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파문

공들인 대형수사…바바리 지검장이 망쳤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현직 검사장이 야외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의 주인공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검경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던 인물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초유의 사건으로 검찰 위상에 변화가 감지된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성추문'으로 검찰의 도덕성은 나락에 떨어졌다. 한 순간, 나라님에서 잡범으로 전락한 김 전 지검장. 김수창발 '성풍(性風)'이 검찰을 흔들고 있다.

지난 21일 바리케이드가 쳐진 국회 안으로 검찰 수사관들이 몰려들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5명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였다. 검찰이 의원 5명을 체포하려고 국회 의원회관에 진입한 건 초유의 일이다.

하루건너
초유의 사건

다음날 검찰은 헌정사상 다시 없을 망신을 당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노상 음란행위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검찰 역사에 오욕을 새긴 김 전 지검장의 혐의 사실은 그가 폄하했던 경찰의 입으로 발표됐다.

서울 출신인 김 전 지검장은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고, 1990년 사법연수원 19기를 수료했다. 1993년부터 검사로 재직한 그는 창원지검과 법무부 검찰국을 거쳐 헌법재판소 파견근무를 했다. 이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장을 역임한 김 전 지검장은 요직인 대검 감찰1과장에 이어 검사장으로 승진, 같은 해 '검찰의 별'인 지검장(제주)에까지 임명됐다.

당시 검찰은 김 전 지검장에 대해 "매사에 진지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검찰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검사 생활 동안 큰 실수 없이 맡은 일을 처리해 평판이 좋았던 것으로 안다"며 "술도 잘 못하는 데다 낯을 많이 가려 향응을 제공받는 등의 비리와도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김 전 지검장이 노상에서 음란행위를 한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검찰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언론은 '물 만난 고기'처럼 김 전 지검장을 물고 뜯었다. 그럴수록 검찰의 위신은 추락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지검장이 소지품으로 갖고 있던 '베이비로션'이 화제가 되는 등 세간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검찰이다.

툭하면 터지는
검찰발 성추문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오전 12시8분께 제주시 중앙로에 있는 한 분식점 앞을 지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한 여고생은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리는 등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문제의 '티셔츠남'은 현장 주변에 있던 김 전 지검장으로 특정됐다.

경찰 조사에서 김 전 지검장은 공연음란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동생의 이름을 댔다가 지문조회 결과 불일치 판정이 나오자, 그제야 본명을 말해 의심을 샀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한 17일 김 전 지검장은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황당한 봉변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경찰이 말도 안 되는 범죄사실로 검찰을 조사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며 "진실을 밝혀 달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다음날 김 전 지검장은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가 접수되면 감찰 및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법무부는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는 반려 없이 재가해 논란을 키웠다. 검찰 내부에서조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야외서 지퍼 열고 툭툭…현행범 체포
검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수뇌부 사건


지난 20일 임은정 창원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사표 수리에 대한 해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임 검사는 "공연음란은 원칙적으로 기소를 하게 되는 사건인데 (중략) 법무부는 공연음란이 경징계 사안이라거나 업무상 비위가 아니어서 사표를 수리했다는 입장인 것 같아 참혹하기까지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임 검사는 검찰공무원이 성(性)풍속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해임 또는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도록 한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처리 지침'을 근거로 "당당한 검찰입니까. 뻔뻔한 검찰입니까. (중략) 검찰 구성원들이 더 무참해지지 않도록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대검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감찰팀을 제주도로 급파했다가 하루 만에 철수시켰다. 경찰 수사에 따라 감찰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를 뒤집으면서 김 전 지검장이 변호사로 활동하는 데는 제약이 없게 됐다. 한때 그의 직속상관이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경우와 유사하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2010년 인천지검 차장검사로 재직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인천지검장은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낙마한 김 전 차관이었다. 김 전 지검장은 같은 해 유명 걸그룹 멤버가 연루된 마약 밀수사건을 지휘했다. 당시 해당 연예인은 국내 반입이 금지된 암페타민을 밀수입하다 적발됐지만 인천지검은 이례적으로 입건유예라는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 이를 두고 <세계일보>는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의 사건을 전결 처리한 검사가 바로 김 전 지검장이다. 여기서 전결 처리란 지검장의 결재 권한을 담당 검사가 대신 행사함을 뜻한다. 이후 김 전 차관은 희대의 성접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차관 내정 열흘도 못가 옷을 벗었다. 최근 김 전 차관은 피해여성으로부터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공모해 성접대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 그리고 김 전 지검장은 엽기적인 음란행위가 적발돼 선배의 전철을 밟고 있다.

경찰과 갈등
정치권 싸늘

성추문은 검찰의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지난 2010년 이른바 '스폰서 사건'으로 검사가 연루된 성추문이 고개를 든 후 매년 한 건씩 낯부끄러운 '일탈'이 반복되고 있다.

2011년에는 한 여검사가 변호사인 내연남에게 벤츠 승용차와 샤넬 핸드백을 선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유명한 '벤츠 여검사 사건'이다.

2012년에는 로스쿨 출신인 전모 검사가 사건 피의자인 여성과 육체관계를 맺고, 집무실 등에서 유사 성행위를 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는 '검사 성추문 사건'으로 기록됐다.

2013년에는 '별장 성접대 사건'의 여파가 정국을 강타했다. 여기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까지 불거지며 검찰은 가장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다. 채 전 총장은 법무부 감찰을 앞두고 쫓기듯 청사를 떠났다.

올해에는 소위 '해결사 검사 사건'으로 성추문이 재현됐다. 전모 당시 검사는 마약 사건 피의자로 만난 연예인 에이미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다가 결국 법정에 섰다. 법무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전 전 검사의 해임을 결정했다.

여기에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음란행위 사건이 겹치며, 검찰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특히 조직 내부의 사기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주지검 한 관계자는 김 전 지검장의 사표수리 직후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의혹과 면직 처분으로 내부 분위기가 안 좋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은 경찰의 입을 통해 혐의사실이 생중계되는 굴욕을 맛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김 전 지검장과 경찰의 오랜 악연이다.

김 전 지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 시기 금품수뢰 의혹이 불거진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부장검사)를 구속했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10억 수뢰검사' 사건의 특임검사로 김 전 지검장을 지명했는데 특임검사제는 '스폰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검사 비리를 검찰이 자체 수사하도록 고안된 제도였다.

문제는 관련한 수사를 경찰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에 있었다. 앞서 몇몇 검사의 비위 첩보를 입수했던 경찰은 '검찰이 제 식구를 챙기려고 수사를 빼앗아갔다'며 반발했다. 때문에 경찰은 검찰보다 먼저 김 부장검사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선수를 치면서 분을 삼켜야 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지검장은 경찰을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검찰을 의사, 경찰을 간호사에 빗대 "수술을 간호사에게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또 "검사가 경찰보다 수사를 더 잘하고 법률적 판단이 낫기 때문에 수사지휘를 하는 것"이라고 뭉갰다. 이에 경찰은 물론이고 간호사 협회까지 김 전 지검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소란이 일었다.

잇단 성추문 망신 불신·분노 자초
"니들이나 잘하세요…뭘해도 욕먹을 판"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경찰과 사이가 좋았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제주지검장 부임 후에도 현지 경찰과 관계가 소원해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을 지낸 때에도 모 검사가 경찰관에게 직권남용 등으로 고소당하자 사건을 지휘하면서 일선 경찰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불씨가 될 조짐이다.

경찰대 2기인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기 내에 수사권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강 청장은 "(외국의 경우처럼)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에 의지를 드러냈다. 여야는 청문회 직후 이례적으로 '합의'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비슷한 시각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이날 여야 의원 5명은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결과는 3명 구속, 2명 기각. 영장이 청구된 여당의원 2명은 모두 구속됐고, 야당의원 중에선 단 1명만 혐의가 일부 인정됐다.

철도부품 업체 AVT사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의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은 같은 날 밤 11시5분께 발부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윤강열 부장판사는 "소명되는 범죄혐의가 중대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또 해운업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영장이 발부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구속 후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신학용 의원에 대해선 청구된 영장이 기각됐다. 윤 부장판사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여부 및 법리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무리한 수사
방패가 없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정치권을 상대로 한 로비 수사에서 2명이나 영장이 기각돼 체면을 구겼다. 검찰 안팎에서는 "여야 동수로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려다보니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위 5명과 함께 AVT사로부터 5500만원의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일단 집으로 돌아간 두 신 의원에 대해서도 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 전 지검장 사건으로 쏠린 탐탁찮은 시선이 부담이다. 정치권을 건드려 '출구전략'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는 중이다.

관가 안팎의 시선도 싸늘하다. 그간 검찰은 전방위 '관피아 수사'로 각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의 원성을 샀다. '공공의 적'이 돼버린 그들을 비호할 세력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김수창발 '성풍'까지 더해져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검찰이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