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빙속여제’ 이상화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1: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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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질주’ 지금 이대로 평창서도 부탁해!

[일요시사=사회팀]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교적 기량을 펼치기 어려운 저지대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기 때문에 그 위력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스포츠 여신’의 기량이 평창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상화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차 레이스 37초42, 2차 레이스 37초28로  최종 74초70을 기록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그리고 올림픽 2연패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미국 보니블레어, 캐나다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에 이어 역사상 3번째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무엇보다도 악조건 속에서도 신기록을 작성해 그 의미가 깊다.


스포츠 여신의
빛나는 금메달


이상화는 1위를 한 다음 날, 시상식장에서 잠비아 IOC 위원으로부터 받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보였다.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눈시울을 붉히며 감동의 순간을 만끽했다. 시상 직후에 이어진 방송 인터뷰에서 그녀는 “금메달이 밴쿠버 올림픽 때보다 좀 더 무거운 것 같다”며 “애국가가 나오면 감동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인터뷰를 통해 드러냈다. 그녀는 “내가 스피드스케이팅 500m를 석권했다는 사실과 세계기록을 갖고 있는 것, 올림픽 2연패를 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KBS 특별 해설위원을 맡은 강호동은 “이상화 선수의 경기를 보니 뜨거운 뭔가가 느껴졌다”며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이상화라는 것이었다.


이날 시상대에서 은메달 올카 파트쿨리나(러시아), 동메달 마고 보어(네덜란드)가 함께했다.

이상화의 레이스에 경쟁자들도 경의를 표했다. 이들은 “이상화의 테크닉은 완벽했다”며 “이상화를 이기기 위해선 그가 실수를 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화의 이번 금메달이 놀라운 이유는 소치의 낮은 해발고도에 있다. 과거 500m 올림픽 신기록은 1000m 이상 고지대에서 나왔다. 즉 기압이 낮아 공기저항이 적은 덕을 톡톡히 봤던 것이다. 그런데 소치의 해발고도는 불과 4m에 불과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화는 낮은 고도에서 강한 공기저항을 뚫고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지난 14일에는 아들레이드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여자 1000m 레이스에서 마지막 조에 나서 부담 없이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600m를 지나며 조금씩 힘이 떨어진 이상화는 1분15초94의 기록으로 12위를 차지했다. 로테 반 빅(네덜란드)과 레이스를 펼친 그녀는 초반 200m 구간을 17초63으로 돌파하며 이날 레이스를 펼친 선수 중 가장 빠르게 질주했지만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 그러나 주종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4년 전 밴쿠버에서의 기록(23위)에 비해 2.3초 앞당기며 자신의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금메달’
여자 500m 압도적인 기량 선보여


이날 금메달은 1분14초02를 기록한 중국의 장홍이 차지했다. 중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첫 금메달이다.

경기 후 이상화는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밴쿠버보다 나아져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1000m를 마지막으로 올림픽 일정을 마감한 이상화는 “그냥 쉬고 싶고 나중에 시간되면 다른 종목 응원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여자 선수 중에 적수가 없는 이상화는 단짝인 모태범과 함께 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상화의 이번 기록은 남자선수들마저 위협할 정도다. 1980년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남자 전 종목을 석권한 에릭 헤이든을 넘어선 수준이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새로운 올림픽 기록을 작성했다. 이상화의 지금 실력으로 34년 전 남자 500m에 출전했다면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 이처럼 이번 신기록은 불가능과 한계를 뛰어넘은 매우 값진 결과다.




꾸준히 좋은 기록을 보여준 이상화는 수많은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빙속여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이상화 발 사진 속에는 그간의 노력과 고통이 묻어 있었다.

앞서 그녀의 어머니 김인순씨에 의해 이상화의 하지정맥류가 공개됐다. 딸의 하지정맥류가 허벅지까지 퍼져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이에 가수 김흥국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김흥국은 한 매체를 통해 “이상화의 하지정맥류 수술을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서울대 강남병원까지 그녀의 수술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나섰다.


악조건 속에서
금빛 신기록 세워


강한 정신력으로 얻은 이번 결과는 이상화의 체중 감량도 한 몫 했다. 2010년 65.6kg이었던 이상화의 체중은 2012년에 63.2kg, 올해는 62kg으로 꾸준히 줄었다. 하지만 근육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최대 근력을 체중으로 나눈 상대근력은 2010년 334%에서 2012년 342%, 올해는 349%가량으로 증가했다.

대개 체중이 빠지면 근육도 빠지는데 그것을 막으려면 극한의 웨이트 훈련이 필수다. 이상화는 이런 고통을 감내해, 힘은 유지하면서 가볍게 달릴 수 있는 몸으로 최적화했다. 몸은 가벼워졌지만 근육과 뼈가 더 탄탄해져 초반 스타트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화의 약점은 초반 스타트로 알려진다. 4년 전 밴쿠버에서는 초반 열세를 막판 역주로 만회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소치에서는 달라진 이상화의 하드웨어가 좋은 스타트를 이끌어냈다.

25세인 이상화는 4연패를 도전하더라도 33세다. 단거리 스프린터의 전성기는 30대 초반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단거리 종목에 나이는 큰 부담요소가 아니다. 최근 세계 정상급 단거리 스프린터들의 나이는 대부분 30대 초반이다.

이상화는 지난해 9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폴 클래식 대회에서 10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크리스틴 네스빗(1분14초49)을 0.83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당시 그녀의 기록은 한국 신기록인 1분13초66이었다. 네스빗의 1000m 세계기록은 2012년에 기록한 1분12초68이지만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주춤하고 있는 것도 이상화에겐 호재다.

이상화가 좋은 결과를 내면서 그에 따른 포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아웃 가리지 않는 만능 스프린터
최고 시속 55.8km…피땀 흘린 결과


그녀는 2010년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로 월 100만원의 연금을 이미 받게 됐다. 연금 종류는 월지급과 일시금 중에서 선수가 고를 수 있는데, 월 100만원 한도를 채우면 일시금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상화에게 일시금으로 6500만원을 포상할 예정이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빙상경기연맹도 각각 6000만원과 3000만원을 지급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또 각 기업의 후원까지 더해지면 이상화가 받을 포상금은 2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러 기업의 광고 모델로 나설 경우 더 많은 부를 거머쥘 수도 있다.


이상화의 금메달 소식에 후원계약을 체결한 KB금융그룹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상화의 대활약에 금융계도 덩달아 힘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KB금융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 금융계에 우울한 소식이 많았는데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면서(직원들이) 힘을 받게 됐다”고 기뻐했다.

밴쿠버 금메달 때만 해도 이상화는 인지도가 낮은 선수였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긴 했지만 대중에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월드컵시리즈를 재패하는 그의 투혼이 알려지며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남성패션지 ‘에스콰이어’의 화보 모델로 나서 섹시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화보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이상화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고 했다. 그의 소속사인 브리온컴퍼니 관계자는 “평소처럼 훈련에 열중하고 있을 때 (화보) 섭외가 왔다. 본인도 운동선수가 아닌 일상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고 여겼다. 자연스럽게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에스콰이어 에디터는 “세계 최고의 스케이팅 실력만큼이나 외모도 뛰어난 선수인데 과소 평가받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의 여성스러운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섭외 배경을 밝혔다.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이상화의 주가가 치솟아 광고와 방송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블루칩’을 예고하고 있다. 또 가난한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운동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진정성을 가져다 주는 스타다.

그녀의 남자친구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그녀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이상엽씨는 현재 육군 중위로 복무중이다. 그는 휴가 때 해외 출국을 허가받아 러시아 소치를 방문했다. 이상엽씨는 이상화에게 부담을 줄까봐 경기 전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만났다고 전해진다. 또한 오는 5월에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젊은 그녀
앞으로도 창창



이상화는 휘경여자고등학교 재학 중 국가대표가 됐다.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시청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세계적인 여자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그녀는 2005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세계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500m에서 38초71로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스프린트 종합에서 153.2점으로 주니어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이어 세계 종목별 선수권 대회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에는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 출전해 5위에 올랐다. 2007년에는 500m에서 37초81로 한국 신기록을 다시 경신했고, 이 기록이 곧 주니어 세계 기록이 되기도 했다.

이상화는 이후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둬, 2009년에는 500m에서 37초70, 1000m에서 1분15초88로 다시 한국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세계 종목별 선수권 대회 500m 부문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장외선 관능미에 애교도
광고업계 최대 ‘블루칩’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앞둔 2009년과 2010년 시즌에는 기량이 더욱 향상돼, 2009년 12월, 500m에서 37초25, 1000m에서 1분15초26으로 자신이 보유하던 한국 신기록을 새로이 경신했다. 2010년 1월에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는 1차 레이스 38초24, 2차 레이스 37초85, 합계 76초09를 기록해 당시 500m 세계 기록 보유자였던 세계 1위 예니 볼프를 제치며 아시아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 올림픽 종목에서 우승했다.

동시에 한국 최초의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메달이었다. 500m 레이스를 진행하여 합계 76초14로 은메달을 차지한 예니 볼프는 이상화가 매우 향상되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예니 볼프는 올림픽이 열리기 1개월 전에 같이 레이스를 진행한 경험이 있어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기록의 여신…
한국 빙상의 자랑

이상화의 좋은 성적은 밴쿠버 동계 올림픽 이후로도 쭉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19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 시즌 월드컵 6차 대회 500m에서 36초99로 대한민국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다음날인 1월20일에는 36초80을 기록하며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기록을 깬 것이었다.



이상화는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시리즈 종합 우승, 종목별 세계 선수권 대회 2연패 등의 성적을 올리며 12번 우승했다.

2013·2014 시즌에도 이상화는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1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3-14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74로 다시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11월16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14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 1차 레이스에서 불과 6일 전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 36초74를 0.17초 앞당긴 36초57이라는 세계기록을 다시 수립했다. 이튿날 2차 레이스에서는 전날 기록에서 0.21초 앞당겨 36초36으로 세계신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그리고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도 500m 부문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2연패를 달성했다.

한편, 이상화는 스포츠 스타의 이미지와 다소 어울리지 않게 이상화의 취미는 네일아트, 레고 조립으로 알려진다. 뛰어난 기량과 함께, 선후배 관계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전해진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이상화는?]

▲서울 출생
▲휘경여고 졸업
▲한국체육대 학사, 고려대 교육학 석사과정
▲제20회 토리노 동계올림픽
▲제24회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투르드코리아 홍보대사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홍보대사
▲G20 정상회의 성공기원 스타 서포터즈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제7회 아스타나 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동국대 의료원 홍보대사
▲희망서울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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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