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금' 국내 유입설 진상

김정일 공작금으로 선거 지원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심판 과정에서 북한발 정치자금 의혹이 불거졌다. "현역 국회의원 2명이 북한에서 건너온 자금을 지원받아 선거에 출마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21일 주체사상 이념서인 '강철서신'의 저자로 알려진 김영환씨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정당 해산심판 청구 16차 공개변론에 정부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의혹의 당사자인 두 의원이 법적대응을 불사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고도로 계획된 '종북몰이'일까. 아니면 밝혀지지 못한 '진실'이 있는 것일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헌법재판소에서 관련한 증언이 나온 게 빌미가 됐다. 그리고 이 '말'을 하루 종일 특종으로 보도할 수 있는 'TV'가 있다는 게 과거와 다른 점이다.

민족민주혁명당(이하 민혁당) 총책이었던 김영환씨는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에서 구미가 당길 증언을 했다. 이날 김씨는 "1995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이상규·김미희(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 자금을 지원했고, 이 돈이 북한에서 받은 공작금이었다"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과거 북한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주장에 언론은 관심을 기울였다.

김영환 '배신'
이석기 '감옥'

김씨는 1990년대 북한과 연계된 지하혁명조직 민혁당의 창당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 언론은 그를 '주사파의 대부'라고 칭하지만 이제 '대부'라는 수사는 적절치 않다는 게 '운동권'의 시각이다.

실제 김씨는 북한이 관리하는 점조직원에 불과했다. 지하조직의 핵심 인물들은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심지어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 잦았다.


서울대 82학번이었던 김씨는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북한의 주체사상을 공부했다. '독재자'에 맞서기 위해 또 다른 '독재자'를 흠모한 것이다. 그의 필명으로 사용된 '강철(Steel)'은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을 추종해 지어졌다고 한다.

김씨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1989년 김씨는 북에서 남파된 간첩 진운방(가명·현재 사망)과 접촉했다. 소련이 붕괴한 1991년 김씨는 북쪽에서 내려 보낸 잠수함을 타고 황해도 해주에 발을 디뎠다. 김씨는 북한이 제공한 헬기를 타고 김일성 주석이 있는 묘향산에 도착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김 주석에게 남한지하조직 건설을 승인받았다. 남한으로 내려온 김씨는 1992년 3월 비밀조직 민혁당을 결성했다. 민혁당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적시했다.

당사자 두 의원 결백 주장
"왜 수사 안했나" 강력 반발

김씨는 이 과정에서 북한으로부터 비밀리에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도내용을 참조하면 북한은 공작금 명목으로 인천 강화도 인근에 미화 40만달러를 매립했다. 김씨는 이 돈을 땅에서 파낸 뒤 필요할 때마다 환전해 사용했다.

민혁당 중앙위원장(사실상 서열 1위)이었던 김씨는 당 하부조직에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총선에 입후보하라고 지시했다. 김씨는 해당 지시를 북한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혁당의 결정에 따른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성남에서는 김미희 의원이, 구로에서는 이상규 의원이 각각 시·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김씨는 "이때 후보 1명당 500만원씩 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 보도와 민혁당 사건 판결문을 일부 참조했다. 훗날 김씨는 민혁당 사건에 연루돼 이른바 '사상전향'을 하게 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씨가 체포될 당시 민혁당 중앙위원회는 모두 3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지금은 수학강사인 하모씨와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가 된 박모씨, 그리고 김씨가 중앙위원회 멤버였다.

이들 중 김씨는 북한으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아 조직을 장악했다. 민혁당 사건에서 국정원은 주사파 조직인 '반제청년동맹'을 민혁당의 전신으로 지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직의 총책은 하씨였다고 전해진다.


과거 한총련 지근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북한과 직접 접선하는 연락책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들만의 후계구도가 명확해 후계자로 낙점되지 못하면 누가 연락책인지 알 수 없었고, 외부로도 그 사실을 발설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운동권 문화 특성상 북한과 직접 연락을 취하는 비밀 조직원이 이른바 '판'을 주도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북한을 다녀온 김씨가 조직의 최종 결정권자였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김씨는 1995년 민혁당 자진 해산을 결정한다. 북한정권에 회의감을 느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박씨 역시 해산에 동의했다. 하지만 하씨는 신념에 따라 끝내 해산을 거부했다. 이후 하씨는 1999년 민혁당 사건 핵심인물로 지목돼 법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2003년 참여정부 당시 특별사면)했다.

일부 보수언론은 과거 하씨가 민혁당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하부조직인 경기남부위원회를 장악했었다는 점을 들어 통합진보당 내분사태의 배후로 엮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경기남부위원회의 위원장은 내란선동죄로 수감된 이석기 의원이었다.

그러나 하씨는 2012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수언론이) 나를 도구로 이용해 북과 연결시키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며 "지난해 아버님 상 당했을 때 문상 온 것 말고는 이석기 의원과 10여년 동안 만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기록 있는데
믿을 수 있나

그런데 하씨는 김씨에 의해 또 다시 과거로 소환됐다. 먼저 김씨는 1995년께 문제의 자금을 하씨를 통해 이상규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 같은 기간 하씨를 통해 이석기 의원에게 돈을 건넸는데 이 돈이 결국 김미희 의원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때 이상규 의원은 민혁당 수도남부지역사업부장을 맡고 있었다. 이상규 의원과 김씨는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며 같은 서클에서 활동한 바 있다.

1999년 <한겨레>와 <동아일보> 등이 보도한 민혁당 사건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김씨는 1995년 지방선거에서 이상규 당시 후보 등에게 500만∼1000만원을 지급했고, 1996년 총선에서는 이모씨 등에게 1000만원을 지급했다. 자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 사람은 모두 6명이었고, 재판 과정에서 이상규 의원의 이름은 실제로 등장한다. <민중의 소리>는 "김씨가 1995년 지방선거에서 이상규 당시 후보를 포함한 3명에게 각 500만원을, 1996년 총선에서는 이모 후보 등 2명에게 각 1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단 김미희 의원은 판결문에 언급되지 않았다. 김씨는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판기록에 김미희 의원의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또 김씨는 "김미희 의원이 민혁당 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북한 돈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지난 일인 데다 자금 흐름이 불분명해 이 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는 돈을 주고받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한 가지 의문점은 김씨가 1996년에도 부산지역 총선에 출마한 이씨에게 자금을 대줬다는 사실이다. 김씨는 1995년께 민혁당 해산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김씨가 민혁당 활동에서 손을 뗀 시기는 이보다 늦은 1997년께로 추정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후 민혁당 당원들은 대부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렇듯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민혁당 사건은 1998년 남한으로 내려왔던 진운방이 북한으로 돌아가려다 사망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당시 진운방은 타고 있던 반잠수정 안에서 남한군의 공격으로 최후를 맞았다. 3개월이 지난 1999년 1월 인양된 반잠수정 안에선 북쪽이 작성한 각종 암호문이 나왔고, 이 가운데는 민혁당과 관련한 핵심 정보가 있었다. 국정원은 자체 해산한 민혁당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중국 체류 중이던 김씨는 한국으로 입국해 자수했다. 김씨는 사상전향서를 쓰고 공소보류 처분을 받았다. 함께 활동한 조유식(현 알라딘서점 대표)씨 등도 수사에 협조한 대가로 기소되지 않았다. 민혁당 해체 후 조직 재건에 나섰던 하씨 등 일부만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수사망을 피해 은신한 이석기 의원은 2002년 체포돼 반국가단체구성 혐의 등으로 뒤늦게 실형(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관련 재판에서 이석기 의원은 "민혁당 경기남부위원회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부인이 증인으로 나서 민혁당 활동을 진술한 사실이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됐다고 전해진다. 당시 이석기 의원이 북한 자금을 받아 선거에 활용한 혐의는 판결문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다. 이석기 의원과 그의 부인은 민혁당 사건 후 법정 이혼했다.

통진당 해산심판 과정서 의혹 제기
김영환 정부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


김씨의 증언 다음날 김미희·이상규 의원은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김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는 본인의 새빨간 거짓말에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허무맹랑한 종북선동에 연민의 정마저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망언은 검찰과 법무부, 국정원이 공모해 진보당을 없애려는 해산 선동"이라고 규정하고 "김영환의 망언에 대해 향후 법적인 책임을 물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 의원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김씨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며 "진술이 그대로 인용 보도되면서 진위와 관계없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김씨가 한 증언의 진위 여부가 가려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통진당 반발
김영환 고소


이상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에서 준 자금으로 20년 전에 선거를 치렀다고 한다면, 왜 저는 단 1원도 구경을 못 했느냐"며 "그 자금 당장 갖고 오라"고 비판했다.

또 YT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만약 그런 돈을 기부해 준 사람이 있다면 (현행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어야 했는데 조사를 받지 않았다"며 "통합진보당은 북한을 추종하거나 폭력혁명노선을 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미희-<TV조선> 무슨 일이…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지난 22일 '신분 속인 기자와 TV조선에 공식사과 촉구'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최모 기자는 이날 오전 11시 카메라기자 등과 함께 의원실로 들어와 연합뉴스에서 왔다며 전날(21일) 김영환씨가 증언한 것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인터뷰에 불응했다. 이어 "명함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최 기자는 "명함이 없다"며 서둘러 의원실을 나갔다. 김 의원은 "이로부터 13분 후 최 기자가 의원실로 전화를 걸어 사실은 TV조선기자인데 인터뷰를 거절할까봐 연합뉴스라고 속였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사전 약속 없이 들이닥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신분을 속인 것은 기자윤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의원에 대한 모독이며 사기다"라며 "최 기자와 소속언론사인 TV조선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바이며, 진심어린 공개사과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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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