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취재> LH공사 횡포 제2탄 -힘없는 ‘주택공단 죽이기’

여의도 자주 간다했더니…이런 음모가!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LH공사 관계자들의 잦은 발길로 국회문턱이 닳고 있다.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과 정책보좌진들을 찾아다니며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로비의 주요테마는 LH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 주택관리공단에 관한 것이다. <일요시사>는 LH공사 측이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문건을 입수, 공개한다.
 
 
지난 8월에 작성되어 LH공사 관계자들에 의해 배포 중인 이 문건의 제목은 ‘임대주택관리·운영 효율화관련 설명자료’. LH공사는 이 자료를 통해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요구에 맞추어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이하, 주택공단) 업무의 축소 및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관리 효율이 
2배 이상 차이?
 
핵심내용은 크게 3가지. 첫째가 주택공단은 비효율적 조직이므로 임대운영업무는 LH공사로 회수하고 주택공단에는 주택관리업무만 남겨야 한다는 것. 둘째는 남은 주택관리업무 또한 민간부문과 경쟁시켜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 내용은 위 사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 LH공사가 보유한 주택공단 지분 100%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주택공단은 매우 비효율적인 조직이어서 차라리 LH공사가 주택공단으로 분산된 임대운영업무를 회수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길이라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 그 근거로서 임대운영 업무는 LH공사가 주택공단보다 ‘두 배 이상 효율적’임을 명기하고 있다. ‘두 배 효율’을 증명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가 덧붙었음은 물론이다. 
 

LH공사 측이 국회와 정부요처에 배포한 이 문건은 주택공단 측이 확보한 후 <일요시사>에 제보, 전달됐다. 주택공단 측은 “이 문건이 142조의 국내 최대 부실규모를 가진 LH공사가 업무영역 축소 및 조직 슬림화를 요구하는 정부시책과 여론을 회피하기 위해 주택공단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문건 속에 제시된 각종 데이터는 LH공사가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짜깁기한 것으로서 자칫 보는 사람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확히 따져보면 효율성 경쟁에서 두 배 이상 우위에 있는 것은 LH공사가 아니라 주택공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공영주택의 임대관리업무가 일원화되어야 한다면 그 중심축은 LH공사가 아닌 주택공단이 되어야 한다는 반론이다. 
 
LH공사가 작성된 문건으로 인해 발발한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효율성 논쟁’에는 또 다른 모습이 숨어 있다. 이른바 ‘관리방식의 전쟁’이다. 현재 주택공단이 취하고 있는 공공주택관리방식은 공공주택 단지별로 관리소를 두고 상시적으로 입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관리소를 통해 입주민과 관련한 ‘임대운영’ 업무와 시설물에 관련한 ‘주택관리’ 업무를 통합하여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임대운영’ 업무란, 입주자 교체 또는 변경이 발생했을 때 수반되는 임대차 계약업무와 임대료 수납, 거주 자격심사, 예비입주자 모집, 입주 및 퇴거관리 등과 같이 운영전반에 관한 업무를 말하고, 엘리베이터나 조경, 도로 등의 관리나 경비, 소독, 청소 업무 및 관리비 집행과 수납 같은 부분은 ‘주택관리’ 업무에 속한다.
 
국토위 의원들 찾아 전방위 로비전
국회 설득 과정서 제시한 문건 입수
 
주택공단과 달리 LH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공공주택 관리방식은 ‘광역관리’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권역별로 몇 개의 단지를 통합한 후 임대운영 업무를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 격인 이른바 ‘통합관리센터’를 두고, 각 단지의 관리소에는 주택관리업무를 전담하는 민간업체를 선정하여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임대운영은 LH공사가, 주택관리는 민간업체가 수행하는 이원화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공단보다 두 배 더 효율적’이라는 LH공사의 주장은 곧 광역관리 방식이 단지관리 방식에 비해 월등히 우월하다는 주장과 다름이 아니다. 사실 임대운영과 주택관리를 한 주체가 통합하여 수행하는 단지관리 방식과 이를 두 개의 주체로 이원화시킨 광역관리 방식은 각자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다. 그런 만큼 임의의 잣대로 우열을 가리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그 격차에 대한 판단도 용이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공사가 먼저 ‘LH공사 임대운영 방식이 두 배 효율적’이라고 시비를 건 것은 그만큼 주택공단 업무회수 및 민영화 추진의 명분확보가 절박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LH공사의 도발에 대해 국회와 정부부처 일각에서 “국내 최대의 부실공기업으로 지목된 LH공사가 장차 업무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을 대비해서 벌이는 자회사 죽이기 작전”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다. 막대한 자금력과 다수의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인적네트워크에다 자회사의 지분까지 100% 쥐고 있는 LH공사로서는 유일한 결핍요소가 ‘대의명분’ 하나뿐이다.  
 
 
절박함으로 따지면 주택공단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LH공사 입장에서는 이번 작업이 추진하다가 안 되면 접어도 그만인 사안일지 모르지만 주택공단으로서는 조직의 존폐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본금 70억에 불과한 자회사가 30조 자본의 모회사를 상대로 일전불사를 외치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논쟁의 테마가 자본력이나 지분구도에 좌우되는 논쟁이 아닌 ‘관리 효율성’에 관한 부분인 만큼 하등에 꿇릴 것이 없다는 태도다. 그 바탕에는 평균 연봉 6500만원의 LH공사에 비해 3500만원에 불과한 주택공단이 비효율적일 까닭이 없다는 판단과 대놓고 자회사를 핍박하고 나선 모회사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 
 
향후 날 선 논리공방이 예견되는 핵심 쟁점 3가지를 짚어보자.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은 임대운영과 주택관리를 분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통합 관리하는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과의 단순비교가 여의치 않다. 이런 까닭에 LH공사는 임대운영 업무는 LH공사의 통합관리센터와 주택공단을 비교하고, 주택관리 업무 부분은 민간업체와 주택공단을 비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효율성 논쟁의 테마인 임대운영 부분을 비교해 보자. LH공사가 작성한 문건에 의하면 LH공사가 제공한 75만 세대의 공영주택 가운데 49만5000 세대에 광역관리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이에 투입되는 인원은 655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소요되는 인건비는 연간 297억원, 직원 1인당 관리하는 세대 수는 744세대로 직원 1인당 관리비는 6만원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비해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은 적용세대가 25만7000 세대, 투입인원은 701명, 연간 인건비 325억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1인당 관리세대는 367세대이며 직원 1인당 관리비는 12만6000원이라고 적시했다. 결론적으로 1인당 관리비용을 비교해 봤을 때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이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보다 2배가량 효율적(6만원 vs 12만6000원)이라는 주장이다.<표1>
 
이에 대해 주택공단은 터무니없이 왜곡된 논리라는 반응이다. 우선 LH공사가 광역관리 하고 있다고 밝힌 49만5000세대 속에는 ‘매입임대’ 8만2000세대와 ‘전세임대’ 9만세대 등 도합 17만3000세대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주택공단이 전혀 취급하지 않는 업무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이 두 항목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임대 운영
누가 잘하나
 
여기서 매입임대란, LH공사가 다세대주택이나 민간아파트를 매입해서 저소득 무주택자에게 시중 전월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것을 말하고, 저소득층이 전세 계약할 집을 고르면 LH공사가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 이를 입주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 해주는 것이 ‘전세임대’다. 두 항목 모두 분류상으로는 공영주택 범주에 포함되지만 비교대상인 주택공단의 업무가 아닌 이상 효율성 측정에 있어서만큼은 LH공사 관리세대 모수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이 두 항목을 관리세대 모수에 포함시킬 경우 전체 평균비용을 낮게 포장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 객관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주택공단은 LH공사의 광역관리를 받는 세대 수는 49만5000세대가 아닌 32만3000세대로 계산해야 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더불어 단순히 인건비 항목만 비교해서는 공정한 비용효율 분석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건비 외에 본사비용(4대 보험, 퇴직금, 임대경비 등)과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소요경비 등을 함께 반영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 측이 위와 같은 사항을 수정, 반영한 후 도출해 낸 결론은 놀라웠다. LH공사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표2> 
 
공단의 계산에 의하면 비용분석에 포함시켜야 하는 실제 세대 수는 LH공사가 32만2000 세대, 공단은 25만5000 세대이다. 투입되는 업무인원은 각각 477명(LH)과 506명(공단)으로 인건비 부분은 246억원(LH)과 203억원(공단)로 계산됐다. 여기에 추진경비 151억원(LH)과 26억원(공단), 본사비용은 255억원(LH)과 67억원(공단) 등의 요소를 감안하자 인건비를 포함한 전체비용은 LH공사가 652억원, 공단은 29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전체비용을 기반으로 직원 1인당 관리 세대를 추정하면 LH공사가 674세대 공단은 504세대이며, 이어 한 세대에 투입되는 총비용을 계산한 결과 LH공사는 세대 당 20만3000원, 공단은 11만6000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비효율 입증 자료…몽땅 허위?
‘나만 살면 그만’물불 안 가려
 
LH공사의 ‘두 배 효율적’(6만원 vs 12만6000원)이라는 주장은 단순히 인건비만을 계산했을 때 가능한 주장이지만 제반 비용요소를 함께 고려해보면 ‘두 배 비효율적’(20만3000원 vs 11만6000원)이 되는 것이다. 주택공단이 “LH공사가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왜곡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두 번째 논란은 ‘주택관리’ 비용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LH공사는 민간업체의 관리소장 연봉은 3100만원, 관리원은 2300만원인 반면 주택공단의 경우 소장 연봉은 4700만원, 관리원은 3200만원 수준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평당 관리비용은 민간이 609원이고 공단은 622원에 이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한 세대 당 부담비용으로 환산해서  민간부분의 관리비는 세대 당 15만8000원인데 비해 공단은 17만7000원이 되므로 ‘주택공단이 민간업체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성립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LH공사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관리비에는 엘리베이터나 도로, 청소, 방역 등에 관한 ‘공용관리비’만이 아닌 ‘일반관리비’ 부분을 함께 고려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관리비는 공용관리비 609원에 일반관리비 298원을 합해 평당 899원이 맞고, 주택공단의 경우 공용관리비 599원에 일반관리비 279원을 합한 838원이라는 것. 이는 LH공사의 주장과 달리 주택공단이 주택관리 부분에도 민간업체보다 평당 61원이 저렴한 수치다. 
 
뿐만 아니다. 주택공단은 평당 61원의 격차는 그나마 민간업체의 체면을 고려해서 참고 있는 수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업체는 단지 주택관리 업무수행에 대한 관리비인 반면 주택공단의 관리비는 주택관리에 임대운영 업무를 더한 대가로 책정된 관리비라는 것이다. LH공사의 주장대로 주택관리 업무만을 따로 떼어 계산하면 61원이 아니라 120원 이상 차이가 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택공단이 LH공사에 거듭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주택공단의 수수료가 주택관리와 임대운영 업무를 포함한 것임을 잘 알고 있는 LH공사가 공동관리비 부분만을 단순비교해서 자료를 만든 것은 ‘해도 너무했다’는 입장이다.
 
주택공단 측이 역으로 LH공사에게 되묻고자 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공가비용’과 관련한  부분이다. ‘공가비용’이란, 임대주택이 입주자 없이 공실로 비어 있으므로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국민임대나 영구임대 등 LH공사에서 제공한 주택에서 거주하던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할 경우 다음 세입자가 입주할 때까지 집이 비어 있게 되는데 이런 세대를 ‘공가세대’라고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공가비용’이라고 한다. 이 공가비용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LH공사가 광역관리를 하고 있는 선유 3단지(1316세대)와 주택공단에서 단지관리를 하고 있는 선유 2단지(917세대)를 일례로 들어보면, 주택공단이 관리하는 선유 2단지 월평균 공가세대는 8세대에 불과한 반면 LH공사는 월평균 220세대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래도 지근거리 관리보다 원거리 관리가 불리하고, 단지 내 관리소로 일원화된 관리체계가 광역센터와 관리소로 이원화된 체계보다 다소라도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증거다.   
 
공가세대의 대소가 중요한 것은 기회비용 상실에 따른 경영손실 때문이다. 공가세대가 늘어날수록 정상적으로 납부될 관리비 및 임대료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 사례에 따라 계산해보면 단지관리 방식의 관리비 손실(월 평균 8세대) 부분은 연 440만원에 불과한 반면 광역관리 방식의 손실액(월 평균 220세대)은 연 96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임대료 손실분을 추가로 반영하면 더 현격한 격차가 생긴다.
 
임대료 부분의 단지관리 방식의 손실분은 연간 1920만원 수준인 반면 이에 비해 광역관리 방식은 4억2240만원에 이른다. 결국 공가세대 발생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단지관리 방식이 총 2360만원, 광역관리 방식은 5억1840만원 규모다. 공영주택의 운영효율과 직결된 공가비용 부분에서는 주택공단이 LH공사보다 22배나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공단 측에서 “LH공사는 단순히 인건비 효율만 따지고 싶겠지만 임대운영의 효율성을 따지려면 이 공가세대 비율 및 그 손실비용의 절감효과를 배제하고서는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가비용 비교
자신 있습니까?
 
결국 위 3가지 사안에 대한 논란은 듣고 보는 사람의 판단에 달려 있다. 대형 마이크를 들고 떠드는 큰 목소리도 하나의 경쟁력이고 그 소란을 뚫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지와 논리도 당당한 무기라고 볼 때, 둘 중에 어느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는 전적으로 듣고 보는 사람의 역량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LH공사가 국회와 정부요처에 배포하고 있는 문건은 더 이상 약발(?)이 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H공사의 포장술도 훌륭하지만 그 이면을 들춰내는 주택공단의 반론과 문제제기 또한 강하고 날카롭기 때문이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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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