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스승의 날을 앞두고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의 성범죄 의혹이 불거졌다. 교사 3명과 학생들이 성관계를 맺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특히 이들 교사가 재직했던 학교는 사실 규명을 방기한 채 사건을 은폐하고자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본분을 망각한 교사들의 일탈일까, 아니면 드러나지 않은 다른 내막이 있는 것일까. 교육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스승의 날을 앞둔 지난 13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파를 탔다. 고등학교 교사들과 여고생이 무려 1년 넘게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이다. 특히 피해 학생 중 1명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확한 사건 진상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확한 진상은?
교육계와 복수 언론에 따르면 경기도에 있는 A고등학교 소속 교사 3명은 여학생 2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A학교 총동문회는 지난 12일 이들 교사에 대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알렸다.
고발장에는 A학교 교사 3명이 지난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학생 2명과 성관계를 했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발장을 제출한 총동문회는 지난달 학교를 방문해 해당 교사의 퇴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학교 내부에는 "학생과 선생이 성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같은 소문을 들은 총동문회는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교육부에 진정을 넣은 것으로 확인된다.
그렇지만 관할 교육기관인 경기도교육청(이하 교육청)은 언론보도 전까지 현장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교육청이 책임을 회피한 것일까. 관련한 내막은 다소 복잡하다. 몇 년 전부터 A학교에는 성추문 외에도 횡령 등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번 성추문부터 살펴보자.
고발 당사자인 총동문회와 피해 학생을 상담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상담센터)는 해당 여학생의 신변 등을 우려해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남교사가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피해 학생이 지난해 3월께 상담센터를 찾아와 교사와 관련된 성문제 상담을 하고 갔다"며 "상담센터는 이 같은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다"고 전했다. 또 "당시 상담센터는 '내용이 알려질 경우 피해 학생이 자살하겠다고 했으니 학교가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학교 측은 사건을 쉬쉬했다는 것이 총동문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A학교 관계자는 "피해 학생을 고려해 은밀히 조사를 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가해자로 의심되는 10여명의 교사와 면담했지만 특이점(성관계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음이다. 총동문회는 학교 차원의 진상파악이 지지부진하자 지난달 A학교를 찾아가 직접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총동문회는 책임 소재를 따지며 교사 전원으로부터 '그런 일이 없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하지만 A학교에서 근무했던 교사 1명은 총동문회 방문 직후 돌연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일신 및 건강상의 이유였다. 현재 그는 잠적 상태로 전해진다. 때문에 해당 교사는 성폭행 가해자로 의심받고 있다. 학교 역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무려 1년 넘게 부적절 관계 의혹 불거져
학교 자체 조사했으나 파악 실패 '쉬쉬'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성폭행 전담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했으며, 수사에 곧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소환조사를 통해 선생과 제자 사이에 실제로 성관계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당국 역시 진상규명에 나섰다. 그러나 A학교를 바라보는 교육청의 속내는 복잡하다. A학교를 소유한 모 학원재단(이하 재단)은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일부 승소를 받아냈다. 지난 2011년 교육청은 "재단 이사회가 승인한 임원들이 위법한 과정을 거쳐 선임됐다"며 임원 10명의 승인을 취소했다. 이에 재단 측은 즉각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가는 진통 끝에 일부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 판결로 재단을 둘러싼 잡음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격화됐다. 이는 1년여간 수면 아래 있던 교사들의 성범죄가 불거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법원 판단에 따라 종전 6명의 임원은 이사 지위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 운영위원단은 재단 측의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교육청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학교 돈으로 성매매 의심 업소와 유흥업소를 다니는 그런 경영진들이 학교로 복귀한다면 어떤 학부모들이 본교에 입학을 시키겠느냐"며 "재판도 받고 조사 중이라는 내용이 나오는 만큼 학교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재단 노조 측은 법인 돈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단 간부들을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1년 넘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재단 측은 "기소된 인물은 임원이 아닌 직원"이라며 운영위원단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이사진의 복귀와 관련해서도 "학교 측이 승소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뭔가 구린 재단
이처럼 이번 성관계 파문은 재단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이 점화되는 과정에서 조명된 것이다. 최근 A학교 측은 한 언론을 통해 "만약 의혹이 사실이 아닐 경우 의혹을 제기한 사람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성폭행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A학교 역시 관리소홀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동문회 측은 "학교가 지금까지 사건을 은폐하는 바람에 교사들이 버젓이 같은 학교에서 여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학교 측은 "상담센터가 지금껏 상담 내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