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년부부 살인사건 전말

사람 잡은 해병 '잔인한 복수극'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지난 20일 오전 9시께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떨어진 사람은 20살 권모양이었다. 아파트 4층에서 추락한 권양은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추락 과정에서 생긴 골절로 골반 등을 다친 권양. 그러나 권양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런데 권양의 입에서 놀라운 증언이 나왔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해됐다는 내용이었다. 권양의 부모를 죽인 범인은 바로 권양의 전 남자친구였다.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문을 두들겼다. '경찰입니다. 누구 없어요?' 수차례 노크에도 인기척이 없자 경찰은 강제로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눈앞에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돌발적인 범행?

50대로 보이는 한 중년남성은 신발장 앞에 피범벅이 돼 쓰러져 있었다. 거실 옆 욕실에는 한 중년여성이 피를 흘린 채 누워있었다. 발견 당시 두 사람은 모두 숨을 쉬지 않았다. 이들은 같은 날 흉기에 찔려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살해된 남녀의 신원은 각각 권모(56)씨와 이모(48)씨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 아파트에 수년째 살고 있던 부부였다. 슬하에 딸 권모(20)양을 두고 있던 권씨 부부. 이들은 왜 자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일까.

사건 당일(20일) 오전 9시께. 대구 달서구에 있는 권씨의 아파트에서 사람이 화단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락자는 권양. 아파트 4층에서 떨어진 권양은 오른쪽 골반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권양의 입에서 놀라운 증언이 나왔다. 헤어진 옛 남자친구가 자신의 부모를 살해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대구 달서경찰서는 자신과 사귀다 헤어진 권양의 부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권양을 감금한 장모(25)씨를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권양의 증언을 토대로 용의자 장씨를 쫓던 중 장씨가 경북 경산의 자취방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오후 1시께 검거했다. 경찰은 체포 당시 장씨가 술에 취해 있었으며, 잠을 자고 있었다고 전했다.

장씨는 권양과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로 지난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교제했다. 그런데 장씨에게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술에 취하면 늘 권양에게 손찌검을 했던 것이다. 장씨는 해병대 복무기간 중 초병폭행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유독 가까운 사람들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띠었던 것이다.

장씨의 폭행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권양의 부모는 곧 장씨의 부모를 찾아갔다. 그리고 "우리 딸과 헤어지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계기로 장씨는 권양과 이별했다. 장씨는 이 일이 있은 후부터 약 한 달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이 기간 장씨가 살의를 품고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장씨는 범행 직전 피해자의 집을 사전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지난 19일 오후 5시30분께 배관수리공으로 위장해 권씨의 집을 방문한 뒤 5∼6분 가량 집 안을 살폈다. 당시 장씨가 휴대한 공구함 안에는 흉기가 들어있었다.

답사를 마친 장씨는 불과 1시간여 만에 다시 권씨의 집을 찾았다. 별 다른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준 권씨 부부. 그러나 이들에게 닥친 운명은 가혹했다. 장씨는 먼저 욕실에서 부인 이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비명이 들리자 권씨는 본능적으로 현관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러나 장씨는 권씨를 놔주지 않았다. 현관 앞 신발장에서 권씨는 흉기에 찔려 무참히 살해됐다.

"헤어져" 전 여친 부모에 앙심 흉기로 살해
여성은 추락사고…알고 보니 필사의 탈출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각 권양은 외출 중이었다. 권양이 집에 돌아온 건 20일 오전 0시30분께였다. 그때까지 장씨는 권씨 부부의 시신을 그대로 놔둔 채 술을 마셨던 것으로 확인됐다. 놀란 권양이 손 쓸 틈도 없이 장씨는 흉기로 위협하며 "복수하러 왔다"고 말했다.


장씨는 권양을 감금하고 위협을 가했다. 이날 아침까지 장씨는 횡설수설하며 권양을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8시간30분 동안 권양은 그곳에서 지옥을 경험했다. 날이 밝아왔지만 장씨는 권양을 풀어주지 않았다.

오전 9시께 권양에게 기회가 왔다. 장씨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권양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다. 4층 베란다로 달려가 화단으로 뛰어내린 권양. 오른쪽 골반 등을 다쳤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자 장씨는 권양을 포기하고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같은 날 오전 9시18분께 일이었다.

아파트 CCTV를 확인한 경찰은 장씨가 손에 수건을 감은 채 밖으로 나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장씨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봉합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장씨가 권씨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르다 상처를 입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체포된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 묻은 반바지를 입고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낸 장씨는 "죄송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은 "장씨가 '권씨 부부 때문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며 범행 동기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로 조사한 결과 장씨가 전 여자친구인 권양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여 살인 및 감금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알렸다. 영장을 심사한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단히 용의주도!

한편 경찰은 범행 당일 엘리베이터를 타고 권씨 부부의 집으로 향했던 장씨가 찍힌 CCTV를 공개했다. CCTV 속 장씨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또 도주 과정에서 그의 손을 감았던 수건은 핏물이 흥건했다.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은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돌발적인 범행은 아니고) 대단히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저질렀으며, (인격장애자의) 계획적인 분노표출이었다"고 진단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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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