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발한 민주당 '대선 미수금' 미스터리

현금 1억 뽑아 당직자와 나눴다?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민주당 일부 당직자가 홍보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협력업체와 동업관계에 있던 박모씨는 이 같은 의혹을 지피면서 "수상한 현금 1억원이 인출됐다"고 주장했다. 정산되지 않은 대선 미수금을 놓고 박씨가 당긴 불씨가 민주당에 옮겨 붙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위해 전화홍보 업무를 수행했던 업체 대표가 사기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그런데 업체 대표는 "내가 오히려 민주당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억울하다는 제보를 했다. 민주당과 업체 대표 사이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자가 입수한 진정서는 모두 10장 분량으로 직인이 찍힌 원본이었다. 해당 진정서에서 박모씨는 자신을 홍보대행업체 S사의 대표라고 소개했다. 그는 S사를 "2012년 12월19일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인천시당, 충남도당, 경북도당, 경남도당, 경기도당에서 전화홍보를 수행한 업체"라고 설명했다. S사는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도 민주당 한 국회의원 후보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있었나

그렇다면 박씨는 왜 진정서를 민주당 앞으로 내민 것일까. 박씨가 밝힌 사건 경위는 다음과 같다.

박씨는 민주당 국장급 인사인 김모씨 등의 주도 하에 인천시당·충남도당·경남도당 당직자를 소개받고, 전화 ARS 서버를 활용한 전화홍보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앞서 경기도당 및 경북도당을 거래처로 두고 있던 박씨는 각 당 실무자와 만나 양해를 구한 뒤 모두 5개 시·도당(기존 거래처 2곳, 소개받은 거래처 3곳)의 업무를 맡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김씨가 밀던 업체는 M사였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인천·충남·경남도당의 업무를 관장했던 M사는 J씨를 대표로 한 홍보업체였다. 박씨에 따르면 J씨는 김씨와 자주 어울려 술을 마셨고, 취기가 오르면 당구 내기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김씨의 제안으로 J씨와 동업관계가 된 박씨는 사업에 필요한 전화회선 공급, 서버의 임대 및 자금운용을 맡아 처리하기로 약속했다. 또 일선 업무는 J씨가 맡는 것으로 역할을 나눴다. 대선을 앞두고 박씨는 J씨와 수익을 5:5로 나누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대선은 민주당의 패배로 귀결됐다.

그래도 박씨는 민주당을 믿었다고 했다. 사업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당시 업무를 위해 썼던 통화료와 서버 임대료 등이 지급될 것으로 믿었다. 아울러 민주당이 수익을 업체로 넘겨주면 J씨와 배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약속한 대금은 지불되지 않았다.

홍보업체서 지급 보증한 수억원 사라져
당 관계자들 빼돌린 의혹…비자금 조성?

박씨는 차일피일 정산을 미루는 민주당을 미심쩍게 봤다. 그런데 자신의 사업 파트너였던 J씨가 3억여원을 송금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의심은 확신에 가깝게 바뀌었다. 박씨는 J씨에게 돈을 나누자고 요구했지만 J씨는 박씨에게 "기다려보라"고 한 뒤 연락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제3의 인물' K씨가 등장한다.

K씨는 박씨에게 사업에 필요한 통신 서버를 임대해 준 인물이다. 박씨는 "K씨가 3억8천여만원을 (민주당으로부터) 전달 받고, 전화 사용료 정산을 위해 통신사 L사에 전액 입금한 뒤 3900여만원(사용료)을 제외한 3억4천여만원을 (L사로부터) 재입금 받았다"며 "이중 4천만원을 제외한 돈이 J씨에게 송금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씨는 "J씨가 현금 1억원을 인출했다"며 "J씨는 이 돈을 민주당 당직자인 두 김씨에게 각각 5000만원씩 준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씨는 "J씨와 당직자가 짜고 홍보에 든 비용을 과다 계상해 선관위에 허위 청구함으로써 선거비용 보전금을 부풀려 받았다"고 폭로했다.


자문을 구한 민주당 한 보좌관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직자는 정년이 없고 목돈을 만지기 어려워 이 같은 유혹에 시달리기 쉽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러나 박씨가 겨냥한 당사자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항변했다. 먼저 김씨(현 국장)는 "박씨의 일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면서 "여러 경로로 확인을 했지만 박씨가 민주당과 계약을 맺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금품 상납 의혹에 대해선 "받은 바도 들은 바도 없다"며 "박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김씨(전직 국장)는 "왜 나를 물고 늘어지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해했다. 그는"하청 업체 간의 다툼으로 알고 있는데 나를 끌어들이는 저의가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박씨는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황. 그는 대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하청을 받은 뒤 일부 업무에 대해서 재하청을 줬지만 수억원의 용역비를 지급하지 않아 민사소송의 피고까지 됐다. 하지만 박씨는 소송 과정에서 "민주당이 돈을 주지 않아 용역비를 지급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씨는 "박씨가 정말 결백하다면 J씨를 고소하면 되는데 왜 이제껏 가만히 있었나"며 날을 세웠다. 이어 "J씨가 인사(상납)를 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말만 그렇게 하고 돈을 뒤로 빼돌렸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불쾌해했다.

최근 김씨는 민주당 당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J씨와 친분이 있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박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임을 누차 강조했다. 더불어 박씨에 대해 무고죄로 고발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진흙탕 싸움

지난 1월 K씨가 박씨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를 보면 과다 계상된 1억2천여만원에 대한 언급이 있다. 박씨는 "L사가 작성한 회선 현황 트래픽 자료와 실제 보전 신청된 자료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서 "이 (차이로 생긴) 돈이 선관위로 과다 청구된 보전금"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L사 관계자는 "인감을 도용하지 않는 한 기간 통신 사업자가 만든 자료를 위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의 키맨인 J씨는 자신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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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