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건 하이라이트 마무리 공판 관전포인트

'뇌관' 서초구 증인들 입 열까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오는 22∼29일 '채동욱 정보유출' 사건 공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이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를 국가 공무원들이 유출한 이 사건은 정권 차원의 '뒷조사'라는 의혹과 함께 큰 파장을 불러왔다. 사건 피고로 재판을 진행 중인 조이제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현 의회사무국장)과 핵심 증인인 김모 서초구청 OK민원센터팀장 등 사건 관계인을 차례로 접촉했다. 재판에 앞서 쟁점으로 떠오를 사안과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사건의 이면을 단독 공개한다.

채모군의 개인정보는 서초구청에서 유출됐다. 문제는 '누가' '언제' 불법을 지시했느냐다. 김모 서초구청 OK민원센터팀장은 지난해 6월11일 오후 2시46분께 전화를 받으며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했다. 당시 김 팀장에게 걸려온 전화의 발신번호는 끝자리가 'XX34'였다. XX34번은 서초구청장실 안에 있는 응접실의 내선번호였다.

의문의 'XX34'

김 팀장은 지난 7월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열린 채군의 개인정보 유출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법정에서 조이제 의회사무국장(당시 행정지원국장)의 지시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김 팀장의 진술을 인용하면 채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오후 2시46분 직전 조 국장은 김 팀장에게 채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본적이 쓰인 포스트잇을 직접 건넸다. 이어 조 국장은 서초구청장실로 이동해 응접실 전화로 '아까 그거 확인했냐'고 김 팀장에게 물었다.

그러자 김 팀장은 가족관계등록부 웹사이트에 접속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채군의 개인정보를 조회했다. 그리고 조 국장에게 채군이 혼외자임을 알렸다.


그런데 조 국장은 김 팀장의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자신은 응접실에서 전화를 걸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같은 시각 조 국장은 은행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고 알리바이를 댔다.

또 포스트잇을 건넨 시간이 검찰의 공소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조오영 당시 청와대 행정관의 '문자'를 받은 오후 4시51분 이후에야 채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앞선 검찰 조사에서 조 국장은 공소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정 공방을 앞두고 뒤늦게 진술을 바꾼 셈이다. 검찰은 조 국장과 조 행정관, 그리고 조 국장과 공모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정보관(IO) 송모씨에게 각각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나란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먼저 조 국장에게 '문자'를 보냈던 조 행정관은 사건 당일 조 국장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채군과 관련한 정보 확인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송씨 역시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조 국장에게 채군의 가족관계 정보를 알려달라거나 관련한 정보를 보고받은 일이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각각 조 국장을 정보유출 통로로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조 국장은 조 행정관과 다른 진술을 했다. 그는 "김군인지 이군인지 모르지만 조 행정관이 어떤 사람(채군으로 추정되는)의 개인정보 조회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단 송씨와는 같은 건으로 부탁받은 일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이번 사건의 숨겨진 '키맨'이 등장한다. 임선호 당시 서초구청 감사과장(현 주택개발 추진단장)이다. 그는 사건 당일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국정원 직원 송씨와 통화했다. 더불어 검찰이 지난 2차 공판에서 증거로 제출한 CCTV영상을 보면 임 과장은 정보가 유출된 직후인 오후 2시55분께 진익철 당시 서초구청장과 집무실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된다.


정보유출 지시 의문의 전화…조이제? 임선호?
서초구청장·국정원IO 사건 당일 의문의 행적

때문에 조 국장 측 변호인은 김 팀장에게 전화를 건 인물로 임 과장을 의심했다. 임 과장은 곽상도 전 민정수석,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현 부산지검 2차장)과 '인연'이 있는 인물로 전해진다. 앞서 정치권은 곽 전 수석을 이번 사건의 유력한 '몸통'으로 지목한 바 있다. 임 과장은 6월30일 곽 전 수석에게 내용 미상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여러 정황이 있었음에도 임 과장은 수사선상에서 제외됐다.

임 과장이 정보유출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CCTV영상(응접실분)은 녹화되지 않았다. 집무실에 비치된 CCTV카메라만 작동했다. '누군가 고의로 응접실에 있는 카메라 전원을 꺼놓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진 구청장은 올 초 문제의 6월11일자 CCTV영상을 구청 간부들과 돌려봤다.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는 서초구청 내 CCTV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

진 구청장의 수행비서 박모씨는 지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사건 당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응접실에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누가 전화를 했는지 특정하지 못했다. 박씨는 사건이 있었던 6월11일 오전 진 구청장을 따라 외부 일정을 수행한 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앞서 <일요시사>는 '[총력추적] 채동욱 찍어낸 숨겨진 키맨들'(인터넷판 1월20일)이란 기사에서 진 구청장의 행적을 단독으로 알린 바 있다. 그는 6월11일 오전 11시30분께 남서울교회 교육관에 있었다.

남서울교회와 도보로 1분여 남짓 떨어진 거리에는 채군이 다닌 것으로 알려진 ㄱ초등학교가 있었다. 국정원 직원 송씨는 전날(10일) ㄱ초등학교 교장인 ㄴ씨에게 채군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요청해 놓았다. 이와 관련 익명의 제보자는 "송씨가 사건 당일 진 구청장과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IO는 보통 구청장이나 비서실장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송씨가 이들을 거치지 않고 조 국장을 통해 직접 정보를 빼냈다는 점은 의문이다. 실제로 송씨는 사건 당일 조 국장과 개인전화로 통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임 과장과 통화했다. 이들의 통화내용이 궁금한 이유다.

구청 복수 관계자는 "진익철·임선호, 비서실장 이모씨가 서초구의 인사를 전횡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지연·혈연관계로 얽혀있는데 이씨는 진 구청장의 아내와 사촌지간이며, 임 과장은 진 구청장이 중용한 안동 출신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 과장은 구청 소속 현직 공무원(복지정책과장)이었지만 개방형직위인 감사담당관에 '특채'됐다. 개방형 감사담당관 제도는 '민간 전문가'에게 직위를 개방해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고안된 제도다. 실제로 강남구와 송파구는 감사담당관으로 외부 인사(감사원·경찰 출신)를 영입한 바 있다.

전직 구청 관계자는 "일반 공무원 입장에서 조 국장은 무섭지 않은 사람, 임 과장은 나의 비위사실을 캘 수 있는 무서운 사람이었다"며 "(김 팀장이)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 팀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법정 진술 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꼬리만 잡혔다

지난 2차 공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임 과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진 구청장의 최측근이자 CCTV를 직접 관리한 이씨도 업무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증인 출석을 한번 더 요구했다. 세간의 관심인 청와대와 국정원의 개입 여부는 아직 다퉈보지도 못했다. <일요시사>는 임 과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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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