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추적> 신현돈 추태 권력다툼 비화 전말

'군대 못간' 대통령 눈 흐리고 김관진·한민구·이재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신현돈 전 1군사령관(육군 대장)의 '경질' 과정과 관련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신 전 사령관은 '음주추태'로 해임됐다는 게 정설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권력다툼이 있었다는 분석이 최근 나오고 있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청와대와 국방부, 육군이 수차례 '엇박자'를 냈던 것을 알 수 있다. 의혹의 중심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있다. 나아가 김 실장을 비호하는 비선라인의 존재도 눈에 띈다. '신현돈 추태사건'의 전말을 <일요시사>가 파헤쳐봤다.

'신현돈 추태사건'은 올 6월19일 발생했다. 이로부터 약 3개월 뒤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은 추태의 책임을 지고 전역 조치됐다.

이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0월말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추태는 없었다'는 보도에 여론은 술렁였고, 지난 3일 국방부는 하루사이 결정적인 브리핑을 2차례나 뒤집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다음날 신 전 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정정보도 요구를 철회하는 메일을 보냈다. 현재 신 전 사령관은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침묵
신현돈 잠적

신 전 사령관을 경질시킨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지난 4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신 전 사령관이) 전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사건 발생 두 달 후인 9월초 (추태사건을) 보고받은 대통령이 '전역시키세요' 이렇게 말했다"며 "격노한 대통령이 '기강을 잡는 차원에서 최고 수준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전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박 의원의 발언은 공식적인 창구(청와대 대변인실)로 반박된 바 없다. 사실상 청와대가 사태의 책임을 어느 정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왜 이런 '인사 참사'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침묵 속에 감춰진 전모는 무엇일까. 사건이 발생한 지난 6월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6월1일 청와대는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김 실장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부터 국방부장관직을 수행하며 보수정권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런데 김 실장의 영전은 예정에 없던 인사였다. 김 실장은 전임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세월호 정국으로 낙마하면서 뜻밖의 기회를 얻게 된 케이스다.

김 실장이 청와대로 적을 옮기면서 박근혜정부는 신임 국방부장관으로 한민구 전 합참의장(현 국방부장관)을 선택했다. 한 장관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캠프의 국방·안보분야 정책을 조언한 공신으로 꼽혔다.

이 무렵 군 안팎에서는 신임 국방부장관의 '지휘봉'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모였다. '인사가 곧 만사'라는 말처럼 군 내부의 인사개편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직급상 수평인 김 실장과의 관계 설정도 이목을 끌었다. 표면상 육사 기수는 김 실장(28기)이 한 장관(31기)보다 3기수 더 위였지만 김 실장은 'MB정부의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있었다. 더구나 일부 보수언론은 김 실장의 출신지(전북)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전임 김관진
후임 한민구

신 전 사령관의 음주 소동은 6월19일 발생했다. 한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신 전 사령관은 같은 날 모교(청주고)에서 안보강연 일정을 소화했다. 육군본부에 한 달 전 보고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이날 지방대학 강사로 알려진 오모씨는 충북 오창휴게소에서 신 전 사령관이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음주 소동의 전모는 이렇다. 신 전 사령관은 오후 일정을 마치고, 모교 인근에서 고향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소주는 2병 정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만취상태는 아니었다. 신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공관으로 복귀하던 중 용변을 보기 위해 오창휴게소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했다. 때마침 휴게소에 도착한 오씨도 화장실에 들렀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의 부관은 길을 막았다. "다른 쪽을 이용하라"고 했다. 이때 오씨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술에 취한 '4성장군'이었다.

신현돈 '음주추태'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박근혜 대통령 한 마디에 국방부 칼춤


오씨는 곧장 수도방위사령부 당직실에 전화했다. "고위 장성이 술에 취한 것 같다"며 소속과 이름을 물었다. 다음날 신 전 사령관은 오씨에게 전화해 사과했다. 오씨도 사과를 받았다. 지난 몇 달간 음주 추태로 알려진 사건의 전부다.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육군 대장이 옷을 벗게 된 경위치고는 근거가 옹색했다. 근신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은 음주 추태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전역'했다. 그는 왜 있지도 않은 추태를 수긍하며 군을 떠났던 것일까.

사건 당일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현재 전역)은 신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즉각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음날 권 총장은 신 전 사령관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최근 국방부 감사관실은 "당시 권 총장이 구두로 경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경고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권 총장은 사건으로부터 9일이 지난 6월28일에야 상관인 김 실장과 한 장관에게 각각 보고했다.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황상 권 총장은 두 상관의 인사가 정리되면 어느 한쪽에 사건을 보고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내정자 신분이었던 이들은 6월29일 임명이 확정됐다. 김 실장은 청와대로 떠나면서 구두경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 역시 7월 중순 신 전 사령관에게 주의를 내리는 데 그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 장관과 신 전 사령관의 특별한 인연이다. 이들은 청주고 출신으로 한 장관이 신 전 사령관의 5년 선배다. 일찍부터 신 전 사령관은 '한민구 라인'으로 분류됐다. 다가올 정기 인사에서 신 전 사령관이 이득을 볼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군이 쉬쉬했던 '윤 일병 고문·사망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한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벌어진 메가톤급 사건에 군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여론은 분노했다. 그러나 육군 최고지휘관인 권 총장은 8월4일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권 총장 못지않게 경질론이 불거진 김 실장도 몸을 사렸다.

누가 청와대에
추태 보고했나

다음날 권 총장은 옷을 벗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군의 적폐를 일벌백계 하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반면 김 실장은 건재했다. 김 실장이 권 총장을 방패막이로 썼다는 얘기가 일부 언론에서 나왔다. 청와대가 김 실장을 비호하고 있다는 정치권의 분석도 잇따랐다. 이때부터 김 실장과 한 장관의 명암은 엇갈렸다.

한 장관은 8월10일 "김 실장이 윤 일병 사망 소식을 몰랐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앞서 <세계일보>는 8월8일 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박대섭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예비역 소장·육사 35기)과 류성식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육사 39기)이 윤 일병 사망 사건의 보고를 누락·은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류성식 인사참모부장(현 육군 부사관학교장)은 김 실장의 측근으로 군 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로 불렸다. 이는 사실상 육군이 김 실장 영향력 아래 놓여 있음을 의미했다.


그래서인지 권 총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김요환 육군 참모총장(육사 34기)은 취임 첫 인사로 류 부장을 건드렸다. 류 부장을 한직인 논산훈련소장으로 발령 낸 것이다. 한 장관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이 8월16일이다.

하지만 한 장관은 이틀 뒤 김 총장의 인사를 돌연 제지했다. 류 부장은 자리를 지켰다. 이를 두고 김 실장이 막후에서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신 전 사령관의 음주 추태 루머가 재점화된 시기가 이즈음이다.

국방부, 청와대 부속실에 보고 '왜?'
'왕실장'과 청와대 '문고리권력' 3인방

8월27일 한 국회의원실에 제보가 접수됐다. "신 전 사령관이 헌병에게 업혀 화장실에 갔으며, 시민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사건의 실체보다 훨씬 과장된 이 제보는 국방부 인사복지실에 확인 요청이 들어갔다. 한 장관은 즉각 조사본부에 사실 확인을 지시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8월 중순까지도 신 전 사령관을 직접 경고했다던 한 장관이 과장된 보고를 받고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고, 9월2일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청와대 부속실에 사건을 보고했다.

여기서 두 번째 의문은 청와대 비서실도 아닌 부속실에 관련한 내용을 직보한 이유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부속실은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재만·정호성·안봉근)'으로 불리며, 권력을 전횡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9일2일이라는 시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군 일각에선 청와대가 8월말에 제보를 파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청와대 비선이 미리 신 전 사령관을 쳐내기로 협의했다는 주장인데 이 경우 박 대통령은 9월2일에야 뒤늦게 보고를 받은 셈이라 청와대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과 연결된다.

같은 날 신 전 사령관은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고향선배인 한 장관에게 감사를 요청하면서 '뒷일'을 부탁했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을 전역 조치한 뒤 "만취 추태가 있었고, 위수지역을 이탈했다"고 이유를 댔다. 이는 둘 다 사실이 아니었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이 물러난 9일 뒤에야 정식 감사에 착수했다. <조선일보>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장성급 정기인사를 한다"고 보도한 16일을 전후로 국방부 감사관실은 "만취 추태가 없었다"는 감사결과를 내린다. 때문에 의원실로 들어간 제보는 사실상 한 장관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청와대가 군 인사를 앞두고 한 장관의 측근을 쳐내 인사권을 견제했다는 것이다.

10월7일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현돈 추태사건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한 장관에게 질의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만취나 인사불성은 아니었다"고 시인했다. 이후 류 부장은 요직인 인사참모부장에서 물러났다. 대신 김 총장을 모셨던 김해석 당시 50사단장이 인사참모부장을 꿰찼다.

군 인사가 마무리될 때쯤 신 전 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메일을 보냈다. "알려진 것과 다르니 정정보도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날이 10월30일이다. 뒤늦게 감사결과가 공개됐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1월3일 "추태와 실랑이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이는 곧 국방부가 대통령 눈치 보느라 과잉징계를 내렸다는 논란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국방부는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이번에도 한 장관이 나섰다. "결론적으로 추태는 있었다"고 못박은 것이다. 한 장관은 "2병 이상 소주를 먹었다고 했으니 과도한 음주행위가 있었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증언도 뒤집은 셈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던 신 전 사령관도 "논란을 끝내겠다"며 잠적했다. 그는 "국방부 조치에 불만이나 섭섭함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아마도 신 전 사령관이 한 장관에게 전화를 받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정이지만 서로가 '고생 많았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을지도 모를 일이다.

군내 알력다툼
멀어진 박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신현돈 음주소동은 특정한 정보를 놓고 '김관진(청와대) 대 한민구(국방부)'의 구도로 사건이 전개됐다. 여기서 드는 강한 의문은 4성장군의 동정을 챙겨 보고했어야 할 기무사령관의 존재감이 희미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의 친구로 승승장구했던 이재수 당시 기무사령관(육사 37기)은 '적절한 지휘조언을 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야전으로 보직을 옮겼다.

그의 전임인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육사 36기·전역)도 가혹한 운명을 맞았다. 장 전 사령관은 이른바 "5개의 머리가 있다"는 군 인사비리 보고서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은 역풍을 맞고 전역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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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