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알면 넘어갈' 군내 가혹행위 백태

무시무시한 후임병 괴롭히기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윤 일병 사망사건의 충격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국방부를 비롯한 군 당국은 사건을 은폐하려다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스물셋 윤모 일병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구타로 끝내 숨졌다. 가해자 이모(26) 병장 등 병사 4명은 상식을 초월한 괴롭힘으로 윤 일병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사건의 진상 규명과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또 다른 윤 일병을 '폭력'이라는 악마로부터 구하는 일이다. 24시간 365일 폐쇄된 그곳에서는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인격 살인'이 자행되고 있다. 같은 인간임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범죄 행위가 선량한 병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직업군인을 아버지로 둔 한 언론계 관계자는 "과거 아버지가 근무했던 부대 인근에서 사람이 죽은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병사를 창고에 가뒀고, 창고 안에서 병사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굶어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했다.

섬뜩한 얘기였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증거는 남아 있지 않았다. 부대 지휘관이 사체를 포함한 현장 증거를 없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군대에서 죽으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가 쉽지 않았다. 현장 보존은 엉망이었고, 수사권이 있는 군 간부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는데 급급했다.

위 사건으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군 복무 중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병사는 많이 줄었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유족들을 중심으로 군 의문사 의혹을 제기하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

착각이었다. 군내 가혹행위는 창군 이래 근절된 적 없었다. 3일에 한 번 꼴로 병사가 죽어나갔다. 그들의 억울한 죽음은 '군대 부적응'이라는 핑계로 은폐됐다.

윤 일병 사망사건의 충격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도 군 당국은 평소처럼 사건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윤 일병의 시신은 가혹행위를 은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온몸에 멍이 들고 고문을 당한 것처럼 흉터가 진했다. 실제로 윤 일병은 가해자 이모 병장 등 동료 병사들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지금도 군대 어디에선가는 또 다른 윤 일병이 도움을 청하고 있다. 선임병들의 구타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발생한다. 대체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동료를 괴롭히는 것일까. 잔인한 가혹행위를 군 인권센터가 발표한 사례와 일부 수사 기록, 전역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벌레 먹이기]

지난 2011년 7월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있는 해병대 2사단 해안 소초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 김모 상병은 따돌림 등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공범 정모 이병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질려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면 아래 있던 해병대의 가혹행위가 드러났다. 사건 직후 군인권센터는 군내 가혹행위 및 인권침해에 대한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해병대 병영생활 사례 요약' 사례 4-1을 보면 "먹어봐, 먹어봐" 하며 벌레 억지로 먹였다고 쓰여 있다. 한 해병대 전역자는 "지렁이나 개구리를 삼켰다가 뱉은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후임병의 충성도를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며, 명백한 가혹행위다.

육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강원도 양양에 있는 한 부대에서 선임병이 경계근무 중 후임병에게 벌레를 먹으라며 강요했다는 증언이다. 후임병이 이를 거부하자 선임병은 벌레를 전투복 속에 넣고 "가만히 있으라"며 협박했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최전방 GP에서는 한 병사가 후임병의 입을 벌린 뒤 풍뎅이를 먹으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기바리]

김치를 담는 커다란 '락앤락'에 담긴 '짜파게티'를 토할 때까지 억지로 먹이는 가혹행위가 있다. 일명 '악기바리'라고 하는데 먹다 목이 메기 쉬운 샌드류의 과자나 입천장이 잘 까지는 '맛동산류'의 과자, 퉁퉁 분 유탕면류가 주된 음식이라고 군인권센터는 밝혔다.

최근 들어 악기바리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일부 부대에서는 아직 신병이 들어오면 PX를 데리고 간 뒤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라"고 하고, 신병이 고른 음식을 토할 때까지 먹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형사사건 기록을 참고하면 식사 직후 야식을 과다 섭취하도록 한 뒤 주먹으로 배를 수차례 때려 구토하게 한 선임병, 라면을 끓여 국물과 면을 남김없이 먹게 하고 25차례 폭행한 선임병이 확인된다.

또 '생선뼈까지 먹기' '바닷물 마시기' 등을 경험한 병사도 있다.

[불로 지지기]

한 선임병이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살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후임병의 엉덩이를 지진 일이 있었다. 동일 사건은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불을 이용한 가혹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A씨(당시 이병)는 선임병으로부터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머리카락에 불을 붙여야 했다. 당시 A씨는 헌병 조사에서 "선임병이 라이터를 이용해 머리카락을 태웠다"고 진술했다. 해당 선임병은 전출 조치됐다.

또 '인내력을 시험한다'는 구실로 혀를 이용해 담뱃불을 끄게 하는 행위, 피다 남은 담배로 손등이나 손바닥, 배 등을 지지는 행위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인권센터는 '해병대 병영생활 사례 요약' 사례 19에서 "화염 방사기처럼 에프킬라 뿌리고 라이터로 불붙이면 후임병은 벽에 매미처럼 붙어 피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부대에서는 "성기를 태워버리겠다"며 바지 지퍼 부분에 에프킬라를 뿌리고 불을 붙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토바이]


선임병이 보는 앞에서 "성경험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자위행위를 강요당한 병사들이 있다. 한 육군 병장은 소속 생활관(당시 내무실)에서 후임병을 눕혀 움직이지 못하도록 누르고 옷 위로 성기를 2∼3분가량 만졌다. 이어 모두 7차례에 걸쳐 일병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30분~2시간가량 만지거나 흔들어 사정을 유도했다.

또 다른 부대에서는 병사 3명이 6개월 간 육군 이병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이병의 양쪽 다리를 잡은 뒤 발바닥으로 성기를 문지르는 일명 '오토바이' 고문을 가했다.

익명의 전역자는 "속된 말로 꼬인 군번이었는데 선임들이 샤워실에서 자위를 강요하고, 샤워기 호스를 이용해 성기를 자극하는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판결문을 보면 후임병이 자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선임들로부터 집단 조롱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변기 핥기]

지난 7일 해병대에서는 선임병이 전입 신병에게 소변기를 핥게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소속 전모 일병은 저녁점호 청소 때 소변기 상단에 물기가 있다는 이유로 부대에 전입한지 2개월 된 B 이병에게 변기를 핥도록 강요했다.

과거부터 청소와 관련한 가혹행위는 다수 부대에 존재했다. 이등병만 걸레를 빨도록 돼있기 때문에 걸레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이를 이등병에게 먹이는 식이다. 단지 '간부가 보기에 깨끗하지 않다'는 이유로 유사 가혹행위는 대물림되고 있다. 때문에 변기를 핥게 하는 행위도 군 조직 특유의 청소에 대한 강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부대에서는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박게 한 뒤 물을 내리는 악습이 최근까지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일병 사망 여파로 피해 사례 속속 드러나
벌레 먹이고 불로 지지고 '악마 선임들'
주먹·발폭행 기본…전기·물고문 다양
자위행위 강요에 성기삽입까지  

[호흡 방해]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피해자 C씨(당시 이병)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2012년 육군 6사단 의무중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해당 부대 선임병들은 군 생활 적응이 더디다는 이유로 C씨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다.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선임병들은 혈압을 재는 측정기를 C씨 목에 넣고,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바람을 넣는 일명 '풍선 놀이'를 즐겼다.

또 다른 부대에서는 후임병에게 방독면을 억지로 씌운 뒤 호흡이 가능한 구멍을 손으로 막은 선임병이 적발됐다. 이 선임병은 수사 과정에서 후임병의 발을 라이터로 지지는 등의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부터 병사가 훈련 외 용도로 방독면을 쓰면 가혹행위로 의심받았다. 후임병에게 방독면을 씌운 뒤 특정 자세를 잡게 하고 주먹이나 팔꿈치 등으로 구타한 선임병도 있었다. 피해를 당한 후임병은 방독면 안에서 구토를 할 때까지 폭행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 미싱]

의경 출신인 D씨는 휴식시간 중 컴퓨터를 이용했다가 '사수'로부터 수십차례 폭행 당했다. 온라인 메신저로 자신의 의경생활을 알린 사실이 탄로 났기 때문이다. 선임은 D씨의 멱살을 잡고 화장실로 끌고 가 주먹과 발 등을 이용해 사정없이 때렸다. 이어 미싱을 하도록 지시했다. 의경에서 미싱은 가혹행위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법은 이렇다. 치약을 뿌린 수건을 양손으로 잡는다. 수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의 몸도 최대한 바닥에 밀착시킨다. 얼핏 무릎 꿇은 자세와 비슷하지만 손목을 제외하고 쭈그린 상태로 몸을 일정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근육에 상당한 무리가 간다. 치약이 달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닦는데 물은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치약 박기]

군용 치약 뚜껑에 머리를 박는 체벌은 공포의 대상이다. 때로는 반합뚜껑이나 야삽자루가 같은 용도로 이용된다. 온 체중이 치약뚜껑에 쏠리다 보니 이마가 움푹 패는 외상을 입기 일쑤다. 미끄러질 경우에는 이마가 찢어지기도 한다.

C씨는 수술 외과용 칼을 복부 밑에 놓고 머리박기를 했다. 쓰러질 경우 칼이 배를 뚫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선임들은 수술 외과용 가위 모서리에 이마를 박도록 했다.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지면 군화발로 짓밟았다.

[전기 고문]

지난 2006년 공군에서는 선임병 2명이 신병에게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개그맨 흉내를 내도록 신병에게 강요한 뒤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전기고문을 가했다. 전기가 흐르는 전선을 신체에 대고 1.5ℓ의 물을 들이붓기도 했다. 피해를 입은 사병은 손등이 감전돼 치료를 받았다.

최근 통신병 출신이라고 밝힌 한 예비역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목이나 복부 등에 감은 뒤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성폭행]

2000년대 군생활을 했던 한 예비역은 샤워 도중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고 했다. 한 선임병이 자신의 항문을 만지며 성기 삽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인권센터가 작성한 '군대내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기 삽입 시도 또는 성기 삽입'을 목격한 병사는 19명이었다. 이밖에도 한해 373건의 성범죄가 목격됐다. 하루에 한 명꼴로 성범죄 피해자가 생겨났던 셈이다.

한 선임병은 후임병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빨아보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가 전출됐다. 선임이 후임의 가슴을 만지거나 엉덩이를 밀착시키고 성행위를 흉내 낸 사례도 있었다.

[팬티 근무]

이밖에도 한여름 팬티바람으로 야외에 내몰아 모기에 물리도록 하는 행위, 한겨울 수통 등에 있는 물을 뿌리는 행위 등이 가혹행위로 꼽혔다. 또 근무 중인 후임병을 표적으로 대검을 던지는 행위나 소총을 이용해 목을 가격하는 행위 등도 전역자가 기억하는 가혹행위로 전해졌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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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