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비화 조짐 '정치권 데스노트' 소문과 진실

여의도 살벌한 피바람 몰아친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치권이 떨고 있다. 최근 검찰이 관피아 수사와 관련 다각도로 첩보를 수집하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칼날은 결국 정계를 향할 것이 분명해서다. 앞서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은 공천헌금으로 의심되는 뒷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며 수사망에 올랐고, 김형식(전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의원은 수천억원대 자산가인 송모씨를 살인교사한 혐의와 함께 이른바 ‘철피아’ 사건에 연루되며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사정당국은 전·현직 국회의원이 포함된 이른바 ‘정치권 X파일’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터질지 모르는 권력형 게이트에 여의도 정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여의도 정가의 최대 화두는 7·30 재보선이다.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민심의 향배가 확인되기 때문이다. 코너에 몰린 박근혜정부는 ‘인사 참극’으로 구겨진 체면을 사정 드라이브로 돌파하고 있다. 핵심 타깃은 명확하다. 바로 관료사회 밖에 있는 의회 권력이다. 

사정 드라이브
정치권 겨눴다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정부는 ‘관피아 척결’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발맞춰 검찰은 전·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게이트 정황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러나 내사 없이 진행된 수사는 번번이 벽에 막혔고 관련자들은 몸을 사리면서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성과 없이 변죽만 울린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정부다. 
 
하지만 관피아 수사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대형사건이 검·경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사주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사정당국 입장에서 이 사건은 가뭄 끝에 단비였다. 
 

지난 7일 검찰은 김 의원의 청부살해 사건과 관련해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더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검찰이 운을 띄운 인력 보강은 김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바로 정치권 로비 의혹 규명에 있었다. 
 
검찰은 현재 강력 전담 부장검사와 평검사 3명을 투입해 피해자 송모(67)씨가 생전에 작성한 이른바 ‘뇌물리스트’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매일기록부’라고 적힌 이 장부는 A4용지 크기의 공책 1권 분량으로 지난 1991년 말부터 송씨가 만난 사람의 이름과 지출 내역 등이 빼곡히 기록돼 있다. 
 
<YT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수천억원대 재력가로 알려진 송씨는 생전 김 의원을 통해 유력 정치인에게 로비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로비 금액은 최소 억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검찰은 이 돈이 실제로 해당 정치인에게 건네졌는지를 확인 중이다. 
 
그리고 송씨의 로비 의혹은 앞서 밝힌 매일기록부에 비밀이 담겨 있다. 송씨는 금품을 전달하면서 돈을 준 시간과 장소, 최종 로비 대상까지 꼼꼼히 작성한 것으로 검찰은 전했다. 무엇보다 김 의원에게 건네진 5억2000만원 중 일부 금액에는 해당 정치인의 이름이 병행 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송씨가 유력 정치인에게 로비를 시도했고, 평소 친분이 있던 김 의원이 전달책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는 것이다. 
 
‘펑펑’ 터지는 로비장부에
떨고 있는 유력 정치인들
 
검찰에 앞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자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장부에 이름이 오른 정치인 및 공무원들의 자금흐름을 추적 중이다. 경찰 한 고위 관계자는 “철도 비리와 관련된 사안이 (장부에) 포함돼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철도 관련 업체인 AVT사가 김 의원의 측근인 팽모씨에게 130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팽씨는 김 의원으로부터 재력가 송씨를 살해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실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AVT사는 과거 팽씨의 아내에게 1300만원을 송금했다. 경찰은 이 돈이 결국 김 의원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AVT사의 회사돈 3000만원이 김 의원에게 직접 전달된 정황도 확보했다. 김 의원 측은 이 돈이 모두 빌린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유력 정치인
이름 나온다
 
이제 관심은 두 가지로 쏠린다. 유력 정치인이 실제로 대가성이 있는 금품을 수뢰했는지 여부와 김 의원이 금품을 전달했다면 어떤 정치인이 돈을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김형식 리스트’가 존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여의도 사정에 정통한 김 의원이 한 사람에게만 로비를 하진 않았을 것이란 추론이다.
 
때문에 김 의원이 입을 연다면 현역 국회의원의 목줄이 위태로울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대형 게이트로 번질 여지가 있어 그의 출신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특히 정치인의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로 지목되는 공천 문제와 관련해 일종의 상납구조가 드러날지도 관심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 위로는 중앙당에 로비를 하고, 아래로는 이권에 개입해 금품을 제공받는 상납구조가 실재할 개연성이 농후한 까닭이다. 이래저래 김 의원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이른바 ‘박상은 스캔들’의 파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불법 정치자금 수뢰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최근 운전기사인 김모씨의 폭로로 궁지에 몰렸다. 김씨는 자신이 직접 돈가방째로 검찰에 들고 갔던 3000만원 외에도 수천만원이 더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인천지방검찰청 해운비리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은 박 의원의 운전기사인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5월말 모두 2차례에 걸쳐 각각 현금 3500만원과 2000만원을 박 의원의 차 안에서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는 당시 휴대전화 카메라로 이 같은 정황을 포착했으며, 현금 다발이 찍힌 사진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 해운·항만업계의 비리 근절을 목표로 했던 이번 수사는 어느덧 박 의원의 개인 비리 규명으로 수사의 중심이 넘어가는 모양새다. <시사저널> 등은 박 의원의 비리 의혹이 담긴 일명 ‘X파일’이 실재하며 이 파일이 검찰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소위 ‘박상은 X파일’로 불리는 이 문서는 박 의원과 지역 기업 간의 유착 사례와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 10여가지가 사례별로 정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 9일 한 검찰 관계자는 “해운비리와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은 운항관리자들이 연루된 비리를 수사한 뒤 마지막에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의 개인 비리 의혹은 우선 수사대상이 아님을 밝힌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통상 정·관계 비리 수사는 지검급 수사력을 집중해야 하며, 공소 유지에 필요한 증거 발굴이 핵심이다. 그렇지만 관피아 수사로 벌린 일이 많은 상황에서 김 의원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여력은 없다는 설명이다.
 
특별수사팀은 지난 두 달 동안 해양수산부 출신인 이인수 전 해운조합 이사장과 김상철 안전본부장을 재판에 넘겼고, 인천항 선주들과 유착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해경 경정과 해운조합 사업본부장 등을 구속했다. 사실상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와의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박 의원까지 구속한다면 자칫 공소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못 잡는 검찰?
안 잡는 검찰?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은 먼저 ‘쪼개기 후원금’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인천지역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검찰은 대형 제강사 D사의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했다. D사는 박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동구 소재로 박 의원에게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업체들 중 하나로 지목된 곳이다. 검찰은 현재 D사가 회사 자금을 소액으로 쪼갠 뒤 직원들 명의로 박 의원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김형식 리스트] 야당 정치인 거론
[권영모 리스트] 여당 실세들 구설
[박상은 리스트] 정재계 유착 회자
 

정치권을 겨냥한 로비에서 ‘쪼개기 후원금’은 단골 소재다. 사법당국의 추적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비리의 중심에 있는 AVT사 대표 이모씨는 김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07년과 2010년 국회의원 두 명에게 각각 정치후원금을 냈다. 2007년 2월에는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초선의원에게 200만원을 후원했고, 2010년 3월에는 당시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였던 A의원(전직)에게 후원금 한도액인 500만원을 냈다. 그런데 같은 날 A의원은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으로부터도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권 전 대변인은 AVT사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철피아 비리로 구속된 첫 번째 정치인이다. 
 
그런데 권 전 대변인과 A의원은 대학 선후배 관계로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다. 즉 권 전 대변인이 AVT사를 대신해 A의원에게 정치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이는 AVT사가 전달책 권 전 대변인을 통해 국회에 전방위 로비를 시도했다는 정황으로도 해석된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철도부품 제조업체로부터 납품 관련 로비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권 전 대변인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 전 대변인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레일체결장치 납품사업과 관련해 AVT사로부터 비자금 명목으로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권 전 대변인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김광재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게 수천만원을 대신 건넸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전 대변인이 2년여 전부터 김광재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과 만나 설이나 추석, 연말마다 납품·수주 등에 관한 청탁성 뇌물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한 가지 뼈아픈 대목은 중요 인물인 김 전 이사장이 한강에 투신했다는 것에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 전 이사장이 남긴 유서를 보면 “정치로의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끌려 잘못된 길로 갔다. (정계 진출 유혹에 끌린) 길의 끝에는 업체의 로비가 기다리고 있더라”는 내용이 있다. 업체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은 당사자가 정치권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남긴 셈이다. 
 
일각에선 권 전 대변인이 김 전 이사장에게 공천을 미끼로 정치권 로비를 부탁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권 전 대변인은 김 전 이사장에게 수상한 3000만원을 전달한 바 있다. 또 권 전 대변인은 AVT사의 고문을 지낸 전력이 있다. 사실상 로비가 주 업무였던 것으로 보이며 검찰은 권 전 대변인이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배달 사고’를 냈을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달콤한 유혹
결국은 파국
 
검찰은 AVT사 관계자로부터 “권 전 대변인이 여당 실세 의원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이씨와 김 전 이사장에게 소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 말이 사실이라면 ‘김형식·박상은 리스트’처럼 이른바 ‘권영모 리스트’가 실재하는 셈이다. 더구나 ‘권영모 리스트’는 그 정황이 앞선 ‘김형식 리스트’보다 더욱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전·현역 국회의원이 망라된 각종 ‘로비 리스트’에 여의도는 폭풍전야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이버사령부 ‘정치글 작성’ 파문
사실로 드러난 ‘국풍’ 의혹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련 댓글 작업에 관여한 의혹을 받은 연제욱(소장)·옥도경(준장) 전 사이버사령관이 정치관여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6일 “지난 달 중순께 국방부 조사본부가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군 형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며 “피의자 신분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조사본부가 이들 전직 사이버사령관을 형사 입건한 것은 요원들에 대한 지휘 감독을 소홀히 하고 정치글 작성과정에 역할을 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연제욱·옥도경 입건
대선 댓글 관여 혐의
 
연제욱 소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사이버사령관을 지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사이버사령부 정치댓글 관여 의혹을 받아 지난 4월 육군 교육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전보됐다. 옥도경 준장은 연 소장에 이어 2012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사이버사령관을 지냈다. 이후 연 소장과 같은 시기에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정책연수를 받고 있다.
 
앞서 조사본부는 지난해 12월 중간 수사결과 발표 때 심리전단 요원들이 작성한 ‘정치관련 글’이 1만5000여건,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비판한 ‘정치글’이 2100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 수사 과정에서 정치관련 글이 3만여건, 정치글도 6000여건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간수사 당시보다 2∼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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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