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롤’ 예고한 이천수 ‘북한벽 뚫는다’

이천수(27·수원 삼성)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인 북한전(10일)을 앞두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승부의 향방을 가늠하는 세트 피스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겠다며 구슬땀 흘리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도 이천수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마음 놓고 뛰어보라’는 주문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자신감이 넘쳐나는 이천수의 활약상을 기대해봄직한 대목이다.

공은 이천수에게…“마음 놓고 뛰어봐!”

이천수는 의욕과 패기가 넘친다. 기존 포지션의 주인과는 피할 수 없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입장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국가대표팀 입장에선 새로운 피가 활력과 자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하고 있는 탓이다. 그런면에서 변화는 불안정성을 높이지만 모험 없이 소득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 축구대표팀에도 이천수의 가세에 긴장감이 팽배하다.
사실 이천수의 트레이드마크는 예리한 킥이다. 허정무 감독은 이번 북한전에 그를 적극 활용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스리톱의 꼭짓점으로 나설 조재진에게 2선 침투를 위한 공간 창출의 임무를 맡기면서 돌파력과 결정력이 뛰어난 이천수에게는 위치에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상대를 흔들라는 주문을 내린 것이다.
실제 이천수는 2선에서 공간을 침투할 수 있는 개인기와 재치를 겸비하고 있다. 때문에 미드필드로 나서 2선에서 돌파력을 통한 공격조율을 담당하고 만일 김두현이 투입될 경우 측면 공격수로 활약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경우 이천수를 통해 얻는 효과는 두 가지다. 하나는 대표팀의 전력 극대화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과 공격력이 좋은 그를 통해 북한과의 경기에서 다득점을 기록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천수라면 충분히 소화해낼 것이라는 게 허 감독의 판단이다.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도 잘 소화하는 선수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측면 공격수로서 김두현과의 연결고리 역할 등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 관건이 될 수 있다.
실제 허 감독은 지난 2일 훈련에서 이천수에게 프리롤에 가까운 임무를 부여하며 조재진과 기성용-김남일 라인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겼다. 또 3일에는 이천수를 측면 공격수로 올리고 김두현을 중앙 미드필더로 사용하는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김두현과의 공존 가능성을 시험한 셈이다.
물론 아직 이천수의 몸 상태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3일 미니게임전에서 이천수는 좌우 측면 공격수의 역할을 수행하며 게임을 치렀는데 아직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닌 듯 조금은 지친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오른 발목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않아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는데다 K리그 복귀 후 45분 이상 출전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천수의 활약이 기대되는 것은 그의 풍부한 국제무대 경험과 날카로운 프리킥 그리고 탁월한 득점력이 있기 때문이다. 허 감독도 이 같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천수를 쉽게 포기하기는 힘든 입장이다.
대표팀이 이천수가 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주며 측면 공격수 자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넓은 시야를 갖고 있는 그가 대표팀의 기대에 부응한다면 비로소 안정적인 팀 구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까닭이다.
현재 허 감독은 이천수의 출격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 시험을 거치고 있다. 11대 11의 미니게임 실시 당시 조끼를 입지 않은 비조끼팀에 속한 이천수는 전반전에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들어와 좌·우 양 사이드를 오가며,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기회가 날 때마다 슈팅을 때리며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천수의 이 같은 훈련은 이번 대표팀의 주문과 무관하지만은 않다. 대표팀은 그에게 프리롤의 임무를 맡겼다. 특별한 위치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함으로써 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함이다.
이천수는 실제 훈련에서도 플레이메이커보다 처진 공격수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 여러 차례 중거리슛을 시도하며 공격의 활로를 찾기도 했다. 때론 스리톱 밑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좌우 측면과 최전방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움직이며 슈팅 찬스를 만들어주는 ‘도우미’와 문전에서 만드는 찬스를 직접 마무리하는 ‘해결사’ 노릇을 했다.
이천수가 이번 경기에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은 최종예선의 첫 경기인 만큼 너무나 중요한 경기라는 판단에서다. 올림픽축구의 부진으로 축구에 대한 원성이 자자할 때 펼쳐지는 월드컵 예선인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북한전의 경기 결과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스피드와 슈팅력을 겸비한 이천수가 북한의 밀집 수비벽을 돌파한다는 전략은 허 감독 입장에선 매우 유용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발군의 순간 스피드를 가진 그가 북한 수비를 무너뜨리는 데 위력을 발휘할 전망되고 있어서다.
‘죽기 살기로 뛰겠다’고 투지를 다진 이천수. 그가 북한전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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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