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박 일 기자 = 스코틀랜드 주민투표 부결 '독립 물건너갔다'
세계인의 관심과 이목을 모았던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주민투표가 결국 부결됐다. 1707년 대영제국과 합병한 이후 307년 만에 독립할 지 아니면 영국 연방에 그대로 남을지를 놓고 벌인 주민투표에서 찬성 44.6%, 반대표가 55.4%로 집계돼 부결처리됐다.
사실 이번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의 부결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었다.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부결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앞으로 벌어질 시나리오를 예상해본다.
영국 3개 주요 정당들인 보수당과 노동당 그리고 자유민주당은 스코틀랜드가 독립하지 않으면 자치권을 확대하는 데 동의했다. 실제로 3개 정당을 대표하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 그리고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당수는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앞서 자치권 대폭 확대를 명시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자치권 확대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고든 브라운 총리를 비롯해 영국의 전 총리들이 합의했으며 이후 영국 3개 정당이 이 내용에 동의했다. 브라운 전 총리는 영국 정부가 오는 10월 말까지 스코틀랜드 자치권 확대의 당위성을 알리는 간행물을 발간할 것이고 11월까지 백서를 발표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스코틀랜드 자치권 확대를 명시한 '스코틀랜드 법'이 내년 1월25일 발표된 뒤 영국 하원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5년 5월 영국에서 총선이 실시되기 때문에 새로운 의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스코틀랜드 법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는 1999년부터 자체적인 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방이나 무역 산업 등 주요 부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영국 정부의 통제를 받아왔다.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국민당(SNP)이 어떤 운명을 맞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리 독립 통과를 자신했던 스코틀랜드의 민족주의 지도자 알렉스 샐먼드는 독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제 스코틀랜드인들의 시선은 10월에서 11월로 연기된 국민당 전당대회로 향하고 있다. 1934년에 설립된 국민당은 2007년 총선에서 분리 독립을 공약으로 내걸고 총리를 배출하며 집권에 성공했지만 이번 패배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샐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다음 선거인 2016년까지 직위를 유지할 뜻을 밝혔지만 이번 패배로 라이벌 정치인들이 그를 몰아붙이면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당이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으며 노동당에 대한 스코틀랜드인들의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무산됐지만 영국 정부로서는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투표의 후유증을 신속히 봉합하고 잉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 주민들의 불만도 잠재워야 한다. 잉글랜드 주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분리 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조사에서 잉글랜드인들의 62%는 스코틀랜드 출신 의원들이 잉글랜드에만 적용되는 법안에 대해 투표해서는 안 된다고 답변했다.
또 이번 투표로 웨일스나 북아일랜드도 형평성을 거론하며 자치권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영국이 또 한 번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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