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파문

공들인 대형수사…바바리 지검장이 망쳤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현직 검사장이 야외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의 주인공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검경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던 인물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초유의 사건으로 검찰 위상에 변화가 감지된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성추문'으로 검찰의 도덕성은 나락에 떨어졌다. 한 순간, 나라님에서 잡범으로 전락한 김 전 지검장. 김수창발 '성풍(性風)'이 검찰을 흔들고 있다.

지난 21일 바리케이드가 쳐진 국회 안으로 검찰 수사관들이 몰려들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5명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였다. 검찰이 의원 5명을 체포하려고 국회 의원회관에 진입한 건 초유의 일이다.

하루건너
초유의 사건

다음날 검찰은 헌정사상 다시 없을 망신을 당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노상 음란행위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검찰 역사에 오욕을 새긴 김 전 지검장의 혐의 사실은 그가 폄하했던 경찰의 입으로 발표됐다.

서울 출신인 김 전 지검장은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고, 1990년 사법연수원 19기를 수료했다. 1993년부터 검사로 재직한 그는 창원지검과 법무부 검찰국을 거쳐 헌법재판소 파견근무를 했다. 이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장을 역임한 김 전 지검장은 요직인 대검 감찰1과장에 이어 검사장으로 승진, 같은 해 '검찰의 별'인 지검장(제주)에까지 임명됐다.

당시 검찰은 김 전 지검장에 대해 "매사에 진지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검찰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검사 생활 동안 큰 실수 없이 맡은 일을 처리해 평판이 좋았던 것으로 안다"며 "술도 잘 못하는 데다 낯을 많이 가려 향응을 제공받는 등의 비리와도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김 전 지검장이 노상에서 음란행위를 한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검찰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언론은 '물 만난 고기'처럼 김 전 지검장을 물고 뜯었다. 그럴수록 검찰의 위신은 추락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지검장이 소지품으로 갖고 있던 '베이비로션'이 화제가 되는 등 세간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검찰이다.

툭하면 터지는
검찰발 성추문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오전 12시8분께 제주시 중앙로에 있는 한 분식점 앞을 지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한 여고생은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리는 등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문제의 '티셔츠남'은 현장 주변에 있던 김 전 지검장으로 특정됐다.

경찰 조사에서 김 전 지검장은 공연음란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동생의 이름을 댔다가 지문조회 결과 불일치 판정이 나오자, 그제야 본명을 말해 의심을 샀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한 17일 김 전 지검장은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황당한 봉변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경찰이 말도 안 되는 범죄사실로 검찰을 조사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며 "진실을 밝혀 달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다음날 김 전 지검장은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가 접수되면 감찰 및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법무부는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는 반려 없이 재가해 논란을 키웠다. 검찰 내부에서조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야외서 지퍼 열고 툭툭…현행범 체포
검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수뇌부 사건


지난 20일 임은정 창원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사표 수리에 대한 해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임 검사는 "공연음란은 원칙적으로 기소를 하게 되는 사건인데 (중략) 법무부는 공연음란이 경징계 사안이라거나 업무상 비위가 아니어서 사표를 수리했다는 입장인 것 같아 참혹하기까지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임 검사는 검찰공무원이 성(性)풍속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해임 또는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도록 한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처리 지침'을 근거로 "당당한 검찰입니까. 뻔뻔한 검찰입니까. (중략) 검찰 구성원들이 더 무참해지지 않도록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대검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감찰팀을 제주도로 급파했다가 하루 만에 철수시켰다. 경찰 수사에 따라 감찰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를 뒤집으면서 김 전 지검장이 변호사로 활동하는 데는 제약이 없게 됐다. 한때 그의 직속상관이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경우와 유사하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2010년 인천지검 차장검사로 재직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인천지검장은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낙마한 김 전 차관이었다. 김 전 지검장은 같은 해 유명 걸그룹 멤버가 연루된 마약 밀수사건을 지휘했다. 당시 해당 연예인은 국내 반입이 금지된 암페타민을 밀수입하다 적발됐지만 인천지검은 이례적으로 입건유예라는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 이를 두고 <세계일보>는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의 사건을 전결 처리한 검사가 바로 김 전 지검장이다. 여기서 전결 처리란 지검장의 결재 권한을 담당 검사가 대신 행사함을 뜻한다. 이후 김 전 차관은 희대의 성접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차관 내정 열흘도 못가 옷을 벗었다. 최근 김 전 차관은 피해여성으로부터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공모해 성접대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 그리고 김 전 지검장은 엽기적인 음란행위가 적발돼 선배의 전철을 밟고 있다.

경찰과 갈등
정치권 싸늘

성추문은 검찰의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지난 2010년 이른바 '스폰서 사건'으로 검사가 연루된 성추문이 고개를 든 후 매년 한 건씩 낯부끄러운 '일탈'이 반복되고 있다.

2011년에는 한 여검사가 변호사인 내연남에게 벤츠 승용차와 샤넬 핸드백을 선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유명한 '벤츠 여검사 사건'이다.

2012년에는 로스쿨 출신인 전모 검사가 사건 피의자인 여성과 육체관계를 맺고, 집무실 등에서 유사 성행위를 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는 '검사 성추문 사건'으로 기록됐다.

2013년에는 '별장 성접대 사건'의 여파가 정국을 강타했다. 여기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까지 불거지며 검찰은 가장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다. 채 전 총장은 법무부 감찰을 앞두고 쫓기듯 청사를 떠났다.

올해에는 소위 '해결사 검사 사건'으로 성추문이 재현됐다. 전모 당시 검사는 마약 사건 피의자로 만난 연예인 에이미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다가 결국 법정에 섰다. 법무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전 전 검사의 해임을 결정했다.

여기에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음란행위 사건이 겹치며, 검찰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특히 조직 내부의 사기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주지검 한 관계자는 김 전 지검장의 사표수리 직후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의혹과 면직 처분으로 내부 분위기가 안 좋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은 경찰의 입을 통해 혐의사실이 생중계되는 굴욕을 맛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김 전 지검장과 경찰의 오랜 악연이다.

김 전 지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 시기 금품수뢰 의혹이 불거진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부장검사)를 구속했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10억 수뢰검사' 사건의 특임검사로 김 전 지검장을 지명했는데 특임검사제는 '스폰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검사 비리를 검찰이 자체 수사하도록 고안된 제도였다.

문제는 관련한 수사를 경찰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에 있었다. 앞서 몇몇 검사의 비위 첩보를 입수했던 경찰은 '검찰이 제 식구를 챙기려고 수사를 빼앗아갔다'며 반발했다. 때문에 경찰은 검찰보다 먼저 김 부장검사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선수를 치면서 분을 삼켜야 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지검장은 경찰을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검찰을 의사, 경찰을 간호사에 빗대 "수술을 간호사에게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또 "검사가 경찰보다 수사를 더 잘하고 법률적 판단이 낫기 때문에 수사지휘를 하는 것"이라고 뭉갰다. 이에 경찰은 물론이고 간호사 협회까지 김 전 지검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소란이 일었다.

잇단 성추문 망신 불신·분노 자초
"니들이나 잘하세요…뭘해도 욕먹을 판"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경찰과 사이가 좋았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제주지검장 부임 후에도 현지 경찰과 관계가 소원해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을 지낸 때에도 모 검사가 경찰관에게 직권남용 등으로 고소당하자 사건을 지휘하면서 일선 경찰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불씨가 될 조짐이다.

경찰대 2기인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기 내에 수사권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강 청장은 "(외국의 경우처럼)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에 의지를 드러냈다. 여야는 청문회 직후 이례적으로 '합의'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비슷한 시각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이날 여야 의원 5명은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결과는 3명 구속, 2명 기각. 영장이 청구된 여당의원 2명은 모두 구속됐고, 야당의원 중에선 단 1명만 혐의가 일부 인정됐다.

철도부품 업체 AVT사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의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은 같은 날 밤 11시5분께 발부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윤강열 부장판사는 "소명되는 범죄혐의가 중대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또 해운업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영장이 발부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구속 후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신학용 의원에 대해선 청구된 영장이 기각됐다. 윤 부장판사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여부 및 법리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무리한 수사
방패가 없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정치권을 상대로 한 로비 수사에서 2명이나 영장이 기각돼 체면을 구겼다. 검찰 안팎에서는 "여야 동수로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려다보니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위 5명과 함께 AVT사로부터 5500만원의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일단 집으로 돌아간 두 신 의원에 대해서도 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 전 지검장 사건으로 쏠린 탐탁찮은 시선이 부담이다. 정치권을 건드려 '출구전략'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는 중이다.

관가 안팎의 시선도 싸늘하다. 그간 검찰은 전방위 '관피아 수사'로 각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의 원성을 샀다. '공공의 적'이 돼버린 그들을 비호할 세력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김수창발 '성풍'까지 더해져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검찰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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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