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현아 성매매 사건의 재구성

'하룻밤 5000만원' 연예인 여럿 더 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성현아씨의 항소심 공판 기일이 오는 10월로 예고됐다. 성씨는 1심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성씨, 처벌 수위가 낮다고 판단한 검찰은 나란히 항소했다.

상급심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1심 판결 내용 일부가  눈길을 끈다. 몇몇 여자 연예인은 성씨와 마찬가지로 남자 재력가와 성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슬며시 꼬리를 감췄다. 사생활이란 이유에서다. 그 사이 또 다른 '스폰서'는 막대한 부를 등에 업고 오늘도 돈에 취약한 연예인을 꼬드기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자리한 한 특급 호텔.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객실을 설계했다. 해당 호텔은 서울 시내에 있는 호텔객실 중 가장 비싼 숙박료로 유명하다. 블라인드를 젖히면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욕실에서 바라본 야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상대가 누구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한다. 바로 이곳에서 남성 재력가와 유명 연예인의 성매매가 이뤄졌다. 물론 그들의 만남은 서로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지 않았다.

찌라시 난무
언론은 칼춤

지난해 12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연예인 성매매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기자는 한 법조계 관계자로부터 관련한 첩보를 단독 입수했다. 배우 성현아씨 등이 연루된 이른바 스폰서 의혹이었다. 보도에 앞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지만 기사화할 수 없었다. 성매매 브로커로 지목된 A씨와 성매수자로 특정된 B씨의 신원 확인을 수사기관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같은달 11일 일부 연예매체를 중심으로 관련한 내용이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수사와 무관한 연예인들의 이름이 '증권가 찌라시'에 오르내렸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가 사실인 양 유포되고 있었다. 사건의 몸통인 A씨와 B씨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엉뚱하게도 연예인 조혜련씨가 브로커로 둔갑했다. 언론은 칼춤을 췄다. '아니면 말고 식'의 찔러보기가 계속됐다.


파문이 확산되자 검찰은 때 늦은 진화에 나섰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마약사건을 수사하던 중 관련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들어갔으며, 일부 유명 연예인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자는 전·현직 사정기관 관계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들은 "실체도 없는데 의혹만 커졌다" "연예인들의 사생활마저 수사대상이 돼 유감이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속된 말로 '건수가 안 된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사정당국 및 일부 언론에선 '남의 아랫도리 얘기는 하는 게 아니다'라는 불문율이 전해져 내려온다.

재력가와 동침 사실로…거액 받고 스폰
초특급호텔서 만나 세 차례 성관계 맺어

하지만 이들 간에 돈이 오고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만남을 알선하고 돈을 챙긴 브로커가 있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성매매알선 혐의로 1명(남성)을 기소하고, 성매매 혐의로 11명(남성 2명, 여성 9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는 브로커 A씨와 재력가 B씨, 배우 성현아씨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 검찰은 이들의 신원을 특정하지 않았다.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사건에 연루된 여자 연예인들은 모두 약식기소 됐다. 약식기소란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중하지 않고, 처벌 역시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때에 검사가 임의로 청구하는 형사재판이다. 약식기소된 피의자는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단 피의자가 불복한다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당시 대부분의 연예인은 벌금형을 받아들였다. 정식재판으로 전환되면 법원에 출석하는 등 신원 노출을 감수해야 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이름이 알려진 성씨는 정식재판을 통해 무죄를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성씨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잃은 게 더 많은 상황에 놓였다.


재판에 앞서 성씨의 실제 성관계 여부, 성관계의 대가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원은 이 부분을 모두 인정했다. 재력가 B씨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B씨는 성씨의 신체적인 특징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등 성매수 사실을 인정했다. 성씨 측은 만나긴 했지만 성매매는 없었다는 취지로 방어했다.

사건 경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씨는 평소 알고 지낸 A씨와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A씨의 직업은 스타일리스트로 알려졌다. 그런데 A씨는 2010년을 전후로 연예인 성매매 브로커로 활동했다. A씨는 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한 연예인들을 재력가에게 소개해 주는 일명 '중간다리' 역할로 유명했다.

2010년 초 성씨는 A씨에게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설명했다. A씨는 "돈 많은 남자를 소개해주겠다"며 만남을 제의했다. 성씨는 이를 승낙했다. 이 무렵 성씨는 전 남편과 이혼을 앞두고 있었다.

브로커 A씨는 재력가 B씨에게 연락했다. "1년 동거하는 조건으로 1억∼2억원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B씨는 "동거까지는 어렵고 만나본 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A씨와 B씨, 그리고 성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처에서 만났다. 은밀한 얘기가 오갔다. 며칠 뒤 거액의 돈이 성씨의 계좌로 입금됐다. 이 돈의 출처는 B씨였다.

브로커 통해
파트너 소개

첫 만남에서 B씨는 성씨에게 1000만원권 수표 2장을 건넸다. 만남을 주선한 A씨에게도 수백만원을 전달했다. B씨와 성씨는 2달 가까이 만난 것으로 보이는데 해외여행도 다녀오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B씨는 성씨에게 5000만원을 3회에 걸쳐 분할지급 했다. 일반적인 연인 관계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B씨는 성씨를 만난 시기를 전후로 A씨에게 몇몇 연예인을 소개받았다. B씨는 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은 것으로 확인된다. B씨의 성매수 혐의는 언론의 포커스가 성씨에게 맞춰져 간과된 측면이 있다.

재판부는 성씨와 성관계를 가진 B씨에게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했다. 이는 성씨 사건으로 한정해 선고받은 형량이다. B씨가 맺은 스폰서 계약은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브로커 A씨는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는 판결과 함께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추징금 3280만원을 선고했다. 성씨 사건에서 B씨가 건넨 알선비(300만원)와 법원이 선고한 추징금(3280만원)으로 미뤄보면 A씨를 통해 수차례 성매매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성씨 사건은 연예인 스폰서 계약을 위법으로 인정한 첫 판례다. 남녀 간의 사적만남이 '대가성을 띤 성관계를 목적'으로 이뤄졌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 것이다. 그간 연예인 스폰서는 윤락업소에서 벌어지는 일반적인 성매매와 달리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그 실체가 은폐되는 일이 잦았다.

그럼에도 연예인을 찾는 스폰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다. 유명 재력가의 경우 범죄 혐의는 있지만 증거가 부족해 처벌되지 않은 사례도 눈에 띈다.


“형편 어려운 연예인들 알선” 증언
‘비밀 거래’ 추가 수사 나설지 주목

올 3월에는 배우 김부선씨가 "스폰서 제의를 받고 거절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당시 김씨는 연예계에 스폰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힘주어 고백했다. 때문에 한 연예계 관계자는 "성씨 입장에서는 자신만 사법처리 받는 것에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재판에서 성씨 측은 "B씨가 5000만원을 호의로 건넸다"며 스폰서 계약을 부정했다. 하지만 A씨는 "B씨를 소개해준 대가로 성씨가 받은 돈 일부를 나누어 주기로 약정했다"며 성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증언의 요지는 성씨가 B씨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금전적인 이득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돈을 받으면 그중 일부를 A씨가 수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A씨는 "성씨와 B씨의 만남이 성교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A씨는 성씨의 유죄 판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공교롭게도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두 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이번 재판에서 성매매 알선 혐의를 스스로 인정해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성씨 측은 "A씨와 B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거듭 항변했다. 그러나 이들의 진술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B씨와 교제 도중 전화번호를 급작스레 바꾼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일반적인 연인이라면 거액을 받고 상대에게 어떤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정리할 리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성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B씨는 우연히 소개받은 연예인에게 거액을 주고 만남을 지속하던 중 해당 연예인이 연락을 끊고 잠적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 된다. 느슨한 법리로 따지면 이 경우 성씨에게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그런데도 B씨는 예정된 이별을 받아들였다. 소기의 목적을 이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B씨와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다. 성씨를 만나고 있던 당시 모 연예인과 실제 연인 관계였다는 내용이다. B씨는 성씨를 만나고 있던 시기 잠시 흔들렸고 한다. 하지만 결국 과거 연인을 선택했고, 조사 과정에서는 해당 연예인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이는 B씨의 입장이 쉽게 번복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1심 직후 B씨는 A씨와 함께 항소를 포기했다. 이는 자신들의 혐의 일체를 인정한다는 뜻과 다름없다. 반면 검찰은 항소를 제기했다. 1심 양형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성씨도 항소했지만 그에게 유리한 정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돈만 많으면
연예인 공급

한 연예계 관계자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연예인과 직접 맺는 스폰서 계약은 물론이고, 연예인의 동생이나 언니 등도 연예인의 후광을 빌려 재력가와 성관계를 맺는 일이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연예인이 실제 성매매를 한 것처럼 소문이 와전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폰서를 찾는 이들의 목적은 결국 돈으로 수렴된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연예인을 찾는 일부 재력가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스폰서 세계의 특성상 수요에 비례해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강요된 성상납은 물론이고 자발적인 성매매도 언젠가는 여성들의 삶을 망가뜨린다. 어쩌면 이런 상식조차 무시해왔기 때문에 '그들'이 더 많은 환락을 누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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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