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③국민은 꼭 알아야 할 추석 후 터질 5대 사건

여기저기서 펑펑 "연말까지 정신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꽉 막힌 정국이 활로를 찾지 못한 채 하반기를 맞았다. 난국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 팽팽하게 갈린 진영은 다가올 하반기에도 치열한 고지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수면 아래 있던 대형 사건들은 고개를 들 전망이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수년 가까이 끌어온 사건들이라 당사자들의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또 사안마다 큼직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어 각각의 이슈가 미칠 파급효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석 이후 정국을 집어삼킬 5가지 대형사건을 미리 들여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범하(가명·사망 당시 52세)씨. 그는 사촌지간인 박범근(가명·사망 당시 50세)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9월 발생한 이 사건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으로 명명됐다.

[청와대 촉각]
대통령 5촌 사건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은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있던 2012년 12월 재조명됐다. 시사주간지 <시사인>과 <시사저널>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의 수사 결과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보도를 종합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1년 9월6일 북한산 둘레길에서 범하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는 나무에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범하씨의 시신으로부터 수km 떨어진 곳에는 범근씨의 시신이 있었다.

범근씨는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 인근 주차장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을 조사한 서울 강북경찰서는 2011년 10월12일 "범하씨가 사촌동생인 범근씨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의문의 죽음과 관련한 몇 가지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2012년 4월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실은 "박근혜 5촌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주장의 근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작성한 부검 감정서와 필적 감정서 등을 제시했다. 당시 기자는 범하씨가 쓴 유서 등 여러 문건을 눈으로 확인했다.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보'가 몇몇 의원실을 통해 공유됐다. 제보자가 양심고백을 하는 '그림'도 그려졌으나 실행에 옮기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살인사건은 대선 투표일 직전 기사화됐다. 그러나 대선판도를 바꾸진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대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는 해당 의혹을 보도한 <시사인> 기자 주진우씨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를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주씨는 보도에서 지만씨가 5촌 관계에 있는 범하·범근씨의 사망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김씨는 주씨의 보도를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를 통해 알렸다.

박근혜 5촌 살인 재조명…초대형 폭로 암시
특수부 인력 대거 보강 "곧 대기업 수사"

주씨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범하씨가 지만씨의 측근이었으며 ▲지만씨는 누나 근령씨와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현 공화당 총재)씨는 지만씨와 당시 송사로 얽혀 있었고 ▲이에 범하씨가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려던 즈음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만씨는 관련한 의혹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검찰은 지만씨가 입은 피해가 있다고 보고 주씨와 김씨를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공판 과정에서 주씨 측 변호인은 지만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공판은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1심은 주씨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주씨 등에 대한 항소심 결과와 함께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지난달 15일 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통해 '초대형 폭로'를 암시했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씨와 주씨는 최근 의문의 제보자에게 메일을 받았다. 제보 내용은 진행 중인 재판과 관계된 것으로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와 주씨는 제보자를 만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한 호텔을 찾았다. 호텔에서 그들은 '상당히 믿기 힘든' 중요한 제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바이 취재에는 김씨와 주씨 외에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 2명, 공중파 방송의 PD, 신문기자, 국회의원 등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서 김씨는 "상당히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3박4일간 호텔 객실을 나오지 않고 취재했으며, 외교적인 분쟁을 우려해 국회의원까지 배석할 만큼 파급력 있는 사건임을 주장했다.

만약 김씨의 말대로 이번 제보가 '비현실이라고 느껴질 만큼 충격적인 얘기'라면 박근혜정부 들어 가장 큰 스캔들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씨는 "검증되는 대로 방송하겠다"며 파장을 예고했다.

[재계 초긴장]
대기업 사정바람

검찰은 추석 전 인사이동을 통해 특수부 인력을 대거 충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부 인력 충원은 대기업이 연루된 수사 과정에서 이뤄지는 일이 많아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6월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검찰(특수부)이 30대 대기업과 관련한 리스트를 뽑아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에 착수한 것은 아니지만 폭넓은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기업이 내사망에 걸린 것일까. 대기업 자문 역을 했던 한 관계자는 "내가 봐도 눈먼 돈이 많은데 수사기관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검은돈'이 많겠냐"며 "오너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쓰는 돈이나 해외 컨설팅·부동산 업체로 흘러가는 돈 등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피아 수사의 연장선상"으로 검찰의 움직임을 해석했다. 그간 검찰은 정권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더 큰 사건을 수사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관피아 수사 역시 세월호 정국 타개의 한 방안으로 기획됐다.

때문에 이번 대기업 사정은 '경제 민주화'에 대한 의지보다는 당면한 '정권 보위'를 염두에 둔 수사가 될 것이란 추측이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더 큰 놈'을 잡기 위한 실적경쟁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재계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신호다. 한 대기업 홍보담당 관계자는 "그룹을 괴롭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오너를 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력 대기업 중 한 곳인 A사를 지목하면서 거물 정치인과 A사 오너의 각별한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A사에 대한 사정설은 올 초부터 무성했다. A사가 연루된 비리정황을 포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추석을 전후로 A사가 막대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면서 때가 무르익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만약 A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면 관련 정치인의 이름이 등장할지 관심이다.


A사뿐 아니라 정권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진 B사도 요주의 대상이다. 풍부한 자금력이 강점인 B사는 지난 정권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B사에 대한 사정작업이 본격화된다면 지난해 있었던 CJ그룹 수사 이상의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검찰은 이른바 통피아(통신+마피아) 수사를 진행 중인데 통신업계는 물론 몇몇 국회의원들까지 잠재적인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통신업계와 정치권이 유착한 연결고리가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헌재 결정은?]
통진당 해산심판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정당해산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오는 16일 제14차 변론기일을 예고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진보당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단 재판부는 공방이 가열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선 'RO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헌재의 정당해산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5일 박근혜정부는 긴급 안건으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같은 날 법무부는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및 정당 활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청구했다. 정부가 특정 정당에 대해 해산심판을 청구한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심리를 맡은 헌재는 지난달 26일까지 무려 13차례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가장 최근 있었던 변론에서 헌재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1·2심 판결문과 공판·수사기록 등을 증거로 채택했다.

지난 2심 판결로 사법부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사실 판단을 마쳤다. 때문에 다가올 변론에서 심판결과의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선 2심 재판부는 RO의 실체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이 의원이 내란을 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국가를 전복시킬 만한 '실체적 힘'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진당 해산심판 분수령
이석기 대법 판결 눈앞

앞서 법무부는 해산심판을 청구하면서 RO를 진보당의 실질적인 상부조직으로 해석했다. '내란을 꾀한 RO조직원들이 당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핵심인사'라는 논리로 진보당의 위헌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사법부가 RO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격렬한 법리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우선 진보당은 'RO가 존재하지 않는 단체'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보당 측은 법무부 주장의 핵심이었던 RO의 존재가 부정됨으로써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변론에서 진보당 측 변호인은 "북한과 전혀 무관하게 활동했던 경기동부연합과 진보당을 연결 짓기 위해 (행정부가) 지하혁명조직 RO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이 의원의 내란선동 혐의가 (대법에서) 유죄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당과 무관한 개인적인 활동이고, 선동에서 나아가 준비행위까지 이르지 않은 만큼 내란음모 사건이 진보당에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엄격히 해석해야하는 법리 때문에 (사법부가) RO의 존재나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RO 회합 참석자들이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는 조직화된 집단에 속해 있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국가 전복을 실행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소심이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르면 10월 안에 사건 심리를 마칠 예정이다. 단 이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고, 선례가 없는 사건이라 헌재가 최종 판단을 11월 이후로 미룰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당해산을 위해선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연예가 패닉]
한류스타 탈세

배우 송혜교씨에 이어 한류스타 장근석씨도 탈세 혐의가 드러난 가운데 국세청의 칼날이 어디까지 미칠지 눈길이 쏠린다.

먼저 송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모두 137억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67억원을 필요경비로 신고했다. 이 중 54억원에 대해서는 증빙서류 없이 임의로 경비 처리했다. 또 신용카드 영수증과 카드사용 명세서 등을 중복 제출해 경비를 허위로 신고했다. 이 기간 송씨는 종합소득세 25억원을 과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관련한 의혹이 일자 송씨는 뒤늦은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송씨 측은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제출된 세무·증빙자료를 신뢰할 수 없으니 귀속소득(2008~2011)의 무증빙 비용에 대해 소득세를 추징한다'는 통보를 받고 중가세와 가산세까지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009년 모범납세자상을 받았던 송씨는 세무조사가 유예된 2~3년을 틈타 탈세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장씨의 탈세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에서 벌어들인 소득 중 약 20억원을 탈루했다는 의혹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장씨가 중국에서 거둔 수익과 세무당국에 신고한 소득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톱스타 탈세 혐의
제2의 강호동 사태 모락

국세청은 지난 6월 한 대형 연예기획사의 계약서 및 회계자료 등을 확보해 관련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가수 정지훈(비)씨의 탈세 의혹도 제기됐으나 뚜렷한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기획사 대표는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환치기' 및 탈세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달 새 유명 연예인 2명의 탈세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세청의 칼날이 연예계를 정조준한 모습이다. 앞서 국세청은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몇 가지 의혹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세청은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들의 해외공연 수익금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리는 수법의 역외탈세를 했다고 의심했지만 구체적인 혐의는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연예계를 겨냥한 국세청의 전방위 조사는 계속됐고, 결국 송씨와 장씨의 일부 혐의를 포착하면서 당국의 징세작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연예계 일각에선 "세무당국이 기획사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에서 연예인 개인을 겨냥한 조사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푸념이 들린다. 실제로 국세청 지근에선 몇몇 톱스타들의 탈루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제2의 강호동'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정국 시한폭탄]
세월호 진상규명

세월호 특별법이 암초에 부딪혔다. 지난 1일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 번째 면담을 진행했지만 냉랭한 분위기 속에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들은 30분 만에 성과 없이 헤어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지도부는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이하 가족대책위)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가족대책위는 특별법에 명시된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몇 차례 고성이 오고간 끝에 면담은 파행됐다.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은 위헌적인 수사기관을 창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지금 있는 '특검'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즉 진상조사위와 특검을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가족대책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진상조사위는 의미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권력 눈치 안 보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하려면 행정부 밖에 있는 전문가 집단(판사·검사·변호사 등 포함)에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진상조사위의 조사 범위에 청와대나 국정원 등이 포함된 만큼 행정부 안에서 위원들을 뽑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이처럼 양자 간 입장 차이로 특별법 제정이 무산된 가운데 연휴가 끝나는 11일부터는 강대강 대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2차 여야 합의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여론전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야당은 가족대책위를 지원하는 한편 대통령이 약속한 결단을 촉구한다는 복안이다.

정국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진상조사위가 어떤 형태로 구성될지, 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진다면 감춰졌던 책임소재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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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