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올인 '관피아 수사' 중간체크

혼돈의 정국 '게이트'로 돌파한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용두사미로 끝날 것인가. 검찰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수사가 고비를 맞았다. 전국 18개 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던 검찰은 기대했던 '대어'를 낚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철피아' 수사가 정상궤도에 오른 점이 유일한 위안이다. 거물급 고위 관료나 정치인이 연루된 게이트는 아직 터지지 않았다. '권영모 리스트' '박상은 리스트' 등 소문은 많았지만 정권 초 폭발력이 있었던 대기업 수사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로 떨어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반등하지 않고 있다. 침몰한 정국의 키를 쥔 관피아 수사, 진행 상황을 중간 점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은 5월19일이다. 박 대통령은 "수십년간 지속돼 온 고질적인 병폐인 민·관유착 고리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때를 맞춰 관피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민·관유착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통일적인 수사체계를 구축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세월호 타개'
하명받은 검찰

정부가 관피아 카드를 꺼낸 건 이른바 '세월호 정국'과 관련 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공직사회로 돌린 것이다. 내사 없이 기획된 수사라 무리가 따르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왔다. 문제는 이를 직언할 소신 있는 간부가 없었다는 점이다.

하명을 받은 검찰은 전국 18개 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키로 협의했다. 5월21일 관피아 수사와 관련한 '전국 고검 및 지검 검사장 긴급회의'가 열렸다. 1명을 제외한 22명이 전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유일한 검사장이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다.

전국 18개 지검 특수본 구성…척결 사활
특수1부 철피아 속도…대기업 수사 확대


당시 최 전 지검장은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검찰 수뇌부도 최 전 지검장을 찾지 않았다. '윗선'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최 전 지검장. 그러나 그는 두 달 뒤 스스로 옷을 벗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사 실패의 책임을 진 것이다. 최 전 지검장이 물러난 수사팀은 표류하고 있다. 수사관들끼리 주먹 다툼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와 더불어 세월호 정국 타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관피아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 5월 검찰은 관피아 수사에 착수하면서 선박과 철도, 원전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공공인프라 분야의 비리를 최우선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호탄은 몸집이 큰 서울중앙지검이 쏘아 올렸다.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수사를 궤도에 올린 것이다.

철피아 수사
조현룡 덜미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던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의 측근 2명을 체포했다. 검찰은 철도부품 납품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조 의원의 운전기사 위모씨와 지인 김모씨 등 2명을 조사했다고 알렸다. 조 의원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검찰은 조 의원이 이사장을 지내던 시절 위씨 등이 국내 최대 철도궤도 업체인 삼표이앤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삼표이앤씨로부터 "위씨 등을 통해 조 의원에게 억대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금품 수수과정에서 조 의원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추궁하고 있다. 금품을 받은 시기와 액수, 구체적인 경위도 함께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주 내로 조 의원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삼표이앤씨는 철도기술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사전 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를 2011년부터 코레일 등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표이앤씨는 이 PST를 고속철도 건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PST는 서울 지하철 중앙선 등 일부 구간에 시험 부설됐다. 그런데 지난 6월 코레일이 현장 점검을 벌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궤도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안전성 논란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도 책임기관인 철도시설공단(이하 공단)은 문제의 PST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시 공단은 성능검증심의위원회를 열고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렸다. 이에 삼표이앤씨는 호남고속철도 등에 PST 공법을 누차 적용했다.

검찰은 삼표이앤씨 측이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다른 의원들에게도 금품 로비를 벌인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상에는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검찰은 삼표이앤씨로부터 납품 관련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한국철도시설공단 전 감사 성모씨를 구속했다. 성씨는 감사원에서 건설·환경감사국장과 공직감찰본부장(1급)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확인됐다.

철피아 비리로 감사원 공무원 출신이 구속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3일 검찰은 철도납품업체 AVT사 등 관련업체 9곳으로부터 2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감사원 기술직 감사관(4급) 김모씨를 구속기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AVT사가 충청권 출신 여당 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AVT사는 지난해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발각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을 시켜 철도시설공단에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또 다른 철도관련업체인 H사와 관련한 비리 정황도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사에 대해서는 다른 사정기관의 조사가 시작된 상황이다. 전방위로 확대된 철피아 수사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교피아 통피아
성과 이어질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교피아(교육+마피아) 수사에 한창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수사 핵심 인물은 거액의 학교 공금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이하 SAC) 김민성(55) 이사장이다. 지난달 검찰은 김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두 차례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2003년 SAC 설립 이후 10여 년간 등록금 및 국비 지원금 등 학교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이사장을 상대로 횡령 금액의 정확한 액수와 경위, 교육·문화계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 추궁했다. 또 김 이사장이 학교 명의의 건물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매매대금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2년제 학점은행 전문학사과정만 운영되던 SAC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4년제 학사 학위기관으로 승격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이사장은 횡령액 일부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 교육지원국장·교육부 대학정책국장·총리실 부이사관 등을 지낸 관료 출신 학장 A씨가 일종의 로비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학교 운영 과정에서 최모 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등 임원진을 상대로 수억원대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을 확인했다.

평생교육진흥원은 학점은행 운영과 독학학위검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SAC와 같은 학점은행 교육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교육부로부터 위임받고, 인가 취소 등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특수2부 '교피아' 난항…로비규명 관건
요란한 특수3부·4부 ‘통피아’도 답보

검찰은 SAC와 평생교육진흥원의 유착 의혹과 함께 SAC 일부 재학생들이 규정 수업일수를 채우지 않아도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인정받는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평생교육진흥원 성과감사실장 문모(43)씨가 구속됐다. 문씨는 학점은행 운영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SAC로부터 수천만원의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경과상 문씨의 구속은 김 이사장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스타 제조기'로 불리며 연예 매니지먼트 1세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이사장은 KBS 탤런트 출신이다. 1987년 우리나라 연기학원의 효시격인 한국방송문화원을 차린 뒤 1989년 매니지먼트사인 MTM을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렇지만 특수2부는 '이름값'에서 철피아 수사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특수2부는 STX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을 함께 수사 중이다. 교피아 수사에만 집중할 수 없는 여건인 셈이다. 맥락은 다르지만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불구속)한 게 나름의 성과다. 앞으로도 특수2부는 대기업 수사에 좀 더 비중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준정부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하 NIPA)과 민간업체 간의 유착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른바 '통피아(통신+마피아)'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NIPA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전자거래진흥원 등 기존 3개 기관이 통합된 기관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옮겨졌으며, 정보통신산업과 전자상거래 육성, 소프트웨어 산업 지원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NIPA는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소속 직원과 업체 간의 청탁성 금품이 오간 정황이 있다. 검찰은 NIPA 직원이 특정업체에게 지급 기준보다 부풀려진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건네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NIPA가 업계 관행에 따라 옛 지식경제부 출신 고위 관료들을 통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NIPA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NIPA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뒤 7월 말까지 공식 브리핑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한 회계장부의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3부 역시 특수2부처럼 다른 수사에 좀 더 힘을 실은 모양새다. 지난달 21일 특수3부는 삼성물산과 삼환기업 등의 하청업체가 도로건설 공사대금을 횡령한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삼환기업이 시공한 함양~성산간 고속도로 터널공사에서 하청업체가 일부 부품의 단가를 부풀려 허위로 청구하거나 설계 기준보다 적은 양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공사대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환기업, 하청업체 1곳을 압수수색했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공사·계약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만약 특수3부가 하도급 비리에 집중한다면 통피아 수사는 진척이 더딜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마찬가지로 통피아 색출에 나선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의 수사 성과에 우려의 시선이 모인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수백억원 규모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거액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장병권 한국전파기지국 부회장을 구속했다. 장 부회장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셋톱박스 전문 업체 인수비용 마련을 위해 계열사로부터 무담보로 회삿돈을 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열사 명의로 무단 지급 보증을 하고, 회사의 보증 서류를 위조해 수백억원의 사기성 대출을 받은 혐의도 함께받고 있다.

전방위 수사에도
관피아는 여전해

검찰의 칼끝은 장 부회장의 아버지인 장석하 대표에게도 향했다. 검찰은 장 부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한국전파기지국 전 부사장 최모씨 등을 상대로 장 회장의 범행 가담 여부와 정·관계 로비 여부를 추궁했다.

한국전파기지국은 WCDMA, WiBro, Wi-Fi 등 이동통신서비스에 필요한 설비 구축 및 운용·보수 사업을 맡고 있다. 2012년부터 이동통신 기지국 사업을 거의 독점으로 수주해 왔다. 297억원 규모의 전국 지하철 LTE망 구축 계약을 KT와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수사 막바지 단계에도 거물급 고위 관료나 대기업 임원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요란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통피아가 아닌 장 부회장 개인 비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처럼 철피아 수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관피아 수사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피아 수사에 '올인'한 것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소홀히했던 것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언제나 그렇듯 '진짜 권력'의 구조적인 비리에는 손을 뻗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청와대 출신 고위공직자 집단은 '관피아' 논란을 일으켰다.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은 각각 LS산전 고문과 법무법인 광장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심사대상 27명 중 17명이 취업승인을 받았다. 취업이 제한된 인사는 4명에 불과했다. 관피아를 잡겠다면서 관피아를 양산하고 있는 정부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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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