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인선 관전포인트' 막후 파워게임 전말

청와대·정치권·금융권 지원군 전쟁 승자는?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KB금융 사태가 다시 재현될 것인가.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싼 막후 쟁탈전이 치열하다. 소수 권력집단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가장 잘 부합하는 회장을 앉히기 위해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그룹이 먼저 발을 뻗었고, 이에 대항해 노동계가 움직였다. 유력 후보군을 앞세운 정치권은 호시탐탐 입김을 불어넣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파워게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권력투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를 돌연 사퇴했다. 지난 8일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옥찬 전 행장이 KB금융지주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자진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 2일 제3차 회의를 열고, 전체 84명의 후보군 가운데 9명의 1차 후보를 결정했다. 이 중 후보군에 포함됐던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 후보군은 8명으로 압축됐다. 여기에 김옥찬 전 행장까지 사퇴행렬에 동참하면서 후보군은 다시 7명으로 추려졌다. 회추위는 오는 16일 제4차 회의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4명으로 좁히고, 이달 말까지는 1명의 최종후보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전문가인가
낙하산인가

지난 10일 기준 남은 7명의 후보는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CFO),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다. 정치권과 금융권의 말을 종합하면 위 7명의 후보 가운데 최종후보 선정이 유력한 후보는 모두 3명이다. 이들은 각각 정치인과 관료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급된 3명의 면면을 살펴보기 전에 이철휘 사장과 김옥찬 전 행장의 사퇴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철휘 사장은 9명의 후보 가운데 정통 모피아로 꼽힌다. 행정고시 17기로 재정경제부 공보관과 국고국장,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이철휘 사장과 KB금융지주는 지난 정권 때 악연으로 부딪혔다. 2009년 있었던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당시 이철휘 사장은 막판까지 후보로 경쟁했다. 그러나 최종후보를 추리는 과정에서 "BH(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명박 대통령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선진국민연대 출신 정모 비서관이 회장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철휘 사장은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이사진 면접을 거부한 뒤 후보직을 사퇴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사퇴를 종용한 것이란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뒤늦은 사실 확인에 나서 정 비서관의 혐의를 벗겨줬다. 이 같은 앙금은 이철휘 사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철휘 사장은 이번 회추위 발표 직후 후보에서 서둘러 사퇴했다. KB금융지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KB금융지주 측은 "이철휘 사장이 '후보로 선정된 것은 영광이지만 사퇴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일한 '관 출신'이던 이철휘 사장의 사퇴로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은 '내부인사' 대 '외부인사' 구도로 재편됐다. 그런데 내부인사의 대표격인 김옥찬 전 행장이 물러나면서 무게의 추는 외부인사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분위기다.

김옥찬 전 행장은 KB금융지주에서만 경력을 쌓은 자타공인 'KB맨'이다. 재직기간만 31년에 이른다. 일각에선 "국민은행 출신으로 주택은행계와 갈등 요인이 있었다"며 깎아내렸다. 그러나 주택은행계가 내심 밀었던 인물은 김옥찬 전 행장이란 얘기도 들린다.

성낙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주택은행 출신이지만 김옥찬 전 행장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후보 선정에 앞서 노조 측은 회추위와 면담을 갖고 내부 출신을 회장으로 선임해 줄 것을 적극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영진 회추위 의장 대행은 "외풍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많은 사외이사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내부인사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면담 이후 이른바 '노치(勞治)' 논란이 언론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정보의 근원은 외부출신 인사를 밀고 있는 '특정세력'으로 의심됐다. 노조 측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반대론자들은 "전문성과 중량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노조의 개입을 적극 차단했다.


결과적으로 내부인사의 입지는 좁아졌다. 성 위원장과 만난 김옥찬 전 행장은 노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러 갈등을 우려해 사퇴를 선택했다. 더구나 내부 출신이 회장이 되면 노조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경합 중인 외부인사는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한쪽에서는 김옥찬 전 행장에게 "일종의 딜이 들어오지 않았겠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옥찬 전 행장은 지난해 7월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과 은행장 자리를 놓고 경합하다가 최종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옥찬 전 행장을 밀어낸 이건호 은행장(현재 사임)은 짧은 은행경력으로 이른바 '낙하산' 논란을 지폈다. 이는 KB금융지주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됐다.

관련한 과정을 지켜본 김 전 행장은 또다시 내부인사 대 외부인사 구도가 짜인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후보 접수 절차가 진행 중인 서울신용보증기금 사장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문제는 김옥찬 전 행장이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부분인데 정권 차원의 입김(혹은 배려)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기회장 선임 과정서 '내 사람심기' 감지
'박근혜라인' 이동걸 급부상…내부인사 주춤
'산 권력'이냐 '뜬 권력'이냐

KB금융지주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다. 그러나 주인에 근접해 있는 권력은 존재한다. 바로 정부다. KB금융지주는 정부가 이사회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그간 정부는 KB금융지주 회장을 사실상 내정했다. 낙하산 논란이 해마다 되풀이된 이유다.

또 역대 회장은 저마다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사임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속된 말로 ‘찍어내기’를 당한 셈이다. 최근 물러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렸다는 게 정설이다.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내부 관계자는 많지 않다. 임 전 회장의 경질을 예상한 시점에 이미 대체 후보를 염두에 뒀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금융권 일각에선 모피아와 말이 통하는 특정후보를 띄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항명의 여지가 다분한 모 후보는 금융당국이 기피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KB금융 사태에서 엇박자를 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금감원의 관심이 더 높은데 KB금융지주가 정상화되면 그에 따른 '명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는 최 원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할 것이란 소문과 맞물려 양 기관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모피아 그룹이 지지하는 후보 쪽에 금융위가, 정권이 미는 후보 쪽에 금감원이 각각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는 NO?
외부는 YES?

최근 복수 언론은 이동걸 전 부회장을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꼽았다. 금융권도 '이동걸 대세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동걸 전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금융인들을 모아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한 대표 TK(대구·경북)인맥이기도 하다.

현재 금융권 회장단 대부분은 TK와 PK(부산·경남)로 채워져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경남고 출신이며,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고향이 부산이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문이다. 박근혜정부가 해왔던 고위직 인사 경험과 이동걸 전 부회장의 이력·출신 등을 종합하면 그를 제칠 만한 후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권이 내려 보낸 낙하산이란 시선이 부담이라면 부담이다.

이동걸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쪽은 그가 KB금융지주를 거치지 않은 '순수 외부인사'란 사실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거꾸로 이동걸 전 부회장을 반대하는 쪽은 "다른 사람은 돼도 이동걸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노조는 "차기 회장은 내부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이동걸 전 부회장에게 전달하는 등 강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그럼에도 내부인사 가운데 특별히 믿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신 있는 내부 출신보다는 코드가 맞는 외부 출신을 앉혀놔야 정권 입장에서 덜 불안하지 않겠냐"며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후보가 있다. 바로 하영구 은행장이다.

하영구 은행장은 한국씨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장으로 2001년 취임해 현재까지 10년 넘게 연임 중이다. 2010년부터는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을 겸했다.

현 금융당국 최고 수장인 신제윤 금융위원장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차관보였던 신 위원장은 하영구 은행장을 통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하영구 은행장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같은 회사(한국씨티은행)에서 행장과 부행장으로 일했다. 뿐만 아니라 하영구 은행장은 대관업무를 위주로 정관계와 두터운 교분을 쌓았는데 그때의 공로가 이번 인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단 하영구 은행장은 현직 금융지주 회장이 다른 곳도 아닌 경쟁 금융회사 회장으로 지원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10년이 넘는 은행장 경력이 있음에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점이 리스크로 분류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동걸 대 하영구' 구도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중대 변수로는 최경환 부총리가 언급된다. 국내 경제정책을 총괄할뿐더러 '부통령'이란 별명까지 얻은 최경환 부총리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능가하는 실력자로 부상 중이다. KB금융지주가 사실상 정부 영향하에 있는 만큼 최 부총리의 의중은 후보자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권 입장에서 총자산 300조원의 금융회사 회장 선출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반면 최 부총리가 월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할 경우 청와대가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2인자'를 용납해오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상 이번 회장 선출은 둘의 관계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공학적으로 보면 친박계에 대항하는 비박계가 내부인사 선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노조 측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일화는 이를 암시한다. 만약 내부 출신이 여러 악조건을 뚫고 회장이 된다면 그 자리는 윤종규 전 부사장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고 점쳐진다.

마지막 반전
어디서 터질까

윤종규 전 부사장은 2002년 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이 영입한 인물로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것이 강점이다. 무엇보다 KB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해 회추위 구성원인 사외이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이 희망적인 부분이다. 차기 회장 후보는 회추위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 1명이 선정된다.

때문에 '본선'까지만 가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옥찬 전 행장에게 쏠린 표심이 윤종규 전 부사장에게 더해질 것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윤종규 전 부사장의 거취를 놓고, 그를 떨어뜨리기 위한 세력과 지지하는 세력 간에 치열한 물밑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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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