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리 '멘탈갑' 산업은행 대해부

국책은행 맞아? 뒷돈 받는 KDB '사면초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산업은행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중징계 통보에 이어 일부 임직원이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는 등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산업은행은 STX그룹을 상대로 수천억원 규모의 부실대출을 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임직원 금품 수수사건 ▲동부그룹 패키지 매각 실패 ▲은행권 인사개입 의혹 등에 휘말리며 표류 중이다. 위기에 빠진 KDB호, 선장인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산업은행은 이명박정부 들어 '용광로'가 됐다. 여기서 비유한 용광로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민영화'라는 이슈로 우리 사회를 달궜던 것이 첫째고, 정권 실세와 연결된 '모종의 의혹'이 녹아 없어진 것이 둘째다. 어느 경우든 산업은행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산은 임직원
동양 봐줬나

정권이 바뀌고 산업은행에는 새 주인이 들어섰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금껏 무난히 조직을 이끌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정부 각 기관은 약속이나 한 듯 산업은행을 겨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궁지에 몰린 산업은행, 홍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먼저 검찰은 산업은행 임직원들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선봉)는 산업은행 임직원 3∼4명의 비리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몇 년간 동양그룹 경영진으로부터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동양그룹 측이 카드 매출을 과다계상한 뒤 현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일명 카드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이중 일부 현금을 산업은행 임직원들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동양그룹 핵심 계열사로 알려진 동양시멘트의 주채권은행으로 확인된다.


검, 임원 동양서 수억 챙긴 의혹 수사 착수
금, STX 부실대출 책임자 10여명 징계 예고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선 산업은행과 동양그룹의 커넥션 의혹이 제기됐다. 불거진 의혹의 핵심은 동양시멘트에 대한 특혜 대출이다. 동양시멘트는 지난 2010∼2012년까지 재무구조개선에 대한 약정을 모두 3차례 불이행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오히려 약정 조건을 완화해주거나 자금 회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또 산업은행의 전·현직 임원진은 동양시멘트의 사외이사나 고문직으로 대거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이 일종의 '관피아'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최근 검찰은 동양그룹 계좌추적 과정에서 의문의 뭉칫돈을 발견했다. 액수는 5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의 용처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을 수사망에 올렸다. 앞선 조사에서 동양그룹 관계자는 관련한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액만 1조원
금감원 징계 예고

수사결과에 따라 산업은행은 금융 신용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STX그룹에 대한 대출 여파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업은행은 국세청의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세무전문지 <조세일보>는 지난 7월 국세청이 산업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산업은행이 세무조사를 받는 건 4년 만의 일이다. 국세청은 오는 11월7일까지 조사관 5명을 파견해 산업은행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동양시멘트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진 2010년부터 2012년까지의 회계 기록이 조사 대상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의 전임인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재임했던 2011년 산업은행은 1조412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12년에도 9469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홍 회장이 취임한 2013년 산업은행은 적자로 돌아서 손실규모가 1조4474억원에 이르렀다.

통계만 놓고 보면 홍 회장이 방만 경영을 한 것으로 추론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홍 회장이 기록한 대부분의 적자는 전임인 '강만수호'의 유산이다. 금융권은 강 전 행장이 STX그룹에 대한 '묻지마' 대출로 적자폭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에 큰 손실을 끼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지난 정권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그는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수차례 수행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강 전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12년 산업은행으로부터 단기차입금 2300억원을 융통했다. 산업운용자금 1800억원도 확보했다. 다른 민간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을 줄이는 추세였는데 산업은행은 유독 '퍼주기'로 STX그룹을 도왔다. 지난 정권 비호설이 나온 배경이다. 실제로 MB의 '경제통'이자 측근으로 불렸던 강 전 행장은 "계열사들이 모두 나서서라도 (STX그룹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DB대학 부실운영 지적
각종 구설 휘말려 곤욕
홍기택 회장 자질 시험대

결과적으로 STX그룹은 산업은행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무너졌다. 지난 5월 강 전 회장은 2조3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9000억원의 사기성 대출을 일으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STX그룹 분식회계 후폭풍은 곧장 산업은행을 덮쳤다. 지난 21일 금감원은 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제재를 사전 통보했다. 징계 명단에는 현직 산업은행 부행장을 비롯해 전·현직 간부 18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STX그룹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이행하지 않았지만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분식회계 우려가 있었음에도 STX조선해양에 대한 대출액을 3000억원으로 늘려줬다"며 "산업은행에게 부실대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또 선박건조 현황을 살피지 않고 거액의 선수금을 지급해 돈이 유용된 점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은 당시 산업은행이 여신심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천문학적인 손실은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TX그룹 구조조정 가운데 생긴 불가피한 손실이란 것이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 자격으로 리스크를 감수했는데 이를 금융당국이 사후 징계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징계대상자들의 해명자료를 종합해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동부 매각 난항
'음모론' 창궐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건 징계대상에 강 전 행장이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다. 여신 총책임자이자 결정권자인 강 전 행장은 여신심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산업은행이 현재 부침을 겪고 있는 건 궁극적으로 이명박정부 때 단초가 제공됐다.

세부적으로 산업은행은 2년 전과 비교해 고졸 채용인원이 10분의 1로 줄었다. MB는 임기 중 '고등학교만 나와도 취업할 수 있다'는 정책을 들고 나와 금융권에 고졸을 채용하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MB의 아이디어는 없던 일이 됐다.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1년 전체 채용인원(188명)의 절반에 육박했던 고졸 사원(90명)은 2012년 120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20명으로 급감했고, 올해 역시 15명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강 전 행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KDB금융대학교(이하 대학교)의 신입생 수도 감소했다. 사내 고졸사원을 대상으로 한 대학교의 신입생은 2013년 68명이었다가 2014년 45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자퇴생은 1명에서 14명으로 늘었다. 덧붙여 김 의원은 "대학교 학생 수가 교육부 설치인가 학생 수 기준(교원 1인당 25명)과 비교해 미달됐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고용비율도 문제다. 산업은행의 장애인고용비율은 1%대로 국정감사를 받는 모든 금융기관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2010년부터는 장애인 법정 의무고용 비율인 3%를 채우지 못해 관련 법규에 따라 매년 의무고용부담금을 내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산업은행은 2010년 0.8%, 2011년 2.1%, 2012년 1.5%, 2013년 1.3%, 2014년 1.3%의 비율로 장애인을 채용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고용의무 미이행으로 3억1000만원의 부담금을 납부했으며 4년간 모두 8억4000만원의 부담금을 사용했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 감소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2009년 산업은행의 대출 비중은 대기업 61.0%, 중소기업 39.0%로 나름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5년 새 대출 비중은 대기업 76.2%, 중소기업 23.8%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산업은행은 그간 여러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에 채권단 자격으로 참여했다. 현대·한진그룹을 포함해 지난해엔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에 개입했다. 동부그룹의 금융권 여신은 지난달 기준 6조원 정도로 파악되는데 산업은행은 전체 여신 중 3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경영난이 가속화될수록 산업은행 역시 출혈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을 대신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건설 발전당진을 묶어 매각하려다 실패했다. 때문에 동부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비금융계열 지주회사격인 동부CNI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타진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았다.

당초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의 희망과 달리 경쟁입찰 없는 패키지 인수를 포스코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포스코가 입찰을 포기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시간만 허비한 채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든 까닭이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같은 금융권인 동부화재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방해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은 강 전 행장 시절 장기적인 수익모델을 찾다가 민영화를 추진한 전력이 있다.

당시 강 전 행장은 '메가뱅크론'을 주장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산업은행 포함), IBK기업은행을 합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사실상 민영화로 가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했는데 결과적으로 여러 암초에 부딪히며 실현되지 못했다.

인사 외압설
메가 뱅크론?

흥미로운 것은 박근혜정부 들어 산업은행 민영화가 전면 중단됐다는 점이다. 박근혜정부는 정책금융을 위한 금고로 산업은행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경영자 입장에서 권력에 끌려다니는 등 자율성을 보장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홍 회장은 전임에 비해 뚜렷한 '자기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강 전 행장이 풀지 못했던 수익구조 역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홍 회장은 지난주 IBK자산운용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내용을 요약하면 IBK자산운용 대표로 추천된 내부인사가 홍 회장이 추천한 외부인사에 밀려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산업은행이 타은행 경영에 관여했다는 주장이었지만 산업은행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이후에도 홍 회장과 관련한 소문은 잦아들지 않았다. 계열사인 대우증권 사장 교체 과정에서 그의 이름이 등장했다. 사장 공모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홍 회장이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는 의혹은 복수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며 벌어지는 기현상이다.

여러 정황상 홍 회장의 지위는 공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계속되는 건 각 사정기관의 과열된 실적경쟁으로 풀이된다. 바꿔 말하면 산업은행만큼 적폐가 많은 곳이 없다는 얘기다. 어느덧 '사면초가'에 몰린 산업은행. 이제 홍 회장은 권력의 눈치를 살펴야 살아남는 처지가 됐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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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