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혜택을 2배로 준다는 외환2X카드. 톱스타 하지원을 내세워 광고하고 있는 외환카드의 간판 상품이다. 지난 2012년 출시해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2X카드의 혜택은 두 배가 아닌 반 토막이 되고 있다. 내년에도 외환카드는 부가서비스를 줄인다고 한다. 출시할 때는 부가서비스를 내세워 많은 회원을 모집해놓고 시간이 지나자 슬그머니 혜택을 줄여가는 모습이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직장인 A씨는 올 초 친구의 추천으로 외환2X카드를 신청했다. 평소 쓰던 체크카드가 있어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 커피를 마실 때나 편의점에서만 2X카드를 긁었다. 커피숍, 편의점, 통신비 등으로 전월실적 기준 25만원을 채웠다. 그런데 다음 달 날아온 카드 명세서를 본 A씨는 황당했다. 할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2 돌풍카드
2X카드에는 전월 실적 항목에 대한 함정이 숨어 있다. A씨의 사례처럼 할인혜택을 받은 매출은 2X카드 전월 실적에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스타벅스, 빕스, GS25 등 할인 대상 항목에서 50만원을 사용하고 다른 곳에서는 24만원을 결제하면 총 74만원을 사용한 셈이다. 그러나 할인혜택은 없다. 전월 실적을 산정할 때 제휴할인을 받은 사용 건은 실적에서 모두 제외되기 때문이다.
2X카드는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이 내놓은 카드다. 혜택 두 배라는 부가 서비스 덕분에 큰 인기를 누렸다. 출시 1년 만에 100만장이 발급됐다. 올해도 상반기에 160만장 이상이 발급됐을 정도다. 이 같은 돌풍에 외환카드는 다양한 2X카드를 줄줄이 출시했다. 외환2X α(알파)카드, 외환2X β(베타)카드, 외환 2X γ(감마) 카드, 외환2X ∑(시그마)카드 등 다양하다. 모두 6개월 이상 쓰면 두 배의 혜택을 준다.
전월 이 카드로 25만원 이상 쓰면 커피 전문점에서 25∼50%, 주요 편의점은 5∼10%, 통신비 및 인터넷 쇼핑은 5∼10%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전월 실적이 클수록 할인 혜택도 커진다. 25만원 이상이면 1만5000원, 50만원 이상이면 3만원, 100만원 이상은 6만원의 서비스 통합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외환카드는 점차 2X카드의 부가 서비스를 줄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외환카드는 ‘연속 6개월 이상, 한 달에 1만원 이상’ 사용 시 할인을 제공하던 것을 ‘연속 6개월 이상, 한 달에 25만원 이상’으로 혜택을 대폭 줄였다.
여기서 외환카드는 또다시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2X 알파카드와 베타카드의 할인 혜택을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월간 할인 한도를 줄이고, 포인트 적립도 없애기로 했다.
따라서 내년 2월부터 외환2X 알파카드와 베타카드의 각종 제휴할인 한도는 예전의 3분의 2로 줄어든다. 월 25만원 이상 사용 시 1만5000원에서 1만원으로, 50만원 이상은 3만원에서 2만원으로, 100만원 이상은 6만원에서 4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포인트 적립 서비스도 중단된다. 이제까지는 사용액의 0.2∼0.4%를 포인트로 적립해줬지만 이 같은 적립 서비스는 내년부터 없어진다. 전월실적 산정 기준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기프트카드 구매, 선불카드 충전금액도 제외된다. 알파 카드를 6개월 이상 사용 시 CGV극장 콤보 세트를 무료로 제공하던 혜택도 중단된다.
아울러 주유서비스 60원 할인 초과 금액에 대한 비용분담 제휴처인 라이나생명보험과의 계약이 종료됐다며 주유서비스도 변경될 예정이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6개월 사전의무고지 대상이 아니라며 상세한 내용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카드를 발급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고객들은 혜택도 못보고 카드만 하나 더 만들게 된 셈이다.
내년 2월부터 할인 더 축소해 빈축
회원 확보후 하나둘 슬그머니 없애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카드사는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경우 6개월 전부터 고객에 알려야 한다. 이에 따라 외환카드는 지난달부터 고객들에게 부가서비스에 대한 축소 내용을 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처음 카드사가 제공하기로 한 혜택에 끌려 한 번 카드를 신청하고 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부가 서비스 변경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카드사 부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민원은 이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이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접수한 신용카드 피해 사례 649건을 분석한 결과 할인 등 부가서비스 분쟁이 22%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다양하다는 내용은 크게 홍보하는 반면 고객에게 불리한 내용은 상품 설명을 자세히 살펴봐야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외환카드는 경영악화 때문에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외환카드 관계자는 “10개 중 10개 카드사가 전월실적에서 제휴할인 건을 제외할 정도로 대부분의 카드 할인혜택은 비슷하다”면서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경영 실적이 악화되고 (2X카드) 수익성도 좋지 않다 보니 혜택 축소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초창기 많은 혜택을 제시했던 만큼 외환카드 내부에서는 2X카드를 많이 팔수록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업계 및 전문가들은 외환카드가 꼼수를 부린다며 비판했다. 부가서비스로 가입자를 대거 모집하더니 수익성 악화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한 번 카드를 신청하면 부가 서비스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사용하다 보니 서비스 변경에 대한 통보를 받아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눈에 보이는 제품의 경우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리콜도 하고 교체를 할 수 있지만 카드의 경우는 내용이 잘못되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부가 서비스 등 구조를 정했으면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집 후 꼼수
이어 “보통 카드의 유효기간은 5년인데, 기본적으로 유효기간 동안 서비스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처음 카드를 출시할 때 마케팅 전략으로 혜택을 내세워 많은 가입자들을 모집하고, 은근슬쩍 부가서비스를 줄여나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앞으로 발급되는 카드에 대해 출시 이후 3년간 혜택 축소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의무유지기간은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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