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국 프로골프 남녀대회 결산

‘범띠 동갑내기’배상문-서희경 ‘국내지존’ 확인

올해 한국프로골프에서는 86년생 ‘동갑내기’ 배상문(23·키움증권)과 서희경(23·하이트)이 남녀 4관왕에 오르며 국내대회 ‘최강자’로 우뚝 섰다.

남자대회에서 배상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 상금액이 걸린 한국오픈(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3억원)을 2연패하며 2년 연속 상금왕 굳히기에 성공했고 서희경은 시즌 막판까지 유소연(19·하이마트)과 피 말리는 대상, 상금왕, 다승왕 경쟁을 펼친 끝에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CAPS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해 최저타수상까지 거머쥐며 4관왕 타이틀을 쓸어 담았다.

범띠생 동갑내기인 둘은 지난해 김형성(29)과 신지애(21·미래에셋)에게 각각 대상 포인트에서 밀려 최우수선수에는 뽑히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완벽한 플레이를 시즌 내내 펼쳐 보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남녀대회 4관왕 등극하며 국내대회 최강자 우뚝
배상문 한발한발 내디뎌 마침내 정상탈환 성공


올 시즌 발렌타인 대상과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 등 4관왕을 거머쥔 배상문은 결코 깜짝 스타가 아니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매년 급성장을 보이며 한국프로골프의 차세대 스타로 일찌감치 예견된 ‘젊은 피’였다. 2005년 16개 대회에 참가해 5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상금랭킹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인 2006년엔 데뷔 2년 만에 에머슨퍼시픽그룹 오픈에서 마침내 생애 첫 승을 기록하며 상금랭킹 11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2007년에는 시즌 네 번째 대회로 열린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반기부터 맹활약을 펼쳐 마침내 상금랭킹 4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2년 연속 우승으로 상세를 탄 배상문은 지난해엔 2승 포함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리고 6차례 ‘톱20’에 오르는 안정된 기량으로 마침내 데뷔 4년 만에 상금왕에 등극했다.

프로대회에서 확실한 우승해법을 찾은 배상문은 지난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 미국 PGA투어에 도전장을 냈지만 고배를 마신 후 올해 국내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올해 미국 PGA투어에 재도전한다는 뜻을 밝힌 배상문은 국내에서 세계무대로의 더 큰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차세대 스타로
예견된 ‘젊은 피’

올해 남자대회의 최강자로 배상문과 함께 김대섭(28·삼회저축은행)을 빼놓을 수 없다. 김대섭은 지난 2005년 우승 1회, 준우승 3회 등의 성적으로 상금랭킹 4위에 오르며 당시 최고의 유망주로 주가를 올렸다. 하지만 2006년 개막전인 롯데 스카이힐 오픈에서 3위에 오른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2007년엔 수차례 컷오프 당하며 좀처럼 슬럼프 탈출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잘나가던 유망주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마추어 시절 2차례 한국오픈을 제패했던 저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지난해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 국내 최장타자 김대현(20·하이트)과 연장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해 3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샷 감을 되찾았고 이후 열린 7개 대회에서 5차례 ‘톱10’에 입상하며 데뷔 후 최고 성적인 상금랭킹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슬럼프를 말끔히 떨쳐낸 김대섭은 올해 최고의 퍼팅감을 앞세워 15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1회 포함 ‘톱10’에 11차례 이름을 올렸다. 이 중 7차례 ‘톱5’에 랭크돼 배상문에 이어 상금랭킹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올해 한국프로골프는 배상문, 김대섭 등 ‘최강자’들의 격돌의 장이 매 대회 이어졌지만 무명의 돌풍도 그 어느 해보다 거센 한 해였다.

시즌 개막전인 한-중 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는 무명의 이태규(36·슈페이어)가 마지막 날 6언더파를 몰아치며 기적 같은 7타차 대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태규는 2002년 29세의 나이로 입회한 후 한 차례도 ‘톱10’에 이름을 올려본 적 없는 무명선수였다. 그런 그가 개막전 우승과 함께 올 시즌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리며 상금랭킹 10위에 오르는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특히 최근 20대 ‘젊은 피’들의 맹활약으로 해외파 및 30~40대 골퍼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룬 쾌거여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이태규와 함께 또 한 명의 무명의 반란을 일으킨 선수로는 박상현(26·앙드레김골프)을 꼽을 수 있다. 2005년 데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군에 입대, 육군 병장 제대 후 지난해 투어에 복귀한 박상현은 상금랭킹 51위를 기록하며 1차 목표인 풀시드권을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올해 시즌 5번째 대회인 SK텔레콤 오픈에서 한국인으로 미국 PGA투어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최경주(39·나이키골프)를 맞아 흔들림 없는 샷을 펼쳐 보이며 우승을 차지해 생애 첫 승을 한국인 최고의 선수에게 축하받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 박상현은 2주 후에 열린 KPGA선수권에서 또다시 우승기회를 맞았다.

시즌 내내 이어진
무명의 반란

홍순상(29·SK텔레콤)과 동타를 이룬 후 연장승부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홍순상에게 우승컵을 헌납한 박상현은 시즌 종반에 열린 에머슨퍼시픽 힐튼 남해 오픈에서 또다시 우승을 차지해 배상문과 함께 2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류현우(28·테일러메이드)와 맹동섭(22·토마토저축은행), 이기상(23) 등이 데뷔 후 첫 승을 거둬 내년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여자대회에서는 ‘절대지존’ 신지애의 올 초 미국 진출로 인해 올해 ‘국내지존’의 자리를 놓고 국내파들 간의 경쟁이 어느 해보다 치열했다. 그중 지난해 신지애에 이어 ‘차기지존’ 후보로 서희경이 유력한 가운데 신인왕을 차지한 신예 최혜용(19·LIG)과 유소연(19·하이마트), 김하늘(20·엘로드), 안선주(21·하이마트) 등이 물망에 올랐다.

그리고 올 시즌 뚜껑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앞서 나간 것은 최혜용이었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최혜용이 가장 먼저 우승 포문을 연 것이다. 그리고 올해 국내에서 열린 실질적 개막전인 김영주골프 여자 오픈에선 또 다른 신예 이정은(21·김영주골프)이 우승을 차지해 이변을 예고하는 듯했다.

‘차기지존’ 후보서 ‘국내지존’으로 우뚝 선 서희경
‘더 이상 슬럼프는 없다’ 완벽하게 부활한 김대섭


하지만 시즌 3번째 대회부터 서희경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서희경은 2타차 3위에서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역전우승에 성공했다. 지난해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던 서희경은 올해도 첫승 이후 바로 다음 대회인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순식간에 상금, 다승 부분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서희경의 독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5월과 6월에 열린 5개 대회 중 3개 대회를 연이어 석권한 유소연이 서희경을 밀어내고 선두로 치고 올라온 것. 특히, 유소연은 8월에 열린 후반기 첫 번째 대회이자 올해 가장 큰 상금(8억원, 우승상금 2억원)이 걸린 하이원리조트컵 SBS 채리티 여자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 대회까지 절반을 마친 상황에서 무서운 상승세로 독주체제를 갖춘 유소연을 대적할 만한 선수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후반 들어 유소연이 부진한 틈을 타 서희경이 다시금 힘을 내기 시작했다. 10월에 열린 시즌 두 번째로 상금이 많은 하이트컵 챔피언십(총상금 6억원)과 다음 대회인 KB 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 파이널(총상금 5억원)을 연이어 제패한 것이다.

하지만 4승씩을 나눠 가진 둘은 이후 호각세를 보이며 대상 포인트와 상금액에서 근소한 차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황에서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CAPS 챔피언십을 맞았다. 이 대회에서 최소 대상과 상금왕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승패는 사실상 2라운드가 끝나며 결정됐다. 서희경은 유소연에 7타차 2위에 올라 최종일을 맞은 것이다.

시즌 뚜껑 열리면서
최혜용 치고 나가

지난해 유독 시즌 막판에 힘을 냈던 서희경은 올해도 마지막 대회 마지막 날 대부분의 선수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때 6타를 줄이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 시즌 5승과 함께 상금왕, 대상, 최저타수상까지 4관왕을 확정지었다.

한국여자프로 무대에서 새로운 ‘지존’의 등극을 알린 것이다. 서희경의 4관왕 등극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 유소연은 지난해 막판 최혜용에게 신인왕을 내주어야 했던 뼈아픈 경험을 했는데 올해도 대상과 상금왕을 놓고 서희경에게 역전 당해 2년 연속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난해 신지애와 서희경이 분명한 1, 2인자 자리를 유지했다면 올해는 서희경과 유소연이 총상금 6000만여 원 차로 순위가 결정돼 사실상 ‘양강 구도’로 올 시즌을 이끌어 왔다. 총상금 6억6000만여 원과 6억여 원을 기록한 서희경과 유소연 뒤를 이어 상금랭킹 3위에 오른 안선주가 2억5000만여 원을 기록해 2위와 무려 3억5000만여 원의 차이를 보였다.
 
3위 안선주부터 15위 오안나(20·동아회원권)까지 1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여자대회는 지난해 역대 최다대회인 26개 대회를 치렀고 올해는 7개 대회가 줄어든 19개 대회를 치렀지만 ‘지존’의 자리를 놓고 ‘강자’들이 맞붙는 상황이어서 흥행 면에서는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승자와 관련해서는 서희경과 유소연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다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매년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안선주가 2승, 올해 데뷔 후 첫 승과 함께 2승을 기록한 이정은, 그 외에 최혜용, 최나연(22·SK텔레콤) 등이 1승씩을 가져갔고 김현주(21·동아회원권), 임지나(22·엘로드), 이보미(21·하이마트), 김현지(21·LIG) 등이 각각 생애 첫 승의 주인공이 됐다.

신예들의 선전으로
우승자 예측불허

올해 여자대회는 서희경(5승), 유소연(4승)이 총 19개 대회 중 절반에 해당하는 9개 대회 우승컵을 가져간 가운데 안선주(2승)와 이정은(2승)이 4개를 가져갔다. 그러나 지난해 3승과 2승을 거두며 올 시즌 ‘강자’ 대열에서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였던 김하늘(21·엘로드)과 홍란(23·먼싱웨어)은 무관에 그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 상금랭킹 3위를 기록하며 올해 ‘지존’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였던 김하늘은 무관에 그치며 상금랭킹도 7위로 밀려났고 홍란은 13위, 김혜윤은 지난해 7위에서 올해 20위로 밀려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우승 없이 준우승 2회 포함 ‘톱10’에 7차례 이름을 올리며 상금랭킹 10위에 올랐던 윤채영(22·LIG) 역시 올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3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려나 상위권 선수들 간의 실력 차가 그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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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