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올인 '관피아 수사' 중간체크

혼돈의 정국 '게이트'로 돌파한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용두사미로 끝날 것인가. 검찰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수사가 고비를 맞았다. 전국 18개 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던 검찰은 기대했던 '대어'를 낚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철피아' 수사가 정상궤도에 오른 점이 유일한 위안이다. 거물급 고위 관료나 정치인이 연루된 게이트는 아직 터지지 않았다. '권영모 리스트' '박상은 리스트' 등 소문은 많았지만 정권 초 폭발력이 있었던 대기업 수사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로 떨어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반등하지 않고 있다. 침몰한 정국의 키를 쥔 관피아 수사, 진행 상황을 중간 점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은 5월19일이다. 박 대통령은 "수십년간 지속돼 온 고질적인 병폐인 민·관유착 고리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때를 맞춰 관피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민·관유착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통일적인 수사체계를 구축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세월호 타개'
하명받은 검찰

정부가 관피아 카드를 꺼낸 건 이른바 '세월호 정국'과 관련 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공직사회로 돌린 것이다. 내사 없이 기획된 수사라 무리가 따르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왔다. 문제는 이를 직언할 소신 있는 간부가 없었다는 점이다.

하명을 받은 검찰은 전국 18개 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키로 협의했다. 5월21일 관피아 수사와 관련한 '전국 고검 및 지검 검사장 긴급회의'가 열렸다. 1명을 제외한 22명이 전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유일한 검사장이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다.

전국 18개 지검 특수본 구성…척결 사활
특수1부 철피아 속도…대기업 수사 확대


당시 최 전 지검장은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검찰 수뇌부도 최 전 지검장을 찾지 않았다. '윗선'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최 전 지검장. 그러나 그는 두 달 뒤 스스로 옷을 벗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사 실패의 책임을 진 것이다. 최 전 지검장이 물러난 수사팀은 표류하고 있다. 수사관들끼리 주먹 다툼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유병언 일가 비리 수사와 더불어 세월호 정국 타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관피아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 5월 검찰은 관피아 수사에 착수하면서 선박과 철도, 원전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공공인프라 분야의 비리를 최우선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호탄은 몸집이 큰 서울중앙지검이 쏘아 올렸다.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수사를 궤도에 올린 것이다.

철피아 수사
조현룡 덜미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던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의 측근 2명을 체포했다. 검찰은 철도부품 납품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조 의원의 운전기사 위모씨와 지인 김모씨 등 2명을 조사했다고 알렸다. 조 의원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검찰은 조 의원이 이사장을 지내던 시절 위씨 등이 국내 최대 철도궤도 업체인 삼표이앤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삼표이앤씨로부터 "위씨 등을 통해 조 의원에게 억대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금품 수수과정에서 조 의원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추궁하고 있다. 금품을 받은 시기와 액수, 구체적인 경위도 함께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주 내로 조 의원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삼표이앤씨는 철도기술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사전 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를 2011년부터 코레일 등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표이앤씨는 이 PST를 고속철도 건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PST는 서울 지하철 중앙선 등 일부 구간에 시험 부설됐다. 그런데 지난 6월 코레일이 현장 점검을 벌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궤도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안전성 논란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도 책임기관인 철도시설공단(이하 공단)은 문제의 PST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시 공단은 성능검증심의위원회를 열고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렸다. 이에 삼표이앤씨는 호남고속철도 등에 PST 공법을 누차 적용했다.

검찰은 삼표이앤씨 측이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다른 의원들에게도 금품 로비를 벌인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상에는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검찰은 삼표이앤씨로부터 납품 관련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한국철도시설공단 전 감사 성모씨를 구속했다. 성씨는 감사원에서 건설·환경감사국장과 공직감찰본부장(1급)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확인됐다.

철피아 비리로 감사원 공무원 출신이 구속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3일 검찰은 철도납품업체 AVT사 등 관련업체 9곳으로부터 2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감사원 기술직 감사관(4급) 김모씨를 구속기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AVT사가 충청권 출신 여당 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AVT사는 지난해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발각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을 시켜 철도시설공단에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또 다른 철도관련업체인 H사와 관련한 비리 정황도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사에 대해서는 다른 사정기관의 조사가 시작된 상황이다. 전방위로 확대된 철피아 수사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교피아 통피아
성과 이어질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교피아(교육+마피아) 수사에 한창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수사 핵심 인물은 거액의 학교 공금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이하 SAC) 김민성(55) 이사장이다. 지난달 검찰은 김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두 차례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2003년 SAC 설립 이후 10여 년간 등록금 및 국비 지원금 등 학교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이사장을 상대로 횡령 금액의 정확한 액수와 경위, 교육·문화계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 추궁했다. 또 김 이사장이 학교 명의의 건물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매매대금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2년제 학점은행 전문학사과정만 운영되던 SAC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4년제 학사 학위기관으로 승격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이사장은 횡령액 일부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 교육지원국장·교육부 대학정책국장·총리실 부이사관 등을 지낸 관료 출신 학장 A씨가 일종의 로비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학교 운영 과정에서 최모 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등 임원진을 상대로 수억원대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을 확인했다.

평생교육진흥원은 학점은행 운영과 독학학위검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SAC와 같은 학점은행 교육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교육부로부터 위임받고, 인가 취소 등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특수2부 '교피아' 난항…로비규명 관건
요란한 특수3부·4부 ‘통피아’도 답보

검찰은 SAC와 평생교육진흥원의 유착 의혹과 함께 SAC 일부 재학생들이 규정 수업일수를 채우지 않아도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인정받는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평생교육진흥원 성과감사실장 문모(43)씨가 구속됐다. 문씨는 학점은행 운영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SAC로부터 수천만원의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경과상 문씨의 구속은 김 이사장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스타 제조기'로 불리며 연예 매니지먼트 1세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이사장은 KBS 탤런트 출신이다. 1987년 우리나라 연기학원의 효시격인 한국방송문화원을 차린 뒤 1989년 매니지먼트사인 MTM을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렇지만 특수2부는 '이름값'에서 철피아 수사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특수2부는 STX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을 함께 수사 중이다. 교피아 수사에만 집중할 수 없는 여건인 셈이다. 맥락은 다르지만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불구속)한 게 나름의 성과다. 앞으로도 특수2부는 대기업 수사에 좀 더 비중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준정부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하 NIPA)과 민간업체 간의 유착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른바 '통피아(통신+마피아)'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NIPA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전자거래진흥원 등 기존 3개 기관이 통합된 기관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옮겨졌으며, 정보통신산업과 전자상거래 육성, 소프트웨어 산업 지원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NIPA는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소속 직원과 업체 간의 청탁성 금품이 오간 정황이 있다. 검찰은 NIPA 직원이 특정업체에게 지급 기준보다 부풀려진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건네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NIPA가 업계 관행에 따라 옛 지식경제부 출신 고위 관료들을 통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NIPA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NIPA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뒤 7월 말까지 공식 브리핑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한 회계장부의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3부 역시 특수2부처럼 다른 수사에 좀 더 힘을 실은 모양새다. 지난달 21일 특수3부는 삼성물산과 삼환기업 등의 하청업체가 도로건설 공사대금을 횡령한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삼환기업이 시공한 함양~성산간 고속도로 터널공사에서 하청업체가 일부 부품의 단가를 부풀려 허위로 청구하거나 설계 기준보다 적은 양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공사대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환기업, 하청업체 1곳을 압수수색했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공사·계약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만약 특수3부가 하도급 비리에 집중한다면 통피아 수사는 진척이 더딜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마찬가지로 통피아 색출에 나선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의 수사 성과에 우려의 시선이 모인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수백억원 규모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거액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장병권 한국전파기지국 부회장을 구속했다. 장 부회장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셋톱박스 전문 업체 인수비용 마련을 위해 계열사로부터 무담보로 회삿돈을 빌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열사 명의로 무단 지급 보증을 하고, 회사의 보증 서류를 위조해 수백억원의 사기성 대출을 받은 혐의도 함께받고 있다.

전방위 수사에도
관피아는 여전해

검찰의 칼끝은 장 부회장의 아버지인 장석하 대표에게도 향했다. 검찰은 장 부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한국전파기지국 전 부사장 최모씨 등을 상대로 장 회장의 범행 가담 여부와 정·관계 로비 여부를 추궁했다.

한국전파기지국은 WCDMA, WiBro, Wi-Fi 등 이동통신서비스에 필요한 설비 구축 및 운용·보수 사업을 맡고 있다. 2012년부터 이동통신 기지국 사업을 거의 독점으로 수주해 왔다. 297억원 규모의 전국 지하철 LTE망 구축 계약을 KT와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수사 막바지 단계에도 거물급 고위 관료나 대기업 임원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요란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통피아가 아닌 장 부회장 개인 비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처럼 철피아 수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관피아 수사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피아 수사에 '올인'한 것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소홀히했던 것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언제나 그렇듯 '진짜 권력'의 구조적인 비리에는 손을 뻗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청와대 출신 고위공직자 집단은 '관피아' 논란을 일으켰다.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은 각각 LS산전 고문과 법무법인 광장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심사대상 27명 중 17명이 취업승인을 받았다. 취업이 제한된 인사는 4명에 불과했다. 관피아를 잡겠다면서 관피아를 양산하고 있는 정부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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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