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군대 안 간 고위공직자와 자녀들

뭣이라, 군대 갔다 와야 성공한다고?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윤 일병 사망사건의 여파로 군 복무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입대할 나이의 아들을 둔 부모들은 입영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징병제를 채택해 '국민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똑같이 병역을 이행하도록 해왔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른바 '사회고위층'이라고 불리는 집단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병역을 기피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요시사>는 최근 잇따른 군 관련 사망사건들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들의 병역사항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없이 오직 '백성'에게만 병역을 강요해 온 역사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힘이 없어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는, 그래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절규가 이어졌다. 병무청 게시판에는 "우리 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글이 가득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군대는 무조건 가야 하는 곳이었다. "군대를 갔다 와야 성공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힘 있는 사람들에게 군대는 피해야 하고, 또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일요시사>는 최근 잇따른 군 관련 사망사건들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들의 병역이행 실태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먼저 박근혜정부 들어 임명된 17개 부처 전·현직 장관 및 그 아들(직계비속)들의 병역 사항은 다음과 같다.

아픈 아버지
미국인 아들

지난 6월 사퇴한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974년 11월 육군에 입대해 1976년 1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인사청문회(이하 청문회) 과정에서 현 전 장관은 "당시 결핵성 골수염을 앓아 보충역 판정을 받고 방위로 근무했다"고 밝혔다.

현 전 장관의 장남 현모씨는 1984년 미국에서 출생했다. 이중국적자(미국·한국)였던 그는 2004년 10월 육군으로 입대해 2006년 12월 복무만료(이병) 됐다. 현씨는 산업기능요원 보충역으로 복무했다. 소집해제 후 현씨는 당시 국적법에 따라 2008년 12월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서류상으로 미국인이었던 현씨는 2012년 1월이 돼서야 한국 국적 재취득을 신청했다.


현 전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979년 3월 육군으로 입대해 1980년 4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당시 최 부총리는 한국은행 외환관리부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 부총리의 아들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지난 2005년 병역을 면제(5급)받은 것으로 기록돼있다. 이와 관련 최 부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자신 및 아들의 병역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최 부총리의 아들은 삼성그룹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남수 전 교육부장관은 1975년 3월 공군에 입대해 1976년 3월 복무만료(일병) 됐다. 서 전 장관은 1972년과 1973년 모두 2차례에 걸쳐 징병검사를 연기했다. 이후 그는 색맹과 턱관절 장애를 이유로 1974년 보충역 대상인 3을종(현재 4급) 판정을 받았다.

보충역을 마친 그는 1979년 교육부 사무관으로 임용됐다. 그런데 당시 신체검사에서 시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징병검사 기록(양쪽 0.5)과 공무원 인사기록(양쪽 1.2이상)에 담긴 시력은 서로 달랐다. 청문회 과정에서 서 전 장관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서 전 장관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눈이 피곤하면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답했다.

지난 8일 취임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971년 3월 해군에 입대해 1974년 1월 만기제대(대위) 했다. 황 장관은 당시 군법무관으로 병역을 이행했다. 그러나 황 장관의 아들은 2009년 척추질환으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청문회 과정에서 특혜 복무 등 관련한 의혹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의혹을 일축했다. 황 장관은 "아들이 미국 영주권자라서 병역의무가 면제인데 아버지를 생각해 입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15개 부처에서도 병역이행과 관련한 개운치 않은 전·현직 장관이 눈에 띄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1979년 4월 육군에 입대해 1980년 5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윤 장관은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징병검사에서 현역 입영대상인 1을종(현재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외무고시 합격 후 허리디스크를 이유로 3을종 판정을 받았다.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어린 시절 앓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병역 의무가 면제됐다. 그는 1976년 징병검사에서 근육위축, 하지단축 등의 진단을 받았다. 1989년생인 장남은 지난 2008년 징병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고 현역 입영대상으로 분류됐다. 앞서 그는 학업을 이유로 입영을 한 차례 연기했다.


배운 사람들
특례도 다양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폐결핵으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그는 1975년 징병검사를 연기한 뒤 1977년 최초 징병검사에서 무종(폐결핵 증상) 판정을 받았다. 1978년과 1979년 이어진 재검(재신체검사)에서도 같은 판정이 나왔다. 이 장관은 1980년 병역이 면제됐다.

청문회에서 이 장관은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이 장관은 "대학을 졸업하고 (치료를 위해) 고향인 경북 의성으로 갔었는데 집안일을 거들어 완치가 안 됐었다"고 해명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진영 새누리당 의원은 1977년 12월 육군에 입대해 1980년 9월 만기제대(대위)했다. 그의 장남 역시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만기제대(병장) 했다.

반면 후임인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1981년 11월 육군에 입대해 1982년 12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문 장관이 보충역 판정을 받은 이유는 근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1976년 5월 공군에 입대해 1977년 6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이 장관의 아들은 2003년 11월 1급 판정을 받고 현역 입영대상으로 분류됐다. 그렇지만 입영을 다섯 차례 연기한 끝에 2012년 2월 법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됐다. 법무사관후보생은 사법연수원·로스쿨 등에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사람을 병적에 편입해 판사 등의 자격을 취득할 때까지 입대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사회고위층 모든 수단 동원해 병역 기피
17개 부처장관 중 면제 3명·보충역 5명

최문기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1976년 3월 육군에 입대, 1981년 3월 복무만료(이병) 됐다. 당시 한국과학원(카이스트의 전신) 학생이었던 최 전 장관은 '병역의무의특례규제에관한법률'에 따라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대체했다.

최 전 장관은 1974년 서울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 산업공학과에서 1976년까지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런데 대학원을 졸업한 최 전 장관은 같은 해 한국과학원에서 동일전공으로 또 다시 석사에 도전했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청문회 과정에서 "같은 학위를 두 번이나 취득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한국과학원 학생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를 받기 위한 편법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후임인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도 병역특례를 받았다. 그는 1977년 3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군 복무를 시작해 1984년 12월 복무만료(이병) 됐다. 같은 기간 최 장관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국립정보통신대학교에서 전산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유학기간은 1979년 9월부터 1984년 6월까지로 특례 기간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셈이다.

그의 아들 역시 2009년 7월 입대해 2012년 7월 복무만료(이병) 됐는데 아버지와 비슷한 특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특례나 질병 없이 건강한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장관들은 없을까.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1977년 육군으로 입대해 1980년 만기제대(병장) 했다. 윤 장관의 아들도 육군병장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최근 신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지명된 김종덕 후보자는 1977년 11월 육군으로 입대해 1980년 8월 만기제대(병장) 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1980년 6월 해군으로 입대해 1983년 6월 전역(중위)했다.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장관 경우, 육군하사로 만기 전역했다. 이기권 현 고용노동부장관은 육군 중위로 3년간의 군 생활을 했다.

지금은 인천시장이 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장관은 1981년부터 1984년까지 국방의 의무를 이행했다. 전역 계급은 육군중위다. 후임인 정종섭 현 안전행정부장관은 육군대위로 전역했다. 입대일은 1985년 4월, 전역일은 1989년 1월이다.

류길재 통일부장관도 육군병장으로 1982년 12월 만기제대 했다. 국방부는 육군대장 출신인 한민구 전 합참의장이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얼마 전 취임한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의 경우는 여성으로 병역의무 대상자가 아니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1979년 8월 공군으로 입대해 1983년 3월 전역(중위)했다. 본인의 군 복무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청문회 과정에서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장남 윤모씨는 지난 2005년 징병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윤씨는 학업 및 자격시험 응시 등을 이유로 입영을 수차례 연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치르기로 한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1977년 예정된 징병검사를 연기했고 1980년 7월 '만성담마진'이라는 피부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만성담마진은 두드러기가 지속되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청문회에서 황 장관은 "경위야 어찌됐든 병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마음의 빚으로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절반은 1년 내 증상이 호전되고, 5년 내에는 90% 가까이 치료돼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정부 17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 장관을 제외하고 황 장관처럼 병역이 면제된 장관은 모두 3명(18.75%)이다. 보충역 등 대체복무한 장관은 5명(31.25%)이다. 2000년 이후 징병검사를 받은 일반인을 기준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비율은 약 5∼7%로 알려져 있다.

또 직계비속과 관련한 병역기록을 제출한 장관은 12명이다. 이 중 6명은 만기제대 했고, 3명은 입대를 연기했으며, 2명은 공익근무 등 대체복무, 1명은 면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다른 고위공직자 및 직계비속의 병역이행 실태는 어떨까. 장관이 병역을 면제받은 법무부부터 살펴봤다. 김현웅 법무부차관은 육군중위로 군복무를 마쳤다. 그러나 아들은 지난 2009년 질병을 이유로 면제됐다.

현역 찾기가
이렇게 힘드네

김진태 검찰총장은 1975년 5월 육군으로 입대해 1977년 6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김 총장은 당시 시력 등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의 장남은 지난 2005년 3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2009년 '사구체신염'이란 질병을 이유로 면제됐다. 청문회에서 김 총장은 "아들이 카투사에 지원하는 등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었다"고 해명했다.

또 검찰 내부 서열 2위로 알려진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1982년 병역이 면제됐다. 면제 사유는 근시였다. 최근 경찰청장에 내정된 강신명 후보자는 육군병장으로 1988년 만기제대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2013년 5월 징병검사에서 공익근무요원 소집대상으로 확정됐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은 어떨까. 이병기 국정원장은 1975년 5월 육군에 입대해 같은 해 12월 전역(이병)했다. 전역 사유는 가사사정이었다. 6개월 방위로 복무했던 이 원장은 2대 독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기범 국정원 1차장과 김규석 3차장은 각각 아들이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차장의 장남은 2011년 9월 육군으로 입대해 2013년 8월 소집해제(이병) 됐다. 김 차장의 장남은 2012년 9월부터 최근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활동했다.

사정기관의 한 축인 감사원도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1975년 4월 징병검사에서 현역 입영대상인 2을종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1977년 8월 재검을 통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면제 사유는 근시였다.

5대 권력기관장 도마에
정권 실세들도 유야무야

오는 18일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1986년 7월부터 1989년 3월까지 공군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군무이탈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도 병역과 관련해서는 떳떳하지 않았다. 당 최고지도부인 당대표와 원내대표만 임의로 확인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974년 4월 육군으로 입대해 1975년 6월 소집해제(이병) 됐다. 김 대표의 병역 이행과 관련해서는 여러 경로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76년 5월 육군으로 입대해 1977년 4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단기 사병으로 복무한 셈이다. 이 대표의 차남은 2000년 징병검사에서 3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2006년 불안정성 무릎관절을 이유로 면제 조치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당 대표가 공석이며, 박영선 원내대표의 경우 여성으로 병역이행 대상자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청와대 사람들의 병역이행 실태를 살펴봤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육군병장으로 제대했다. 하지만 장남 정모씨는 허리디스크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정씨는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재직 중이다.

군대 안 가고
사회서 승승장구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해군대위로 전역했다. 그렇지만 그의 장남은 1997년 수핵탈출증 수술을 이유로 면제됐다. 박흥렬 경호실장의 경우는 차남이 면제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당시 아들의 병세가 위중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9명으로 구성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에서는 5명의 병역기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윤두현 홍보수석, 김영한 민정수석, 송광용 교육문화수석은 확인할 수 없었다. 여성인 조윤선 정무수석은 제외했다.

남은 5명 가운데 2명의 군 면제자가 확인됐다. 윤창번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1974년 근시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최원영 고용복지수석도 1978년 척추회백질염을 이유로 면제됐다.

보충역은 1명이었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1981년 6월 육군으로 입대해 1982년 6월 소집해제(일병) 됐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의 장남 유모씨는 2003년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지난해 병역기피 의혹이 일기도 했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병역기록도 살폈다. 이 중 안 비서관은 1986년 8월 해군에 입대해 1988년 12월 만기제대(병장) 했다. 남은 둘은 병장으로 제대하지 못했다. 이 비서관은 1992년 5월 육군으로 입대해 1999년 2월 복무만료(이병) 됐다. 정 비서관은 1991년 4월 육군으로 입대해 1992년 10월 소집해제(상병) 됐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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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