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프로> 미국현지 동행취재<스토리>

“가슴 벅차 얼떨결에 백 치켜 들었죠”

지난 8월1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경기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톱랭커’ 전문킬러 양용은 선수. 그때의 감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세 번째 대회인 BMW 챔피언십 대회장에서 그를 만났다. 본 경기 하루 전 프로암대회를 벌이고 있는 경기장에서 그를 만나 동행취재를 했다.

스윙 보면 페이드 구사하고 페이드에 유독 강하다는 것 실감
그립색상… 퍼플, 블루, 레드, 옐로우, 그레이, 화이트 각양각색


아름다운 건축의 도시, 시어즈 타워가 위치한 시카고 다운타운을 뒤로하면서 55번 하이웨이를 따라 남서쪽으로 향하다보면 3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레몬트(LEMONT) 시가 나온다. 이곳에는 전통적으로 유명한 72홀짜리 골프장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카그힐(COGHILL)골프장이다.

경기장에 모습 나타내자
팬 기습 사인공세 열풍

이곳은 오랜 기간 동안 각종 PGA경기를 치러온 유서 깊은 골프장으로 WGA, ADVILL CIALIS 등의 골프대회를 거쳐 현재 BMW CHAMPIONSHIP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BMW대회는 PGA대회를 마감하는 플레이오프 대회 4개 중 3번째 대회로서 상위 70위에 랭크된 선수 70명만 추려서 초청하는 대회다. 직전대회까지 한국의 최경주선수가 거의 한해도 빠짐없이 출전했지만 올해는 눈에 보이질 않는다. 대신 양용은 선수가 그 자리를 채웠다. 양 선수 이외에도 나상욱, 찰리 위, 그리고 앤서니 김 선수 등도 당당하게 출전을 했다.

PGA대회는 목요일부터 치러지는 본 경기에 앞서 수요일에는 어김없이 프로암(PRO-AM)대회를 연다. 대회 스폰서들을 초청해서 3명의 스폰서들과 선수 한명을 묶어 4명이 한조를 이뤄 치르는 경기를 말한다. 말하자면 기부금을 낸 스폰서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이고 선수들에게는 대회 하루 전에 골프코스를 읽어나가는 연습경기에 속한다.

양용은 선수에게 배정된 3명의 아마추어 스폰서 중 한 명은 시카고의 트럭 운송회사 최고경영자인데 마침 수행비서를 한국 여성을 동행하고 나왔다. 오전 8시20분쯤, 양 선수가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대회 주최 측인 BMW사가 제공하고 있는 지프를 타고 위풍당당하게 차에서 내린다. 이미 입구 주변에는 삼삼오오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양 선수의 미국 팬들이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Y.E.YANG(와이-이-앵”을 외치면서 사인 공세를 벌인다. 미국인들은 그를 ‘와이, 이, 앵’이라고 부른다. 양용은을 발음하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대박의 광고효과 부른 감격적 순간 일어난 단순한 행동
타이거우즈에게 쓰라린 패배 안겨주며 사냥꾼으로 우뚝


최경주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최경주는 “켱-추-초이”라고 부르면 쉽기나 하다. 그러나 양용은은 발음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그래서 최경주도 그냥 ‘케이-제이-초이’ 그렇게 부른다. 그래서 양용은도 약자 이니셜만 따서 ‘와이-이-앵’이라고 부른다. ‘양’도 아니고 ‘앵’이다. 웃기기는 하지만 어쨌건 그런 게 미국발음이고 정석으로 발음하겠다니 우리가 들을 때 좀 우습게 들리더라도 하는 수 없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이름을 알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양 선수의 이름이 오고가니 기분은 좋다. 친절하고 기분 좋게 팬들에게 사인을 마치고 난 뒤 이어 필자와 양 선수가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투어 뛸 때 함께 지냈던 우창완(찰리 우)선수는 가끔 만납니까”라고 필자가 묻자 양 선수는 “미국투어 뛰느라고 한동안 연락을 못했습니다. 잘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우창완 선수는 필자가 켄터키에 있을 때 루이빌대학 골프 장학생을 했던 선수로서 US오픈 시드를 배정받기위해 오하이오 예선대회에 함께 동행 했던 후배였고 한국에서 양용은 선수와 함께 지냈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렇게 질문을 한 것이었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일정상 하루 늦게 도착 했지만 뭐 그런대로 좋습니다”

한국말로 주고받는 대화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주변 팬들을 뒤로하고 양 선수는 레인지로 향했다. 출전 선수들이 레인지에서 연습을 할 때면 주최 측에서는 곧바로 이름이 쓰여진 보드판을 그 선수 뒤에다 꽂아 놓는다. 팬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흰 바지에 빨간 상의를 입은 양 선수의 의상이 흐리고 구름이 낀 시카고 가을 아침에 유독 눈에 잘 띈다.

그의 스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 선수가 드로우성 구질 보다는 페이드를 구사하고 페이드에 유독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기야 그 페이드로 타이거 우즈를 잡았으니 뭐 특기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뒤에서 그의 연습광경을 지켜보던 팬들 중 게리 해밀튼이라는 중년의 신사는 가방에서 여러 장의 양 선수 사진을 꺼내든다. 지난주 타이거 우즈와의 경기를 보고 갑자기 양 선수의 팬이 됐다는 사람이다. 양 선수의 스윙에 대해서도 나름 일가견을 내놓는다. 스윙연습을 하고 있는 그의 주변에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레인지서 연습하자
관계자 5~6명 밀집

한국매니저는 물론이고 테일러메이드 관계자, 대회 주최 측 관계자, PGA 대회 관계자 등 5~6명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타 선수들이 코치 한 명만을 데리고 있는 광경과는 대조적이다. 테일러메이드 관계자가 연신 재활용봉투를 들고 양 선수와 뭔가를 상의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침을 먹고 싶어 한국식당이나 중국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해 온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양 선수가 그 안에서 꺼낸 물건은 다름 아닌 그립. 아이언세트 그립을 전부 새것으로 교체할 생각인 듯하다. 특이한 것은 그립의 색상이 아이언 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 퍼플, 블루, 레드, 옐로우, 그레이, 화이트 등 그립의 칼라도 다양하다. 3번은 퍼플, 4번은 레드, 뭐 이런 식으로 그립을 교체할 예정인가 보다.

레인지 연습이 20여 분정도 경과하자 주최 측에서 연락이 온다. 오늘 함께 라운드를 할 3명의 스폰서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레인지를 나와 곧장 10번 홀로 향하는 도중에도 30여 명의 팬들이 사인을 해달라며 줄을 서 있다. 양 선수는 싫은 기색 없이 차례차례 해주고 있다. 그 중에는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교포 아주머니도 끼어 있었다.

아이언마다 모두
그립 색상 다양

“양 선수를 보려고 어제 왔는데 못 봐서 오늘 다시 온 거예요. 이 싸인 우리 식당에 걸어 놓을 거니까 잘 싸우세요.” 식당주인의 구수한 응원 소리에 양 선수도 웃으면서 목례로 답한다. 그의 팬들을 향한 태도는 온순하고 친절하다. 그렇다고 가식적인 것은 아닌 거 같다. 오랜 세월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지녀온 팬들에 대한 최대의 표정과 태도가 무엇인지를 터득한 것 같기도 하다.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나니 경기시작 3분 전이다. 이미 스폰서들은 백나인 티박스에 올라가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종종걸음으로 티업 제시간인 9시 정각. 서로 기념사진 촬영과 인사를 교환한다. 백티에서 치는 양 선수가 먼저 티업을 해야 한다. 순간 바로 옆의 9번홀 그린에서 박수소리와 함께 조금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그곳에 바로 타이거 우즈가 있는 것이다.

양 선수보다 2시간 이른 오전 7시에 프로암 경기를 배정받아 이미 전반 9홀을 돌고  들어온 타이거 우즈가 퍼팅을 끝낸 순간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그림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로 지난주에 두 사람은 대회장에서 치열한 싸움을 했고 타이거는 골프인생에서 최대의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그 킬러가 바로 10미터도 채 안 되는 옆 홀 티박스에 서 있다.

타이거도 다음 홀이 10번 홀인데 양 선수의 출발 홀이 바로 10번홀이다. 그리고 양 선수조가 먼저 티박스에 올라가 있어서 타이거 우즈의 조는 양 선수조 뒤에서 기다렸다가 플레이를 해야 한다. 물론 뒤 따라간다는 사실에 아무 의미를 둘 것도 없지만 타이거가 느끼는 기분은 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해본다. 그리고 타이거 우즈는 9번홀 그린에서 10번홀로 걸어오지 않은 채 애써 양 선수 조가 올라있는 홀 쪽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 선수가 서로 마주치면 양 선수는 여유있게 악수라도 할 요량이지만 타이거는 절대 마주치지 않을 심산이다. 두 사람 간의 묘한 감정. 그리고 골프장의 구조상 9번 그린과 10번 티박스의 근접한 거리. 공교롭게도 양쪽 홀을 사이에 두고 10M 앞에서 마주친 두 사람. 그 모습을 한 컷의 사진으로 담은 뒤 느끼는 묘한 기운은 필자만이 느끼는 무엇일까. 어쨌든 두 사람은 결국 조우하지 못했다.

그리고 양 선수 조의 4명이 티샷을 하고 그들은 페어웨이를 향해 오늘의 경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양 선수를 따라 걸으면서 필자는 계속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고 타이거 선수 조는 홀이 비고 나서 잠시 후에야 티박스에 올라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번홀에서 잠시 여유가 있을 즈음 필자가 양 선수에게 물었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타이거를 꺾고 우승이 확정 됐을 때 왜 테일러메이드 백은 갑자기 치켜들었습니까?”

치열한 싸움 전개한
킬러와 패배자의 만남

필자의 이 질문은 그날 대회를 TV로 지켜본 시청자는 물론 전 세계 모든 골프 팬들이 궁금해 할 만 한 것이었다. 우승을 확정짓고 골프백을 치켜든 선수는 아마 처음일 것이므로. 필자의 질문은 왜냐면 당시 TV중계 해설자가 양 선수의 백을 치켜든 모습을 가르키며 “미네소타에서는 아이스하키가 주민들에게 최고의 인기스포츠인데 아마 우승컵인 스탠리컵이 골프백보다 커서 우승트로피를 치켜들 때 꼭 두 손으로 머리위로 역도하듯이 들어 올려야 하니까 아마 미네소타 팬서비스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 같다”라는 자신만의(?) 그럴듯한 해설을 내놓았었기 때문이다. 

 양 선수가 미국 아이스하키 팀이 우승 후 스탠리컵을 역도 용상처럼 그렇게 들어 올린다는 것을 절대 알리가 없다고 필자는 자신하는데…. 역시 양 선수의 답은 그 해설자의 제멋대로 해석과 달랐다. “그거요? 그냥 가슴이 벅차서 얼떨결에 뭐라도 해야 될 거 같고, 눈에 백이 보이길래, 소리라도 질러야 겠기에 그냥 치켜 올렸죠 뭐..하하하”

필자의 직감이 맞았다. 팬서비스도 아니고 고도의 테일러메이드 광고 전략도 아닌 단순히 감격적인 순간에 일어난 단순한 행동이었다. 물론 테일러메이드는 양 선수의 그 동작 하나로 대박의 광고효과를 봤지만 말이다.

호랑이를 잡는
사냥꾼 ‘양용은’

그렇게 양 선수는 3명의 스폰서와 함께 다음 홀로 이동했다. 그를 따르는 50여 명의 팬들도 함께. 물론 그 뒤에 오는 타이거 우즈의 팬들하고 비교하면 아직 못 미치지만. 미국 내에서 신처럼 타이거를 추종하는 광팬들. 연습라운드인데도 300여 명은 타이거를 따라다니고 있다. 이만한 광팬을 몰고 다니는 골프선수는 타이거 우즈가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사흘 뒤의 일이지만 역시 타이거 우즈는 이 대회에서 아예 2위조차 저 멀리감치에서 감히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분노의 광기어린(?)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양 선수는 생전 처음 밟아보는 카그힐의 골프장에서 70명 선수 중 최하위그룹에 속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두 사람만의 성적으로 본다면 이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는 어느 정도 복수혈전을 하긴 했다. 그러면 뭐하나.

이미 과거지사에서 양 선수는 타이거를 이겼고 호랑이 잡는 사냥꾼으로 인식이 된 것을. 재작년 이맘 때 필자는 최경주를 이곳에서 만났다. 그리고 2년 뒤 필자는 또 다른 한국선수인 양용은 선수를 만났다. 이곳을 거쳐 간 한국계 남자 선수들만 찰리 위, 나상욱, 앤서니 김 등 5명이다. 왠지 모를 벅찬 감동과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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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