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올인 '관피아 수사' 중간체크

혼돈의 정국 '게이트'로 돌파한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용두사미로 끝날 것인가. 검찰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수사가 고비를 맞았다. 전국 18개 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던 검찰은 기대했던 '대어'를 낚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철피아' 수사가 정상궤도에 오른 점이 유일한 위안이다. 거물급 고위 관료나 정치인이 연루된 게이트는 아직 터지지 않았다. '권영모 리스트' '박상은 리스트' 등 소문은 많았지만 정권 초 폭발력이 있었던 대기업 수사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로 떨어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반등하지 않고 있다. 침몰한 정국의 키를 쥔 관피아 수사, 진행 상황을 중간 점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은 5월19일이다. 박 대통령은 "수십년간 지속돼 온 고질적인 병폐인 민·관유착 고리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때를 맞춰 관피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민·관유착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통일적인 수사체계를 구축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세월호 타개'
하명받은 검찰

정부가 관피아 카드를 꺼낸 건 이른바 '세월호 정국'과 관련 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공직사회로 돌린 것이다. 내사 없이 기획된 수사라 무리가 따르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왔다. 문제는 이를 직언할 소신 있는 간부가 없었다는 점이다.

하명을 받은 검찰은 전국 18개 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키로 협의했다. 5월21일 관피아 수사와 관련한 '전국 고검 및 지검 검사장 긴급회의'가 열렸다. 1명을 제외한 22명이 전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유일한 검사장이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다.

전국 18개 지검 특수본 구성…척결 사활
특수1부 철피아 속도…대기업 수사 확대


당시 최 전 지검장은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검찰 수뇌부도 최 전 지검장을 찾지 않았다. '윗선'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최 전 지검장. 그러나 그는 두 달 뒤 스스로 옷을 벗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사 실패의 책임을 진 것이다. 최 전 지검장이 물러난 수사팀은 표류하고 있다. 수사관들끼리 주먹 다툼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와 더불어 세월호 정국 타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관피아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 5월 검찰은 관피아 수사에 착수하면서 선박과 철도, 원전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공공인프라 분야의 비리를 최우선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호탄은 몸집이 큰 서울중앙지검이 쏘아 올렸다.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수사를 궤도에 올린 것이다.

철피아 수사
조현룡 덜미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던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의 측근 2명을 체포했다. 검찰은 철도부품 납품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조 의원의 운전기사 위모씨와 지인 김모씨 등 2명을 조사했다고 알렸다. 조 의원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검찰은 조 의원이 이사장을 지내던 시절 위씨 등이 국내 최대 철도궤도 업체인 삼표이앤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삼표이앤씨로부터 "위씨 등을 통해 조 의원에게 억대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금품 수수과정에서 조 의원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추궁하고 있다. 금품을 받은 시기와 액수, 구체적인 경위도 함께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주 내로 조 의원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삼표이앤씨는 철도기술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사전 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를 2011년부터 코레일 등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표이앤씨는 이 PST를 고속철도 건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PST는 서울 지하철 중앙선 등 일부 구간에 시험 부설됐다. 그런데 지난 6월 코레일이 현장 점검을 벌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궤도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안전성 논란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도 책임기관인 철도시설공단(이하 공단)은 문제의 PST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시 공단은 성능검증심의위원회를 열고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렸다. 이에 삼표이앤씨는 호남고속철도 등에 PST 공법을 누차 적용했다.

검찰은 삼표이앤씨 측이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다른 의원들에게도 금품 로비를 벌인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상에는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검찰은 삼표이앤씨로부터 납품 관련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한국철도시설공단 전 감사 성모씨를 구속했다. 성씨는 감사원에서 건설·환경감사국장과 공직감찰본부장(1급)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확인됐다.

철피아 비리로 감사원 공무원 출신이 구속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3일 검찰은 철도납품업체 AVT사 등 관련업체 9곳으로부터 2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감사원 기술직 감사관(4급) 김모씨를 구속기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AVT사가 충청권 출신 여당 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AVT사는 지난해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발각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을 시켜 철도시설공단에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또 다른 철도관련업체인 H사와 관련한 비리 정황도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사에 대해서는 다른 사정기관의 조사가 시작된 상황이다. 전방위로 확대된 철피아 수사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교피아 통피아
성과 이어질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교피아(교육+마피아) 수사에 한창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수사 핵심 인물은 거액의 학교 공금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이하 SAC) 김민성(55) 이사장이다. 지난달 검찰은 김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두 차례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2003년 SAC 설립 이후 10여 년간 등록금 및 국비 지원금 등 학교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이사장을 상대로 횡령 금액의 정확한 액수와 경위, 교육·문화계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 추궁했다. 또 김 이사장이 학교 명의의 건물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매매대금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2년제 학점은행 전문학사과정만 운영되던 SAC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4년제 학사 학위기관으로 승격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이사장은 횡령액 일부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 교육지원국장·교육부 대학정책국장·총리실 부이사관 등을 지낸 관료 출신 학장 A씨가 일종의 로비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학교 운영 과정에서 최모 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등 임원진을 상대로 수억원대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을 확인했다.

평생교육진흥원은 학점은행 운영과 독학학위검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SAC와 같은 학점은행 교육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교육부로부터 위임받고, 인가 취소 등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특수2부 '교피아' 난항…로비규명 관건
요란한 특수3부·4부 ‘통피아’도 답보

검찰은 SAC와 평생교육진흥원의 유착 의혹과 함께 SAC 일부 재학생들이 규정 수업일수를 채우지 않아도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인정받는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평생교육진흥원 성과감사실장 문모(43)씨가 구속됐다. 문씨는 학점은행 운영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SAC로부터 수천만원의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경과상 문씨의 구속은 김 이사장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스타 제조기'로 불리며 연예 매니지먼트 1세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이사장은 KBS 탤런트 출신이다. 1987년 우리나라 연기학원의 효시격인 한국방송문화원을 차린 뒤 1989년 매니지먼트사인 MTM을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렇지만 특수2부는 '이름값'에서 철피아 수사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특수2부는 STX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을 함께 수사 중이다. 교피아 수사에만 집중할 수 없는 여건인 셈이다. 맥락은 다르지만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불구속)한 게 나름의 성과다. 앞으로도 특수2부는 대기업 수사에 좀 더 비중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준정부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하 NIPA)과 민간업체 간의 유착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른바 '통피아(통신+마피아)'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NIPA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전자거래진흥원 등 기존 3개 기관이 통합된 기관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옮겨졌으며, 정보통신산업과 전자상거래 육성, 소프트웨어 산업 지원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NIPA는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소속 직원과 업체 간의 청탁성 금품이 오간 정황이 있다. 검찰은 NIPA 직원이 특정업체에게 지급 기준보다 부풀려진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건네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NIPA가 업계 관행에 따라 옛 지식경제부 출신 고위 관료들을 통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NIPA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NIPA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뒤 7월 말까지 공식 브리핑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한 회계장부의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3부 역시 특수2부처럼 다른 수사에 좀 더 힘을 실은 모양새다. 지난달 21일 특수3부는 삼성물산과 삼환기업 등의 하청업체가 도로건설 공사대금을 횡령한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삼환기업이 시공한 함양~성산간 고속도로 터널공사에서 하청업체가 일부 부품의 단가를 부풀려 허위로 청구하거나 설계 기준보다 적은 양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공사대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환기업, 하청업체 1곳을 압수수색했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공사·계약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만약 특수3부가 하도급 비리에 집중한다면 통피아 수사는 진척이 더딜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마찬가지로 통피아 색출에 나선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의 수사 성과에 우려의 시선이 모인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수백억원 규모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거액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장병권 한국전파기지국 부회장을 구속했다. 장 부회장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셋톱박스 전문 업체 인수비용 마련을 위해 계열사로부터 무담보로 회삿돈을 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열사 명의로 무단 지급 보증을 하고, 회사의 보증 서류를 위조해 수백억원의 사기성 대출을 받은 혐의도 함께받고 있다.

전방위 수사에도
관피아는 여전해

검찰의 칼끝은 장 부회장의 아버지인 장석하 대표에게도 향했다. 검찰은 장 부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한국전파기지국 전 부사장 최모씨 등을 상대로 장 회장의 범행 가담 여부와 정·관계 로비 여부를 추궁했다.

한국전파기지국은 WCDMA, WiBro, Wi-Fi 등 이동통신서비스에 필요한 설비 구축 및 운용·보수 사업을 맡고 있다. 2012년부터 이동통신 기지국 사업을 거의 독점으로 수주해 왔다. 297억원 규모의 전국 지하철 LTE망 구축 계약을 KT와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수사 막바지 단계에도 거물급 고위 관료나 대기업 임원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요란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통피아가 아닌 장 부회장 개인 비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처럼 철피아 수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관피아 수사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피아 수사에 '올인'한 것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소홀히했던 것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언제나 그렇듯 '진짜 권력'의 구조적인 비리에는 손을 뻗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청와대 출신 고위공직자 집단은 '관피아' 논란을 일으켰다.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은 각각 LS산전 고문과 법무법인 광장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심사대상 27명 중 17명이 취업승인을 받았다. 취업이 제한된 인사는 4명에 불과했다. 관피아를 잡겠다면서 관피아를 양산하고 있는 정부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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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