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풍경을 담는 서양화가 김지선

"아무도 몰랐던 신비한 자연을 그려요"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 열린 서양화가 김지선 작가의 개인전이 마무리됐다. '풍경 속 게으른 쾌락'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연 김 작가는 추상화에 가까운 이색적인 풍경화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 도스의 큐레이터 윤채원씨가 쓴 소개글을 토대로 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정리했다.

얼마 전 '풍경 속 게으른 쾌락'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던 김지선 작가.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작업노트 첫 문단에 다음과 같이 썼다.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관객들을 인도

김 작가 쓴 문구는 알랭 드 보통의 유명 에세이 <여행의 기술>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김 작가는 여행을 주제로 추상화에 가까운 풍경화를 선보였다. 알랭 드 보통이 화려한 글솜씨로 사람들의 '심리적 공간'을 자연으로 옮겼다면 김 작가는 이색적인 풍경들을 펼치며 관객들을 도심 밖 자연으로 인도했다. 그는 평소 '사람들이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의 공간 속에서 안식받기를 원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작가의 풍경화는 현실이 거세된 세계가 특징이다. 김 작가의 작품 안에는 생명을 상징하는 어떠한 이미지도 없다. 관객 입장에서는 감상자인 나와 그림만 마주한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그림은 일상이 단절된 낯선 풍경을 의미한다. 

관객들은 그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여행지에 홀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김 작가는 여행을 테마로 한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를 예로 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직접 여행할 여유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여행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추상화에 가까운 풍경화…초현실적 자연 묘사
원색 어우러진 평면적 구성 우연적 효과 특징

김 작가가 완성한 평면 속 자연은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세상을 보여준다. 김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새로운 '자연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연두빛 실록과 새파란 빙하가 한 화면에 배치되는가 하면 그림 속 호수의 색깔은 핑크빛으로 초현실적인 신비감을 준다. 또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시키는 협곡 밑에는 푸른 바다가 있다. 천국도 지옥도 아닌 '연옥'을 연상시키는데 관객들은 현실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사실 김 작가의 그림은 그리 친절한 성격의 회화가 아니다. 인지 가능한 형태에서 벗어난 풍경도 꽤 있다. 김 작가 스스로도 '회화의 표면'에 집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그는 다채로운 색과 흘러내리는 물감의 물성 등을 활용해 관객의 호기심을 건드렸다.

얼핏 익숙한 공간을 채워 넣고, 뒤틀린 구성에서 관객 스스로가 시각적 즐거움을 찾는 구조다. 대학원 졸업 후 추상화와 풍경화 작업을 병행하며 두 장르의 공존을 모색했던 작가 자신의 문제의식이 좀 더 구체화된 모습이기도 하다.

원색이 어우러진 평면적 구성, 왜곡된 조형 형태, 우연적인 효과를 의도한 터치 등은 기존 풍경화와 김 작가의 작품을 구별 짓게 한다. 작품명을 보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림도 있는데 이는 작가 본인이 처음부터 의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풍경이나 추상 혹은 사실과 환상, 어느 경계에도 속해 있지 않은 모호함은 그의 작업적 지향이 '감정'에 있음을 드러낸다. 과거 그의 작품 중에선 회화가 아닌 '사진'도 있는데 차분한 감성이 작품 전반을 아우르고 있어 지금의 작업과 대비된다.

자연을 소재로

김 작가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공간에 머무르는 것만으로 휴식이 된다고 믿는다. 현실을 잠시 잊는 것만으로 내면의 여유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김 작가는 본인이 여행을 좋아할 뿐더러 여행지에서 느낀 기분을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했다.


그래서 김 작가의 풍경은 자신만을 위해 구체화되지 않았다. 덕분에 확장성도 갖게 됐다. 가끔은 김 작가가 만든 상상의 자연 속에서 고독을 음미하는 것도 좋겠다.

 

<angeli@ilyosisa.co.kr>

 

[김지선 작가는?]

▲영국 Slade School of Fine Art BA & MFA
▲1회 개인전 ‘봄, 여름, 그리고 겨울’(2011·중아갤러리)
▲2회 개인전 ‘풍경 속 게으른 쾌락’(2014·갤러리도스)
▲그룹전 ‘The Slade’(2010·런던), ‘Rainbow Project’(2011·서울), ‘차이의 공간 Part1. 사유와 표상의 간극’(2012·서울), ‘Homo Utopicus’(2013·런던)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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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