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GKL 비리 대해부

곪을 대로 곪아…툭하면 터진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영종도 리조트 설립 등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 한편에선 이른바 '중국인 타짜'에게 수십억원을 털려 눈총을 받고 있다. 이들의 부실한 카지노 관리가 도마에 오른 데 이어 최근엔 한 간부급 직원이 거액의 횡령 사건에 연루돼 체면을 구겼다. 다가올 국회 국정감사에선 'VIP 성접대 지원' 의혹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매년 정부 당국의 시정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알짜 공기업' GKL. 사업 확장의 걸림돌은 도덕성이다.

카지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원칙적으로 우리나라는 영내 자국민에게 카지노 출입을 불허하고 있다. 강원랜드와 같은 예외적인 사례도 있지만 아직까지 카지노는 국가가 규제하는 금단의 영역이다.

금단의 영역
사실상 독과점

그런데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 GKL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정확히 10년을 맞았다. 대주주 한국관광공사가 지분 51%를 갖고 있으며 영업 대상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다. GKL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명목으로 국내 카지노시장을 사실상 '양분'해 왔다.

박정희정부부터 김대중정부까지 카지노 산업을 독점해 온 업체가 있다. 파라다이스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1968년부터 37년간 외국인 전용 카지노시장을 독점해 왔다. 당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파라다이스 측에 유리하도록 신규 카지노 진입장벽을 높게 쳐 줬다"고 지적했다.

리조트 사업 진출 등 영역 다각화
이면에선 직원·손님 비위 '펑펑'


이런 파라다이스의 아성을 서울에서 무너뜨린 카지노가 바로 GKL의 세븐럭이다. 세븐럭은 비교적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븐럭의 성장 배경엔 공기업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몫을 했다. 외국인 VIP를 주로 상대한 까닭에 국내 경기 불황에도 그 여파가 크지 않았다.

지금은 여러 경쟁 후보군 업체가 있지만 GKL은 여전히 증권시장에서 독과점적인 지위로 투자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카지노 산업의 이익은 주변국의 경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GKL은 중국의 경제 부흥과 더불어 성장세가 뚜렷했다. 증권시장에서 수익성이 보장되는 고배당 공기업을 꼽을 때면 GKL은 매번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믿었던 GKL
도덕성 도마에

이런 GKL에도 악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올 8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GKL 차장급 직원 박모(46)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조사했다고 알렸다. 박씨는 공금 20억원을 빼돌리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7월18일 낮 회사 금고에서 20억원상당의 수표를 들고 나와 현금으로 바꾸려 했다. 당시 박씨는 500만원짜리 수표 400매를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급작스런 거액 인출을 의심한 은행 직원이 GKL 측에 확인 전화를 하면서 그의 횡령 사실이 드러났다. 박씨는 은행 창구에서 달아났다가 사건 당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혐의 사실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리 담당자로 알려진 박씨는 회사에서 금고 관리 등을 맡았다고 한다. 그러나 주식투자 실패로 거액의 빚을 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GKL은 사건 직후 박씨를 면직 처분했다고 알렸다.


지난 4월에는 세븐럭이 중국인 사기 도박단에게 30억원을 털릴 뻔한 사연이 전해졌다. 당시 GKL는 경찰 신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한 언론은 2013년 말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것에 비춰 사기도박이 최소 수회 이상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먼저 지난 3월 GKL은 바카라 게임에 사용한 카드를 자체 조사한 결과 한 덱(8벌 카드)의 카드에서 똑같은 카드 한 장이 더 발견되고, 다른 한 장은 부족한 것을 확인했다.

문제의 게임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도박단은 최소 카드 1장 이상을 숨겨 사기도박에 이용한 것으로 의심됐다. 차후 드러났지만 당시 중국인들은 상의 소매 깃에 미리 감춰둔 카드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하룻밤 30억원의 돈을 땄다.

문제의 사기도박 사건은 GKL 내부 직원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바카라 테이블팀 한 간부가 게임이 끝난 카드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카드를 바꿔치기한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카지노는 무늬가 독특한 카드를 미국이나 영국의 전문업체에 의뢰해 제작하고 있다. 사용 기간은 1년으로 한정된다.

그런데 사기도박을 한 중국인들이 사용한 카드는 'GKL 전용카드'여서 이들이 게임을 앞두고 미리 카드를 건네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내부자 공모 의혹이 일었던 이유다. 또 카드를 바꿔치기하는 등 승부에 문제가 있을 시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된 슈통(카드를 담는 통)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직원들이 이를 제지하지 않은 점은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혔다.

중국인 타짜
수십억 챙겨갔다

결과적으로 GKL은 사기도박 현행범들을 눈 앞에서 놓쳤다. 사법기관에 신고조차 하지 않아 용의자들이 공항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가도록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사건 관련자들은 "지난해 12월 문제의 중국인 2명이 강남에 있는 세븐럭 VIP게임 테이블에서 불과 몇 시간 만에 12억원 이상의 돈을 따갔지만 누구도 사기도박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언론에 알렸다. 당시 GKL 관계자는 "(올 4월 게임과 달리) 12월 게임은 사기 도박이 아닌 정상 게임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후 GKL은 중국인 사기도박단이 따낸 30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금 2억원을 돌려준 뒤 뒤늦게 신고해 논란이 일었다. GKL은 지난 7월 사건 관련자들을 상대로 자체 감사를 벌여 모두 9명을 징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감사원은 금전사고 부적정 사후 처리 등 방만 경영을 한 GKL에 시정 요구를 내렸다. GKL은 지난해에도 예산 편성 문제로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접대 지원 의혹이다.

GKL을 상대로 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2013년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당시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PR고객들의 유흥단란주점 출입기록을 조사한 결과 주로 강남 일대 유흥단란주점에서 26회 걸쳐 6600만원을 지출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PR고객은 PR여권 소지자로 국적은 외국이지만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이다.

박 의원은 "해외 고객 유치를 위해 항공 숙박 등의 용도로 사용돼야 할 고객유치비가 매출 증대라는 명목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해외 동포의 유흥비로 제공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PR고객은 GKL 홍보 담당 직원이 성접대를 제공해 게임을 하도록 하는 등 부당 유인행위를 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잇단 횡령 사건에 사기 물의
성접대·특혜 등 방만경영도

지난해 기준 파악된 세븐럭의 VIP고객은 모두 34만5917명(실버급 단골고객 일부 포함)이다. 이중 PR고객은 651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들이 5년 동안 GKL에서 쓴 돈이 3103억원이란 사실이다. 이는 같은 기간 GKL 전체 매출의 무려 13.1%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당시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이 성접대 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GKL이 지난 2010년 8월부터 약 2년간 외국인 고객을 위해 강남의 룸살롱 어제오늘내일(YTT)에서 11억 7201만원을 결제했다"며 "이는 사실상 성매매를 도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기간 GKL이 YTT를 제외한 또 다른 유흥단란주점에서 결제한 금액은 48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약 60억원의 매출을 룸살롱 등에 올려 준 셈이다.

업체 밀어주기
임직원 자녀 특혜

특정 업체를 밀어줬다는 의혹도 일었다. 지난해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GKL의 용역 입찰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참가자격 선정 및 낙찰자 선정 과정에서 일부 기업에게 특혜가 주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임의로 입점 여행사가 됐으며, 2012년 '서울 2개점 입점 여행사 용역 계약'에서는 연 매출액 등을 지나치게 높여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롯데관광개발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학재 의원은 관피아 의혹을 지폈다. 그는 "GKL과 모회사인 한국관광공사에서 채용과정을 불투명하게 처리했으며 임직원 자녀들이 채용규정에서 특혜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올 10월께 GKL은 정기 국정감사를 받게 된다. 1년이 지난 지금 상기한 지적 사항들이 개선됐는지 여부가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리조트 사업 진출 등 사세 확장을 꾀하고 있는 GKL이 잇단 악재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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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