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현아 성매매 사건의 재구성

'하룻밤 5000만원' 연예인 여럿 더 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성현아씨의 항소심 공판 기일이 오는 10월로 예고됐다. 성씨는 1심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성씨, 처벌 수위가 낮다고 판단한 검찰은 나란히 항소했다.

상급심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1심 판결 내용 일부가  눈길을 끈다. 몇몇 여자 연예인은 성씨와 마찬가지로 남자 재력가와 성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슬며시 꼬리를 감췄다. 사생활이란 이유에서다. 그 사이 또 다른 '스폰서'는 막대한 부를 등에 업고 오늘도 돈에 취약한 연예인을 꼬드기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자리한 한 특급 호텔.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객실을 설계했다. 해당 호텔은 서울 시내에 있는 호텔객실 중 가장 비싼 숙박료로 유명하다. 블라인드를 젖히면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욕실에서 바라본 야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상대가 누구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한다. 바로 이곳에서 남성 재력가와 유명 연예인의 성매매가 이뤄졌다. 물론 그들의 만남은 서로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지 않았다.

찌라시 난무
언론은 칼춤

지난해 12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연예인 성매매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기자는 한 법조계 관계자로부터 관련한 첩보를 단독 입수했다. 배우 성현아씨 등이 연루된 이른바 스폰서 의혹이었다. 보도에 앞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지만 기사화할 수 없었다. 성매매 브로커로 지목된 A씨와 성매수자로 특정된 B씨의 신원 확인을 수사기관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같은달 11일 일부 연예매체를 중심으로 관련한 내용이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수사와 무관한 연예인들의 이름이 '증권가 찌라시'에 오르내렸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가 사실인 양 유포되고 있었다. 사건의 몸통인 A씨와 B씨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엉뚱하게도 연예인 조혜련씨가 브로커로 둔갑했다. 언론은 칼춤을 췄다. '아니면 말고 식'의 찔러보기가 계속됐다.


파문이 확산되자 검찰은 때 늦은 진화에 나섰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마약사건을 수사하던 중 관련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들어갔으며, 일부 유명 연예인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자는 전·현직 사정기관 관계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들은 "실체도 없는데 의혹만 커졌다" "연예인들의 사생활마저 수사대상이 돼 유감이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속된 말로 '건수가 안 된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사정당국 및 일부 언론에선 '남의 아랫도리 얘기는 하는 게 아니다'라는 불문율이 전해져 내려온다.

재력가와 동침 사실로…거액 받고 스폰
초특급호텔서 만나 세 차례 성관계 맺어

하지만 이들 간에 돈이 오고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만남을 알선하고 돈을 챙긴 브로커가 있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성매매알선 혐의로 1명(남성)을 기소하고, 성매매 혐의로 11명(남성 2명, 여성 9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는 브로커 A씨와 재력가 B씨, 배우 성현아씨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 검찰은 이들의 신원을 특정하지 않았다.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사건에 연루된 여자 연예인들은 모두 약식기소 됐다. 약식기소란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중하지 않고, 처벌 역시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때에 검사가 임의로 청구하는 형사재판이다. 약식기소된 피의자는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단 피의자가 불복한다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당시 대부분의 연예인은 벌금형을 받아들였다. 정식재판으로 전환되면 법원에 출석하는 등 신원 노출을 감수해야 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이름이 알려진 성씨는 정식재판을 통해 무죄를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성씨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잃은 게 더 많은 상황에 놓였다.


재판에 앞서 성씨의 실제 성관계 여부, 성관계의 대가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원은 이 부분을 모두 인정했다. 재력가 B씨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B씨는 성씨의 신체적인 특징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등 성매수 사실을 인정했다. 성씨 측은 만나긴 했지만 성매매는 없었다는 취지로 방어했다.

사건 경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씨는 평소 알고 지낸 A씨와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A씨의 직업은 스타일리스트로 알려졌다. 그런데 A씨는 2010년을 전후로 연예인 성매매 브로커로 활동했다. A씨는 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한 연예인들을 재력가에게 소개해 주는 일명 '중간다리' 역할로 유명했다.

2010년 초 성씨는 A씨에게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설명했다. A씨는 "돈 많은 남자를 소개해주겠다"며 만남을 제의했다. 성씨는 이를 승낙했다. 이 무렵 성씨는 전 남편과 이혼을 앞두고 있었다.

브로커 A씨는 재력가 B씨에게 연락했다. "1년 동거하는 조건으로 1억∼2억원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B씨는 "동거까지는 어렵고 만나본 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A씨와 B씨, 그리고 성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처에서 만났다. 은밀한 얘기가 오갔다. 며칠 뒤 거액의 돈이 성씨의 계좌로 입금됐다. 이 돈의 출처는 B씨였다.

브로커 통해
파트너 소개

첫 만남에서 B씨는 성씨에게 1000만원권 수표 2장을 건넸다. 만남을 주선한 A씨에게도 수백만원을 전달했다. B씨와 성씨는 2달 가까이 만난 것으로 보이는데 해외여행도 다녀오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B씨는 성씨에게 5000만원을 3회에 걸쳐 분할지급 했다. 일반적인 연인 관계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B씨는 성씨를 만난 시기를 전후로 A씨에게 몇몇 연예인을 소개받았다. B씨는 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은 것으로 확인된다. B씨의 성매수 혐의는 언론의 포커스가 성씨에게 맞춰져 간과된 측면이 있다.

재판부는 성씨와 성관계를 가진 B씨에게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했다. 이는 성씨 사건으로 한정해 선고받은 형량이다. B씨가 맺은 스폰서 계약은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브로커 A씨는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는 판결과 함께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추징금 3280만원을 선고했다. 성씨 사건에서 B씨가 건넨 알선비(300만원)와 법원이 선고한 추징금(3280만원)으로 미뤄보면 A씨를 통해 수차례 성매매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성씨 사건은 연예인 스폰서 계약을 위법으로 인정한 첫 판례다. 남녀 간의 사적만남이 '대가성을 띤 성관계를 목적'으로 이뤄졌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 것이다. 그간 연예인 스폰서는 윤락업소에서 벌어지는 일반적인 성매매와 달리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그 실체가 은폐되는 일이 잦았다.

그럼에도 연예인을 찾는 스폰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다. 유명 재력가의 경우 범죄 혐의는 있지만 증거가 부족해 처벌되지 않은 사례도 눈에 띈다.


“형편 어려운 연예인들 알선” 증언
‘비밀 거래’ 추가 수사 나설지 주목

올 3월에는 배우 김부선씨가 "스폰서 제의를 받고 거절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당시 김씨는 연예계에 스폰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힘주어 고백했다. 때문에 한 연예계 관계자는 "성씨 입장에서는 자신만 사법처리 받는 것에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재판에서 성씨 측은 "B씨가 5000만원을 호의로 건넸다"며 스폰서 계약을 부정했다. 하지만 A씨는 "B씨를 소개해준 대가로 성씨가 받은 돈 일부를 나누어 주기로 약정했다"며 성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증언의 요지는 성씨가 B씨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금전적인 이득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돈을 받으면 그중 일부를 A씨가 수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A씨는 "성씨와 B씨의 만남이 성교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A씨는 성씨의 유죄 판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공교롭게도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두 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이번 재판에서 성매매 알선 혐의를 스스로 인정해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성씨 측은 "A씨와 B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거듭 항변했다. 그러나 이들의 진술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B씨와 교제 도중 전화번호를 급작스레 바꾼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일반적인 연인이라면 거액을 받고 상대에게 어떤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정리할 리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성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B씨는 우연히 소개받은 연예인에게 거액을 주고 만남을 지속하던 중 해당 연예인이 연락을 끊고 잠적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 된다. 느슨한 법리로 따지면 이 경우 성씨에게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그런데도 B씨는 예정된 이별을 받아들였다. 소기의 목적을 이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B씨와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다. 성씨를 만나고 있던 당시 모 연예인과 실제 연인 관계였다는 내용이다. B씨는 성씨를 만나고 있던 시기 잠시 흔들렸고 한다. 하지만 결국 과거 연인을 선택했고, 조사 과정에서는 해당 연예인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이는 B씨의 입장이 쉽게 번복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1심 직후 B씨는 A씨와 함께 항소를 포기했다. 이는 자신들의 혐의 일체를 인정한다는 뜻과 다름없다. 반면 검찰은 항소를 제기했다. 1심 양형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성씨도 항소했지만 그에게 유리한 정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돈만 많으면
연예인 공급

한 연예계 관계자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연예인과 직접 맺는 스폰서 계약은 물론이고, 연예인의 동생이나 언니 등도 연예인의 후광을 빌려 재력가와 성관계를 맺는 일이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연예인이 실제 성매매를 한 것처럼 소문이 와전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폰서를 찾는 이들의 목적은 결국 돈으로 수렴된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연예인을 찾는 일부 재력가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스폰서 세계의 특성상 수요에 비례해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강요된 성상납은 물론이고 자발적인 성매매도 언젠가는 여성들의 삶을 망가뜨린다. 어쩌면 이런 상식조차 무시해왔기 때문에 '그들'이 더 많은 환락을 누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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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