2일이라는 시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군 일각에선 청와대가 8월말에 제보를 파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청와대 비선이 미리 신 전 사령관을 쳐내기로 협의했다는 주장인데 이 경우 박 대통령은 9월2일에야 뒤늦게 보고를 받은 셈이라 청와대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과 연결된다.

같은 날 신 전 사령관은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고향선배인 한 장관에게 감사를 요청하면서 '뒷일'을 부탁했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을 전역 조치한 뒤 "만취 추태가 있었고, 위수지역을 이탈했다"고 이유를 댔다. 이는 둘 다 사실이 아니었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이 물러난 9일 뒤에야 정식 감사에 착수했다. <조선일보>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장성급 정기인사를 한다"고 보도한 16일을 전후로 국방부 감사관실은 "만취 추태가 없었다"는 감사결과를 내린다. 때문에 의원실로 들어간 제보는 사실상 한 장관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청와대가 군 인사를 앞두고 한 장관의 측근을 쳐내 인사권을 견제했다는 것이다.

10월7일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현돈 추태사건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한 장관에게 질의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만취나 인사불성은 아니었다"고 시인했다. 이후 류 부장은 요직인 인사참모부장에서 물러났다. 대신 김 총장을 모셨던 김해석 당시 50사단장이 인사참모부장을 꿰찼다.

군 인사가 마무리될 때쯤 신 전 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메일을 보냈다. "알려진 것과 다르니 정정보도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날이 10월30일이다. 뒤늦게 감사결과가 공개됐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1월3일 "추태와 실랑이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이는 곧 국방부가 대통령 눈치 보느라 과잉징계를 내렸다는 논란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국방부는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이번에도 한 장관이 나섰다. "결론적으로 추태는 있었다"고 못박은 것이다. 한 장관은 "2병 이상 소주를 먹었다고 했으니 과도한 음주행위가 있었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증언도 뒤집은 셈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던 신 전 사령관도 "논란을 끝내겠다"며 잠적했다. 그는 "국방부 조치에 불만이나 섭섭함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아마도 신 전 사령관이 한 장관에게 전화를 받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정이지만 서로가 '고생 많았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을지도 모를 일이다.

군내 알력다툼
멀어진 박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신현돈 음주소동은 특정한 정보를 놓고 '김관진(청와대) 대 한민구(국방부)'의 구도로 사건이 전개됐다. 여기서 드는 강한 의문은 4성장군의 동정을 챙겨 보고했어야 할 기무사령관의 존재감이 희미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의 친구로 승승장구했던 이재수 당시 기무사령관(육사 37기)은 '적절한 지휘조언을 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야전으로 보직을 옮겼다.

그의 전임인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육사 36기·전역)도 가혹한 운명을 맞았다. 장 전 사령관은 이른바 "5개의 머리가 있다"는 군 인사비리 보고서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은 역풍을 맞고 전역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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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