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입수> '김학의 성접대' 고소장 공개

"대기업 임원 등 고위층 여럿 더 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대선 직후 검찰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실세'는 뜻밖의 사건으로 공직을 사퇴했다. 성접대 스캔들에 휘말리며 임명 8일 만에 옷을 벗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그러나 김 전 차관이 옷을 벗은 건 그때만이 아니었다. 서울에서도 원주에서도 김 전 차관은 '옷을 벗었다'고 했다. 최근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모(37·여)씨는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공모해 성접대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문제의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주 <일요시사>는 이씨의 고소장을 입수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사표를 제출한 날짜는 2013년 3월21일이다. 당시 김 전 차관은 성접대 동영상 의혹에 휩싸이며 스스로 옷을 벗었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문제의 동영상이 실재하는지를 김 전 차관에게 물었다. 김 전 차관은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몇 달 전부터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하고 있었다. 김 전 차관은 검찰총장 후보로까지 하마평에 올랐던 '실세'였다. 성접대 사건을 컨트롤했던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총장 후보가 되면 이 동영상을 터뜨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회지도층
성접대 있었다

문제의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김 전 차관은 검찰총장이 아닌 정부 내각의 일원이 됐다. 성접대 의혹이 일자 비난의 화살은 청와대로 향했다. 검찰을 겨냥했던 극비작전은 인사 실패라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은 '수사 진행상황을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죄로 경질됐다는 게 정설이다. 검찰을 의식했다가 낭패를 본 셈이다.

성접대 수사와 관련한 이후 과정은 본지를 포함한 수많은 언론에 보도됐다. 김 전 차관은 사퇴의 변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가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경찰은 특수강간 등의 혐의를 적용하며 "성접대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의 친정인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라는 면죄부를 줬다. 김 전 차관이 말했던 진실은 끝내 규명되지 않았다.


'별장 동영상' 등장 피해여성 이모씨
김학의·윤중천 성폭행 혐의로 고소

해가 바뀌어 김 차관은 변호사 개업을 준비했다. 이달 초 슬그머니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나승철)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것도 이즈음이다. 피해여성 이모(37·여)씨는 자신이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며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공모해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동영상 속 인물이 '본인이 아니'라고 했다. 검찰은 이씨의 진술을 근거로 "동영상 속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이 무혐의를 받게 된 이유다.

하지만 이씨는 입장을 바꿨다.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여성으로서 성관계 동영상 속 인물이 나라고 밝히기 쉽지 않았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본지가 입수한 고소장에는 더욱 상세한 이유가 적혀 있다.

이제는 진실을
말할 수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는 성접대 동영상 '사본'을 봤다. 화질이 좋지 않아 젊은 여성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이씨는 평소 건설업자 윤씨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동영상을 촬영당한 A씨가 영상 속 여성일 거라 생각했다. 이씨는 피해여성이 A씨라고 진술했다.

그런데 며칠 뒤 이어진 조사에서 이씨는 자신의 진술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동영상 '원본'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영상 속 피해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진술을 번복할 수 없었다. 겁이 났기 때문이다.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화제의 동영상 속 인물이 나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씨의 진술은 다른 피해여성의 진술과 일치하고 있었다. 이씨 입장에선 낯부끄러운 일에 굳이 본인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피해자가 많았기 때문에 김 전 차관과 윤씨가 당연히 처벌당할 것이라 생각하여 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했었다"고 적은 이씨다.

김 전 차관은 조사 과정에서 "이씨를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이씨와 성관계를 갖거나 동영상을 촬영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씨는 고소장에서 "김 전 차관이 별장은 물론 서울 인근에서도 성접대를 받았고, 윤씨와 공모해 자신의 신체를 강제로 촬영한 사실이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씨는 건설업자 윤씨가 해당 동영상을 캡처하여 자신과 가족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윤씨의 강요로 성접대를 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이씨는 고소장에서 "윤씨가 자신을 강간하거나 폭행 또는 협박하여 심리적으로 억압한 후 상습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성접대에 연루된 인물은 김 전 차관 외에 5명이 더 있다. 거론된 면면은 대기업 건설사 전직 대표, 전경련과 밀접한 중견그룹 회장, 유명병원 원장, 중소건설업체 대표, 화가 등이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성접대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김 전 차관과 같은 이유로 이들 모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피해여성(이씨)이 강간을 당한 직후 신고하지 않았고 ▲윤씨에게 (성접대의 대가로)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려 했으며 ▲이씨의 진술이 오락가락 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윤중천, 김학의를
형이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이씨의 주장은 달랐다.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윤씨와 만났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잘못됐다는 항변이다. 윤씨는 열다섯살 터울인 이씨를 먼저 꾀었다. 몇 번의 만남 끝에 윤씨는 이씨에게 성접대를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폭력이 자행됐다.

고민하고 있던 이씨에게 다시 연락이 온 건 며칠 뒤였다. 윤씨는 사업을 미끼로 사과를 할 테니 별장에서 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면부지인 김 전 차관에게 몹쓸짓을 당했다. 이씨는 "누군가 약을 탄 술을 나에게 먹였고, 김 전 차관이 강제로 관계를 맺었으며, 윤씨가 이 장면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다음날 윤씨가 '어제 너랑 X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법조인인데 엄청 무서운 분이야.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내가 가라하면 가고, 오라하면 오는 개가 되는 거야. 알았어?'라고 겁박했다"고 덧붙였다.

유력 검찰총장 후보 성접대 사건으로 낙마
윤중천 "학의 형만 아니면 너랑 가족은 죽었어"

이씨는 "윤씨의 폭행과 욕설, 그리고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게 두려웠다"고 했다. 2008년 3월께 이씨는 자신이 찍힌 동영상 캡처 사진이 친동생에게 전송된 것을 알고 뒤늦은 신고를 결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씨는 윤씨로부터 "학의형만 아니었으면 너와 네 가족들은 묻어버렸을 것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살아라"라는 협박을 당했다고 알렸다.

2006년 말께 윤씨는 이씨를 "로비스트로 키워주겠다"며 서울 인근에 가게를 마련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이 대목을 문제 삼았다. 그렇지만 이씨는 "윤씨가 부린 술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가게와 가까운 전셋집(일명 윤중천의 놀이터)이 성접대 장소로 제공돼 성노리개로 살았다는 설명이다.


성접대 동영상
목소린 일치했다

경찰 내사 단계에서 동영상을 실제로 봤던 한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성접대 동영상 속 피해여성은 속옷차림의 남성과 블루스를 추고 있다. 이 남성은 반라나 다름없는 여성과 엉겨 노래를 부르던 중 속옷을 벗고 성관계를 한다. 이때 부른 노래가 바로 '연'이다.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장 배명진 교수는 "동영상 속 남성의 목소리가 김 전 차관의 실제 목소리와 95%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결국 영상 속 남성은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었다.

피해자 이씨는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고소하면서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를 적시했다. 단순 성폭행이 아닌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행위 유무가 피의자 처벌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시 말하면 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느냐가 수사의 관건이 되는 상황이다.

현재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강해운 부장검사)에 배당돼 있다. 지난해 강력부는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때문에 검찰이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자신들의 수사 결과를 뒤집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앞서 검찰은 형사부 등에 재수사를 맡기려다 강력부로 방향을 틀었다.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5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김 전 차관의 변호사 등록신청 철회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여전히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차관. 그는 언론을 포함한 외부의 연락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억울함에 각혈까지 했다던 김 전 차관. 그가 말했던 '진실'은 언제쯤 가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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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