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법로비 의혹 치과협회 검찰 내사 내막

정관계 로비? "누군가 투서 찔렀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치적 탄압인가, 정당한 수사행위인가. 검찰의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과협회) 입법로비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야당 의원들을 압박하던 검찰은 최근 별건으로 치과협회를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버이연합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특정 의원을 겨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 일각에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는 눈치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치과협회 정책국장 원모씨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원씨는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 등이 발의한 '의료기관 1인 1개소 개설'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1년 12월 당시 국회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탄압?

이날 검찰은 검찰은 김세영 전 치과협회 회장 등 전·현직 간부들이 2011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불법 네트워크 치과 척결 성금' 명목으로 걷은 25억여원의 회비 가운데 9억여원을 수차례에 걸쳐 인출한 사실을 근거로 원씨를 조사했다. 검찰은 다음 주께 치과협회 전·현직 간부들을 차례로 조사한 뒤 고발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은 지난 7월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의원 1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내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송정동 치과협회 사무실, 전·현직 치과협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물 가운데는 후원금 입금 내역 등이 담긴 회계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는 입장이다. 같은날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법 개정은 윤리위원회를 강화하여 의료단체의 자정기능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야당이 고소·고발되면 검찰이 발 빠르게 압수수색하는 것은 누가 봐도 야당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야당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이종걸 의원도 한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의 이름과 후원금 액수가 상세하게 집계된 어버이연합의 고발장을 보면 특정세력의 개입이 의심된다"며 "최근 서초동(검찰 주변)에는 이번 수사 착수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여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폭로했다.

치과협회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치과협회는 원씨에 대한 소환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정당한 입법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법을 지키며 불법과 싸워온 치과계 입장에서 검찰 수사로 전 국민 앞에 마치 범죄 집단처럼 비춰진 점에 매우 비통한 심정"이라며 "의사 1명이 1개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도록 하는 개정 의료법은 굳이 로비를 해가면서까지 만들 법안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치과협회는 어버이연합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뒤 "검찰은 어떤 의도에서 어버이연합이 이번 사태를 주도했는지 함께 파헤쳐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 치과협회 수사는 지난 6월 <주간조선>의 보도로 촉발됐다. 당시 <주간조선>은 치과협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의 실명을 공개하며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 같은당 김용익·이미경·이춘석 의원 등이 의료법 개정 후 집중적으로 후원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김용익 의원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주간조선>의 오보를 밝혀냈다. 김 의원은 "기사에 언급된 2011년 12월에는 국회의원이 아니었고, 2012년 6월에서야 초선 국회의원이 되었으므로 치과협회가 입법로비를 벌일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주간조선>은 이를 인용해 반론문을 실었다. 하지만 나머지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치과협회로부터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양 의원(3422만원)은 검찰의 핵심 타깃이다. 그런데 기자가 확인한 온라인 게시글을 보면 양 의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치과협회와 함께 어버이연합의 핵심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통과 때 보이지 않는 손 작용?
국회의원들에 금품 건넨 정황 추적 중


다음 아고라 아이디 오늘뭐해(joonmin****), 온리유(appliad****), 꼬돌이(blueguy****) 등은 2013년 10월께부터 최근까지 각각 252개~289개(11월7일 기준)의 글을 올렸다. 거의 모든 글은 ▲치과협회를 비판하고 ▲경쟁업체인 유디치과(네트워크 치과)를 옹호하며 ▲양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신디(cindy****), 지용현(manis****), 박미숙(panam****), 이은주(czu***), 채승경(s10***) 등 27개의 아이디가 동일한 논조로 유사 게시물을 반복 올린 것을 확인했다.

이들이 '양승조법' '치과협회' '어버이연합' 등의 키워드로 올린 글은 파악된 것만 2100여개였고, 같은 문구와 사진이 여러 차례 중복·교체된 걸로 미뤄봤을 때 '알바'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조직적으로 글을 올린 사실이 분명했다.

실제로 가장 많은 글을 올린 꼬돌이, 온리유, 신디(cindy****) 등은 각각 2013년 10월25일부터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지용현, 박미숙, 이은주, 채승경, 야르(okyw****) 등은 2013년 12월12일(일부 13일)부터 2013년 12월30일까지만 글을 올렸다.
 

당시 작성된 글을 보면 양 의원의 발언을 인용한 경우가 많았다. 양 의원은 지난해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박정희 대통령은 중정이란 무기로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국정원을 무기로 하면) 선친인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 의원의 이날 발언은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그리고 양 의원은 1년도 못가 검찰 수사를 받는 입장이 됐다.

이들의 댓글 공세는 한동안 잠잠하다가 올 8월20일부터 다시 활발해졌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틀 전인 18일 검찰이 "치과협회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어버이연합이 양 의원 등을 고발한지 만 1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아이디 상민(lsm19****), 푸른하늘(sangmin****), 준시기(imurman****), 벼락(qufkr****), 오늘만같아라(tooday****), 깡돌(kks78****) 등은 20일을 전후로 댓글 활동을 시작해 모두 300여개의 글을 올렸고, 29일 나란히 활동을 종료했다. 이후 이들의 계정은 휴면상태가 됐다.

어버이연합 측은 지난해 12월해부터 '의료기관 1인 1개소 개설'을 반대해왔다. 체인점 형태의 치과(유디치과)가 많아져야 임플란트를 싸게 받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원래 해당 의료법 논쟁은 치과협회와 유디치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이다. 양측은 수년간 민형사상 소송을 주고받으며 극렬하게 대립했다.

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으로 업무에 비상이 걸린 쪽은 유디치과였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유디치과와 어버이연합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칼자루는 검찰로 넘어왔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치과협회에 대한 수사가 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귀띔했다. 일부 지역 치과협회가 수십억원의 회비를 만들어 대출상품에 투자한 의혹 등에 대해 사실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투서를 넣은 내부 관계자는 "일부 임원이 투자수익을 나눠 먹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 여하를 떠나 이번 치과협회 수사에서 검찰이 쥔 카드가 제법 많음을 암시한다.

검찰 꽃놀이패

지난달 치과협회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문제가 된 9억원의 용처를 기재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증거인멸은 구속영장 발부에 유리한 조건이다. 상황에 따라 치과협회 일부 간부가 플리바게닝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아울러 검찰은 최근 물리치료사협회를 압수수색했는데 이 역시 야당을 겨냥한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물리치료사들이 입법로비를 했다는 게 수사의 핵심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꽃놀이패를 쥔 검찰과 코너에 몰린 야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참고자료>

 

‘치과협회’ ‘양승조법’ 관련 인터넷 반복 게시물 일체

 

아이디

기간

글 수

tooday****


2014819일부터 829일까지

65

sangmin****

2014820일부터 829일까지

60

imurman****

2014820일부터 829일까지

61

kks78****

2014820일부터 829일까지

60

lsm19****

2014821일부터 829일까지

50

qufkr****

2014825일부터 829일까지

38

 

czu***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43

okyw****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81

heshu****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12일까지

4

panam****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42

manis****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34

akswo****

20131216일부터 같은해 1226일까지

32

s10***

20131212일부터 같은해 1230일까지

41

dhaa****

20131223일부터 같은해 1223일까지

9

 

blueguy****

20131025일부터 최근까지

279

appliad****

20131025일부터 최근까지

252

cindy****

20131025일부터 2014710일까지

143

joonmin****

20131021일부터 최근까지

289

zxcvbn****

201375일부터 201413일까지

72

mirua****

2013123일부터 2014113일까지

202

soyeu****

20131029일부터 같은해 1216일까지

69

blueguy****

2014531일부터 115일까지

132

min****

20131113일부터 같은해 1216일까지

11

gan2bu****

2012426일부터 최근까지

32

dslov****

20131031일부터 같은해 1211일까지

29

ftai****

201462일부터 65일까지

22

uijin****

2014115일부터 최근까지

3

 

 

※일부 아이디는 치과협회 관련 없는 글 일부 게재(tooday****, blue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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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