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개파 5378명> '최신판' 조폭 동향보고서

정권 바뀌어도 그대로…설치는 '형님'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철없는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인 조폭. 밤거리를 활보하던 조폭은 음지로 스며들었다. 박근혜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환으로 '조폭과의 전쟁'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조폭은 그대로다. 최근 경찰청이 한국형사정책원구원과 공동으로 발간한 '2013 범죄통계' 등을 토대로 현황을 분석했다.

2012년 7월을 기준으로 파악된 국내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수는 5384명, 5년 전인 2007년에는 5296명이었다. 지난해 4월 사법당국이 발표한 조폭 수는 5425명. 몇 년째 5000여명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박근혜정부 2년차인 올해는 어떨까. 현재 경찰이 집계한 조폭 수는 5378명, 조직 수는 216개로 확인됐다.

조폭 오천명
전국 곳곳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찰 관리대상에 포함된 조직 수는 217개였다. 그러나 '정치깡패' 김태촌으로 대표되는 '범서방파'가 와해되면서 그 수는 216개로 줄었다. 칠성파, 국제PJ파 등의 폭력조직은 아직 당국의 감시 하에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은 지난 1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 이후 조직폭력배 검거 및 구속, 불구속 현황'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시도별 조직 및 조직원 수는 ▲경기(31개·879명) ▲서울(22개·477명) ▲경남(17개·393명) ▲경북(12개·391명) ▲부산(22개·385명) ▲전북(16개·343명) ▲광주(8개·326명) ▲인천(13개·324명) ▲대구(11개·312명) ▲충남(18개·307명) ▲충북(6개·237명) ▲강원(14개·232명) ▲울산(6개·240명) ▲전남(8개·234명) ▲대전(9개·165명) ▲제주(3개·133명) 순이었다.


위 통계와 관련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조폭 수와 실제 조폭 수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조폭은 자신의 신분이나 조직 이름을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불렸던 '범서방파' '양은이파' 'OB파' 등의 작명은 수사기관의 솜씨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조폭은 무슨 사정으로 조직의 이름을 함구하는 것일까.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조폭을 겨냥한 수사 과정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단체 등의 구성·활동) 위반 혐의는 '조폭 맞춤형' 규정으로 불린다. 법정에서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가 인정되면 피의자가 개별 폭력 행위로 처벌받았더라도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 따라서 조폭들은 중형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조직명과 조직 계보를 숨기는 일이 많다.

따라붙는 경찰
뒷돈 주고 쉬쉬

하지만 오리발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조직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된다. 그럴싸한 근거가 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 통념에 조폭하면 전부 나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그들이 알고 있거나 알아봐 주는 범죄정보가 중요할 때가 있다"며 "한 조직의 덩치가 갑자기 커지면 자연스레 견제하는 세력이 생겨나 관련한 첩보가 우리 쪽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조폭은 동종 전과가 있거나 주변으로부터 견제받은 전력이 있는 셈이다.

조폭이 연루된 범죄사건은 초동수사 때부터 용의자가 조폭임을 인지하고 시작하는 일이 많다. 경찰 입장에서 평소 조폭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수사기관에 신원이 노출된 5000여명의 조폭은 잠재적인 내사 대상이다. 이들 중 일부는 "죄가 없다"며 항변하기도 한다. 당국의 감시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폭도 아닌데 조폭과 엮여 수년간 옥살이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18일 복수매체는 '아름다운 컨벤션' 회장 여운환씨가 경찰로부터 부당한 사찰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잡으면 또 생기고, 잡으면 또 생기고
그렇게 단속해도…몇년째 제자리걸음

과거 여씨는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제PJ파의 두목으로 지목됐다. 이후 여씨는 대법원에서 국제PJ파의 자금책 및 고문이라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런데 여씨는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끼워맞추기식 검찰수사에 당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수사 담당검사는 '모래시계'로 유명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여씨는 "내가 조폭 두목이란 증거가 없자 고문이라는 가상의 직책을 만들어 형을 살게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씨는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조폭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씨는 이번 진정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사복형사 및 거주지 경찰관들에게 수시로 사찰받았다"고 적었다. 또 "가족 모두가 연좌제식 사생활 침해로 고통받았고 사업장에 이유 없이 형사가 오는 등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고 읍소했다. 여씨는 자신이 민간인이므로 경찰이 임의로 동향을 파악하는 건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씨의 동향 파악은 '우범자 동향 관찰'에 해당한다는 반론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한 사찰은 불법이지만 우범자나 수사 연루자 등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 활동은 규정 안에서 허용돼 있다고 했다.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에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여씨와는 반대로 따라붙은 경찰을 돈으로 구워삶은 조폭도 있다. 지난 19일 서울 강동경찰서 소속 박모 경위는 기업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조폭으로부터 2천여만원의 현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됐다. 박 경위에게 현금을 건넨 조폭은 '신(新)종합시장파' 행동대장 이모씨다.

이씨는 강동경찰서 관할에 있는 소위 '텍사스촌'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며 수년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체포됐다. 이씨는 업소 3곳에서 모두 100억원 가량의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3년부터 박 경위가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 조사에서 박 경위는 "친구인 이씨로부터 빌려 준 돈을 받았거나 잠시 돈을 빌렸던 것"이라며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했다. 돈의 성격은 논외로 하더라도 박 경위는 조폭 이씨와 '호형호제'하며 친구로 지내온 셈이다.

체포는 되는데
구속은 어렵고

조폭들은 이씨처럼 사업가 행세를 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처럼 물리적인 폭력을 동원해 사람을 해치는 빈도는 줄고 있다.

주지한 바와 같이 21세기형 조폭들은 본인의 활동무대를 사업 영역으로 옮겨왔다. 건설, 금융, 유통,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포함해 합법적인 투자회사 형태로 주식시장에 진출하기도 한다.

변신에 실패한 조폭들은 성매매업소, 불법도박장, 유흥업소 등 전통 '나와바리'를 지키며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낮에는 사업가 명함을 뿌리고 밤에는 '식구'들을 관리하는 식이다. 이들의 범죄 성향은 점차 화이트칼라 범죄 또는 개인 범죄화되면서 구속률이 낮아진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조폭 구속률은 꾸준히 감소했다. 2008년 27.12%였던 구속율은 ▲2009년 23.55% ▲2010년 22.77% ▲2011년 18.02%로 떨어졌다. 김 의원이 건네받은 '2011년 이후 조직폭력배 검거 및 구속, 불구속 현황' 자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2012년 검거된 조폭은 3688명이다. 이 중 구속된 인원은 649명, 구속률은 17.59%였다. 2013년도 마찬가지, 검거된 조폭은 2566명으로 크게 줄었고 구속된 인원은 444명으로 구속률은 17.30%를 기록했다.

올해도 감소세는 계속됐다. 2014년 7월까지 조폭 1346명이 검거됐고, 구속된 조폭은 230명으로 확인됐다. 구속률은 17.08%로 전년에 비해 하락했다.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검거된 인원은 모두 1만1590명, 이 가운데 불구속 처분된 인원은 9548명이었다. 범죄 혐의가 있는 조폭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그대로 풀려나는 상황인 것이다.

법망 피한 지능범죄 다수…검거돼도 풀려나
조폭 추종세력 여전…"엄정한 법집행 필요"

관련 자료를 분석한 김 의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먹을 앞세우던 과거 조폭과 달리 최근 폭력조직은 대규모 기업화되어 각종 이권사업은 물론, 자체 사업확장을 통해 날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사회정의 실현과 치안질서 확립을 위해 조폭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폭력조직의 규모는 그대로고 ▲검거율은 낮아지면서 ▲우범률은 높아지는 악순환을 끊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조폭을 추종하거나 필요로 하는 세력이 아직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칠성파 추종세력 김모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한 자영업자를 상대로 연 1263%의 고리를 챙기며 불법 대부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부산 재래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에게 지난해 10월 500만원을 빌려주고 올 6월까지 1주일에 60만원씩 이자와 원금을 갚도록 하는 등 폭리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이씨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자 수차례 위협을 가하고 폭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형적인 조폭 모방 범죄다.

같은 달 13일에는 유흥업소를 빼앗기 위해 조폭을 동원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협박한 혐의로 이모씨와 조폭 국모씨 등 5명을 조사했다고 알렸다.

이들은 지난 3월 광주 한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와 부하 직원 등 2명을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김씨에게 2300여만원을 빌려 준 뒤 그의 유흥업소를 갈취할 목적으로 조폭을 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그러한 단체 또는 집단에 가입하고 활동한 범죄자에 대해선 ▲수괴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간부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그 외의 자(조직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리고 해당 조직의 일원이 청부살인, 공용물 파괴, 업무방해, 경매 및 입찰 방해, 강도 등의 범죄행위를 실행 또는 계획했을 경우엔 선고형의 절반을 가중토록 돼 있다. 이는 조폭에게 매우 엄격한 법률이란 평가다.

그런데 지난해 관련 법조항으로 검거된 인원은 664명이다. 이 가운데 구속은 71명, 불구속은 593명이다. 10명 중 1명 정도만 구속된 셈이다. 또 구속요건이 충분치 않아 영장이 기각된 인원도 12명으로 확인됐다. 처벌이 중한 만큼 아무에게나 조폭의 딱지를 붙이진 않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조폭들 역시 붙잡히지 않도록 조심했다는 결론이다.

법보다 주먹
처벌은 물렁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입건되는 조폭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868명이 검거됐던 서울은 2012년 566명, 2013년 398명으로 검거인원이 급감했다. 2014년 7월 기준 검거인원은 150명으로 전년에 비해 최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1년 475명이었던 검거인원은 2012년 283명, 2013년 118명으로 크게 줄었다. 2014년 7월 현재 검거인원은 24명에 불과하다.

일부 반등 기미를 보인 도시도 있다. 대구의 경우는 2012년 287명에서 2013년 142명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올 상반기 81명을 검거했다. 인천도 2012년 306명에서 2013년 112명으로 추락했다가 올 들어 반년 만에 93명을 검거하면서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입건하자마자 혐의 불충분으로 풀어준다면 눈가리고 아웅식의 생색내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불과 10여년 전 조폭은 남자다움과 의리의 상징으로 묘사됐다. TV 등 매체의 힘이었다. 한때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은 많은 청소년의 롤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조폭은 어디까지나 '깡패'였다.

시대가 바뀌었고 이젠 조폭이라고 여기저기 떠벌릴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조폭들은 음습한 지하로 숨어 들었다. 횟칼 대신 돈으로 무장한 그들은 합법을 가장해 배를 불리고 있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늘 조폭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당국의 수사 의지가 약한 것일까. 아니면 법망을 피해가는 그들의 지능이 유별난 것일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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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