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vs 검찰 전면전 막후

'사찰 힘겨루기' 국민은 누구 편?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과 관련한 의혹이 사찰정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외에선 인터넷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공식화한 검찰과 감청영장을 불응한 다음카카오 간에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내가 나눈 대화가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이른바 '카카오톡 엑소더스(탈출)' 현상으로 가시화됐다. 검찰과 다음카카오는 한 목소리로 "사찰은 있을 수 없다"고 항변 중이다. 그러나 이를 눈감고 믿기엔 수상한 구석이 너무 많다.

지난해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충격적인 감청 사실을 폭로했다. 세계 각국에 있는 민간인의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 통신내용은 미국 정부에 의해 무단 감청되고 있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내 서버를 두고 있는 IT회사의 광범위한 정보들은 모두가 감청 대상이 됐다. 국가 권력은 임의로 세계 시민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정부가 당신의
사생활 엿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국가권력에 의한 불법 감청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의 핵심은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검열 여부였다. 검열의 주체는 검찰과 국정원 등 이른바 권력기관으로 대변되는 정부였다.

지난달 18일 대검찰청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같은 공개된 인터넷 공간을 상시 모니터링(검열)하겠다고 밝혔다. "허위사실이 유포됐을 경우 수사에 착수하겠다"고도 했다. 같은달 25일 서울중앙지검은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관계된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됐다.

검찰은 당시 모니터링 대상에 카카오톡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불과 5일 뒤인 30일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는 검·경으로부터 카카오톡 대화를 수색당한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사이버 실시간 검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면서 카카오톡 사용자들의 탈퇴 행렬이 이어졌다.


카카오톡을 관리하는 다음카카오는 이달 1일 "어떤 서비스도 국가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혹은 "검찰이 부르는데 안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으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다음카카오가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기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메시지 내용을 분류해서 전달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인터넷에선 '사이버 망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카카오톡의 대안으로 부상한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1주일 사이 100만명이나 증가했다. 마침내 다음카카오가 입장을 바꿨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폭탄선언을 했다.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제가 됐던 대화내용 서버 저장 기간도 최대 3일로 축소해 정보유출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외적으로 다음카카오는 지난 7일부터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추가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은 IT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거대한 파장을 불렀다. 몇몇 언론은 "초법적 발상으로 사법기관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라며 공격했다. 검찰도 발끈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다음카카오를 비난했다.

그럼에도 다음카카오는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이 대표는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 대표는 "실시간으로 (대화내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감청설비가 필요한데 저희는 그런 설비가 없고, 그런 설비를 갖출 의향도 없다"며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는 말이냐'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선 "감청영장이 들어왔을 때 1주일 단위로 대화를 모아 제공했던 방식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감청영장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영장의 효력이 발생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했지만 (지금은) 그와 같은 방식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어 (협조가) 어렵게 됐다"고 답했다.

'대통령 7시간' 도화선…국가권력 감청 의혹
카카오 영장불응 선언…사법기관 압박 임박
정권의 호위무사 개인정보 노린다


덧붙여 이 대표는 감청의 근거가 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허점을 지적한 뒤 "법률을 엄격히 해석하면 감청장치를 서버에 부착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방식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날 증언을 종합한 내용은 ▲다음카카오는 현재 설비만으로 카카오톡을 감청할 수 없고 ▲앞으로도 감청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 없으며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수사당국과 힘겨루기를 하더라도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감청을 통해 수집하고자 하는 정보는 미래의 통신내용이지만 영장집행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쥐게 되는 정보는 송·수신이 완료된 과거의 대화내용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법률상 감청은 타인의 대화(통신)를 엿듣거나 엿보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법원은 감청할 수 있는 대상을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통신'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선통화나 공개회담과 같은 '목소리'가 들어간 대화가 주된 감청의 대상이다.

위기의 카카오
검과 힘겨루기

그러나 카카오톡은 실시간 대화(메시지)가 오가지만 이걸 엿보는 일이 쉽지 않다.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감청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카카오는 수사기관이 영장을 들고 오면 서버에 저장된 대화내용을 모아놨다가 며칠 뒤 전달하는 방법으로 협조했다.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 송수신이 완료된 대화는 '실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감청이 아닌 압수수색의 대상이다. 압수수색영장은 감청영장보다 발부 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다음카카오는 그동안 수사기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협력했지만 지금부터는 '잘못된 관행'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카카오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수사기관과 공조했던 것일까. 가령 수사기관의 내사망에 오른 A씨가 있다고 해보자. 수사기관은 A씨가 범죄를 벌였다고(혹은 벌일 것이라고) 의심한 시기에 관한 통신내용을 다음카카오에 요청한다. 그 시기는 사건에 따라 미래가 될 수도 있다(예를 들면 내란음모).

요청을 받은 다음카카오는 특정된 시기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용(송·수신 일체) 및 대화를 나눈 상대방 아이디와 전화번호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한다. 여기서 문제는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의 아이디 및 전화번호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사기관에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문제는 다음카카오의 주장대로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지만 실시간에 근접한 감청은 지금껏 해왔고 앞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만약 법원이 '앞으로 한 달간 A씨가 나눈 대화를 증거로 제출하라'는 영장을 발부하면 다음카카오는 같은 기간 A씨의 대화내용을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다.

 이는 수사기관 입장에서 채집된 대화내용을 며칠 뒤 확인할 뿐이지 실시간으로 감청했을 때와 효과가 다르지 않다. 더구나 감청영장은 피의자뿐 아니라 가족 등 주변인까지도 적용이 가능한 편의성이 있다.

국내 '포렌식' 권위자이자 IT전문가인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실시간에 가까운 감청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김 전 교수는 지난 2012년 9월 국정원이 발부받은 국가보안법 피의자 홍모씨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집행조서'를 근거로 제시하며 "국정원이 2012년 8월18일부터 9월17일까지 한 달간 홍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감청했다"고 설명했다.

조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홍씨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자신들이 제공한 보안메일로 수신했다. 이렇게 채집한 증거는 법정에 증거로 제출됐으며 홍씨가 대화한 상대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국정원 등 수사기관은 최대 2개월까지 통신제한조치를 허가받을 수 있다.


지난해 '철도 민영화 저지' 파업에 참여했던 이용석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은 카카오톡 로그인 기록과 실시간 IP를 '사찰'당했다. 지난 2월 경찰이 이 본부장에게 보낸 '통신자료제공 집행사실 통지서'에는 다음카카오(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 카카오로 분리) 측에 경찰이 로그기록(ID·IP)과 실시간IP를 요청한 것으로 쓰여 있다. 이를 근거로 철도노조는 "사용자의 카카오톡 접속 위치가 실시간으로 추적된다"고 주장했으며, 당시 카카오는 이 본부장의 로그기록 일체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외국계 IT회사 프로그래머로 일한 윤모씨는 "실시간 감청은 상황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서버를 두고 데이터를 축적한 '싸이월드'를 예로 들면서 "이용자가 비밀방에 올려놓은 글이나 사진을 관리자가 볼 수 있었으며, 온라인에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알람이 울리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시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일반 대기업 보안 관계자들도 익히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은 최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수사하면서 유 전 회장이 은신해 있던 전남 송치재 일대 지명을 입력한 모든 사람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위치)을 조회했다. 경찰은 유 전 회장 측과 통화한 430명 가운데 '송치재 휴게소' '송치골가든' 등의 검색어를 입력한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박근혜'라는 검색어를 입력한 특정인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으로 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지난 12일 정부의 인터넷 감시를 위한 패킷감청 인가 설비가 2005년 이후 무려 9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알렸다. 모두 9대였던 미래창조과학부 인가 감청설비는 2008년 이후 73대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71대가 인터넷 감시 설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보토록 돼 있는 국정원의 감청설비는 집계되지 않은 수치다.

같은당 전병헌 의원은 다음카카오 측이 발표한 '카카오톡 정보제공 현황'이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은 올 상반기에만 61건의 감청을 요구 받아 90% 넘게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사실확인은 1044건, 압수수색영장은 2131건이었다. 여기에는 간접 제공된 회선(아이디 및 전화번호)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 다음카카오가 수사기관의 협조를 거부함으로써 검찰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발 빠른 대응을 했지만 도리어 사찰 의혹의 빌미를 준 꼴이 됐다.


"실시간 감청
 기술적 가능"

지난달 18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에는 다음카카오가 출석을 요구받았다. 당시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전면전을 선택한 다음카카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언제 어떤 구실로 또 다시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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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