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알면 넘어갈' 군내 가혹행위 백태

무시무시한 후임병 괴롭히기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윤 일병 사망사건의 충격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국방부를 비롯한 군 당국은 사건을 은폐하려다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스물셋 윤모 일병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구타로 끝내 숨졌다. 가해자 이모(26) 병장 등 병사 4명은 상식을 초월한 괴롭힘으로 윤 일병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사건의 진상 규명과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또 다른 윤 일병을 '폭력'이라는 악마로부터 구하는 일이다. 24시간 365일 폐쇄된 그곳에서는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인격 살인'이 자행되고 있다. 같은 인간임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범죄 행위가 선량한 병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직업군인을 아버지로 둔 한 언론계 관계자는 "과거 아버지가 근무했던 부대 인근에서 사람이 죽은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병사를 창고에 가뒀고, 창고 안에서 병사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굶어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했다.

섬뜩한 얘기였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증거는 남아 있지 않았다. 부대 지휘관이 사체를 포함한 현장 증거를 없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군대에서 죽으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가 쉽지 않았다. 현장 보존은 엉망이었고, 수사권이 있는 군 간부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는데 급급했다.

위 사건으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군 복무 중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병사는 많이 줄었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유족들을 중심으로 군 의문사 의혹을 제기하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

착각이었다. 군내 가혹행위는 창군 이래 근절된 적 없었다. 3일에 한 번 꼴로 병사가 죽어나갔다. 그들의 억울한 죽음은 '군대 부적응'이라는 핑계로 은폐됐다.

윤 일병 사망사건의 충격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도 군 당국은 평소처럼 사건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윤 일병의 시신은 가혹행위를 은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온몸에 멍이 들고 고문을 당한 것처럼 흉터가 진했다. 실제로 윤 일병은 가해자 이모 병장 등 동료 병사들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지금도 군대 어디에선가는 또 다른 윤 일병이 도움을 청하고 있다. 선임병들의 구타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발생한다. 대체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동료를 괴롭히는 것일까. 잔인한 가혹행위를 군 인권센터가 발표한 사례와 일부 수사 기록, 전역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벌레 먹이기]

지난 2011년 7월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있는 해병대 2사단 해안 소초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 김모 상병은 따돌림 등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공범 정모 이병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질려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면 아래 있던 해병대의 가혹행위가 드러났다. 사건 직후 군인권센터는 군내 가혹행위 및 인권침해에 대한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해병대 병영생활 사례 요약' 사례 4-1을 보면 "먹어봐, 먹어봐" 하며 벌레 억지로 먹였다고 쓰여 있다. 한 해병대 전역자는 "지렁이나 개구리를 삼켰다가 뱉은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후임병의 충성도를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며, 명백한 가혹행위다.

육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강원도 양양에 있는 한 부대에서 선임병이 경계근무 중 후임병에게 벌레를 먹으라며 강요했다는 증언이다. 후임병이 이를 거부하자 선임병은 벌레를 전투복 속에 넣고 "가만히 있으라"며 협박했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최전방 GP에서는 한 병사가 후임병의 입을 벌린 뒤 풍뎅이를 먹으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기바리]

김치를 담는 커다란 '락앤락'에 담긴 '짜파게티'를 토할 때까지 억지로 먹이는 가혹행위가 있다. 일명 '악기바리'라고 하는데 먹다 목이 메기 쉬운 샌드류의 과자나 입천장이 잘 까지는 '맛동산류'의 과자, 퉁퉁 분 유탕면류가 주된 음식이라고 군인권센터는 밝혔다.

최근 들어 악기바리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일부 부대에서는 아직 신병이 들어오면 PX를 데리고 간 뒤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라"고 하고, 신병이 고른 음식을 토할 때까지 먹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형사사건 기록을 참고하면 식사 직후 야식을 과다 섭취하도록 한 뒤 주먹으로 배를 수차례 때려 구토하게 한 선임병, 라면을 끓여 국물과 면을 남김없이 먹게 하고 25차례 폭행한 선임병이 확인된다.

또 '생선뼈까지 먹기' '바닷물 마시기' 등을 경험한 병사도 있다.

[불로 지지기]

한 선임병이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살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후임병의 엉덩이를 지진 일이 있었다. 동일 사건은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불을 이용한 가혹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A씨(당시 이병)는 선임병으로부터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머리카락에 불을 붙여야 했다. 당시 A씨는 헌병 조사에서 "선임병이 라이터를 이용해 머리카락을 태웠다"고 진술했다. 해당 선임병은 전출 조치됐다.

또 '인내력을 시험한다'는 구실로 혀를 이용해 담뱃불을 끄게 하는 행위, 피다 남은 담배로 손등이나 손바닥, 배 등을 지지는 행위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인권센터는 '해병대 병영생활 사례 요약' 사례 19에서 "화염 방사기처럼 에프킬라 뿌리고 라이터로 불붙이면 후임병은 벽에 매미처럼 붙어 피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부대에서는 "성기를 태워버리겠다"며 바지 지퍼 부분에 에프킬라를 뿌리고 불을 붙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토바이]


선임병이 보는 앞에서 "성경험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자위행위를 강요당한 병사들이 있다. 한 육군 병장은 소속 생활관(당시 내무실)에서 후임병을 눕혀 움직이지 못하도록 누르고 옷 위로 성기를 2∼3분가량 만졌다. 이어 모두 7차례에 걸쳐 일병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30분~2시간가량 만지거나 흔들어 사정을 유도했다.

또 다른 부대에서는 병사 3명이 6개월 간 육군 이병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이병의 양쪽 다리를 잡은 뒤 발바닥으로 성기를 문지르는 일명 '오토바이' 고문을 가했다.

익명의 전역자는 "속된 말로 꼬인 군번이었는데 선임들이 샤워실에서 자위를 강요하고, 샤워기 호스를 이용해 성기를 자극하는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판결문을 보면 후임병이 자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선임들로부터 집단 조롱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변기 핥기]

지난 7일 해병대에서는 선임병이 전입 신병에게 소변기를 핥게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소속 전모 일병은 저녁점호 청소 때 소변기 상단에 물기가 있다는 이유로 부대에 전입한지 2개월 된 B 이병에게 변기를 핥도록 강요했다.

과거부터 청소와 관련한 가혹행위는 다수 부대에 존재했다. 이등병만 걸레를 빨도록 돼있기 때문에 걸레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이를 이등병에게 먹이는 식이다. 단지 '간부가 보기에 깨끗하지 않다'는 이유로 유사 가혹행위는 대물림되고 있다. 때문에 변기를 핥게 하는 행위도 군 조직 특유의 청소에 대한 강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부대에서는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박게 한 뒤 물을 내리는 악습이 최근까지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일병 사망 여파로 피해 사례 속속 드러나
벌레 먹이고 불로 지지고 '악마 선임들'
주먹·발폭행 기본…전기·물고문 다양
자위행위 강요에 성기삽입까지  

[호흡 방해]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피해자 C씨(당시 이병)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2012년 육군 6사단 의무중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해당 부대 선임병들은 군 생활 적응이 더디다는 이유로 C씨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다.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선임병들은 혈압을 재는 측정기를 C씨 목에 넣고,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바람을 넣는 일명 '풍선 놀이'를 즐겼다.

또 다른 부대에서는 후임병에게 방독면을 억지로 씌운 뒤 호흡이 가능한 구멍을 손으로 막은 선임병이 적발됐다. 이 선임병은 수사 과정에서 후임병의 발을 라이터로 지지는 등의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부터 병사가 훈련 외 용도로 방독면을 쓰면 가혹행위로 의심받았다. 후임병에게 방독면을 씌운 뒤 특정 자세를 잡게 하고 주먹이나 팔꿈치 등으로 구타한 선임병도 있었다. 피해를 당한 후임병은 방독면 안에서 구토를 할 때까지 폭행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 미싱]

의경 출신인 D씨는 휴식시간 중 컴퓨터를 이용했다가 '사수'로부터 수십차례 폭행 당했다. 온라인 메신저로 자신의 의경생활을 알린 사실이 탄로 났기 때문이다. 선임은 D씨의 멱살을 잡고 화장실로 끌고 가 주먹과 발 등을 이용해 사정없이 때렸다. 이어 미싱을 하도록 지시했다. 의경에서 미싱은 가혹행위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법은 이렇다. 치약을 뿌린 수건을 양손으로 잡는다. 수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의 몸도 최대한 바닥에 밀착시킨다. 얼핏 무릎 꿇은 자세와 비슷하지만 손목을 제외하고 쭈그린 상태로 몸을 일정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근육에 상당한 무리가 간다. 치약이 달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닦는데 물은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치약 박기]

군용 치약 뚜껑에 머리를 박는 체벌은 공포의 대상이다. 때로는 반합뚜껑이나 야삽자루가 같은 용도로 이용된다. 온 체중이 치약뚜껑에 쏠리다 보니 이마가 움푹 패는 외상을 입기 일쑤다. 미끄러질 경우에는 이마가 찢어지기도 한다.

C씨는 수술 외과용 칼을 복부 밑에 놓고 머리박기를 했다. 쓰러질 경우 칼이 배를 뚫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선임들은 수술 외과용 가위 모서리에 이마를 박도록 했다.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지면 군화발로 짓밟았다.

[전기 고문]

지난 2006년 공군에서는 선임병 2명이 신병에게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개그맨 흉내를 내도록 신병에게 강요한 뒤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전기고문을 가했다. 전기가 흐르는 전선을 신체에 대고 1.5ℓ의 물을 들이붓기도 했다. 피해를 입은 사병은 손등이 감전돼 치료를 받았다.

최근 통신병 출신이라고 밝힌 한 예비역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목이나 복부 등에 감은 뒤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성폭행]

2000년대 군생활을 했던 한 예비역은 샤워 도중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고 했다. 한 선임병이 자신의 항문을 만지며 성기 삽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인권센터가 작성한 '군대내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기 삽입 시도 또는 성기 삽입'을 목격한 병사는 19명이었다. 이밖에도 한해 373건의 성범죄가 목격됐다. 하루에 한 명꼴로 성범죄 피해자가 생겨났던 셈이다.

한 선임병은 후임병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빨아보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가 전출됐다. 선임이 후임의 가슴을 만지거나 엉덩이를 밀착시키고 성행위를 흉내 낸 사례도 있었다.

[팬티 근무]

이밖에도 한여름 팬티바람으로 야외에 내몰아 모기에 물리도록 하는 행위, 한겨울 수통 등에 있는 물을 뿌리는 행위 등이 가혹행위로 꼽혔다. 또 근무 중인 후임병을 표적으로 대검을 던지는 행위나 소총을 이용해 목을 가격하는 행위 등도 전역자가 기억하는 가혹행위로 전해졌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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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