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국 프로골프 남녀대회 결산

‘범띠 동갑내기’배상문-서희경 ‘국내지존’ 확인

올해 한국프로골프에서는 86년생 ‘동갑내기’ 배상문(23·키움증권)과 서희경(23·하이트)이 남녀 4관왕에 오르며 국내대회 ‘최강자’로 우뚝 섰다.

남자대회에서 배상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 상금액이 걸린 한국오픈(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3억원)을 2연패하며 2년 연속 상금왕 굳히기에 성공했고 서희경은 시즌 막판까지 유소연(19·하이마트)과 피 말리는 대상, 상금왕, 다승왕 경쟁을 펼친 끝에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CAPS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해 최저타수상까지 거머쥐며 4관왕 타이틀을 쓸어 담았다.

범띠생 동갑내기인 둘은 지난해 김형성(29)과 신지애(21·미래에셋)에게 각각 대상 포인트에서 밀려 최우수선수에는 뽑히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완벽한 플레이를 시즌 내내 펼쳐 보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남녀대회 4관왕 등극하며 국내대회 최강자 우뚝
배상문 한발한발 내디뎌 마침내 정상탈환 성공


올 시즌 발렌타인 대상과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 등 4관왕을 거머쥔 배상문은 결코 깜짝 스타가 아니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매년 급성장을 보이며 한국프로골프의 차세대 스타로 일찌감치 예견된 ‘젊은 피’였다. 2005년 16개 대회에 참가해 5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상금랭킹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인 2006년엔 데뷔 2년 만에 에머슨퍼시픽그룹 오픈에서 마침내 생애 첫 승을 기록하며 상금랭킹 11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2007년에는 시즌 네 번째 대회로 열린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반기부터 맹활약을 펼쳐 마침내 상금랭킹 4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2년 연속 우승으로 상세를 탄 배상문은 지난해엔 2승 포함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리고 6차례 ‘톱20’에 오르는 안정된 기량으로 마침내 데뷔 4년 만에 상금왕에 등극했다.

프로대회에서 확실한 우승해법을 찾은 배상문은 지난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 미국 PGA투어에 도전장을 냈지만 고배를 마신 후 올해 국내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올해 미국 PGA투어에 재도전한다는 뜻을 밝힌 배상문은 국내에서 세계무대로의 더 큰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차세대 스타로
예견된 ‘젊은 피’

올해 남자대회의 최강자로 배상문과 함께 김대섭(28·삼회저축은행)을 빼놓을 수 없다. 김대섭은 지난 2005년 우승 1회, 준우승 3회 등의 성적으로 상금랭킹 4위에 오르며 당시 최고의 유망주로 주가를 올렸다. 하지만 2006년 개막전인 롯데 스카이힐 오픈에서 3위에 오른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2007년엔 수차례 컷오프 당하며 좀처럼 슬럼프 탈출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잘나가던 유망주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마추어 시절 2차례 한국오픈을 제패했던 저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지난해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 국내 최장타자 김대현(20·하이트)과 연장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해 3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샷 감을 되찾았고 이후 열린 7개 대회에서 5차례 ‘톱10’에 입상하며 데뷔 후 최고 성적인 상금랭킹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슬럼프를 말끔히 떨쳐낸 김대섭은 올해 최고의 퍼팅감을 앞세워 15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1회 포함 ‘톱10’에 11차례 이름을 올렸다. 이 중 7차례 ‘톱5’에 랭크돼 배상문에 이어 상금랭킹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올해 한국프로골프는 배상문, 김대섭 등 ‘최강자’들의 격돌의 장이 매 대회 이어졌지만 무명의 돌풍도 그 어느 해보다 거센 한 해였다.

시즌 개막전인 한-중 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는 무명의 이태규(36·슈페이어)가 마지막 날 6언더파를 몰아치며 기적 같은 7타차 대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태규는 2002년 29세의 나이로 입회한 후 한 차례도 ‘톱10’에 이름을 올려본 적 없는 무명선수였다. 그런 그가 개막전 우승과 함께 올 시즌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리며 상금랭킹 10위에 오르는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특히 최근 20대 ‘젊은 피’들의 맹활약으로 해외파 및 30~40대 골퍼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룬 쾌거여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이태규와 함께 또 한 명의 무명의 반란을 일으킨 선수로는 박상현(26·앙드레김골프)을 꼽을 수 있다. 2005년 데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군에 입대, 육군 병장 제대 후 지난해 투어에 복귀한 박상현은 상금랭킹 51위를 기록하며 1차 목표인 풀시드권을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올해 시즌 5번째 대회인 SK텔레콤 오픈에서 한국인으로 미국 PGA투어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최경주(39·나이키골프)를 맞아 흔들림 없는 샷을 펼쳐 보이며 우승을 차지해 생애 첫 승을 한국인 최고의 선수에게 축하받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 박상현은 2주 후에 열린 KPGA선수권에서 또다시 우승기회를 맞았다.

시즌 내내 이어진
무명의 반란

홍순상(29·SK텔레콤)과 동타를 이룬 후 연장승부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홍순상에게 우승컵을 헌납한 박상현은 시즌 종반에 열린 에머슨퍼시픽 힐튼 남해 오픈에서 또다시 우승을 차지해 배상문과 함께 2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류현우(28·테일러메이드)와 맹동섭(22·토마토저축은행), 이기상(23) 등이 데뷔 후 첫 승을 거둬 내년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여자대회에서는 ‘절대지존’ 신지애의 올 초 미국 진출로 인해 올해 ‘국내지존’의 자리를 놓고 국내파들 간의 경쟁이 어느 해보다 치열했다. 그중 지난해 신지애에 이어 ‘차기지존’ 후보로 서희경이 유력한 가운데 신인왕을 차지한 신예 최혜용(19·LIG)과 유소연(19·하이마트), 김하늘(20·엘로드), 안선주(21·하이마트) 등이 물망에 올랐다.

그리고 올 시즌 뚜껑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앞서 나간 것은 최혜용이었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최혜용이 가장 먼저 우승 포문을 연 것이다. 그리고 올해 국내에서 열린 실질적 개막전인 김영주골프 여자 오픈에선 또 다른 신예 이정은(21·김영주골프)이 우승을 차지해 이변을 예고하는 듯했다.

‘차기지존’ 후보서 ‘국내지존’으로 우뚝 선 서희경
‘더 이상 슬럼프는 없다’ 완벽하게 부활한 김대섭


하지만 시즌 3번째 대회부터 서희경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서희경은 2타차 3위에서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역전우승에 성공했다. 지난해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던 서희경은 올해도 첫승 이후 바로 다음 대회인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순식간에 상금, 다승 부분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서희경의 독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5월과 6월에 열린 5개 대회 중 3개 대회를 연이어 석권한 유소연이 서희경을 밀어내고 선두로 치고 올라온 것. 특히, 유소연은 8월에 열린 후반기 첫 번째 대회이자 올해 가장 큰 상금(8억원, 우승상금 2억원)이 걸린 하이원리조트컵 SBS 채리티 여자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 대회까지 절반을 마친 상황에서 무서운 상승세로 독주체제를 갖춘 유소연을 대적할 만한 선수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후반 들어 유소연이 부진한 틈을 타 서희경이 다시금 힘을 내기 시작했다. 10월에 열린 시즌 두 번째로 상금이 많은 하이트컵 챔피언십(총상금 6억원)과 다음 대회인 KB 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 파이널(총상금 5억원)을 연이어 제패한 것이다.

하지만 4승씩을 나눠 가진 둘은 이후 호각세를 보이며 대상 포인트와 상금액에서 근소한 차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황에서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CAPS 챔피언십을 맞았다. 이 대회에서 최소 대상과 상금왕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승패는 사실상 2라운드가 끝나며 결정됐다. 서희경은 유소연에 7타차 2위에 올라 최종일을 맞은 것이다.

시즌 뚜껑 열리면서
최혜용 치고 나가

지난해 유독 시즌 막판에 힘을 냈던 서희경은 올해도 마지막 대회 마지막 날 대부분의 선수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때 6타를 줄이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 시즌 5승과 함께 상금왕, 대상, 최저타수상까지 4관왕을 확정지었다.

한국여자프로 무대에서 새로운 ‘지존’의 등극을 알린 것이다. 서희경의 4관왕 등극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 유소연은 지난해 막판 최혜용에게 신인왕을 내주어야 했던 뼈아픈 경험을 했는데 올해도 대상과 상금왕을 놓고 서희경에게 역전 당해 2년 연속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난해 신지애와 서희경이 분명한 1, 2인자 자리를 유지했다면 올해는 서희경과 유소연이 총상금 6000만여 원 차로 순위가 결정돼 사실상 ‘양강 구도’로 올 시즌을 이끌어 왔다. 총상금 6억6000만여 원과 6억여 원을 기록한 서희경과 유소연 뒤를 이어 상금랭킹 3위에 오른 안선주가 2억5000만여 원을 기록해 2위와 무려 3억5000만여 원의 차이를 보였다.
 
3위 안선주부터 15위 오안나(20·동아회원권)까지 1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여자대회는 지난해 역대 최다대회인 26개 대회를 치렀고 올해는 7개 대회가 줄어든 19개 대회를 치렀지만 ‘지존’의 자리를 놓고 ‘강자’들이 맞붙는 상황이어서 흥행 면에서는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승자와 관련해서는 서희경과 유소연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다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매년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안선주가 2승, 올해 데뷔 후 첫 승과 함께 2승을 기록한 이정은, 그 외에 최혜용, 최나연(22·SK텔레콤) 등이 1승씩을 가져갔고 김현주(21·동아회원권), 임지나(22·엘로드), 이보미(21·하이마트), 김현지(21·LIG) 등이 각각 생애 첫 승의 주인공이 됐다.

신예들의 선전으로
우승자 예측불허

올해 여자대회는 서희경(5승), 유소연(4승)이 총 19개 대회 중 절반에 해당하는 9개 대회 우승컵을 가져간 가운데 안선주(2승)와 이정은(2승)이 4개를 가져갔다. 그러나 지난해 3승과 2승을 거두며 올 시즌 ‘강자’ 대열에서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였던 김하늘(21·엘로드)과 홍란(23·먼싱웨어)은 무관에 그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 상금랭킹 3위를 기록하며 올해 ‘지존’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였던 김하늘은 무관에 그치며 상금랭킹도 7위로 밀려났고 홍란은 13위, 김혜윤은 지난해 7위에서 올해 20위로 밀려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우승 없이 준우승 2회 포함 ‘톱10’에 7차례 이름을 올리며 상금랭킹 10위에 올랐던 윤채영(22·LIG) 역시 올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3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려나 상위권 선수들 간의 실력 차가 그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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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