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취재> LH공사 횡포 제2탄 -힘없는 ‘주택공단 죽이기’

여의도 자주 간다했더니…이런 음모가!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LH공사 관계자들의 잦은 발길로 국회문턱이 닳고 있다.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과 정책보좌진들을 찾아다니며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로비의 주요테마는 LH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 주택관리공단에 관한 것이다. <일요시사>는 LH공사 측이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문건을 입수, 공개한다.
 
 
지난 8월에 작성되어 LH공사 관계자들에 의해 배포 중인 이 문건의 제목은 ‘임대주택관리·운영 효율화관련 설명자료’. LH공사는 이 자료를 통해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요구에 맞추어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이하, 주택공단) 업무의 축소 및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관리 효율이 
2배 이상 차이?
 
핵심내용은 크게 3가지. 첫째가 주택공단은 비효율적 조직이므로 임대운영업무는 LH공사로 회수하고 주택공단에는 주택관리업무만 남겨야 한다는 것. 둘째는 남은 주택관리업무 또한 민간부문과 경쟁시켜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 내용은 위 사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 LH공사가 보유한 주택공단 지분 100%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주택공단은 매우 비효율적인 조직이어서 차라리 LH공사가 주택공단으로 분산된 임대운영업무를 회수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길이라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 그 근거로서 임대운영 업무는 LH공사가 주택공단보다 ‘두 배 이상 효율적’임을 명기하고 있다. ‘두 배 효율’을 증명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가 덧붙었음은 물론이다. 
 

LH공사 측이 국회와 정부요처에 배포한 이 문건은 주택공단 측이 확보한 후 <일요시사>에 제보, 전달됐다. 주택공단 측은 “이 문건이 142조의 국내 최대 부실규모를 가진 LH공사가 업무영역 축소 및 조직 슬림화를 요구하는 정부시책과 여론을 회피하기 위해 주택공단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문건 속에 제시된 각종 데이터는 LH공사가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짜깁기한 것으로서 자칫 보는 사람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확히 따져보면 효율성 경쟁에서 두 배 이상 우위에 있는 것은 LH공사가 아니라 주택공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공영주택의 임대관리업무가 일원화되어야 한다면 그 중심축은 LH공사가 아닌 주택공단이 되어야 한다는 반론이다. 
 
LH공사가 작성된 문건으로 인해 발발한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효율성 논쟁’에는 또 다른 모습이 숨어 있다. 이른바 ‘관리방식의 전쟁’이다. 현재 주택공단이 취하고 있는 공공주택관리방식은 공공주택 단지별로 관리소를 두고 상시적으로 입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관리소를 통해 입주민과 관련한 ‘임대운영’ 업무와 시설물에 관련한 ‘주택관리’ 업무를 통합하여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임대운영’ 업무란, 입주자 교체 또는 변경이 발생했을 때 수반되는 임대차 계약업무와 임대료 수납, 거주 자격심사, 예비입주자 모집, 입주 및 퇴거관리 등과 같이 운영전반에 관한 업무를 말하고, 엘리베이터나 조경, 도로 등의 관리나 경비, 소독, 청소 업무 및 관리비 집행과 수납 같은 부분은 ‘주택관리’ 업무에 속한다.
 
국토위 의원들 찾아 전방위 로비전
국회 설득 과정서 제시한 문건 입수
 
주택공단과 달리 LH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공공주택 관리방식은 ‘광역관리’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권역별로 몇 개의 단지를 통합한 후 임대운영 업무를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 격인 이른바 ‘통합관리센터’를 두고, 각 단지의 관리소에는 주택관리업무를 전담하는 민간업체를 선정하여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임대운영은 LH공사가, 주택관리는 민간업체가 수행하는 이원화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공단보다 두 배 더 효율적’이라는 LH공사의 주장은 곧 광역관리 방식이 단지관리 방식에 비해 월등히 우월하다는 주장과 다름이 아니다. 사실 임대운영과 주택관리를 한 주체가 통합하여 수행하는 단지관리 방식과 이를 두 개의 주체로 이원화시킨 광역관리 방식은 각자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다. 그런 만큼 임의의 잣대로 우열을 가리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그 격차에 대한 판단도 용이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공사가 먼저 ‘LH공사 임대운영 방식이 두 배 효율적’이라고 시비를 건 것은 그만큼 주택공단 업무회수 및 민영화 추진의 명분확보가 절박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LH공사의 도발에 대해 국회와 정부부처 일각에서 “국내 최대의 부실공기업으로 지목된 LH공사가 장차 업무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을 대비해서 벌이는 자회사 죽이기 작전”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다. 막대한 자금력과 다수의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인적네트워크에다 자회사의 지분까지 100% 쥐고 있는 LH공사로서는 유일한 결핍요소가 ‘대의명분’ 하나뿐이다.  
 
 
절박함으로 따지면 주택공단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LH공사 입장에서는 이번 작업이 추진하다가 안 되면 접어도 그만인 사안일지 모르지만 주택공단으로서는 조직의 존폐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본금 70억에 불과한 자회사가 30조 자본의 모회사를 상대로 일전불사를 외치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논쟁의 테마가 자본력이나 지분구도에 좌우되는 논쟁이 아닌 ‘관리 효율성’에 관한 부분인 만큼 하등에 꿇릴 것이 없다는 태도다. 그 바탕에는 평균 연봉 6500만원의 LH공사에 비해 3500만원에 불과한 주택공단이 비효율적일 까닭이 없다는 판단과 대놓고 자회사를 핍박하고 나선 모회사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 
 
향후 날 선 논리공방이 예견되는 핵심 쟁점 3가지를 짚어보자.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은 임대운영과 주택관리를 분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통합 관리하는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과의 단순비교가 여의치 않다. 이런 까닭에 LH공사는 임대운영 업무는 LH공사의 통합관리센터와 주택공단을 비교하고, 주택관리 업무 부분은 민간업체와 주택공단을 비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효율성 논쟁의 테마인 임대운영 부분을 비교해 보자. LH공사가 작성한 문건에 의하면 LH공사가 제공한 75만 세대의 공영주택 가운데 49만5000 세대에 광역관리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이에 투입되는 인원은 655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소요되는 인건비는 연간 297억원, 직원 1인당 관리하는 세대 수는 744세대로 직원 1인당 관리비는 6만원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비해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은 적용세대가 25만7000 세대, 투입인원은 701명, 연간 인건비 325억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1인당 관리세대는 367세대이며 직원 1인당 관리비는 12만6000원이라고 적시했다. 결론적으로 1인당 관리비용을 비교해 봤을 때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이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보다 2배가량 효율적(6만원 vs 12만6000원)이라는 주장이다.<표1>
 
이에 대해 주택공단은 터무니없이 왜곡된 논리라는 반응이다. 우선 LH공사가 광역관리 하고 있다고 밝힌 49만5000세대 속에는 ‘매입임대’ 8만2000세대와 ‘전세임대’ 9만세대 등 도합 17만3000세대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주택공단이 전혀 취급하지 않는 업무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이 두 항목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임대 운영
누가 잘하나
 
여기서 매입임대란, LH공사가 다세대주택이나 민간아파트를 매입해서 저소득 무주택자에게 시중 전월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것을 말하고, 저소득층이 전세 계약할 집을 고르면 LH공사가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 이를 입주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 해주는 것이 ‘전세임대’다. 두 항목 모두 분류상으로는 공영주택 범주에 포함되지만 비교대상인 주택공단의 업무가 아닌 이상 효율성 측정에 있어서만큼은 LH공사 관리세대 모수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이 두 항목을 관리세대 모수에 포함시킬 경우 전체 평균비용을 낮게 포장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 객관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주택공단은 LH공사의 광역관리를 받는 세대 수는 49만5000세대가 아닌 32만3000세대로 계산해야 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더불어 단순히 인건비 항목만 비교해서는 공정한 비용효율 분석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건비 외에 본사비용(4대 보험, 퇴직금, 임대경비 등)과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소요경비 등을 함께 반영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 측이 위와 같은 사항을 수정, 반영한 후 도출해 낸 결론은 놀라웠다. LH공사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표2> 
 
공단의 계산에 의하면 비용분석에 포함시켜야 하는 실제 세대 수는 LH공사가 32만2000 세대, 공단은 25만5000 세대이다. 투입되는 업무인원은 각각 477명(LH)과 506명(공단)으로 인건비 부분은 246억원(LH)과 203억원(공단)로 계산됐다. 여기에 추진경비 151억원(LH)과 26억원(공단), 본사비용은 255억원(LH)과 67억원(공단) 등의 요소를 감안하자 인건비를 포함한 전체비용은 LH공사가 652억원, 공단은 29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전체비용을 기반으로 직원 1인당 관리 세대를 추정하면 LH공사가 674세대 공단은 504세대이며, 이어 한 세대에 투입되는 총비용을 계산한 결과 LH공사는 세대 당 20만3000원, 공단은 11만6000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비효율 입증 자료…몽땅 허위?
‘나만 살면 그만’물불 안 가려
 
LH공사의 ‘두 배 효율적’(6만원 vs 12만6000원)이라는 주장은 단순히 인건비만을 계산했을 때 가능한 주장이지만 제반 비용요소를 함께 고려해보면 ‘두 배 비효율적’(20만3000원 vs 11만6000원)이 되는 것이다. 주택공단이 “LH공사가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왜곡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두 번째 논란은 ‘주택관리’ 비용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LH공사는 민간업체의 관리소장 연봉은 3100만원, 관리원은 2300만원인 반면 주택공단의 경우 소장 연봉은 4700만원, 관리원은 3200만원 수준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평당 관리비용은 민간이 609원이고 공단은 622원에 이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한 세대 당 부담비용으로 환산해서  민간부분의 관리비는 세대 당 15만8000원인데 비해 공단은 17만7000원이 되므로 ‘주택공단이 민간업체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성립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LH공사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관리비에는 엘리베이터나 도로, 청소, 방역 등에 관한 ‘공용관리비’만이 아닌 ‘일반관리비’ 부분을 함께 고려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관리비는 공용관리비 609원에 일반관리비 298원을 합해 평당 899원이 맞고, 주택공단의 경우 공용관리비 599원에 일반관리비 279원을 합한 838원이라는 것. 이는 LH공사의 주장과 달리 주택공단이 주택관리 부분에도 민간업체보다 평당 61원이 저렴한 수치다. 
 
뿐만 아니다. 주택공단은 평당 61원의 격차는 그나마 민간업체의 체면을 고려해서 참고 있는 수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업체는 단지 주택관리 업무수행에 대한 관리비인 반면 주택공단의 관리비는 주택관리에 임대운영 업무를 더한 대가로 책정된 관리비라는 것이다. LH공사의 주장대로 주택관리 업무만을 따로 떼어 계산하면 61원이 아니라 120원 이상 차이가 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택공단이 LH공사에 거듭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주택공단의 수수료가 주택관리와 임대운영 업무를 포함한 것임을 잘 알고 있는 LH공사가 공동관리비 부분만을 단순비교해서 자료를 만든 것은 ‘해도 너무했다’는 입장이다.
 
주택공단 측이 역으로 LH공사에게 되묻고자 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공가비용’과 관련한  부분이다. ‘공가비용’이란, 임대주택이 입주자 없이 공실로 비어 있으므로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국민임대나 영구임대 등 LH공사에서 제공한 주택에서 거주하던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할 경우 다음 세입자가 입주할 때까지 집이 비어 있게 되는데 이런 세대를 ‘공가세대’라고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공가비용’이라고 한다. 이 공가비용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LH공사가 광역관리를 하고 있는 선유 3단지(1316세대)와 주택공단에서 단지관리를 하고 있는 선유 2단지(917세대)를 일례로 들어보면, 주택공단이 관리하는 선유 2단지 월평균 공가세대는 8세대에 불과한 반면 LH공사는 월평균 220세대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래도 지근거리 관리보다 원거리 관리가 불리하고, 단지 내 관리소로 일원화된 관리체계가 광역센터와 관리소로 이원화된 체계보다 다소라도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증거다.   
 
공가세대의 대소가 중요한 것은 기회비용 상실에 따른 경영손실 때문이다. 공가세대가 늘어날수록 정상적으로 납부될 관리비 및 임대료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 사례에 따라 계산해보면 단지관리 방식의 관리비 손실(월 평균 8세대) 부분은 연 440만원에 불과한 반면 광역관리 방식의 손실액(월 평균 220세대)은 연 96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임대료 손실분을 추가로 반영하면 더 현격한 격차가 생긴다.
 
임대료 부분의 단지관리 방식의 손실분은 연간 1920만원 수준인 반면 이에 비해 광역관리 방식은 4억2240만원에 이른다. 결국 공가세대 발생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단지관리 방식이 총 2360만원, 광역관리 방식은 5억1840만원 규모다. 공영주택의 운영효율과 직결된 공가비용 부분에서는 주택공단이 LH공사보다 22배나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공단 측에서 “LH공사는 단순히 인건비 효율만 따지고 싶겠지만 임대운영의 효율성을 따지려면 이 공가세대 비율 및 그 손실비용의 절감효과를 배제하고서는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가비용 비교
자신 있습니까?
 
결국 위 3가지 사안에 대한 논란은 듣고 보는 사람의 판단에 달려 있다. 대형 마이크를 들고 떠드는 큰 목소리도 하나의 경쟁력이고 그 소란을 뚫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지와 논리도 당당한 무기라고 볼 때, 둘 중에 어느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는 전적으로 듣고 보는 사람의 역량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LH공사가 국회와 정부요처에 배포하고 있는 문건은 더 이상 약발(?)이 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H공사의 포장술도 훌륭하지만 그 이면을 들춰내는 주택공단의 반론과 문제제기 또한 강하고 날카롭기 때문이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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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