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정직한 목수 김영진

"100년 써도 튼튼한 가구 만들죠"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A/S를 가기 싫어서 가구를 튼튼하게 만드는 목수가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시작했지만 어느덧 입소문이 나면서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다. 지금 건물 지하실에 공방이 생겼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비닐하우스든 지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그런데 이 남자, 나무만 잡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쉬는 날에도 머릿속에 도면을 그린다. "기계가 못 만드는 건 있어도 사람이 못 만드는 건 없다"는 말에서 강인한 목수의 자부심을 느꼈다. 목수 김영진씨와의 만남은 톱밥 수북한 공방에서 이뤄졌다. 그의 정직한 땀을 톱밥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자가 있으면 안 돼요." 목수 김영진씨는 인터뷰 내내 '하자'라는 말을 많이 썼다. 그는 가구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망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조금만 써도 뒤틀리거나 갈라지는 가구는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다. 과도한 장식도 사양이다. "필요한 구조만 남기고 깔끔한 형태를 만드는 것이 가구하는 사람의 자부심"이라고 했다.

깔끔한 가구

우람한 겉모습과 달리 김씨는 매우 섬세한 작업을 한다. 튼튼한 가구를 위해 100% 짜임 기법을 쓴다. 피스나 너트, 볼트는 사용하지 않는다. 손은 훨씬 많이 가지만 어떤 외부 환경에도 변형이 오지 않는 장점이 있다. 100년 후에도 쓸 수 있는 '명품가구'는 이렇게 탄생한다.

김씨는 명품, 장인 등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냥 가구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작업 속도도 느리다고 했다.


대신 하자가 날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손님이 원하는 가구 형태를 말하면 김씨는 3D작업으로 이미지를 제시한다. 모든 작업 상황을 의뢰인과 공유하고, 사용된 원목의 특성을 일일이 설명한다.

마음에 들 때까지 다듬고 또 다듬어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가구를 고객에게 전달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대략 1∼2달 정도가 소요된다.

김씨는 고객에게 가구를 전달할 때보다 자신이 생각한 결과물이 나왔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몇몇 지인들은 "아무도 안 보는 곳까지 왜 '오일'을 바르느냐"고 충고하기도 했다. 고생하는 김씨가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무결이 살아나면서 도드라지는 그 희열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가구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과거 전시에서 김씨는 "가구는 쓰는 사람에 맞게 만들어져야 하고 각각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며 오브제 자체로서의 의미 또한 존재한다. 따라서 동일하게 만들어진 가구는 특정 개인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형화된 가구보다는 '맞춤가구'를 선호하는 이유다.

실제로 목재가 쓰이는 가구는 최종적으로 사람 손을 거친다. 김씨는 "대부분의 가구가 자동화될 수 없다"고 했다. 나무를 자를 때 기계를 사용하더라도 조립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각각의 가구는 복제가 안 되는 진본이다. 의자만 해도 단 0.5도의 미세한 차이로 사람이 앉았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장식은 NO!…필요한 구조만 고집
100% 짜임 기법으로 섬세한 작업

김씨는 가구를 만들 때 구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잘 만든 의자는 쿠션 없이도 쓰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가장 안락한 의자를 만들기 위해 높이와 비율, 각도를 계산하고 최고급 자재를 조합한다.


표준화된 의자에는 이런 사람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 김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거형태에 맞춰 가구를 쓰는 경향이 있는데 사방탁자처럼 좀 더 좋은 구조의 가구를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월이 지나면 직선 형태였던 가구도 부드러운 곡선이 된다. 쓰는 사람의 사용방식과 성품에 따라 함께 늙어가는 까닭이다.

마찬가지로 김씨가 만드는 가구는 그의 넉넉한 성품을 닮았다. 많은 제작자가 수납가구 벽면에 값싼 오동나무를 쓸 때 김씨는 비치(Beech) 원목을 고집했다고 한다. 비치 원목이 더 오래가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오래가는 가구

김씨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다가 가구디자인으로 편입했다. 친척을 만나 미국에 머물던 시기, 목수란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디자인을 말로 하는 것보다는 제품이 될 수 있는 가구를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김씨다. 이후 그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기계 소리를 알아듣게 됐고, 나무를 어르고 달래는 기술을 익혔다.

김씨는 목수를 천직으로 여겼다. 딱 죽기 5년 전까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김씨는 틈틈이 우리 전통가구를 실용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내놓고 있다. 다리 모양이나 장식 하나에도 의미가 있는 조선 가구가 놀랍다.

앞으로도 김씨는 그의 표현대로 '미친 듯이' 가구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남긴 가구를 보며 100년 뒤의 미래세대는 '지금의 목수'를 기억할 것이다.

 

<angeli@ilyosisa.co.kr>

 

[김영진 목수는?]

▲협성대 가구디자인 졸업
▲협성대 환경 가구디자인 석사
▲2008 경기가구 우수디자인 공모전 입선
▲킨텍스 가구전시 4회, 독일 imm 쾰른 전시
▲한국 가구디자인 협회 회원
▲Patrick 목공소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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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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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