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핏줄' 친조카 성폭행 백태

짐승만도 못한 삼촌들

[일요시사=사회팀] 친조카 자매를 성폭행해 임신시키고 출산까지 하게 한 삼촌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또 며칠 간격으로 친형이 죽은 틈을 타 조카를 강간한 인면수심의 삼촌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꽃다운 10대 조카를 노린 이들의 짐승만도 못한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강도·감금·폭행 등 여러 종류의 강력범죄가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범죄는 성폭력이다. 살인에 버금가는 악질 범죄의 대명사인 성폭력은 분노의 대상이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흔히 성폭력하면 흉악한 얼굴을 한 괴한이 혼자 다니는 여성을 덮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아는 사람이
더욱 무섭다

지난 1월16일 여성가족부는 전국 만 19세 이상 64세 미만 남녀 3500명을 조사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의 피해 정도가 심할수록 가해자는 아는 사람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간의 경우는 가해자의 60.1%가 피해자의 지인(친족 포함)이었다. 강간미수 역시 피해자의 61.4%가 가해자와 안면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와 가까웠던 애인, 동네사람, 학교 선후배, 직장상사 및 동료 등은 순간의 욕정으로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이처럼 성폭력은 범행 전 피해자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 상당수 가해자가 된다. 때문에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고통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조카자매 삼촌 성폭행으로 임신
10대 언니·동생 나란히 출산


특히 피해자와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는 피해자로 하여금 이런 피해 사실조차 숨기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관계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지난 23일 청주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는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46)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김씨에게 신상정보 10년 공개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을 함께 선고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던 김씨는 경합범으로 모두 18년을 감옥에서 살게 됐다.

김씨는 당시 10대였던 친조카 자매를 상습 성폭행한 중범죄자다. 이들 자매는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각각 아이를 출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김씨)의 범행으로 나이 어린 친조카가 임신해 출산까지 하고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는 등 죄질이 매우 나빠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적 고통과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좌절감의 크기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며 "김씨의 죄는 마땅히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조카인데
성노리개로

미혼인 김씨는 충북 음성에 있는 친형 집에서 2011년부터 더부살이를 했다. 친형 부부는 맞벌이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는데 자연스레 김씨는 조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러던 중 김씨는 '악마'가 됐다.  2011년 11월 김씨는 당시 15살이던 A양을 무참히 성폭행했다. A양은 완강히 거부했지만 누구도 김씨의 범행을 막을 수 없었다. 김씨의 범행은 한 달 새 3차례나 반복됐다.

김씨의 악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씨는 A양의 동생도 성폭행했다. 동생의 나이는 고작 13살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A양에게 그랬던 것처럼 동생을 2차례 더 성폭행했다.


김씨의 범행 이후 이들 자매는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범행으로부터 수 개월이 지났음에도 A양과 동생의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

김씨의 범행은 A양의 학교 담임교사에 의해 드러났다. A양의 배가 불러오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교사가 A양과 면담을 한 것이다. 발견 당시 A양은 임신 8개월이었다. 손을 쓰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던 것. 뒤늦게 확인한 A양의 동생 역시 만삭의 몸이었다. A양이 먼저 원치 않는 출산을 했고, 동생은 A양의 뒤를 이어 아이를 낳았다.

형수 일간 사이 몹쓸짓
친형 죽은 뒤 또다시…

어린 나이에 출산의 고통까지 겪은 자매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A양의 동생은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동생의 건강을 고려해 A양의 사건만 먼저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사건을 심리한 청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지난해 12월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촌으로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그 사회적 비난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 후 검찰은 동생의 진술을 확보해 김씨를 한 번 더 기소했다.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선 김씨는 징역 8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김씨는 모두 18년을 복역하게 됐다.

친조카를 성노리개로 삼은 '못된 삼촌'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구에서는 친형의 어린 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대구지검 형사3부(이태형 부장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B(45)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009년 6월부터 2013년까지 경북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친조카(현재 11세)를 4차례 성폭행하고, 1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B씨는 지난해 초 친형(피해아동 아버지)이 숨진 뒤에도 조카를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다문화가정을 꾸린 친형과 형수,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던 중 형 내외가 집을 비운 사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B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구속을 피하기 위해 알코올중독자 행세를 하며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B씨의 위장 입원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경찰은 사건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대구지검 형사3부 소속 최성겸 검사는 B씨의 입원 경위를 수상쩍게 여겨 직접 정신병원으로 찾아갔다. 이어 B씨가 가짜 환자임을 밝히고, B씨를 구속했다.

검찰이 B씨를 구속한 날, 바로 옆 재판장에선 어린 조카딸 자매를 강제추행한 이모(58)씨가 중형을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최월영)는 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58)씨에게 징역 8년과 함께 신상정보공개 10년, 전자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수년간 같이 살던 10대 초반의 조카자매를 상대로 지속적인 성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대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수차례에 걸쳐 위협과 함께 조카 자매의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아버지를 잃은 뒤 함께 생활하던 어린 조카딸을 수차례 성추행하거나 성폭행 시도를 했고 동생에게도 똑같은 짓을 하는 등 인륜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주체 못한 욕정
살인까지 저질러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는 삼촌이 조카를 범하는 친족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족이란 이유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친족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족은 없는 것만도 못한 악의 굴레다. 또 남의 가족사란 이유로 주변에서 쉬쉬하는 사이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다시 살펴보면 모든 피해자 중 1.1%만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즉 성폭력 피해자의 100명 중 99명은 수사기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또다시 범죄에 노출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 1월13일 이혼한 전처의 10대 조카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모(48)씨에게 강간살인죄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오씨는 1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오씨는 지난해 2월22일 오후 8시께 진천군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전처의 조카 C(17)양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오씨는 자신의 집으로 놀러온 C양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오씨는 C양이 완강히 저항하자 이성을 잃었고, C양이 도망가려 하자 뒤쫓아가 살해했다. 만취 상태였던 오씨는 조카를 죽인 뒤에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끝까지 추행하는 등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정신감정서와 범행 당시 만취해 있었던 정황을 종합해보면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나 그런 상황에서 저지른 성범죄도 감경사유에서 제외하는 성폭력 특례법에 따라 감형하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에서 오씨는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감형을 위해 노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버지 잃은 자매 특정 부위 만지작
전처 조카가 저항하자 목 졸라 살해

욕정에 눈 먼 삼촌들 때문에 꽃다운 10대 소녀들은 육체적·정신적 피해는 물론 심한 경우 목숨까지 잃었다. 또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딸과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동안 가슴에 멍에를 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불행히도 친족 간 성범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경찰 집계 기준 1994년 121건으로 보고됐던 친족 강간은 2008년 293건, 2010년 369건을 거쳐 2012년에는 520건으로 늘었다. 직계가족이 저지른 성폭행도 적지 않겠지만 삼촌에 의한 성범죄 역시 친족 성범죄의 한 축을 이룬다.

대다수 피해자
아동과 청소년

친족 강간의 대다수 피해자는 아동·청소년이다. 가해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저항력이 약한 아동·청소년이 성욕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친족 성범죄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친족 간 성범죄는 물증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 전의 일이라 수사기관 입장에서 이를 끄집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친족 성범죄를 외부로 드러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거나 덮어두기만 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주변에서 능동적인 대처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특히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강간은 물리적 저항이 없어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판례에 비춰봤을 때 적극적인 신고와 사법당국의 엄중한 대처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카 성폭행한 삼촌
단지 "사랑해서" 무죄?

10대 조카와 성관계를 맺은 20대 삼촌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임선지)는 미성년자인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남모(2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5촌 당숙이던 남씨를 이성으로 좋아했다는 조카 D양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D양은 1·2심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좋아하는 배우를 닮은 삼촌을 좋아했고, 성관계도 싫지 않았다. 과거에 자해를 한 행위도 삼촌에게 여자친구가 있어서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서운했기 때문이다"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했다.

이어 "가출을 자주 해서 부모님에게 혼날까봐 무서워서 처음 경찰에 진술할 때 삼촌의 핑계를 댄 것"이라고 번복 경위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D양의 진술을 받아들이는 한편 1심에서 남씨가 제출한 자백 취지의 반성문에 대해 '어린 조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된 생각에서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라는 남씨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남씨에 대한 의존관계나 그 밖의 심리적 압박 때문에 진술을 허위로 번복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남씨가 합의 하에 (조카와) 성관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남씨는 지난 2012년 여름부터 자신의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조카(당시 13세)를 성폭행하는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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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