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알면 넘어갈' 군내 가혹행위 백태

무시무시한 후임병 괴롭히기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윤 일병 사망사건의 충격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국방부를 비롯한 군 당국은 사건을 은폐하려다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스물셋 윤모 일병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구타로 끝내 숨졌다. 가해자 이모(26) 병장 등 병사 4명은 상식을 초월한 괴롭힘으로 윤 일병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사건의 진상 규명과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또 다른 윤 일병을 '폭력'이라는 악마로부터 구하는 일이다. 24시간 365일 폐쇄된 그곳에서는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인격 살인'이 자행되고 있다. 같은 인간임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범죄 행위가 선량한 병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직업군인을 아버지로 둔 한 언론계 관계자는 "과거 아버지가 근무했던 부대 인근에서 사람이 죽은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병사를 창고에 가뒀고, 창고 안에서 병사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굶어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했다.

섬뜩한 얘기였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증거는 남아 있지 않았다. 부대 지휘관이 사체를 포함한 현장 증거를 없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군대에서 죽으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가 쉽지 않았다. 현장 보존은 엉망이었고, 수사권이 있는 군 간부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는데 급급했다.

위 사건으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군 복무 중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병사는 많이 줄었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유족들을 중심으로 군 의문사 의혹을 제기하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

착각이었다. 군내 가혹행위는 창군 이래 근절된 적 없었다. 3일에 한 번 꼴로 병사가 죽어나갔다. 그들의 억울한 죽음은 '군대 부적응'이라는 핑계로 은폐됐다.

윤 일병 사망사건의 충격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도 군 당국은 평소처럼 사건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윤 일병의 시신은 가혹행위를 은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온몸에 멍이 들고 고문을 당한 것처럼 흉터가 진했다. 실제로 윤 일병은 가해자 이모 병장 등 동료 병사들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지금도 군대 어디에선가는 또 다른 윤 일병이 도움을 청하고 있다. 선임병들의 구타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발생한다. 대체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동료를 괴롭히는 것일까. 잔인한 가혹행위를 군 인권센터가 발표한 사례와 일부 수사 기록, 전역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벌레 먹이기]

지난 2011년 7월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있는 해병대 2사단 해안 소초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 김모 상병은 따돌림 등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공범 정모 이병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질려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면 아래 있던 해병대의 가혹행위가 드러났다. 사건 직후 군인권센터는 군내 가혹행위 및 인권침해에 대한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해병대 병영생활 사례 요약' 사례 4-1을 보면 "먹어봐, 먹어봐" 하며 벌레 억지로 먹였다고 쓰여 있다. 한 해병대 전역자는 "지렁이나 개구리를 삼켰다가 뱉은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후임병의 충성도를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며, 명백한 가혹행위다.

육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강원도 양양에 있는 한 부대에서 선임병이 경계근무 중 후임병에게 벌레를 먹으라며 강요했다는 증언이다. 후임병이 이를 거부하자 선임병은 벌레를 전투복 속에 넣고 "가만히 있으라"며 협박했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최전방 GP에서는 한 병사가 후임병의 입을 벌린 뒤 풍뎅이를 먹으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기바리]

김치를 담는 커다란 '락앤락'에 담긴 '짜파게티'를 토할 때까지 억지로 먹이는 가혹행위가 있다. 일명 '악기바리'라고 하는데 먹다 목이 메기 쉬운 샌드류의 과자나 입천장이 잘 까지는 '맛동산류'의 과자, 퉁퉁 분 유탕면류가 주된 음식이라고 군인권센터는 밝혔다.

최근 들어 악기바리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일부 부대에서는 아직 신병이 들어오면 PX를 데리고 간 뒤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라"고 하고, 신병이 고른 음식을 토할 때까지 먹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형사사건 기록을 참고하면 식사 직후 야식을 과다 섭취하도록 한 뒤 주먹으로 배를 수차례 때려 구토하게 한 선임병, 라면을 끓여 국물과 면을 남김없이 먹게 하고 25차례 폭행한 선임병이 확인된다.

또 '생선뼈까지 먹기' '바닷물 마시기' 등을 경험한 병사도 있다.

[불로 지지기]

한 선임병이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살이 타는 냄새가 날 때까지 후임병의 엉덩이를 지진 일이 있었다. 동일 사건은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불을 이용한 가혹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A씨(당시 이병)는 선임병으로부터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머리카락에 불을 붙여야 했다. 당시 A씨는 헌병 조사에서 "선임병이 라이터를 이용해 머리카락을 태웠다"고 진술했다. 해당 선임병은 전출 조치됐다.

또 '인내력을 시험한다'는 구실로 혀를 이용해 담뱃불을 끄게 하는 행위, 피다 남은 담배로 손등이나 손바닥, 배 등을 지지는 행위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인권센터는 '해병대 병영생활 사례 요약' 사례 19에서 "화염 방사기처럼 에프킬라 뿌리고 라이터로 불붙이면 후임병은 벽에 매미처럼 붙어 피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부대에서는 "성기를 태워버리겠다"며 바지 지퍼 부분에 에프킬라를 뿌리고 불을 붙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토바이]


선임병이 보는 앞에서 "성경험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자위행위를 강요당한 병사들이 있다. 한 육군 병장은 소속 생활관(당시 내무실)에서 후임병을 눕혀 움직이지 못하도록 누르고 옷 위로 성기를 2∼3분가량 만졌다. 이어 모두 7차례에 걸쳐 일병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30분~2시간가량 만지거나 흔들어 사정을 유도했다.

또 다른 부대에서는 병사 3명이 6개월 간 육군 이병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이병의 양쪽 다리를 잡은 뒤 발바닥으로 성기를 문지르는 일명 '오토바이' 고문을 가했다.

익명의 전역자는 "속된 말로 꼬인 군번이었는데 선임들이 샤워실에서 자위를 강요하고, 샤워기 호스를 이용해 성기를 자극하는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판결문을 보면 후임병이 자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선임들로부터 집단 조롱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변기 핥기]

지난 7일 해병대에서는 선임병이 전입 신병에게 소변기를 핥게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소속 전모 일병은 저녁점호 청소 때 소변기 상단에 물기가 있다는 이유로 부대에 전입한지 2개월 된 B 이병에게 변기를 핥도록 강요했다.

과거부터 청소와 관련한 가혹행위는 다수 부대에 존재했다. 이등병만 걸레를 빨도록 돼있기 때문에 걸레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이를 이등병에게 먹이는 식이다. 단지 '간부가 보기에 깨끗하지 않다'는 이유로 유사 가혹행위는 대물림되고 있다. 때문에 변기를 핥게 하는 행위도 군 조직 특유의 청소에 대한 강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부대에서는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박게 한 뒤 물을 내리는 악습이 최근까지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일병 사망 여파로 피해 사례 속속 드러나
벌레 먹이고 불로 지지고 '악마 선임들'
주먹·발폭행 기본…전기·물고문 다양
자위행위 강요에 성기삽입까지  

[호흡 방해]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피해자 C씨(당시 이병)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2012년 육군 6사단 의무중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해당 부대 선임병들은 군 생활 적응이 더디다는 이유로 C씨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다.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선임병들은 혈압을 재는 측정기를 C씨 목에 넣고,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바람을 넣는 일명 '풍선 놀이'를 즐겼다.

또 다른 부대에서는 후임병에게 방독면을 억지로 씌운 뒤 호흡이 가능한 구멍을 손으로 막은 선임병이 적발됐다. 이 선임병은 수사 과정에서 후임병의 발을 라이터로 지지는 등의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부터 병사가 훈련 외 용도로 방독면을 쓰면 가혹행위로 의심받았다. 후임병에게 방독면을 씌운 뒤 특정 자세를 잡게 하고 주먹이나 팔꿈치 등으로 구타한 선임병도 있었다. 피해를 당한 후임병은 방독면 안에서 구토를 할 때까지 폭행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 미싱]

의경 출신인 D씨는 휴식시간 중 컴퓨터를 이용했다가 '사수'로부터 수십차례 폭행 당했다. 온라인 메신저로 자신의 의경생활을 알린 사실이 탄로 났기 때문이다. 선임은 D씨의 멱살을 잡고 화장실로 끌고 가 주먹과 발 등을 이용해 사정없이 때렸다. 이어 미싱을 하도록 지시했다. 의경에서 미싱은 가혹행위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법은 이렇다. 치약을 뿌린 수건을 양손으로 잡는다. 수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의 몸도 최대한 바닥에 밀착시킨다. 얼핏 무릎 꿇은 자세와 비슷하지만 손목을 제외하고 쭈그린 상태로 몸을 일정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근육에 상당한 무리가 간다. 치약이 달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닦는데 물은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치약 박기]

군용 치약 뚜껑에 머리를 박는 체벌은 공포의 대상이다. 때로는 반합뚜껑이나 야삽자루가 같은 용도로 이용된다. 온 체중이 치약뚜껑에 쏠리다 보니 이마가 움푹 패는 외상을 입기 일쑤다. 미끄러질 경우에는 이마가 찢어지기도 한다.

C씨는 수술 외과용 칼을 복부 밑에 놓고 머리박기를 했다. 쓰러질 경우 칼이 배를 뚫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선임들은 수술 외과용 가위 모서리에 이마를 박도록 했다.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지면 군화발로 짓밟았다.

[전기 고문]

지난 2006년 공군에서는 선임병 2명이 신병에게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개그맨 흉내를 내도록 신병에게 강요한 뒤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전기고문을 가했다. 전기가 흐르는 전선을 신체에 대고 1.5ℓ의 물을 들이붓기도 했다. 피해를 입은 사병은 손등이 감전돼 치료를 받았다.

최근 통신병 출신이라고 밝힌 한 예비역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목이나 복부 등에 감은 뒤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성폭행]

2000년대 군생활을 했던 한 예비역은 샤워 도중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고 했다. 한 선임병이 자신의 항문을 만지며 성기 삽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인권센터가 작성한 '군대내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기 삽입 시도 또는 성기 삽입'을 목격한 병사는 19명이었다. 이밖에도 한해 373건의 성범죄가 목격됐다. 하루에 한 명꼴로 성범죄 피해자가 생겨났던 셈이다.

한 선임병은 후임병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빨아보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가 전출됐다. 선임이 후임의 가슴을 만지거나 엉덩이를 밀착시키고 성행위를 흉내 낸 사례도 있었다.

[팬티 근무]

이밖에도 한여름 팬티바람으로 야외에 내몰아 모기에 물리도록 하는 행위, 한겨울 수통 등에 있는 물을 뿌리는 행위 등이 가혹행위로 꼽혔다. 또 근무 중인 후임병을 표적으로 대검을 던지는 행위나 소총을 이용해 목을 가격하는 행위 등도 전역자가 기억하는 가혹행위로 전해졌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