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리 '멘탈갑' 산업은행 대해부

국책은행 맞아? 뒷돈 받는 KDB '사면초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산업은행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중징계 통보에 이어 일부 임직원이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는 등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산업은행은 STX그룹을 상대로 수천억원 규모의 부실대출을 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임직원 금품 수수사건 ▲동부그룹 패키지 매각 실패 ▲은행권 인사개입 의혹 등에 휘말리며 표류 중이다. 위기에 빠진 KDB호, 선장인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산업은행은 이명박정부 들어 '용광로'가 됐다. 여기서 비유한 용광로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민영화'라는 이슈로 우리 사회를 달궜던 것이 첫째고, 정권 실세와 연결된 '모종의 의혹'이 녹아 없어진 것이 둘째다. 어느 경우든 산업은행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산은 임직원
동양 봐줬나

정권이 바뀌고 산업은행에는 새 주인이 들어섰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금껏 무난히 조직을 이끌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정부 각 기관은 약속이나 한 듯 산업은행을 겨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궁지에 몰린 산업은행, 홍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먼저 검찰은 산업은행 임직원들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선봉)는 산업은행 임직원 3∼4명의 비리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몇 년간 동양그룹 경영진으로부터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동양그룹 측이 카드 매출을 과다계상한 뒤 현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일명 카드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이중 일부 현금을 산업은행 임직원들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동양그룹 핵심 계열사로 알려진 동양시멘트의 주채권은행으로 확인된다.


검, 임원 동양서 수억 챙긴 의혹 수사 착수
금, STX 부실대출 책임자 10여명 징계 예고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선 산업은행과 동양그룹의 커넥션 의혹이 제기됐다. 불거진 의혹의 핵심은 동양시멘트에 대한 특혜 대출이다. 동양시멘트는 지난 2010∼2012년까지 재무구조개선에 대한 약정을 모두 3차례 불이행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오히려 약정 조건을 완화해주거나 자금 회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또 산업은행의 전·현직 임원진은 동양시멘트의 사외이사나 고문직으로 대거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이 일종의 '관피아'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최근 검찰은 동양그룹 계좌추적 과정에서 의문의 뭉칫돈을 발견했다. 액수는 5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의 용처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을 수사망에 올렸다. 앞선 조사에서 동양그룹 관계자는 관련한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액만 1조원
금감원 징계 예고

수사결과에 따라 산업은행은 금융 신용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STX그룹에 대한 대출 여파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업은행은 국세청의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세무전문지 <조세일보>는 지난 7월 국세청이 산업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산업은행이 세무조사를 받는 건 4년 만의 일이다. 국세청은 오는 11월7일까지 조사관 5명을 파견해 산업은행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동양시멘트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진 2010년부터 2012년까지의 회계 기록이 조사 대상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의 전임인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재임했던 2011년 산업은행은 1조412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12년에도 9469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홍 회장이 취임한 2013년 산업은행은 적자로 돌아서 손실규모가 1조4474억원에 이르렀다.

통계만 놓고 보면 홍 회장이 방만 경영을 한 것으로 추론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홍 회장이 기록한 대부분의 적자는 전임인 '강만수호'의 유산이다. 금융권은 강 전 행장이 STX그룹에 대한 '묻지마' 대출로 적자폭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에 큰 손실을 끼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지난 정권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그는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수차례 수행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강 전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12년 산업은행으로부터 단기차입금 2300억원을 융통했다. 산업운용자금 1800억원도 확보했다. 다른 민간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을 줄이는 추세였는데 산업은행은 유독 '퍼주기'로 STX그룹을 도왔다. 지난 정권 비호설이 나온 배경이다. 실제로 MB의 '경제통'이자 측근으로 불렸던 강 전 행장은 "계열사들이 모두 나서서라도 (STX그룹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DB대학 부실운영 지적
각종 구설 휘말려 곤욕
홍기택 회장 자질 시험대

결과적으로 STX그룹은 산업은행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무너졌다. 지난 5월 강 전 회장은 2조3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9000억원의 사기성 대출을 일으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STX그룹 분식회계 후폭풍은 곧장 산업은행을 덮쳤다. 지난 21일 금감원은 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제재를 사전 통보했다. 징계 명단에는 현직 산업은행 부행장을 비롯해 전·현직 간부 18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STX그룹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이행하지 않았지만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분식회계 우려가 있었음에도 STX조선해양에 대한 대출액을 3000억원으로 늘려줬다"며 "산업은행에게 부실대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또 선박건조 현황을 살피지 않고 거액의 선수금을 지급해 돈이 유용된 점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은 당시 산업은행이 여신심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천문학적인 손실은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TX그룹 구조조정 가운데 생긴 불가피한 손실이란 것이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 자격으로 리스크를 감수했는데 이를 금융당국이 사후 징계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징계대상자들의 해명자료를 종합해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동부 매각 난항
'음모론' 창궐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건 징계대상에 강 전 행장이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다. 여신 총책임자이자 결정권자인 강 전 행장은 여신심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산업은행이 현재 부침을 겪고 있는 건 궁극적으로 이명박정부 때 단초가 제공됐다.

세부적으로 산업은행은 2년 전과 비교해 고졸 채용인원이 10분의 1로 줄었다. MB는 임기 중 '고등학교만 나와도 취업할 수 있다'는 정책을 들고 나와 금융권에 고졸을 채용하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MB의 아이디어는 없던 일이 됐다.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1년 전체 채용인원(188명)의 절반에 육박했던 고졸 사원(90명)은 2012년 120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20명으로 급감했고, 올해 역시 15명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강 전 행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KDB금융대학교(이하 대학교)의 신입생 수도 감소했다. 사내 고졸사원을 대상으로 한 대학교의 신입생은 2013년 68명이었다가 2014년 45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자퇴생은 1명에서 14명으로 늘었다. 덧붙여 김 의원은 "대학교 학생 수가 교육부 설치인가 학생 수 기준(교원 1인당 25명)과 비교해 미달됐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고용비율도 문제다. 산업은행의 장애인고용비율은 1%대로 국정감사를 받는 모든 금융기관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2010년부터는 장애인 법정 의무고용 비율인 3%를 채우지 못해 관련 법규에 따라 매년 의무고용부담금을 내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산업은행은 2010년 0.8%, 2011년 2.1%, 2012년 1.5%, 2013년 1.3%, 2014년 1.3%의 비율로 장애인을 채용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고용의무 미이행으로 3억1000만원의 부담금을 납부했으며 4년간 모두 8억4000만원의 부담금을 사용했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 감소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2009년 산업은행의 대출 비중은 대기업 61.0%, 중소기업 39.0%로 나름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5년 새 대출 비중은 대기업 76.2%, 중소기업 23.8%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산업은행은 그간 여러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에 채권단 자격으로 참여했다. 현대·한진그룹을 포함해 지난해엔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에 개입했다. 동부그룹의 금융권 여신은 지난달 기준 6조원 정도로 파악되는데 산업은행은 전체 여신 중 3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경영난이 가속화될수록 산업은행 역시 출혈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을 대신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건설 발전당진을 묶어 매각하려다 실패했다. 때문에 동부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비금융계열 지주회사격인 동부CNI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타진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았다.

당초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의 희망과 달리 경쟁입찰 없는 패키지 인수를 포스코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포스코가 입찰을 포기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시간만 허비한 채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든 까닭이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같은 금융권인 동부화재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방해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은 강 전 행장 시절 장기적인 수익모델을 찾다가 민영화를 추진한 전력이 있다.

당시 강 전 행장은 '메가뱅크론'을 주장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산업은행 포함), IBK기업은행을 합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사실상 민영화로 가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했는데 결과적으로 여러 암초에 부딪히며 실현되지 못했다.

인사 외압설
메가 뱅크론?

흥미로운 것은 박근혜정부 들어 산업은행 민영화가 전면 중단됐다는 점이다. 박근혜정부는 정책금융을 위한 금고로 산업은행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경영자 입장에서 권력에 끌려다니는 등 자율성을 보장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홍 회장은 전임에 비해 뚜렷한 '자기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강 전 행장이 풀지 못했던 수익구조 역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홍 회장은 지난주 IBK자산운용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내용을 요약하면 IBK자산운용 대표로 추천된 내부인사가 홍 회장이 추천한 외부인사에 밀려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산업은행이 타은행 경영에 관여했다는 주장이었지만 산업은행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이후에도 홍 회장과 관련한 소문은 잦아들지 않았다. 계열사인 대우증권 사장 교체 과정에서 그의 이름이 등장했다. 사장 공모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홍 회장이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는 의혹은 복수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며 벌어지는 기현상이다.

여러 정황상 홍 회장의 지위는 공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계속되는 건 각 사정기관의 과열된 실적경쟁으로 풀이된다. 바꿔 말하면 산업은행만큼 적폐가 많은 곳이 없다는 얘기다. 어느덧 '사면초가'에 몰린 산업은행. 이제 홍 회장은 권력의 눈치를 살펴야 살아남는 처지가 됐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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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